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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헤밍웨이의 영향에 푹, 귀까지 잠겨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심지어 헤밍웨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처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우리가 헤밍웨이의 제자라는 정체성을 부인하기라도 하듯 우스꽝스럽게 흉내내긴 했지만 말이다. 그건 네 침대고, 좋은 침대이며, 너는 그 침대를 정리해야 하고, 잘 정리해야 한다, 하는 식으로. 아니면 이런 식이었다. 오늘은 미트로프의 날이다. 미트로프는 끝내준다. 미트로프는 끝내주지만 미트로프가 사라진 다음에는 미트로프를 먹지 못한다는 것이 비극이 될 테고 미트로프를 주는 자는 더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p.33
미국의 어느 명문 사립고, 이곳에는 학기에 한 번씩 유명 작가를 초청하는 전통이 있었다. 초빙 작가가 오면 학생 한 명을 뽑아 작가와 개인면담을 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학생들은 그 영예를 누리고자 초빙 작가가 시인이면 시를, 소설가인 경우에는 소설을 투고했다. 초빙 작가는 학교에 도착하기 일주일쯤 전에 우승자를 가렸고, 그러면 우승자의 시나 소설 원고가, 좀 지나서는 우승자와 초빙 작가가 교정의 정원을 함께 걷는 사진이 학교 신문에 실리곤 했다. 관습에 따라 이 경연에는 졸업 학년인 6학년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음 번 초청 작가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라는 사실이 공표된다. 학생들은 그 소식에 환호한다. 휘파람소리, 고함소리, 바닥을 쿵쿵 굴러대는 발소리, 주먹으로 식탁을 치는 소리로 실내가 미친 듯이 소란스러워진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존경 받는 작가였던 헤밍웨이가 온다는 소식에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치열한 경쟁이 곧 시작될 예정이었다. 주인공인 '나'는 세상 모든 작가들 중에서 헤밍웨이를 가장 존경했고, 존경심이 너무 강해서 그의 단편소설들을 베끼며 필사를 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너무도 당연하게 이번에는 자신의 소설이 우승하리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 문학에 관심이 있던 소년들만 흥분한 것이 아니라, 거의 전교생이 소설을 제출하겠다고 타자기 앞에 틀어박힌다. 그간 쿨한 척, 연연하지 않는 척 고상을 떨던 학생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의 우상이었던 헤밍웨이의 인정을 통해 중요한 인물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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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만들어내는 삶은 글로 적을 만한 삶이 아니다. 작가의 삶이란 작가 자신도 모르게 이어지는 인생이고, 정신이 하는 일과 거기서 나는 모든 소음으로 덮여 있는 인생이며, 불조차 밝히지 않은 수직 통로, 유령들이 저마다 메시지를 가지고 분투하며 우리를 향해 오다가 서로를 죽이고 마는 그 수직 통로 저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인생이다. 어쩌다 그 유령 중 몇몇이 살아남아 작가의 관심이 미치는 곳까지 뚫고 나오면, 작가는 그 유령을 커피를 더 채워주러 오는 종업원처럼 덤덤히 맞이하는 것이다. p.276
기숙사 사방에서 타자 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다들 자신의 작품이 걸작이 될 거라며 으스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 문단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진실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나는 그저 종이에 단어를 옮겨놓고 있다는 단순한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 계속해서 헤밍웨이의 단편소설들을 천천히, 곰곰이 생각하며, 하루에 한 페이지씩 타이핑해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 자신의 이야기로 향하게 해주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그러던 어느 날 다른 학교의 문학잡지를 한 권 읽다가 놀라운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 오 년 전 과월호였고, 파티를 대비해 집을 단장하는 여자의 얄팍함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신이 그 동안 갈구해왔던, 자신이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진실로 가득한 그 소설을 읽으며 나는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걸 쓸 때의 기분을 느껴 보고 싶다는 마음에 새 종이를 타자기에 끼워 넣고 한 자 한 자 자판을 쪼아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단어, 한 단어씩 나는 모든 것을 쏟아놓는다. 이름을 바꾸고, 배경이 되는 도시를 바꾸고, 다른 세부사항을 정돈했지만 그렇게 많은 수정은 필요 없었다. 그 소설 속 생각들이 내 생각들이고 그 삶이 바로 내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이후에 그 작품으로 인해 벌어지게 될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우리시대의 헤밍웨이'이자 미국의 장/단편소설, 회고록 작가 토바이어스 울프의 대표 장편소설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울프의 작품이다. 그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는데, 가수 타블로를 지도한 인연으로 국내에 알려지기도 했다. 그로 인해 이번 작품의 추천사를 타블로가 쓰기도 했고 말이다. 미국 명문고의 '문학버전 스카이캐슬'이라는 평처럼, 이 작품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시종일관 설레게 만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극중에 등장하는 “실수하지 마십시오. 진실이 담긴 글은 위험한 물건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수도 있으니까요.” 라는 대사처럼 문학이 가진 힘과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문학을 읽는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사유하고 있어 더욱 매혹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소설과 소설가에게 바치는 찬가'라는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런 작품이었다. 문학과 함께하는 삶, 문학을 통해 감동하고 변화하는 삶, 그리고 문학을 만들어내는 삶에 대한 로망이 있는 당신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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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 #토바이어스울프 #문학동네
