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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나를 쓰다-35년차 국어교사 이상석의 글쓰기 수업
"지금 여기 나를 쓰다-35년차 국어교사 이상석의 글쓰기 수업" 내용보기
P19. 글은 말에서 나왔고 말은 자기 삶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삶이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된다'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자면 삶이 풍부하고 알차야 한다. 어떤 삶을 살았는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의 글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글만 따로 떼어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 바탕은 삶이다. 삶이 풍부해야 글감도 풍성해지고 삶이 건강해야 글도 건강하다. 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
"지금 여기 나를 쓰다-35년차 국어교사 이상석의 글쓰기 수업" 내용보기

P19. 글은 말에서 나왔고 말은 자기 삶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삶이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된다'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자면 삶이 풍부하고 알차야 한다. 어떤 삶을 살았는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의 글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글만 따로 떼어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 바탕은 삶이다. 삶이 풍부해야 글감도 풍성해지고 삶이 건강해야 글도 건강하다. 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집-학교-학원-집만 오가는 아이들한테서 좋은 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는 요즘 EBS라디오를 즐겨듣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할 때는 영어뉴스를 알려주는 "모닝스페셜" 그리고 아침을 먹고 차 한잔 할 때는 법률상식을 알려주는 "오천만의 변호인" 그리고  빨래를 널고 책을 볼 때는 "시 콘서트" 와 "책으로 행복해지는 12시"....

이유는 다른 방송보다 무척이나 건전하고 아이가 있다보니 교육에 관심이 가서 이다. 그리고 추천하는 곡들도 최신곡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러고 보니 EBS라디오 예찬론자가 되어버렸다.

한참 라디오를 듣다가 책과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라디오 진행자와 인사를 나누는데, 왠 구수한 부산사투리를 구사하는 작가분이 나오셨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는데, 35년동안 국어교사로 일하셨던 이상석 선생님이셨다. 그리곤 "지금 여기 나를 쓰다"라는 본인이 쓴 책을 소개해 주셨다. 책에서 나온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어찌나 재미있고 더 읽고싶던지, 방송이 끝난 직후 바로 이 책을 구매해 버렸다.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글과 더욱더 가까워 질 수 있을까? 고민하시다가 "시 한편만 외우면 수행평가 A를 주마"라며 아이들을 유혹?아닌 유혹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아이들은 점점 글쓰기에 즐거움을 느끼고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책을 보다가 감정이입이 되어 울컥했던 글도 있었고 순수함에 엄마미소를 짓게 된 글도 많았다. 몇 가지 공유해 보고 싶다.


시작이 반-"써 놓고 보면 자기 글을 사랑하게 될걸"

P70-71. 정말 싫다./ 국어시간에 글과 시를 쓰는 것이/ 정말 싫다./ 글과 시를 적으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국어 선생님도 정말 싫다./ 산문과 시를 적으라고 할 때/ 정말 싫다./ 정말 싫다./ 시를 적자고 하면/ 난 잠이 온다./ 국어 시간이 정말 싫다./ 

정말 종호는 이런 마음인 모양이다. 얘는 다른 수업 시간에도 늘 잔다. 우락부락한 성격이지만 아주 순박한 아이인데...우리 둘은 서로 믿고 좋아하는 사이인데...그렇지만 글쓰기는 고역인 모양이다. 이 글도 3분 만에 쓰고는 엎드려 버렸다. 하는 수 없지만 이런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곘다. 글 욕심내지 말자.


이 시는..종호학생이 국어 시간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여실히 나태내는 3분만에 써 내려간 자작 시 이다. 선생님도 이런 학생들에게 글 욕심내지 말자고 적어 놓으셨다. 하지만 3분만에 국어시간이 정말 싫다는 뉘앙스를 주는 시에서는 일등일 것 같은 글이다. 
 

