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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자인 비코(1668~1744)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문학을 전공하기에 그동안 근대 이전 서양의 학자들이나 그들의 이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겠다. 신화로부터 상징의 화소들을 이끌어내어 그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론은 지금의 시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겠지만, 아마도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당시에는 새롭고 낯선 방법론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왜 ‘문화인류학이나 민속학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당시로서는 새롭다고 할 수 있는 자신의 확고한 방법론을 구축하고, ‘감각’이라는 개념에 주목하여 각 시대의 생활감각과 역사 감각의 이해가 문화 해석의 관건임을 설파했다. 실제 역사의 흐름을 보면 합리적으로 설명되기보다 이성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요소’에 의해서 전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비코는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해서 인간의 삶과 역사의 흐름이 ‘불완전한 종교 형태’에 기대고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여러 민족들이 서로 알지 못하던 때에, 자연법은 각 민족에게서 개별적으로 발생했음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이후 이러한 자연법은 전쟁이나 사신 교환 등 교류의 결과로 보다 넓게 확산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제 국민 공통의 본성에 대한 새로운 학문의 원리’(1725)이며, 이후 <새로운 학문>으로 알려지면서 역사를 중심으로 여타의 사회과학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전체 5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의 서문을 대신하여 ‘저작의 이념’을 권두에 내세운 것도 특별하며, 저자 자신이 내세우는 ‘원리의 확립’을 제1권에서 제시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란 ‘신의 시대’에서 시작되어 ‘영웅의 시대’와 ‘민중의 시대’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 원류로서 그리스 신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가부장적인 질서가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이념이 근대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2부에서는 ‘시의 지혜’라는 제목으로 그리스 신화를 비롯한 풍부한 자료들을 근거로 ‘시적 형이상학’이나 ‘시적 논리학’ 등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자신의 논리를 개요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제2권의 체제는 ‘서론’을 포함하여 모두 11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3권에서는 ‘참 호메로스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그를 ‘노래의 형식으로 역사를 이야기한 시대의 ... 영웅적 상징 인격’이라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어지는 제4권에서는 ‘제 민족이 걸어온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신의 시대’와 ‘영웅의 시대’ 그리고 ‘민중의 시대’가 지닌 특징을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마지막 제5권에서는 ‘제 민족이 재귀(再歸)했을 때 생긴 문명의 반복’이라는 제목으로, ‘재귀 야만시대’가 과거 ‘야만시대’를 그대로 반복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학문’이란 결코 타락하지 않은 그 감정을 학자들이 존중하여 무한한 신의 지혜로 나아가기 위해 추구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종교적 우위를 주장하는 그의 방법론은 비코가 발딛고 있던 당시 유럽의 세계관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논의되지만, 현재의 시각에서 인류학과 민속학의 의미를 재구축하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한 것이라고 파악할 수 있겠다.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