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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잠이 깨었다. 일어나보니 새벽 두 시이다.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이미 잠은 저만치 달아나있다. 이럴 땐 억지로 자려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비몽사몽간을 헤 메이다 결국 아침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옆에 놓아두었던 책을 끌어당겼다. 제목도 내 처지와 똑같다. 한시(漢詩)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 [한밤중에 잠깨어]이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쓴 한시를 정민교수가 풀이해 놓은 책이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지은 한시야 이루 헤아릴 수없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자기독백에 가까운 것만 추려서 다산의 시점에서 일기 쓰듯 정리했다고 한다. 물론 저자가 다산에 대한 대연구가인지라, 다산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다산의 시를 번역한 것에 보태어, 그것을 자의적으로 다시 해설한 곳에서는 조금씩은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산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느낄 수 있고, 또한 다산이 조선후기 최고의 석학이었지만, 그 역시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이고, 그리고 우리와 전혀 다를바 없는 보통의 인간임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다산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조선후기 정조때 일어난 신유박해의 와중에서, 경북 포항의 장기로 유배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7개월간 보낸 후, 다시 전남 강진으로 유배지를 옮겨 18년의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에는 총 130여 편의 시가 실려있지만, 그 중 2/3가 장기에서 쓴 시들이다. 그만큼 다산 역시 유배초기에는 할말이 많았는지 모른다. 자기 독백에 가까운 작품들만 모아서인지는 몰라도, 다산은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과 벼슬아치들의 보신에 원망하고 분노를 그칠줄 모른다. 그리고 급기야는 자신이 구렁텅이에 빠졌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탓하고 절망한다. 현재를 살아가며, 불운한 자신의 처지를 탓하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유배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고향에 대한 향수는 한밤중에 잠깨어 있는 시간을 더욱 길게 만들뿐이다. 유배지에서의 외로움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고, 더욱이 병마로 인한 심신의 쇠약은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자신을 놓아 버리게 만들지 싶다. 젊은 날,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터져 나오는 원망에 쩔쩔매면서도 자연과 옛사람들에게서 위안을 찾고, 길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다산의 위대함은 초기의 이러한 분노와 절망에서 빠져 나와,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독서를 하며, 환난에 처한 인간이 지녀야 할 바른 자세가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젊은 시절,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만 깨달음은 항상 뒤에 온다. 비록 늦었지만 그렇게 깨달았기에 수많은 역작들이 빛을 보게 되고, 우리가 다산을 읽는 이유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집을 떠나 이곳에서 생활한지도 이제 만 3년이 지났다. 언제쯤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지, 내가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한때는 무던히도 속이 끓었다. 다행히 다른 것에서 탈출구를 찾지 않고, 책을 읽는 것으로 끓는 마음을 다독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슬슬 다른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술자리가 아마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산의 시를 읽으면서,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나는 왜 한밤중에 잠이 깨어 있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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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하면 왠지 고루하고, 형식이나 향유층이 정해져 있다보니 그 안에 담기는 감성이나 표현마저도 고답적이고 상투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랬는데, 이상하게도 나이 들어 가면서 한시가 점점 좋아졌다.담백한 표현에서 묻어나오는 깊은 맛을 조금씩 느껴가는 중이었다.
그런 중에 만난 '한밤중에 잠깨어'는 내가 읽은 한시 중에서 가장 진솔한 작품들이 아니었다 싶다. 이 책은 정약용이 정조 사후 장기에서 7개월동안,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던 시절 쓴 한시를 모은 것인데, 한시 특유의 체면차리는 표현도 없이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토해내고, 일상 생활을 담고 있어서 시를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일기를 읽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유배지에서 그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느낀 좌절과 불안 그리고 세상을 향한 원망등 그가 느낀 희노애락의 감정들이 가감없이 전해져왔다.
이 책에서는 '장기'와 '강진' 유배 시절로 나누어 시를 배치했는데, 유배생활이 장기간 지속 되면서 정약용의 감정이나 태도 변화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자조하거나, 얄팍한 세태나 타인을 향해 분출하던 서슬퍼렇던 분노는 점차 사그러 들었고, 가족 걱정이나, 유배지 풍경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거나 그곳 생활을 묘사하는 시나 인생을 통찰하는 내용이 점점 더 많아졌다.
