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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맛 육수와 부드러운 면 최고의 라면 맛을 내기까지 -담뽀뽀
"깊은 맛 육수와 부드러운 면 최고의 라면 맛을 내기까지 -담뽀뽀" 내용보기
아, 기억이 이렇게 한쪽면만 극대화해서 머리 속에 저장될 수도 있는 거구가. 90년대 초반쯤이었나. 후배가 좋은 영화라고 빌려준 비디오가 '담뽀뽀'였고,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게 본 작품이라 여기저기 보라고 추천을 했다. 내 머리  속에는 혼자 라면가게를 꾸려가던 여인이 절치부심 맛있는 라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특히나 육수맛을 내는데 집중한 작품으로기억한 수작이었
"깊은 맛 육수와 부드러운 면 최고의 라면 맛을 내기까지 -담뽀뽀" 내용보기

 

아, 기억이 이렇게 한쪽면만 극대화해서 머리 속에 저장될 수도 있는 거구가. 90년대 초반쯤이었나. 후배가 좋은 영화라고 빌려준 비디오가 '담뽀뽀'였고,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게 본 작품이라 여기저기 보라고 추천을 했다. 내 머리  속에는 혼자 라면가게를 꾸려가던 여인이 절치부심 맛있는 라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특히나 육수맛을 내는데 집중한 작품으로기억한 수작이었는데, 오늘 정말 오랫만에 다시 보니 제법 수위높은 성적 코드도 포함돼 있었다. 왜 이부분은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을까.

 

다시 감상한 '담뽀뽀'는 역시 최고였다. 유쾌했고, 지금 일본을 대표하는 남성배우라 할 수 있는 야쿠쇼 코지나 와타나베 켄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두 사람이 이 작품에  나왔다는 것도 다시 보면서 알게 됐으니, 역시 책이든 영화든 다시 볼만한 것이 처음 볼때 놓쳤던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괜찮기 때문이다.

 

'담뽀뽀'는 별 맛없는 라면집을 운영하는 여주인공 담뽀뽀가 맛있는 라면을 만들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중심내용이고 중간중간 다른 이야기가 삽입된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아마 가장 일상적인 음식, 가장 일본적인 음식이라는 점에서 라면은 일상성과 일본적인 색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돼지뼈와 닭을 넣고 육수를 우려내는 것을 보니 그 맛이 느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우리의 라면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담뽀뽀'는 구성면에서 흥미로웠다. 라면 만드는 에피소드가 중심이지만, 중간중간 이 라면과는 상관없어 어 보이는 여러 음식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야쿠쇼 코지가 등장해서 끌어가는 이야기였다. 스토리도 과장되고 연기도 과장됐지만 이것은 의도적으로 보였고, 상당히 성적 코드가 강했다. 계란 노른자나 굴을 통해, 에로틱한 장면이 연출됐고, 그 속에는 성적 욕망이 강렬하게 표현된 것이었다. 라면이 일상적인 식욕을 보여주고 있다면 그 에피소드 속에서는 음식을 통해 쾌락적인 성적 코드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음식을 먹다가 체포되고, 파는 음식을 손으로 눌러놓는 노파, 남편과 아이들에게 마지막 밥을 해주고는 죽은 여인, 라면 먹다가 죽을 뻔한 상황에서 구사일생 살게 된 노인 등,  어떻게 보면 뜬금없어 보이는 에피소드였다. '담뽀뽀'에는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인간들의 삶과 욕망이 있었던 셈이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스타일이나 동선이 상당히 서부영화처럼 처리돼 있는데, 그 점도 이 작품 전체가 유머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담뽀뽀가 라면을 맛있게 만들기위해 전력을 다할 때 그녀를 도와준 사람이  트럭기사 고로(야마자키 츠토무)인데, 이 캐릭터에서 백종원씨가 생각났다.  그는 담뽀뽀를 마음에 두었지만 그 이전에 그녀가 좋은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을 하고, 실제로 그것을 실천했다.

그는 담뽀뽀에게 손님을 대하는 법을 비롯해서 음식점 주인으로서의 자세를 일러주고 라면 맛을 내는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한다. 그렇게 담뽀뽀네 라면 맛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고, 어느새 그맛을 인정하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마침내 고로를 비롯해 담뽀뽀에게 도움을 준 이들이 라면의 국물까지 싹 다 비우게 되고, 담뽀뽀는 그제서야 자신이 라면맛을 제대로 내게 된 것이라며 감격어린 눈물을 흘린다. 그런 뒤 상호도 바꾸고 인테리어도 새롭게 해 마치 신장개업한 것처럼 가게를 단장하고 다시 문을 여는데..

 

아주 단순하면서도 정겹게 만들어진 새 간판에 새겨진 상호는 담뽀뽀였다. 그녀의 이름인 동시에 민들레란 뜻을 살린 것이었다. 그녀의 라면을 먹기위해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는 그런 가게를 뒤로 하고 떠가나는 고로. 트럭을 몰고 사라지는 그 모습이 마치 악당을 물리친 뒤 말을 타고 떠나는 셰인을 연상케 했다.

 

좋은 영화는 역시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고 늘 재미있다. 지금까지 내가 가장 여러번 본 영화를 꼽는다면 '사운드 오브 뮤직'하고 '쇼생크 탈출'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 작품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또 보게 된다.  '담뽀뽀'도 두번째 감상이지만 또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만큼 즐거웠다.

요리를 소재로 한 일본 드라마를 여러 편 보면서, 늘 궁금했던 것이 왜 일본에선 이렇게 요리 드라마나 만화가 인기일까 하는 점이었다.

 

그에 대해 내가 얻은 답은 철저한 직업 정신, 장인정신의 반영이 아닐까 싶었다.별 거 아니게 보이는 음식 하나에 목을 매고, 집중해서 기어코 자신만의 요리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일본인들의 일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 동시에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일 것이다.

그 이름처럼 담뽀뽀는 화려하진 않지만 작은 틈에서도 꽃을 피우는 존재가 되었다. 미인은 아니지만 소박하게 웃는 그녀는 담뽀뽀란 이름이, 또 담뽀뽀란 가게 여주인으로 아주 잘 어울렸다.

 

 

 

e****0 2018.10.27. 신고 공감 5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