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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까지 겨우 세 편만 읽고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영 내키지 않지만, 오가와 요코는 고요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화풍 이야기에서 따뜻한 감동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강박을 얼마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나를 완전하게 감싸던 감동의 자연스러움은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에서 재현되지 못하고 오히려 과도한 설정으로 억지 감동을 자아내려는 부자연스러움만 다소 거북하게 아쉬움을 남겼다. 『바다』에 이르러서는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가 충분히 매혹적인 소설인데도 읽는 내내 알게 모르게 나를 불편하게 했던, 그 인위적인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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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에 읽었던 오가와 요코의 책이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라는 복잡한 제목의 장편소설이었기 때문에 그것과 비교하면 <바다>라는 심플한 제목은 그것만으로도 단편집이라는 느낌이 물씬난다. 제목만큼이나 간결한, 그렇지만 울림이 큰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오가와 요코의 단편은, 장편과는 달리 복잡한 줄거리나 이따금 보이는 장황함 같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다시한번 앞으로 돌아가서 되풀이 해 읽게 만들거나 하는 저항감 없이 시원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오가와 요코의 문장은 정말 아름답다. 특별한 문장을 만들어 낸다기 보다는 단어를 정렬하는 그 배열만으로도 풍부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느낌.
가장 오가와 요코스러운 작품은 역시 표제작인 <바다>. 저자의 작품에는 종종 세상에는 있을 것 같지도 않은 특출한 물건이나 존재가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명린금이라는 특이한 악기다. 이 악기는 '나'의 여친의 남동생이 발명했기 때문에 유일한 연주자가 그 남동생 뿐이라는 설정인데, 바다에서 나는 재료만으로 이루어진 이 악기는 입으로 숨을 불어넣기만 하면 스스로 음악을 연주한다. 연주자는 어디까지나 바람, 그것도 바닷바람이다.
이 <바다>는 나와 여친의 관계가 아닌, 그녀의 남동생과의 연결이 주가 된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표현에서는 어딘가 사회적 동물로서의 테크닉이라던가 표면적인 연결의 뉘앙스를 아무래도 느끼게 되지만 오가와 요코의 소설에는 이 연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조용하고, 깊은 곳으로부터의 연결을 느낄 수가 있다.
이 작품집 전체로 볼때 가장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단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이라는 두번째 단편.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요한이라는 옛 연인을 만나러 오스트리아 빈을 찾은 노부인의 이야기인데 다소 유머러스한 결말로 안타까운 죽음의 무게까지도 친숙하게 만들어 버리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이야기이다.
오가와 요코만이 가능한 편집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짧지만 하나같이 경쾌하면서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갯바람과 같이 묘한 향수를 담고 있다. 바다가 있는 곳으로 기차여행을 할때 이 책이 있으면 틀림없이 멋진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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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라고 하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겠고, 나 역시 그 작품을 통해 그녀를 처음 접했다. 무척 아름다운 데다 감동적이라서 지금에 와서도 "참 좋았다."고 떠올리지만 두 번째로 만난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는 작가와의 재회를 겁나게 할 정도로 난해한 소설이었다. 되돌아보면, 동화같은 이야기에 섞인 그로테스크함이 나에겐 많이 낯설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 신간 <바다>를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었던 건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매력이 있어서였을까.
이야기의 분위기는 전작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와 유사하다. 그런데도 이번엔 저항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하게 한 문장씩 곱씹으며 읽었다. 동화 속에 숨어 있는 독기에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작품 속 대사이자 '해설'의 제목이기도 한) "독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주의하시구려" 미션에 가뿐히 통과한 걸까?