미국의 한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문학과 작가를 이야기 하는 책. 계급과 명예가 지배하면서도 ‘문학적 전통’을 중시 여기는 이 학교에서는 학기에 한 번씩 유명 작가를 초청한다. 그리고 그 작가와의 일대일 만남을 얻기 위해서는 교내 문학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된다.
‘나’는 중산층 집안 출신과 유대인 핏줄이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학교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학교를 찾아온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진다. 나 역시 헤밍웨이를 만나기 위해 스스로의 가식과 허위를 깨부수는 글을 쓰고 우승을 차지하여 그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되지만 그 글은 내가 제출했지만 내가 온전히 쓴 글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헤밍웨이를 만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게 되고 글쓰기를 손에 놓은 채 방황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떠났던 학교에 초대를 받는 작가가 된다.
헤밍웨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영미 소설을 많이 안 읽어서 그런지 낯선 작가들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등장하는 실존 작가들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도 학교 내에서 글을 쓰는 소년들의 모습과 경쟁, 그리고 ‘나’의 모습을 읽어가며 그 시절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문학을 읽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문학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해보면서도 굳이 그런 효용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헤밍웨이가 소설 속 ‘나’의 글을 칭찬하면서 해주는 조언이 왜 이렇게 마음에 와 닿는지. 앞으로도 더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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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을 조심하고. 책을 읽으세요. 제임스 조이스와 빌 포크너와 이자크 디네센을, 그 아름다운 작가의 글을 읽으세요. 스콧 피츠제럴드도 읽고. 친구들을 꽉 붙들고 있도록 하고요. 지독하게 일하고 어디 다른 데 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돈을 벌도록 하세요. - 241쪽
글을 만들어내는 삶은 글로 적을 만한 삶이 아니다. 작가의 삶이란 작가 자신도 모르게 이어지는 인생이고, 정신이 하는 일과 거기서 나는 모든 소음으로 덮여 있는 인생이며, 불조차 밝히지 않은 수직 통로, 유령들이 저마다 메시지를 가지고 분투하며 우리를 향해 오다가 서로를 죽이고 마는 그 수직 통로 저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인생이다. - 276쪽
#영미문학 #미국소설 #소설 #문학 #책읽기 #독서 #책 #도서 #책추천 #도서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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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고, 대부분의 학생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집안 출신이지만 중산층에도 속하지 못하는 장학생인 주인공. 다른 어떤 과목보다 "문학"을 우선시 하는 학교의 학풍 속에서, 초빙 작가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문학 경시대회는 최고의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내세울게 없는 주인공은 이 기회에 더 몰두 하고, 모든 것을 이미 가지고 있는 동급생들 또한 더 집중한다. 다 가진 그들에게는 자신의 진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기회이니까. 학교를 방문할 예정의 작가들은 로버트 프로스트, 아인 랜드, 그리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최고의 시인과 센세이셔널한 작가, 당대 최고로 인정받는 헤밍웨이가 온다는데 학교가 술렁일 수 밖에 없다. "올드 스쿨"은 이 대회를 위해 작품을 쓰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이, 문학이 어떤것인지 보여준다. "그 모든게 토요일 아침의 우리집과 똑같았다....내게는 그 아파트의 모든 것이 보이고 들렸다. 나 자신이 거기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보고 싶지 않았다. 더 나아가 누구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으면 했다." 자신의 배경을 숨기고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주인공은 로버트 프로스트를 만날 수 있는 기회에서, 진정성이 드러나는 시대신 다른 시를 제출하고, 당연히 시인을 만날 기회는 다른 학생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다음에 학교를 방문하는 작가는 아인 랜드, 주인공은 아인 랜드의 소설에 푹 빠져버리고 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아인 랜드 실제로 있는 소설가? 