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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우울 씨의 톡톡 튀는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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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공간에서 단 둘이 누웠다. 앞이 막혔다. 두려움을 위장한 두근거림이 밀폐된다. 몸이 차지하지 않은 공간에는 빼곡히 어둠이 들어찼다. 눈을 떠도 감아도 차이가 없다.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상대방의 형태가 조금씩 그려진다. 나도 모르게 그의 선에 나의 선을 맞춘다. 두 개의 곡선은 직선에 가까운 하나의 선이 되어간다. 둘 사이에 남아 있는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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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좁은 공간에서 단 둘이 누웠다. 앞이 막혔다. 두려움을 위장한 두근거림이 밀폐된다. 몸이 차지하지 않은 공간에는 빼곡히 어둠이 들어찼다. 눈을 떠도 감아도 차이가 없다.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상대방의 형태가 조금씩 그려진다. 나도 모르게 그의 선에 나의 선을 맞춘다. 두 개의 곡선은 직선에 가까운 하나의 선이 되어간다. 둘 사이에 남아 있는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도 희한하게 둘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그의 숨소리가 귓속을 뚫고 깊은 곳에 차곡차곡 쌓인다. 서서히 응축되던 그의 냄새가 콧속을 적신다. 찌릿한 불안에서 헤어 나오기 싫다. 그냥 이렇게, 평생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준 얼마간의 공간 안에서 상대방의 실체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


  하상훈의 <아프리카의 뿔>과 함께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공동 수상작인 이종산의 <코끼리는 안녕,>을 읽기 전까지는 관이 이렇게 로맨틱한 공간인 줄 미처 몰랐다. 아마 작가는 서사의 절정에 한 사람 누울 관에 두 사람이 눕는 플롯을 미리 짜고 전체적인 구성을 맞춰가지 않았나 싶다. 자연스레 관을 중심으로 끌어내려고 관이 필요한 드라큘라와 관 짜는 마리가 동물원에서 만나지 않았을까. 처음 그들이 바라보는 대상은 달랐으나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바라보게 되고, 더 깊게 서로가 서로에게 스몄던 하룻밤을 정점으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잠시 생을 흔들었던 게 사랑이 맞긴 하나 싶을 만큼,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뻐근한 로맨스와는 거리가 있지만 거짓된 언행을 통해 오히려 진심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애정 관계는 산뜻하면서도 불편하다. 발랄하면서도 우울하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인사말을 할 줄 아는 코끼리의 죽음과 하얀 코끼리의 등장으로 딴청부리듯 대변하는 드라큘라와 미라에서 드라큘라와 마리로 흐르는 잠깐의 애정은, 어렸을 때 먹었던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오렌지 맛 그것처럼 입 안 가득 신 맛을 남긴다.


  나는 드라큘라 옆에 나란히 누웠다. 드라큘라가 관 뚜껑을 닫았다. 안에서 여닫기 편하도록 손잡이를 만들고 잠금장치도 해뒀다. 드라큘라가 관을 안에서 잠갔다. 나는 불편해졌다. 잠금쇠 쪽으로 손을 뻗었다. 드라큘라가 내 손을 붙잡았다. 내 숨소리가 들렸다.

(중략)

  그의 가슴이 내 얼굴을 눌렀다. 그의 턱이 내 이마에 닿았다. 그의 입술이 부드러웠다. 우리는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려 애를 썼다. 드라큘라는 먼저 잠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안긴 채 관에서 나간 후를 생각했다. 밤이 지나고 관이 열리면 우리는 다시 아무것도 아닌 사이로 돌아가겠지. 그는 결국 미라를 찾으러 갈 것이다.

- P.123 ~ 124





YES마니아 : 플래티넘 a*****4 2012.07.30. 신고 공감 6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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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다." 내용보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잠들기 전에 굉장히 해괴망측한 로맨스를 상상하며 잠이 들었다. 최근에 본 드라마나 읽은 책에서 배경을 빌리고 여주인공은 나를 채워 넣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간절히 잠이 들다보면 꿈속에서라도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순간에 그런 상상이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그런 로맨스를 다시 꿈꿔봤다. 저자도 이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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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잠들기 전에 굉장히 해괴망측한 로맨스를 상상하며 잠이 들었다. 최근에 본 드라마나 읽은 책에서 배경을 빌리고 여주인공은 나를 채워 넣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간절히 잠이 들다보면 꿈속에서라도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순간에 그런 상상이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그런 로맨스를 다시 꿈꿔봤다. 저자도 이 작품을 '연애소설, 그것도 판타지 로맨스'라 했으니 이번만큼은 나의 상상력에 날개가 돋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동물원에서 드라큘라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처음 드라큘라의 등장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드라큘라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에 당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드라큘라가 사랑한 미라(붕대의 상징, 그녀!), 미라에게 엄청난 책을 사준 환생, 사소한 이유로 헤어진 전 남자친구 민구까지 미라와 얽혀있는 모습을 보며 누구의 로맨스인지 인물들의 개연성이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처음부터 너무 현실로 대입하려는 나의 의도 때문에 빗나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실로 처음에 이 책을 너무 진중하게 펼쳤다가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렸다. 그러다 가볍게,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가자고 생각을 바꾸니 금세 마지막까지 술술 읽어버렸다.