현실과 몽환이 교차하는 표제작「바다」, 우스꽝스러운 유머와 반전이 돋보이는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 예상하지 못한 관능미가 펼쳐지는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 무척이나 짧지만 여운은 가슴 깊이 스며드는 「은색 코바늘」과「깡통 사탕」, 안타까움 속에서 희망을 발견토록 하는 「병아리 트럭」, 소년의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하루에서 '추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가이드」. 각양각색의 일곱 가지 이야기가 이 가벼운 책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원체 '단편'이란 형식에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예뻐보이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장편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더군다나 2% 부족한 느낌이 드는 애매모호한 결말의 단편들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애매모호'함은 되로록 피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바다>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애틋하고 아름답다. 예를 들어「병아리 트럭」에서는 동물을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인간의 이기, 즉 현실의 잔혹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느끼게 되는 건 삶의 따스함이다.
변덕스럽게도 멋대로 실망했다가 이번에 다시금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뒤에 '작가 인터뷰'와 '해설'에서 언급된 오가와 요코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할 지경이다. 근심 속에서도 어느새 평화롭게 독서에 빠질 수 있었던 마법과 같은 책이었다. 어쩌다 가끔씩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만나게 되는 이런 책이 독서욕을 더욱 불끈 솟아오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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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장편을 몇 권인가 읽었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제일 먼저 읽었었는데 그래서일까 역시 이 작가를 생각하면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이후에도 두어권 정도 더 장편소설을 읽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읽게 되었다. 작가는 같지만 장편과 단편, 그리고 에세이는 확실히 다르다. 어떤 작가는 장편이 인상적이고, 어떤 작가는 단편이 훨씬 좋다. 또 어떤 작가는 에세이가 멋지다. 그렇게 다르기 때문에 이 작가의 단편은 어떨까 궁금했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인터뷰가 실려있다니 더욱 기대되었던 것도 사실이고. 작가의 강연회를 들으며 가면 놀랄 때가 있다. 책이나 기사를 통해서 내가 만든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네 멋대로 만들어낸 이미지까지 작가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면 물론 할 말도 없고,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냥 신기하다는 말이다. 이렇게나 갭이 있다니... 그런 이후로 작가와의 인터뷰를 볼 기회가 생기면 지나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를 만나고나면 그 이후에 그 소설을 읽는 느낌이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진다. 그게 나쁘지 않아서 인터뷰를 열심히 읽고 있나보다. 그래서 오가와 요코의 인터뷰도 기대되었다. 역시 이 작가만큼은 어떤 성품일지가 가장 궁금했다. 대체로 따뜻하지만 어딘가 애잔한 구석이 없잖아 있는 내용을 자주 그리고 있는 작가인지라 더 그랬을 것 같다. 그런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단편에서 작가는 다양한 직업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독특한 성격의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하지만 이전에 읽었던 소설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 단편들에서 그다지 나쁜 사람은 등장하지 않았고, 그들은 각자만의 고유한 파동을 갖고 있는 듯 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착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은 바로 다음 순간 마음 속에는 쓸쓸함이 자리잡게 만드는 이 작가의 능력은 단편에서도 여전히 유효했다. 정말 초단편 소설이 있었는가하면, 꽤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소설도 있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각자 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약혼자의 집으로 인사를 하러 간 남자, 타이프 회사에서 일하는 젊은 여직원, 여행일정이 모두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진심으로 불만스러워하지 않는 스무살의 젊은이, 손녀딸과 버스기사, 호텔 직원이자 한 아이의 친구였던 남자, 최연소 가이드인 소년을 이 책 속 각각의 이야기에서 만나보게 될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온기 가득한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쩐지 나 역시 선량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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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오가와 요코의 책을 읽은 일이 없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제목이 <바다>였기 때문이며, 두번째 이유는 일본 소설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요즈음 부쩍 일본 작가의 소설에서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이라는 면에서 그렇고, 또하나는 차를 닦는 일조차 남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는 그들의 경직된 바름에 이상하게도 끌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양성을 무시하는 획일화를 가장 증오하는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여겨지지 않는 그들의 인위적인 꾸밈이 영 거북스럽지만은 않은 것이 당황스럽지만, 어쨌거나 나는 가깝고도 먼 그들에게서 동질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두가지 이유에서 선택한 오가와 요코의 단편집 <바다>는 정작 바다와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단지 제목이 <바다>인 첫번째 단편과 같은 제목으로 책이 묶였을 뿐이였다.