정약용 한시의 장점은 번역본만 놓고 보면 한시의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시조에 가까운 분위기가 난다는 점이다. 그만큼 정약용의 시어와 표현은 철저하게 일상적이었다. 벌레, 가자미국, 뱀비늘, 다듬이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의 시어로 표현하고, 생활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미사여구나 거창하고 추상적인 표현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
어린 아들이 밤톨을 부쳐오자 도연명 아들보다 낫다고 은근 자랑을 하면서도 구슬퍼 먼 허공을 응시한다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아들과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부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린 하인이 편지가 가져오자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 답장 대신 뽕나무 수백그루를 심으란 말을 전하라는 엉뚱함을 보이지만, 둥글둥글한 땅덩어리는 본래부터 동서의 구분이 없었다는 표현에선 그의 지론이 잘 드러난다. 다양한 소재의 작품에서 때론 두보의 애상이 묻어났고,가족에 대한 시를 볼 때에는 내 마음이 다 울컥해졌다. 생활의 불편함이라 곤궁함을 솔직하게 드러낼 땐 사설시조같은 소박함이 느껴졌다. ![]()
정약용의 시는 읽는 재미가 있었다. 쉽고, 진솔한 표현들이라 마냥 친숙하게 다가왔고, 이야기처럼 들렸다. 또 유배지에서 어떤 밥을 먹고 어떤 집에서 무엇을 하며 소일하는지, 정약용의 생활이 머리 속으로 그려졌다. 이런 정약용 한시의 맛을 우리말로 되살려낸 것은 단연 정민님이 일등공신이었다. 시를 고르고 번역한, 그리고 풀이까지, 들어맞는 어휘로 번역하고,어려운 어휘와 인물에 대한 풀이는 정약용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리하여 '한밤중에 잠깨어'는 한 인간으로서의 희노애락과 고난을 이겨내고 성숙해가는 정약용의 모습, 그리고 무르익어가는 통찰력까지, 정약용의 인간미와 지성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동시에 정약용에게도 이 한시를 통해 자신의 희노애락을 분출하고 표현했고, 감정을 다스리는 값진 글쓰기가 되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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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기는 아니지만 일기와도 비슷한 글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이 '한밤중에 잠깨어'라는 책도 다산 정약용이 포항 장기와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가서 지은 한시를 모은 것인데 당시 심경등을 한시로 적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일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약용... '목민심서'등을 비롯한 어마어마한 저술을 남긴 조선 후기 실학자로 국사교과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정조대왕과 그를 빼놓고 조선 후기를 논할 수 없을 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여기저기서 자주 접해 왠지 친근한데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정약용, 그에 대해 떠올려보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겉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느낌이 든달까?
18년의 유배 생활동안 남겼다던 저술을 모조리 찾아 읽어보는 건 어려울 지라도 그와 관련된 책이라도 먼저 차근히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삶을 바꾼 만남'이란 책을 통해 그의 몇몇 한시를 접했던지라 여기엔 또 어떤 한시가 담겨있을지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겼다.
유배 초기에 지은 한시가 많다고 하는데 때론 거침없이 때론 절제된 분위기의 시를 읽고 있으면 한때 임금의 총애를 받고 촉망받는 인재였던 그가 순식간에 죄인이 되어 유배를 가게 되니 얼마나 깊은 상심에 잠겼을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가족이 있는 집과 고향을 꿈에서라도 가고 싶어할 정도로 그리움이 가득 배어나온 시는 뭐라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절하기 그지없다.
그 중 하나의 시를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고향 집 팔백 리나 멀리 있으니
이 시를 풀어 읽은 부분이 참 애틋하다.
[ ... ... 비가 와서 먼 산이 뿌옇게 흐려지자 고향 집도 안개구름 속에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나는 비만 오면 안타깝다. ] p121
이토록 마음이 가득 느껴지는 한시를 대하니 능력이 있었으나 세상을 잘못 만난 탓에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동안 초야에 묻혀 죄인으로, 세상사 초월한 은둔자로서 살아야했던 정약용, 그가 더욱 생각나고 그의 삶이 몹시 안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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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읽고 있노라면 마치 시 속에 또 하나의 시와 일기, 두 가지를 보고 있는 듯해 지은 시도, 풀이도 참 인상적이면서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그래설까? 한시에 대해서 점점 더 궁금해지고 어렵더라도 알고 싶고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한층 강해진다. 암튼 어느 비오는 조용한 날, 따뜻한 차와 함께 한자 한자 소리내어 한시를 읽어보면 무척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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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丁若鏞, 1762.6.16~1836.2.22)에 관한 글은, 한승원의 소설 <다산>, 박석무의 <유배지에서의 편지>,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도 읽었는데. 다산선생이 이룩해 놓은 업적을 볼 때, 특히 유배시절에 저술했던 방대한 책의 분량은 놀라울 뿐만 아니라 복숭아뼈가 문드러질 정도로 오로지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는 그분의 의지와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다산 정약용의 삶은 정치에 입문했던 시기, 유배지에서의 시기, 고향으로 돌아와 살았던 시기로 구분지을 수 있다는데. 이 책은, 장기에서의 유배 생활(1801.3.9~10.20 / 7개월정도) 강진에서의 유배 생활(1801.11.5~1818.9.10 / 18년) 유배지에서 보낸 19여년 동안 썼던 한시를 옮겨놓은 책이다.