아니면 만들어낸 창작된 캐릭터인가 궁금해 하면서 그 장을 끝내고, 파운틴헤드와 아틀라스가 한국에서도 출판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인 랜드가 너무 나약하다고 비판하는 헤밍웨이 소설속의 주인공들, 아인 랜드의 비판에서 오히려 자신을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헤밍웨이의 소설을 타이핑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주인공 "그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를 나자신의 이야기로 향하게 해주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아직까지는 별로 운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래도 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를 계속 견뎌나갔다" 아인 랜드, 헤밍웨이, 그리고 우연히 읽게 된 다른 학생의 소설을 통해, 드디어 주인공은 글을 통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된다. 결국 헤밍웨이와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지만, 이것은 또한 주인공의 운명을 다른 길로 이끄는데.. 학교에서 문학 창작을 가르치는 교수라서 그런지, 읽다보면 소설속에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소설이다. 솔직히 소설로 만나기보다는 문학강의로 만나면 훨씬 더 좋을 작가이기도 하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친구의 말을 빌려서, "어쩌다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 여자 캐릭터가 내 손에서 빠져나가더라고, 그런 경험 해 본 적 있어?네가 창조해낸 어떤 등장인물이 갑자기 진짜 사람처럼 변해버리는 경험말이야." 소설의 주인공이 책에서 걸어나와서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그런 경험은 아쉽게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학교에서 문학을 두고 경쟁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얘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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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 #토바이어스울프 #장편소설 #강동혁 옮김 #문학동네 #6월뭉클선택도서 #구매한책 #서평 #북리뷰 #독서기록 #book #bookreview #novel 6월 뭉클이 선택한 책, “올드 스쿨” 의 작가 토바이어스 울프는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우리시대의 헤밍웨이’라고 불리운다고 한다. 1960년대, 계급과 명예가 지배하는 미국의 어느 명문 사립고등학교, 문학적 재능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는 이곳에는, 유명 작가를 초대하는 전통이 있다. 교내 문학 경연대회 우승자는 초대 작가와 개인 면담을 할 수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 아인 랜드가 초청되고, 주인공이 졸업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초대된다. 주인공은 전액 장학금으로 이 학교에 다니는데, 유대인 핏줄과 중산층임을 감추고 있다. 헤밍웨이를 추종하는 주인공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다 해서는 안 되는 일를 저지르는데.. 작가 지망생 소년의 성장 일기를 본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문학 소설이다. 유명 작가들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며 문학적 재능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흔히 꼽는 헤밍웨이의 덕목. 솔직함. 그의 글을 읽으면 소설 속 주인공에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곤하는데, 이 소설 또한 그러하다. 작가 소개에서 미국의 중, 단편 소설, 회고록 작가라는 표현을 보는 순간, 이 소설 또한 회고록 소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옮긴이 또한 그렇게 말한다. 작가 자신의 경험과 완전 분리된 전적인 창작물이 과연 가능할까? 만약 있다 하더라도, 순수한 상상으로 쓰여진 작품이 설득력이 있을까?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일컫는 많은 훌륭한 작품들에는 어렴풋이나마 작가가 살았던 시대, 사회, 작가의 성장 배경 등이 녹여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가라는 직업은 참 어렵다고 생각된다. 자신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하다못해,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길 때에도 나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떠나서 쓰기 어렵다. 문학적 재능이 있으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주인공을 보며 한때 문학 소녀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싱긋이 웃는다. 북클럽 문학동네에서는 매달 뭉클한 선택이라는 코너를 통해, 책을 추천한다. 뒤늦게 가입해서, 이번에 처음으로 추천하는 책을 읽는데, 책갈피로 쓸 수 있는 ‘book character card’ 와 메모지 등 여러 리딩 가이드가 있다. 100% 활용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유용하다. 무엇보다도 일단 첫 만남으로 마음에 드는 소설을 만났다. 나도, “소설이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없지(p232)”. ? 진실이 담긴 글은 위험한 물건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수도 있으니까요.p89 인간은 날아오르기 위해 태어난 존재야. 그런데도 당신은 무릎 꿇기를 선택하다니! p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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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인 토바이어스 울프의 작품이다.
