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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자, 시골 선생님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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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눈물겹기조차 하다. 국가의 미친 듯한 성적 지상주의와 경쟁을 부채질하는 교육 정책이 융단 폭격처럼 퍼붓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저자가 독서와 문학 교육을 힘겹게 지켜내고 있는 장면을 보면. 책의 제목인 ‘서울 여자, 시골 선생님 되다’에서 풍기는 약간 유쾌한 느낌과는 달리, 이 책에서 보이는 시골 학교의 풍경은 그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경치가 주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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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눈물겹기조차 하다. 국가의 미친 듯한 성적 지상주의와 경쟁을 부채질하는 교육 정책이 융단 폭격처럼 퍼붓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저자가 독서와 문학 교육을 힘겹게 지켜내고 있는 장면을 보면. 책의 제목인 서울 여자, 시골 선생님 되다에서 풍기는 약간 유쾌한 느낌과는 달리, 이 책에서 보이는 시골 학교의 풍경은 그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경치가 주변에 펼쳐져 있는 '시골'에 처음 발령받은 저자는 자기가 담임한 전문계고의 학생들 집에 가정방문한 후 자기 반 애들 중에서 부모가 온전히 있는 경우가 드문 현실을 슬퍼한다. 그리고 그들이 나중에 수도권의 공장에 실습을 나가거나 취업해서 집안에서 가장 돈 많이 버는사람이 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탄식하며 무력감을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현실에서 마냥 슬퍼하고만 하고 있지 않는다. ‘꽃처럼 예쁜그들을 데리고 문학 작품을 읽고 토론 수업도 진행하기도 하고 전교생 시화전을 열면서 암담한 현실의 돌파구를 만들고자 애를 쓴다. 이런 독서와 문학 교육에 대한 저자의 열정은 학교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학교 밖에서 퇴근 이후에 여자들을 모아 독서 클럽을 조직하기도 하고 지역 작가회에 참여하고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상당수가 소외받거나 상처받은 면단위 전문계고 아이들을 뒤로 하고 저자는 이제 읍내 일반계 고교로 옮겼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 애들은 그쪽 애들보다 가정이 더 좋은 편이나 입시 경쟁 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 풀이 위주의 보충수업이나 심야까지 이어지는 자율학습의 틈바구니에서 봄조차 잊고 사는아이들을 맞닥뜨리면서 이 땅의 교사들을 힘들게 만드는 정부 정책을 원망한다. 그러나 역시 탄식으로만 그칠 저자가 아니다. 그는 전교조에 가입해서 이런저런 실천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문학과 삶을 나누기 위해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문학 동아리를 만들어 작품에 대해 정기적인 토론을 하고, 지역 작가회와 더불어 시낭송과 함께 시를 음미하는 모임도 이끌고, 유명 작가를 초대해서 강연을 듣고 학생들로 하여금 작가와 함께 토의하게 만든다.

   읽다 보면 이 책은 성년 이후의 삶에 대한 저자의 자서전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다닌 저자가 농민운동을 하는 남편과 만나는 얘기, 학창시절과 달리 여성 농민으로서 활동에 자신감을 잃고 애를 낳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얘기, 힘들게 교사가 되어 국가 교육 정책이 빚은 암울한 학교 현장에서 문학 교육을 밀고 나가는 얘기 그리고 지역에서 독서와 문학을 통해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과의 얘기 등을 작가는 담담하게 서술해가고 있다. 이 답답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저자는 쉽게 분노와 격정적인 문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이러한 저자의 담담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것은 끊임없이 희망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저자의 긍정적인 마음에서 비롯한 듯싶다. 그러한 희망은 아이들을 꽃처럼 예쁘게 대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의 실천을 우러러 보게 하고, 지인들의 조그마한 배려에 한없이 감사하는 저자의 낙천적이고 겸손한 성품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 출신의 여교사 한 명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남도인 고흥의 꽃과 바다와 숲을 좋아하고, 척박한 학교 현장에서 문학 교육과 삶을 접목시키려고 무던한 노력을 기울이며,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주변의 인정 많은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때론 어른에 걸맞지 않은 감수성과 눈물을 감추지 못하면서. 국가 권력이 저 머나먼 남도의 시골학교 여교사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폭압적인 모습으로 드러나 있지만 연약한 그를 완전히 굴복시키거나 절망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가 아이들과 세상과 문학에 대한 희망을 붙들고 있는 한.

z****n 2012.06.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