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은 처음 읽어보는 헤르만 보로흐의 책이지만 첫문장부터 내 마음에 딱 들어왔다. 위대한 시인의 하루를 소재로 삶과 죽음 예술과 인생의 관계를 유려하고 숭고하게까지 느껴지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아마 곁에 두고 오랫동안 읽을 책이라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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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블랑쇼의 『도래할 책』에 블로흐의 『몽유병자들』과 함께 이 책에 대한 비평이 실렸다고 하는데, 이 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누구라도 그 글들을 읽어보고 싶어질 것 같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목차를 살펴보면, 모리스 블랑쇼는 『몽유병자들』의 경우 컨셉을 '논리적 현기증'으로 잡고, '맥락 없이 조각 난 인간', '한 사람 속 여러 작가', '운명은 논리'라는 개념으로 이 소설을 비평한 한편,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은 '통일성의 탐구'라는 것을 핵심으로 잡고, '마지막 날의 내적 언어'와 '통일성의 유혹'에 포커스를 맞춰 이 소설을 비평하고 있다. 이 난해하고 방대한 소설을 읽다가 길을 잃어버린 독자들에게, 블랑쇼의 이 정리가 어느 정도의 힌트나 가이드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 자체로 긴 여행 같던 기나긴 분량의 이 역사소설을 통해 로마 제국과 그 시기를 대표하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접하고, 『아이네이스』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재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물, 불, 흙의 세 챕터를 지나 마지막 챕터가 공기였다는 점, 그리고 거기에 '귀향'이라는 제목을 덧붙였다는 점, 소설을 총 4부로 구성했다는 점 등을 유의해서 본다면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면서, 블로흐가 이 소설을 통해 그리려고 했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