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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수업을 듣다 보니, 내가 속한 세계에서 한 걸음 발자국을 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학부 때 전공도 하는 일도 다른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서 그렇다. 특히나 한국행정론 수업을 들을 때 가장 많은 질문을 와이섹이든 수업에서든 하던 분이 기억에 남는데, 그분이 어느 의원실 보좌관이셨다. 조직인으로서 내가 처리 해야 하는 것은 요구자료에 응하거나 수감기관의 일원으로서 공백이 없도록 하는 일_ 혹시나 매뉴얼이 있지나 않을까 하고 국회에 일하는 선배에게 질문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발견한 책이었다. 전화 받는 때가 근무시간이고 의원 있는 곳이 일터다. 한 의원마다 운전을 담당하는 비서부터 9급부터 4급까지 대략 7명의 보좌진이 있고, 크게 지역민원, 선거 등 '대중성' 분야와 각종 질의서와 요구자료, 입법안을 만드는 '정책적' 파트로 분류해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팔방미인'이 되어야 하는 것. 직업인으로서 보좌진_ 의원의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근무여건과 환경도 다르고 긴 호흡 갖고 공부하듯 하는 것_ 그런 방법으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 국회에서 일하는 방식이어서 학습하는 곳이 아니라 당장 성과물을 내기 위해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 곳이다. 우리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수습' 혹은 '수습기간'이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 곳. 출근 첫날 상임위원회가 예정되어 있으면, 상임위가 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조차 몰라도 질의서를 써야한다. 그것도 보도자료나 언론 전면에 배치될 수 있을정도로 '정치적으로'. 경험이 전혀 없어 다음부터 하겠다거나 혹은 이번만은 다른 사람들 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기회로 삼겠다는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들 그렇게 일을 배웠고 처리했기 때문이다. 공사로 말하면 설계와 시공이 함께 이루어지는 패스트트랙 공법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설계 그것도 기초설계인 기본설계와 본설계인 실시설계로 단계를 밟아 준비한 뒤 설계도면대로 차근차근 일을 하다 뜻하지 않던 암석구간이 발견됐다고 공사를 중단하고 설계를 고친 뒤 비로소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과 같이 해서는 절대 안되는 것. 그만큼 기다려주지도 않고, 또한 그럴 여건도 안 되기 때문이다. 보좌진은, 일속에서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내고 노하우를 구축해야 하며, 특히 이 같은 강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직업이다. 업무를 위한 시스템이 부재하고 조직적 노하우가 축적 공유되지 않는 속에서 오로지 기댈 것은 선후의 단계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개인의 역량밖에 없다고 저자는 일갈한다. 혹독한 질책도 있다. 입법과 예/결산 심사, 국정감사는 상호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 비판, 견제하는 주요한 수단임에도 국정감사라는 빅 이벤트에만 치중하는 현상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결산심사는 이미 다 써버린 돈이라는 점에서 여야 할 것없이 관심을 두지 않으며, 예산심사는 단순히 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이다. 하여 결산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예산을 제대로 심사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쓴 돈에 대해 제대로 집행됐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않았으니 앞으로 쓸 돈도 제대로 배정됐는지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성'은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근무시간과 함께 전문지식과 기술 등 3가지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경력이 있거나 오래 근무했다고 해서 꼭 업무에 밝거나 노하우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보스학' 전문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린다 힐 교수는 "온종일 일하면서도 배우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배운 게 뭘까' '이걸 다음에 어떻게 쓸 수 있을까'란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업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도 배우는 게 없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요즘 아니 조직생활을 하는 동안 나의 화두는 어떻게 보직경로를 설계하여 나만의 '전문성' 혹은 '주특기'를 살릴 수 있는가_ 그리고 주어진 일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나 '생각하며 일하기'이다. 전에 방통위에 들어간 선배가 이제는 생각하며 일하려고 노력중이라는 메일을 줬었는데 이제 그말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와닿는 시기인 것 같다. 어떤 보직을 맡게 되던 꼭 봐야할 법규라던지, 절차라던지, 기일을 맞추는 것부터 기존 자료와 노하우의 축적과 공유_ 는 어떤 업무를 맡아도 늘 아쉬운 부분이었다. 몸으로 부딪히고 시간의 단련으로 온몸으로 부딪혀야만 알 수 있는 경험지, 암묵지라 했던가. 예전에 건축가 김진애가 말했듯 선배는, 나보다 앞서간 전임은 그것을 손쉽게 알려주지 않기 마련. 프로의 세계에서 왜 시간을 아껴주지 않느냐고 발을 동동구르기 보다는 나는 그 누구와는 달라야 하기에. 막연하지만 알 수 없었던 직업으로서의 보좌진에 대해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어서_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나와 일에 대한 태도를 성찰 할 수 있게 해줘서 참 고마운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