 

  드라큘라와 주인공 마리의 당황스러웠던 첫 만남이 있었지만 드라큘라의 나름 귀엽고 덤덤한 면에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마늘 먹을 줄 알아요?/ 돈 떨어지면 마늘 까.' 란 대화라던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기가 첫사랑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그랬다. 사소한 거짓말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드라큘라와 만나면서도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는 느낌이 이 소설을 유치하게 볼 수도, 솔직하게 볼 수도 있는 요인인 것 같았다.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 가운데서 의외로 반대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반대말로 오해하고 헤어진 경우가 비단 이들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경험이 깃든 나의 20대 초반이 생각나게 만들어 준 소설이기도 했다.

 

  사소한 오해로 연인에게 상처주고 헤어진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오히려 솔직하게 말을 했더라면 그렇게 많은 상처를 내고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았을 거란 후회가 인다. 솔직하게 말을 해도 오해하는 세상인데 왜 그때는 그것이 진실을 말하는 거라 생각했을까? 소설속의 인물과 행동을 보면서 이상하게 나의 서툴렀던 연애시절이 생각이 났다. 동물원의 코끼리가 죽고 미라가 뱃속에서 나온 사건에서도 드라큘라의 사랑이, 드라큘라를 위해 관을 짜주던 마리의 마음이 의아하면서도 공감이 갔던 건, 나에게도 비슷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게 될 거라고 해서 아무것도 아니었던 건 아니겠지.(21쪽)

 

  이 작품을 통해 저자에게 가장 놀랍고 고마웠던 건 바로 이 사실이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 그리고 사그라져버릴 수 있는 허무하고 무모한 이야기, 때론 꼭 필요한 이야기까지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지 않는 능력.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입을 빌려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들. 그럼에도 독자를 끌어당기는 문체. 인과관계, 작품의 구성에 미흡함이 느껴졌더라도 다음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툴고 심심하지만 우리가 하는 연애가 이런 연애일지도 모를 일이니까.



s****m 2012.11.1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코끼리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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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좋아하는 책이라 올해도 다시 읽은 책처음 읽었을 땐 그저 환상 속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왜냐하면 이 책 속엔 제법 여러 종류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니까주인공과 민구는 엑스 사이고 드라큘라씨와 미라 환생이와 마리 모기 기타 등등, 다 어딘가 이상하고 정체불명의 존재들인데, 드라큘라와 주인공의 입으로 각자의 사랑이야기 혹은 만남과 이별이 전해진다그게 사랑이야?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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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좋아하는 책이라 올해도 다시 읽은 책
처음 읽었을 땐 그저 환상 속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엔 제법 여러 종류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니까
주인공과 민구는 엑스 사이고 드라큘라씨와 미라 환생이와 마리 모기 기타 등등, 다 어딘가 이상하고 정체불명의 존재들인데, 드라큘라와 주인공의 입으로 각자의 사랑이야기 혹은 만남과 이별이 전해진다
그게 사랑이야? 그건 사랑같긴 해 싶은, 이것은 사랑 혹은 연애입니다 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관계들도 있었지만 사랑이라니까, 그리고 그래보였다
결국 만남과 이별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드라큘라와 주인공 역시

지금에서는 사랑이야기보다 삶과 죽음, 특히나 죽음과 이별에 더 큰 무게를 둔 이야기 아니었을까한다
애초에 주인공은 관을 짜는 직업이고 코끼리가 살해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드라큘라가 주연이다
드라큘라가 겪은 무수한 만남은 죽음으로서 이별을 맞이하기도 했고 주인공의 생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동물원의 위령비 속 생령이라는 단어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에-어쩌면 독자까지도 그 안에 묶여있는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고백하자면 사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상하다 라는 게 이 책에 대해 남길 수 있는 한줄평이다
근데 재밌고 아련하고 왠지 위로가 된다
말이 안되는데 천연하게 말이 되는 세계
너는 너말을 믿냐는 민구
본인을 믿지못하는 주인공과 나
최약체같은 민구가 가장 현실을 살고 있는 거 같다

참 이상한 건 꿈같은 이상한 이야기들은 알록달록한 느낌인데 모든 사건이 끝난 후 일상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눈 속의 세상은 왜 이렇게 회색 같을까



#사락독서챌린지 #코끼리는안녕,


YES마니아 : 로얄 h*********2 2024.12.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