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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치버가 바라보는 삶에 대한 공허한 슬픔을 어떻게 마주해야할지 나는 당최 모르겠다. 항상 삶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라 온다'는 이 말에 '희망'을 걸고 살아가고 있건만, 치버가 바라보는 삶은 모순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이 '왑샷 가문 몰락기'는 '왑샷 가문 연대기'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심각한 알코올 중독 증세 등 여러 문제들에 시달리면서도 기적적인 집필 활동으로 5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라선지 그가 말하는 "삶이란 위험한 도덕적 여정"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몰락기다. 그래서 이 '왑샷 가문 몰락기'는 유독 더 음울하고 비관적이다. 뚜렷한 중심 사건이 없이 등장인물들의 삶이 산만하게 흩뿌려진 느낌은 '왑샷 가문 연대기'와 비슷하지만, 치버 특유의 모순 속에서 '웃음' 코드를 뽑아내는 재치보단 공허함을 채워주는 '술'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그렇게 '술'로 시작하여 '술'로 끝을 맺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의 오랜 친구이자 '뉴요커'의 편집자인 윌리엄 맥스웰의 말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기계처럼 왑샷 가의 삶들은 끝을 모르는 것처럼 진행된다. 물처럼 자연스럽게 술처럼 술술술.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30분을 알렸다. 그 조잡한 쇳소리 때문에 루치아나가 생각났다. 서로를 구속하는 사랑이라는 행위의 유치함과 타당성도. 그녀를 생각하니 상실감이 사라졌다. 그는 옷이 젖었는데도 허리를 곧게 폈다. 아, 바람과 비, 그리고 기꺼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품에 앉는 기분이라니! 그는 커다란 개똥 더미를 밟았다. 그것을 구두에서 긁어내는 데는 거의 5분이 걸렸다. (p.232)
그렇게 술술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는 우연들이 삶을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그만의 방식들이 이 '왑샷 가문 몰락기'에선 극에 달했다. 마치 만취한 상태에서 살얼음판을 위태롭게 걸으면서도 그 술기운 때문에 간신히 버티고 즐기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이 '왑샷 가문 몰락기'의 아슬아슬함을 그저 맥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을 땐, 술 한 잔만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등장인물처럼 술을 무척이나 간절하게 찾게 된다. ㅡ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권하는 슬픈 술이 나는 무척이나 좋았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우리들의 삶들! 평범한 듯해도 벗겨보면 부패와 타락과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들!을 거침없이 드러내놓고, 위로의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술 한 잔만을 건네는 그의 무뚝뚝한 솔직함이 더 애처롭고 따뜻해서 중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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왑샷 가문 연대기 이후 7년 뒤에 존 치버는 몰락기를 들고 세상에 왑샷 가문을 알리고자 한다. 연대기와는 다른 제목인 몰락기는 제목부터 침울하다. 무언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문의 비극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무엇 때문에 존 치버는 움울한 내용을 담으려하는 것일까? 리앤더는 전편의 마지막에서 죽음을 마지하고 그의 아내 새러 역시 2년뒤 사망한 다음의 이야기가 된다. 등장인물 중에 모지스, 코벌리, 오노라 왑샷과 코벌리의 상사인 캐머린이 등장을 한다. 전편과 비슷한 구성으로 단락은 이사람 저 사람을 왔다 갔다 하면서 동일 시점에 각자가 격고 있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오노라 왑샷은 자신의 재산을 신탁하고 세금을 내지 않아 가문을 전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버리지만 그는 왑샷 가문의 여인으로 가문을 사랑하고 죽음도 집에서 스스로 맞이할 정도로 가문을 사랑하며 세상을 등지게 된다. 모지스의 아내 메리사는 연하 아니 거의 미성년이라 할 정도로 어린 남자아이와 외도를 하게 되며 그의 마음은 황폐하여 간다. 코벌리의 아내 벳시는 어릴 적 계부에게 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비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며 코벌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멜리사와 부정한 관계를 맺는 밀러는 19살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인 회의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인물로 등장한다. 코벌리는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 캐머린을 만나면서 자신의 행동의 정체성을 잃어 버리고 오노라의 행동은 자신을 직장에서도 위험한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이렇듯 왑샷 가문 몰락기는 우울한 분위기를 감추지 않고 주인공들이 겪는 파산의 혼란과, 혼외정사, 미성년자와의 부적절한 관계, 괴팍한 상사에 의한 사회생활의 말 못할 고민, 미덕에 대한 배반, 어린시절 상처가 성인이 되어 그의 생 전반을 사로잡는 일 등 전체적으로 사회적으로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을 에피소드로 구성하게 된다. 몰락기라는 제목에서 상상한 것만큼 그들은 많은 고민과 갈등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왑샷 가문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문의 명예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부단히도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자신들을 힘들게 만들어 주어도 그들은 쇠퇴한 집안의 사람이지만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우울하고 칙칙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 들이다. 몰락기라는 표현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냥 평범한 일상을 조금 우울한 일상을 표현하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감추려 하여도 나는 세상을 향해 나의 존재를 알려야 하기에 그 들은 또 다시 열심히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허공으로 존재를 알리기 위해 밀어 올라가는 뾰족 탑처럼 말이다. 이 마을이 지구라는 주위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해 버리고 지붕과 뾰족 탑들은 허공으로 높이 밀어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 Page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