첫번째 이야기 <바다>의 이야기가 황망하게 끝나버리고, 두번째 이야기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을 읽을즈음에는 이 일곱편의 단편이 시사하는 전체적인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독자적이고 독특하다. 그러면서도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의 몽롱하고 어중간한 망상(오가와 요코 자신이 소설을 망상이라고 표현했다. 장편은 긴 망상, 단편은 짧은 망상) 속을 함께 표류하는 듯한 멍한 기분은 일곱편의 작품을 모두 읽을 때까지 계속된다. 간간히 짧게 웃게되곤 했는데, 그 웃음조차도 어이가 없었다. 이런 것을 블랙코메디라고 하던가. 에로틱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요청으로 쓴 작품이라는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가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직접적인 성애의 표현이 없음에도 이토록 에로틱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만큼 뭉근하다.
내가 원했던 눈이부시도록 파란 바다를 오가와 요코의 <바다>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단정한 바름에서 비롯되었을 작가의 실험적 상상, 혹은 망상은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해설에서도 적고 있듯, 독이 있을지 모르니 주의하라고 속삭여주는 노망난 할머니의 꼬임처럼 우습게 느껴지면서 또 한편으로는 두려워지기도 하는 감미로운 상징의 단편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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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통해 이름을 알게 된 작가 오가와 요코의 신작. 결혼을 위해 여자의 집에 인사차 방문하게 된 남자는 그 집에서 여자의 '꼬마 동생'을 만났다. 남자 보다 더 키가 크고 체중도 더 나갈것 같은 '꼬마 동생'과 한방에서 잠자게 되면서 바다 소리를 낸다는 꼬마 동생의 '명금린'이라는 특이한 악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왜 제목에 바다라는 이름이 붙었는지에 대해 아직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 '명린금'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까? 단순할것만 같은 바다소리에도 여러가지가 있기에 어떤 소리를 들려주려는지 머리속으로 온갖 상상을 해보게 된다.
바다/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 은색 코바늘/ 깡통 사탕/ 병아리 트럭/ 가이드 등 총 일곱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져 있다. 사실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떠올린 생각은 바다속에서 이루어지는 소년과 물고기의 특별한 우정이랄까 그런 것들을 연상했다.《바다》때이른 더위로 계곡물에 발을 담그거나 바다로 달려가 수영하고 싶은 계절이다. 책이 잘 읽히기는 했으나 저자가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그것도 해설을 보고서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수있었으니.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가 7편의 단편집들 중 가장 색다르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읍내에 둘밖에 없는 공인 관광가이드 중 한 명인 엄마, 엄마는 그냥 가이드는 많지만 시험에 합격한 진짜 가이드는 둘 뿐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사양 말고 가이드에게 말씀해주세요.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p.134) 가이드가 달린 버스를 타고 여행해본지가 얼마지? 아니 가이드 없이 떠난 여행 조차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예전에 학교 다닐때 직업이 가이드가 된다면 여행을 많이 할수있을거라 여겼던 때가 있다. 그런데 그 꿈을 언제 왜 포기하게 되었을까?
한밤중에 단전된다는 이유로 엄마와 함께 하게 된 소년, 투어 중에 소년은 예전에는 시인이었으나 지금은 손님들이 가져오는 기억에 제목을 붙이는 '제목 상점'이라는 특이한 일을 한다는 중년 남자를 만나게 된다.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다" '제목 상점' 주인이 소년의 하루에 붙여준 제목이다. 훗~ 맞아 추억 없는 사람은 없지, 하지만 추억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삭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각색하기도 하는 것이 또한 추억이다. 그래서 어릴때 친구를 만나 추억을 떠올려보면 같은 기억인데도 다를때가 종종 있다.