시대적인 배경은 1960년대 닉슨이 물러나고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오른 이 시대에 화자의 중심으로 그린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학생으로 사립학교에 들어간 화자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 환경에서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들 나름대로의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자신들이 이미 갖추고 있는 것 외에 스스로의 자립으로 성취를 이룬 것만 인정한다는 동의하에 이루어진 선의의 경쟁은 이 책의 초반에 등장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그런 가운데 화자가 활동하고 있는 문학 클럽활동인 문학잡지 <트루바두르>는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나 투고를 할 수 있고 채택이 된다면 그것 또한 자랑거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학교의 전통이자 자랑거리라면 유명 작가를 초청해서 작가가 여러 글들 중 선택해 뽑힌 학생과 면담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미 교장과도 친분이 있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경연은 화자의 동급생이자 문학잡지 <트루바두르> 편집장 조지 켈로그가 뽑히는 영예를 안는다.
이후 화자는 다음 초청 인사인 아인 랜드의 작품에 빠져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에 벗어나 작품에 흠뻑 빠져 작가의 글 속에 녹아 담긴 그 모든 것에 대해 완벽함을 가졌다고 생각했으나 이마저도 허구의 한 부분임을 깨닫게 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현실적인 바탕 위에 드디어 헤밍웨이가 초청인사로 오게 되는 과정들은 그 누가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은 정도의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한편 화자는 5년 전 여학교의 여학생이 쓴 글을 읽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같은 제목의 글을 써서 드디어 뽑히게 되지만 이는 곧 표절이란 이름으로 발각이 되면서 퇴학과 유명 대학마저 입학을 할 수 없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이리저리 떠돌던 생활의 연속,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화자는 모교였던 학교로부터 초청 인사이자 선배의 자격으로 강연을 해 줄 것을 부탁받게 되는데...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에 뒤편의 해설을 읽어보니 화자와 저자의 삶이 너무도 많이 닮아있다. 그것이 문학이란 토대 위에서 보이는 진실과 허구의 적절한 묘사와 긴장감을 유도한다고도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만큼 화자가 갖춘 환경들이 자서전처럼 비친다.
이를테면 유대인이지만 가톨릭교도처럼 생활하는 모습들,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들었던 흥얼거림이 나치 행진곡이란 사실조차 모른 채 홀로코스트를 격은 학교 수위 앞에서 무심코 콧노래로 흥얼거린 사건의 진행은 미국 내에서 존재하는 유대인들이 갖는 의식들과 미국인들이 바라보는 유대인에 대한 인식들, 같은 가까운 학우 사이라도 같은 유대인이지만 결코 겉으로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다는 식의 의식들은 특히 사립학교라는 환경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의식 내지는 자신의 혈연 뿌리에 대한 인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읽으면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클럽 활동이 연상되기도 하고 리플리처럼 자신의 환경을 다른 동경의 대상인 환경 속으로 들어가고자 애를 쓰는 계급의 불합리함 들을 함께 느껴 볼 수도 있었던 책이었다.
문학에 대한 애정이자 고해 형식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저자의 삶이 투영된 부분들이 많은 만큼 청춘의 한 시대를 겪었던 모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한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처음 접한 작품이지만 느낌이 좋은 책, 앞으로 저자의 다른 작품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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