책의 구성은, 왼쪽에는 다산선생의 한시를 적고 오른쪽에는 정민 선생이 다산 선생의 마음이 되어 풀어쓰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아무리 다산 선생이 쓴 글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학자라 하지만 이러한 구성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민선생이 쓴 풀이글은 쉽게 읽혔지만 다산선생의 마음으로 풀어서 써놓은 글이 감정의 수위조절을 못하고 다소 넘치게 보여 거슬리던 부분이 많았다.
과유불급이었다고 할까. 다산선생의 한시를 풀어쓰기에만 충실했어도 좋았을 책인데 엮은이의 마음은 풀어쓰기를 넘어 감정이 너무 앞서가다보니 정작 다산선생이 쓴 한시가 담고 있는 고유의 진정성이 가려져보였다.
이 책은 두번 읽기를 해야 될 책이다. 먼저 눈이 가던 부분은 아무래도 한시보다는 엮은이가 풀어썼던 부분이었으니 한시읽기의 번거로움(한문을 읽고 뜻을 해석해야하는)은 있겠지만 다산선생의 한시로만 한번 더 찬찬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유배지에서 쓴 한시에는 다산의 맨 얼굴이 그대로 보인다. 그도 인간이었다. 장기 시절 시는 들끓는 마음을 가누지 못해 쩔쩔매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한없이 자신을 자책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속물들을 탄식했다. 하지만 그 자책과 원망이 조금씩 가누어지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는 과정은 환난에 처한 인간이 지녀야 할 바른 자세를 들여다보기에 부족함이 없다."-지은이의 머리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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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길게 말해 무엇하리오.
누구에게도, 그 사람이 필부이든, 범부이든, 영웅이든, 고난의 시기는 찾아온다. 문제는 어떻게 그 고난의 시기를 버티고, 천지사방을 헤매는 마음을 다잡고, 자신을 다시 세우는가이다. 그리고 고난을 거치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다시 선택하는 것이다.
18년의 유배 생활이면 당시로서는 전 인생의 1/3에 해당하는 날들이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이 남긴 정약용의 기록 속에서 살아있는 한 인간을, 그 인간의 위대한 정신을 만난다.
인생은 평지를 걷는 것과는 다르다는 경구를 떠올리며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는 길을, 이 책에서 발견한다. 고난을 만나면 누구나 쓰러지지만 그다음에 다시 일어나면 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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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잠깨어 사람이 어처구니없고 수용할 수 없는 환난에 처한다면, 시대의 질곡 속에서 피를 나눈 형제가 참혹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어린 자식과 여린 아내를 두고 기약 없는 유배 생활을 해야 했다면 어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들에 한밤중에 잠깨지 않을 수 있을 것이며, 어찌 “백 번을 싸워도 백 번 다 지니/ 내가 봐도 얼마나 어리석은지(마음)”하고 한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다산의 장기와 강진 유배 생활의 심경을 진솔하게 토로한 한시를 한학자 ‘정민’교수가 풀어 읽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산의 ‘한시’는 어렵지 않고 고리타분하지도 않다. 시는 쓰는 이의 마음이 읽는 이에게 전해져 ‘흔들림’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다산의 한시는 절제되어 있어 더욱 애틋하다. 대학자의 인간적인 맨얼굴에서 ‘나’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공감되고 편안하다. 좌절을 딛고 평정심을 얻기까지 사람의 마음의 날뜀을 따라 읽으면서 모르는 사이 삶을 대하는 지혜 하나를 얻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뱀 비늘과 매미 날개 끝내 어이 믿겠는가 / 우습구나 내 인생 간데없는 바보로다” 하며 “고작 금방 벗어버릴 뱀 허물과 얼마 못 가 바스러질 매미 날개 같은 재주를 믿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보 같다고 자책하다가도 “거원은 49년 잘못했음 알았지만 / 나는 십 년 더 젊으니 더욱 바랄 수가 있네. / 이제부터 힘을 쏟아 큰 허물이 없게 하리 / 내 옛 분을 그리다가 건실함이 더해지네.” 하며 잘못을 알았으니 되풀이하지 않고 허물을 벗고 더욱 건실해지리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유배초기의 자책과 분노와 회환은 세월을 거듭하면서 “천하의 모든 책을 다 읽고 나서 / 마침내 주역으로 토하려 했지 / 하늘이 머뭇댐을 깨뜨리려고 / 내게 삼 년 귀양살이 내려주셨네.”하고 하늘이 내려준 귀양살이의 뜻을 헤아리며 학문에 전념하는 모습에서는 운명에 순응하며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는 다산의 학자적 면모를 읽을 수 있다.