표지를 차지하고 있는 그림의 주인공이 <바다>에 등장하는 '꼬마 동생'이 '명린금'을 부는 모습인가 보다. 바닷바람이 없으면 소리가 안난다는 '명린금', 장래 처가집에 인사하러 간 선생님 커플. 요즘이라면 편하게 자라고 호텔로 내보내거나 집에서 자더라도 손님을 위한 방 한칸 정도는 내줬겠지만 그 집은 특이하게 남동생과 한 방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선생님 부부의 결혼이 현실이라면 '꼬마 동생'의 존재는 꿈결처럼 느껴진다. '꼬마 동생' 나이는 몇살쯤 되었을까? 어렸을때라면 몰라도 성인이 된 지금도 왜 가족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 것일까? '명린금'이 들려주는 바다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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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섬세하게 가만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를 만난 듯 하다. 작가의 섬세한 시선은 소수자들에 머문다. 이 세상에 있을까 싶은 직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물론 존재있지만 지극히 몇 명되지 않는 소수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섬세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짜나간다. 때로 작가는 정말 있을 성 싶은, 있다면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낸다. 명린금이란 악기, ‘불완전한’ 셔츠를 만드는 셔츠상점, 기억에 제목을 붙여주는 일을 업으로 하는 전직 시인, 사랑했던 사람의 임종을 보기 위해 독일 여행길에 오르는 60대 중반의 미망인 등이다. 이야기가 되는 듯 마는 듯 하게 느껴지는 2페이지, 3페이지 짜리 이야기도 두 편이 실려있는데, 두 편 모두 작가가 일상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따오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섬세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만들어내는 상상의 것들이 작가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게 한다. 어떤 독특한 직업을 가진, 어떤 독특한 감성을 가진 주인공들을 만들어 낼 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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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읽은 '오가와 요코'의 소설입니다. 맨 처음 읽었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는 약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세 번째로 읽게 된 이 단편집에 대한 저의 느낌은 "글쎄요!!!"입니다.
표제작인 '바다'는 결혼을 앞두고 약혼녀의 집에 인사를 온 남자가 등장합니다. 다소 어색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약혼녀의 '꼬마 동생'을 만나게 됩니다. 그보다도 훨씬 덩치가 큰 꼬마 동생의 방에서 함께 잠을 자게 되는데 꼬마 동생은 기린무늬 잠옷을 입고 서랍에서 꺼낸 미지근한 사이다를 마시며 자기 전에 꼭 동물 비디오를 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이 연주할 수 있는 '명린금'이라는 악기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런데, 이제부터 뭔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을 때 허무하게도 이야기는 끝이 나 버립니다.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서 혼자 '빈'으로 여행을 가게된 젊은 여자가 역시 혼자 여행을 오게 된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지은이가 관능 소설을 의뢰받아 썼다는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는 의학부 대학원생의 논문을 타이핑하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지은이는 육체와 괴리된 무기물적인 것으로 관능을 표현하고자 했다는데 이를 위해 '활자'와 '한자'를 소재를 가져왔습니다.
'은색 코바늘'과 '깡통사탕'은 아주 짧은 분량의 '엽편소설'입니다. 기차 안 맞은편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는 노부인을 보고 떠올리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40년간 버스만을 운전하여 '버스 아저씨'로 불리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일상의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하여 이에 대한 짧은 이미지 샷을 날립니다.
'병아리 트럭'은 정년을 앞 둔 고독한 남자와 목소리를 잃은 소녀사이의 교감을 그렸고 '가이드'는 관광 가이드인 엄마의 투어에 따라가게 된 소년의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 멋진 하루의 이야기입니다.
