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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쿤이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페러다임이란 용어를 사용한 이래로 많은 사람들이 이 용어의 덕택을 보고 있다. 인간다운 삶과 노동을 위한 생태효율적 비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환경의 세기" 역시 페러다임이라는 개념을 통해 시대의 전환을 예시하고 있다. 19세기 민족페러다임 시대에서 20세기 경제페러다임으로 전환이 순조롭게 이루어 졌다면 21세기를 지배하는 페러다임은 무엇인가? 혹자는 세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통신혁명을 외치기도 하고 혹자는 인체의 모든 신비가 밝혀지는 생명공학이 우리의 희망이라 역설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에른스트 울리히 폰 바이츠체커는 21세기를 환경의 세기라 정의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이 세상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당신에게 던진다면 당신은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세상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가진 분들은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할 것이다. 이 책의 주제가 바로 이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대안의 제시이다. 이 책 곳곳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대 명제가 참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올해 독일의 하노버에서 열리는 하노버2000 엑스포의 준비상황 및 그 내용을 적절히 제시해가며 위로는 법제의 정비로부터 아래로는 개인의 인식의 변화까지 폭넒은 주제를 차분하게 하나하나 다루고 있다. 생산에서 처리까지 모두를 고려한 바이오용기를 비롯하여 생태계의 순환을 효율적으로 이용한 생태가옥들 물과 에너지의 효율적 재활용을 위한 여러 설계 대안들이 깔끔한 그림들과 도표로 설명되어있다.
최근 미국의 주도하게 벌어지는 세계화라는 거짓말 투성이의 목표를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어찌 보면 (우리의 현실을 보면)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선진국 위주의 발전모델이 아닌 우리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적용 가능한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책의 후반부에는 말레지아와 브라질의 실제 예가 실려있어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생태적 조세개혁인데, 그 간략한 내용은 기업 혹은 개인이 환경을 이용하는 부분에는 많은 세금을 부담시키고 노동요소에는 조세를 감면하여 국가적 차원에서는 동일한 조세를 얻고 인간의 삶의 질은 높인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일종의 도달해야할 목표를 '인수4 (factor four)'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재화의 생태효율성을 네 배로 증가시키자는 것이다. 즉 동일한 기능을 하는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공정을 반으로 줄이고 품질개선 혹은 재활용을 통해 그 사용 수명을 두 배로 늘리면 그 생태효율성이 네 배로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효율적인 공정을 통한 우수한 제품의 생산과 완벽한 사후 관리의 개념이라 말 할 수 있다. 우리의 이웃 일본은 일찍이 이 개념을 도입하여 추진중이라고 하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기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세기는 자신의 고유한 얼굴을 갖는다. 21세기 우리 나라 대한민국의 얼굴은 무엇인가? 이 한권의 책을 읽는 일이 독자 스스로에게 이 질문에 대해 자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족: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이 책의 제본 및 편집은 매우 뛰어나다. 글쓰는 작업이 제일의 창조라면 편집은 제2의 창조라고 불릴만 하다. [인상깊은구절] 한 나라의 복지는 총매상고라는 척도, 즉 국민총생산(GNP)을 통해서는 더이상 적절하게 기술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