마음의 눈으로 오래 머물기-"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줄 아는 이가 시인이다"


P108-109.
생선 장수 아주머니
고2 김명수

집으로 가는길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져 간다.
늘 다니던 시장터 옆 작은 골목
변함없이 골목 들머리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생선 장수 아주머니
늦은 저녁인지 파리가 날아다니는
생선 대가리 옆에는 
양푼에 한가득 비빈 밥이 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는 파마머리에
키가 조그마한 아주머니가 
주름투성이 투박한 손에 낡은 칼을 들고
생선 대가리를 쳐댄다.
한참을 바삐 손질한 생선 두 마리 봉투에 싸
손님에게 건네주고는
돈 받아
생선 비늘과 내장이 말라붙은 앞치마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그리고는 다시 양푼을 손에 들고
파리를 쳐내며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한다.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2005.7)


선생님은 '고2 김명수' 학생을 '시인 김명수'라고 소개하며 이 글을 소개했다. 마치 생선 장수 아주머니가 내 눈 앞에 있는 모습이었다. 자세한 관찰의 눈이 있기에 이런 글이 나왔겠지? 그 생선 장수 아주머니는 얼마나 지나 식사를 마치셨을까? 바로 손님이 또 오지 않았을까? 아마 그 이후에도 생선 장수 아주머니에 대한 시를 또 쓰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쫄지말고 자기 보살피기-"나도 공부를 잘 하고 싶다'

P206.
아빠와 나
고3 변규석 

2006 독일 월드컵
우리 가족은 축구를 보고 있었다.
뜬검없이 아빠가 내게 말했다.
"니 학교 공부 열심히 하고 있나?"
"잘 하고 있다."
"맨날 잘한다 잘한다 말만 하고 
좋은 대학 갈라믄 그렇게 해가꼬 택도 없다."
맞는 말이지만 왠지 화가 나서 큰소리로 말했다.
"좋은 대학 갈라고 진학반 갔지, 취업할라고 진학반 갔겠나!"
"이 자슥이 어디서 큰소리고, 니가 천날만날 
컴퓨터 오락이나 처하고 있으니깐 그라지!"
그 말을 듣고 나니 다시 할 말이 없다.
엄마는 조용히 통닭만 먹고 있다.
아빠도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토고에게 이긴 축구 경기를
우리 가족은 침묵 속에서 보았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방을 나오니
"잘 잤나?"
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아침 인사를 해주는 아빠를 보았다
(2006.6)


아버지와 아들의 구수하지만 격한 대화가 오고간다. 아버지는 화도 나도 감정도 복받쳐 "처"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셨다. 그 와중에 엄마는 조용히 통닭을 드시고...

즐겁고 환희에 차야 할 승리는 정적과 침묵과 함께 였다니..너무 감정 이입이 된다. 나도 선생님 처럼 글을 읽는 내낸 상황 이입이 되고 장면이 상상이 되어 무척 웃었다. 마지막에 아버지의 "잘 잤나?"라는 3 글자가 정적을 깨며 아들의 서운함을 달래주었다.


이렇게 다양한 글과 시에서 선생님께서 교사시절 느끼셨던 감정 그리고 글쓰기의 노하우를 작은 책에 잘 녹여 기록하셨다. 그리고 글쓰기는 어렵게 접근하지 말고 기쁘고 즐겁게 접근하라고 알려주신다. 그렇다면 '글쓰기 공부가 기쁘고 즐거우려면 어째야 할까?" 선생님께서는,

첫째. 자유롭고 거리낌없이 말하자.

둘째. 재미와 기쁨이 있어야지.

셋째. 제 줏대 하나는 가슴 한복판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어야!

라고 정리해 주셨다.




글은 말에서 나왔고 말은 자기 삶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라는 말을 너무나 공감한다. 내 삶을 드러내고 나의 인격을 드러내는 글쓰기는 말하기와 더불어 내가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인것 같다. 여운을 주고 내가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본질을 알려준 책 이었다. 이 책을 글 쓰기가 어렵게 느끼지는 분 들에게 추천한다.




b*****o 2019.05.2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