책 표지에서는 이 단편집을 '고요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바닷바람과도 같은 일곱 편의 이야기'라고 소개를 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습니다. 고요하고 어쩌면 신비하기도 하지만, '이야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보통의 단편소설보다 분량이 더 짧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단편이지만 서사성이 너무 없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문장을 읽은 것은 같은 데, 별로 마음의 울림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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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한 오가와 요코의 작품을 나는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로 처음 만났었다. 그 이후 만난 두번째 작품은 단편모음집인 바다였다.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선택하게 된 두번째 작품. 바다에는 일곱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오가와 씨는 훈훈함도 넣으면서 섬뜩함이며 잔인함 같은, 어딘지 모르게 죽음을 연상시키는 '악센트'가 되는 색깔을, 양을 조절해가며 작품에 반드시 섞어 넣는다. 오가와 씨는 '죽음은 삶에 포함되어 있다. 지금 웃고 있는 나의바로 옆에도 죽음이 있다'고 하셨는데, 바로 난색 일변도가 아니기에 오가와 씨의 작품은 팬을 매료시키는 것이다. 170p 작가인터뷰 중에서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도 그랬지만, 오가와님의 작품은 단순히 재미가 있다라고만 귀결짓기는 어렵다. 재미를 떠나서 뭔가 나를 매료시키는 신비한 부분이 있다고 해야할까? 작가 인터뷰에 나온 대로 그것이 죽음의 코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 같은, 현실과 많이는 아니고 살짝 동떨어진 것 같으면서 그러면서 잔잔히 맞물려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처음 등장하는 <바다>만 해도 그렇다. 기술 선생님인 남자 주인공이 결혼 승낙을 얻기 위해 보건 체육 교사인 이즈미씨의 고향집에 같이 방문하게 되는데, 손님 맞이에 어쩐지 어색한 가족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을 다루고 있다. 그 중 약혼녀보다 더욱 중점적으로 다뤄지는게 꼬마 남동생의 등장이다. 10년 나이 차이가 있어 꼬마 남동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나, 키도 주인공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고 체격도 상당히 있는, 그러나 목소리는 아주 잔잔하고, 명린금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이 세상과 4차원의 경계쯤에 있는 듯한 모호한 청년이다. 덩치에 안 어울리게 자기 전 동물 녹화 비디오를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잠이 드는, 어린아이같은 면을 지닌 청년. 그가 연주한다는 이름부터가 멋진 명린금은 자기 스스로 개발한 악기이자 바다 바람이 곁들여지지 않고서는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물고기의 부레를 이용한 아주 독특한 악기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가와 요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만족할만한 분위기였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은, 제목 부터가 재미났다. 사실 빈이라는 것이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처음에는 empty의 빈인 줄 알았다. (그냥 세상에 있지 않은 환상적인 여행을 기대했었나보다. ) 나의 뜬금없는 착각이었으나 읽다보니 갓 스무살의 첫여행의 설렘을 안은 여성의 이야기와 60대 중반의 똥똥하면서 빈과 전혀 동화될것같지 않았던 나홀로 여행객과의 불안정한 조화가 여행이 아닌 요양원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우스꽝스러운 유머를 다루고 있었다. 여행을 망치고 만 처녀에게는 다소 안쓰러운 감정도 들었으나 전혀 새로운 곳에서 노부인의 첫사랑을 찾아 방문하게 되는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는 잔잔한 웃음을 주는 코드가 아닐 수 없었다.
너무나 에로틱해 깜짝 놀랐다는 리뷰를 먼저 읽게 되었던 관능 소설,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 의대 대학원생들이 주로 의뢰하는 곳이기에 타이프하게 되는 자료들이 의학전문 용어를 쓰게 되는 논문들이 많았다.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어서 그들의 자판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잘 모르지만, 한자를 실제 많이 넣어서인지 타자기에 한자 활자를 꽂아 타이핑을 하기도 하나보았다. 그러다 하필이면 고장나서 교환해야하는 활자들이 다소 민망한 활자들이 많았다. 타이프 사무소의 활자관리인의 활자에 대한 애정을 담은 총평들, 그 말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기묘하게 활자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들임을 알 수 있었다. 관능 소설 의뢰를 받고, 처음엔 난감했으나 자신이 좋아하는 활자 등을 이용해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는 오가와 요코의 보기 드문 관능 소설이었다.
