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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시작으로 나는 유유출판사의 책들을 읽었다. 한참을 읽다가 책을 쓴 사람이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고, 이 책을 쓴 사람의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긴 하지만 왜 그렇게 당연히 여자가 쓴 글이라고 생각했을까. 왜 내 머릿속의 교정 교열자는 여성인 것인가 등등으로 복잡한 생각을 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동사의 맛>을 사놓고 차일피일 미루며 읽지 않고 있다가 <만화 동사의 맛>으로 읽었고, <소설의 첫 문장>을 읽으며 더 이상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이 꺾였으며, 유유출판사로 알게 되었던 작가들이 최근 더 이상 유유출판사에 내지 않는 이유가 뭘까 혼자 궁금해하며 김정선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의 전작들이 "말"에 관한 책이었다면 이번엔 에세이다. 가르치려고 한 적은 없었겠지만 어쨌든 책을 만들며 만났던 이상한 문장들에 관한, 아니면 동사의 쓰임에 관한 책들이었으니 독자로서는 그에게 어떤 "배움"을 받았었다. 이번엔 공감이다. 오후 네시. 뭔가 시작하기엔 늦고 하루를 접고 마무리하기엔 애매한 그런 시간. 그는 그 이름으로 인터넷 서점 블로그를 몇년 동안 운영해왔단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모은 것.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부러(?) 그런 과거를 가지는 것일까. 그가 펼쳐놓은 어린시절의 기억들은 어쩌면 숨기고 싶은 것들일 수도 있는데 무척이나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작가는 작가. 꽤 예민하게 세상을 보는가 싶은데, 어떨땐 엉뚱한 상상으로 빠져들어간다. 뭐 이런 시덥잖은 농담을 해, 싶다가도 돌연 진지해진 그의 모습에 무한공감을 하며 읽었다. "악마는 늘 두 번 찾아온다. 한 번은 시련을 주러, 또 한 번은 그 시련 값을 받으러" 로 시작하는 글은 좀 섬찟했다.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늘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지만 더 힘든 일이 일어나는 신기한 경험을 몇 번 하고나니 이 말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련을 주는 것도 모자라 그 값을 받다니. 못된 악마같으니라고. 악마는 결코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악마의 손에 우리의 영혼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터널 끝을 가득 채운 빛무리처럼 그렇게 한껏 부풀려진 시련의 의미를 고스란히 되돌려주어야 한다. 시련은 내가 겪어낸 것이 아니라, 그저 바람처럼 지나가버린 것이라고 여기면서. 자신의 삶을 어중간한 오후 네시로 비유해놓았지만, 교정 교열자로서의 그의 삶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도 아닌 것이 짧은 글이지만 많이 공감되어 옮겨본다.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움이 먼저라는 걸 사랑이니 연애는 하는 말은 저 뒷전으로 밀어놓아야 한다는 걸 내가 먼저고 당신이 그다음이라는 걸 보고 싶은 마음도 소유욕도 심지어는 약속이니 맹세니 하는 말도 그리움만 못다하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국어사전은 그 정갈한 순서를 때로는 규칙이 가장 따뜻하다는 걸 국어사전의 사랑법 오후 네 시, 차를 마시며 지나간 하루를 되새겨보고 남은 시간을 다시 시작하는 휴식의 순간, <오후 네 시의 풍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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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에, 우리는 ‘누구’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오후 네 시’를 응시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어색한 이들에게 보내는 신호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의 저자 김정선이 5년간 쓴 60편의 에세이. 저자는 ‘평생을 남의 삶을 살 듯, 시차 적응에 실패한 여행자처럼 살아온’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시간이 오후 네 시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