“일이 없으면 낡은 책의 실을 새로 매고, 표지를 손질한다. 흰 눈이 오면 고운 풍경이 사랑스러워도 금세 녹을 생각 하면 마음이 짠하다. - 중략 - 이런대로 한 인생을 마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비굴하게 고개 숙여 빌지 않겠다. 타협하지 않겠다.”던 생각하는 대로 산 다산의 인간적인 체취가 향기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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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샘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나는 어느새 의관을 갖추고 붓을 든 도화서의 화원이 되어 있다. 시제를 읖조리고는 이내 한시를 그리고 운율을 그리고 있다. 남아 있는 책장이 얇아질수록 너무도 안타까워서 쉽사리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읽있던 줄을 읽고 또 읽고 있다.
이 마음이 내가 정민선생님의 글을 대하는 마음이다. <미쳐야 미친다>와 함께 <한밤중에 잠깨어를> 같이 구입하였다. <한밤중에 잠깨어를> 페이지를 더해 갈수록 장기와 강진 유배지에 가 있는 정약용선생의 마음이 안타까이 다가왔다. 조정에서 일 했을때의 그리움과 버리진 삶의 애초로움과 언젠가는 나를 불러주리라는 초조함이 베어있다. 정조시대의 역사를 아는 만큼 정약용을 알 수 있다면 그 만큼 역사의 한시대에 모든 방면에서 언급되고 집필한 이도 없으리라... 전자기기의 발달로 영어와 이모티콘에 익숙해진 우리들이 적어도 이 책을 마주하게 되면 옛날 우리 선현들이 읽고 외우고 썼던 글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포용하고 배려하고 품어내는지에 감탄하게 한다. 오늘도 정약용선생의 글을 읽으며 잠시 컴퓨터를 끄고 티비를 접어둔다. 나는 오늘, 그 시대의 현인의 눈물을 읽으며 오늘 이시대를 반성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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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서 유배지 풍경을 많이 봤습니다. 간단한 설정만 보고 그저 외로운 생활이겠구나 생각했는데요, 유배지에 대한, 유배생활에 대한 이해를 위한 자료를 보고 격리 이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유배지에서의 삶, 그 고초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삶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고의 석학이었던 사람...
상당의 시간을 한탄하며 보냈을 것 같습니다.
정약용의 유배생활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어떻게...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그 힘든 시간들 속에서 엄청난 업적을 이룹니다. 그리고 그의 시가 있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드러낸 그의 마음을 엿보게 됩니다. 자식을 생각하는 애틋한 부정도...
한밤중에 잠에서 깬다면... 그의 시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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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평생 세 번 유배를 당했는데 충청도 해미(보름), 경상도 장기현(7개월), 전라도 강진현(18년)에서다. 이 책은 장기 유배 시기와 강진 유배 시기에 다산이 지었던 한시를 옮겨놓은 책이다.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경상도 장기에서의 유배 생활이 다산에게는 가장 혹독했던 것 같다. 장기 유배 시절에 지은 시가 강진에서 지은 시보다 훨씬 많이 수록되어 있다.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참고로 정민 선생의 이 책은 박석무 선생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자매편을 이룬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 네살짜리 어린 자식의 죽음을 전해들은 아비의 애달픈 마음, 집안이 폐족이 되어 좌절한 자식들에게 마음가짐과 학문하는 방법을 훈계하는 아비로서의 간절한 바람, 흑산도에서 자신보다 더 외롭게 유배생활을 하는 둘째 형님 손암 정약전에 대한 지극한 그리움, 제자들에 대한 스승으로서의 진솔한 격려와 위로, 불의와 권세에 타협하지 않는 매서운 선비정신 등이 깃들어 있다면, 유배지에서 지은 한시에는 오히려 자책하고 분노하고 불평하고 탄식하는 다소 그늘진 다산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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