은색 코바늘, 깡통 사탕, 병아리 트럭, 가이드 등의 소설이 이어졌는데, 정말 오가와의 소설 속에서는 젊은이와 황혼 무렵의 노인, 내지는 어린 아이와 노인 등의 한 세대를 건너뛴 시간 격차가 있는 세대간의 이야기가 주로 이어졌다. (작가 인터뷰에도 소개된 것처럼) 그래서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제외한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되는 듯 했다. 대중적인 문학들이 대부분 사랑을 빼놓고는 진행되기 힘든 것에 비해 오가와는 남다른 글을 쓰고 싶었나보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글은 가이드였다. 내 이름은 망고라는 우리나라 소설에서도 가이드인 엄마 대신 가이드를 맡게 된 소녀의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가이드라는 글에서도 엄마 대신 어린 아들이 한 할아버지의 잠깐의 가이드를 맡게 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글 같아도, 불완전한 셔츠만을 (남들은 절대 안 살 것 같은, 그래서 손님도 하나 없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명맥은 잇고 있는) 판매하는 셔츠 상점, 전직 시인이 운영중이라는 제목 상점 등의 등장으로 평범함 속의 기묘함을 버무려놓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먼 옛날 있었던 잊지 못할 일, 애달픈 추억, 아무도 모르는 중대한 비밀,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체험 등등 뭐든 다 된다만 손님들이 가져오는 기억에 제목을 붙이는 것, 그게 내 일이란다. 143p
아, 그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체험이라는 표현이 오가와의 글 색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장편의 깊이있는 재미도 사랑하지만 단편이 주는 짤막한 숨결과 여운도 사랑하는 나이기에 바다 또한 즐거운 기분으로 읽어내렸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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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가와 요코’하면 단연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란 작품이 떠오른다. 작품의 내용이야 이미 가물가물한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발한 이야기에 따뜻했던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렇기에 작가에 대한 기대로 <바다>라는 작품도 손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책장을 마지막으로 덮은 후의 감상은 한 마디로 ‘잔잔하고 평온했다’라고 할 수 있다. <바다>의 표지에서도 기묘함과 함께 평온하고 따스한 느낌이 전해지는데,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여지없이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오가와 요코’의 단편집, <바다>는 7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제목과 같은 첫 번째 이야기 『바다』는 무척이나 낯선 이야기였다. 기존 일본소설에 대한 나만의 이미지 속에 조금은 진중하고 난해한 느낌이 들었다. 학교 선생님인 두 남녀, 결혼을 하려고 여자의 집으로 인사를 간 상황인데 가족의 분위기는 뭔가 어수선하고 조금은 어긋나 있는 뭔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데, 난데없이 ‘꼬마 동생’의 이야기가 예상 밖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상한 분위기에 침체되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평온이 깃들어있어 당황했다.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은 이야기는 ‘만약’이라는 나의 경우로 상황을 비추면 가히 황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빈으로의 여행, 우연히 같은 방에 묶게 된 60대 중반의 미망인 ‘고토코’씨와의 동행(?)으로 계획이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죽음을 앞둔 옛 연인, 수 십 년만의 재회라는 상황에 ‘죽음’을 지켜보는 상황의 블랙코미디가 또한 황당하면서도, ‘죽음’을 무척 재치 있게 다루고 있었다. 『은색 코바늘』은 우연히 마주한 노부인의 뜨개질하는 모습을 통해 할머니를 추억하게 되는 이야기, 40년간 버스만 운전한 한 남자의 『깡통 사탕』이야기는 아주 짧지만, 더없이 따뜻하고 훈훈하여, 깊은 여운에 더없이 행복해진다. 그 외에도 새내기 어느 직원과 활자 관리인과의 교류를 다룬『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 말을 잃어버린 한 꼬마와 도어맨의 소통을 다룬 『병아리 트럭』과 추억에 제목을 지어주는 ‘제목 상점’을 운영한다는 어느 노인과 한 소년의 이야기인 『가이드』역시 흥미로웠다. 고독하고 쓸쓸한 인물과 나이를 초월하여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과정, 그 속의 우정과 인간적 따스함이 잔잔하게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고요하고 평온한 이야기가 손끝으로 전해져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착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여유롭게 음미하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나 역시 찬찬히, 그리고 스스럼없이 그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마음을 나누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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