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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관심을 가진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책장에는 작품집이 여러 권 꽂혀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과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그것이다. 매년 작품집이 출간되면 정기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상황, 즉 눈길을 끄는 작품이나 작가에 따라 읽었기에 연례행사가 되지는 못했다.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그 작품들을 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지라 그러했을 것이다. 책장에는 여러 작가의 소설집이 꽂혀있고, 또한 그런 소설집을 찾아 읽고 있음에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10회가 되는 동안 달랑 두 권뿐인 것을 보면,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감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올해 출간된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역시 읽기 전 내가 책에 실린 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선뜻 작품집을 읽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물론 그러한 기대는 언제나처럼 기대로 끝나고 말았지만 말이다.
작품집에는 대상을 수상한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포함하여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7명의 작가 모두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전에 내가 읽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과는 달랐다. 그 작품집을 읽었기에 그들의 이름을 아는지 혹은 그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읽은 지 시간이 지난 이전 작품집들을 보면 분명 이름을 알고 있는 작가들이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 만난 작품은 당연히 처음에 실려 있는 박상영이 쓴 대상수상작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었다. 읽어가면서 한동안 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아 끙끙대기도 했지만, 어디선가 읽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살펴보니 창비 2018년 겨울호에서였다. 그럼에도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의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은 당시에도 읽으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퀴어소설 이다. 작품집에는 이 작품 말고도 김봉곤의 [데이트 포 나이트]라는 또 한편의 퀴어소설이 있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에서 작가는 아들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엄마와 자신의 정체성에 자신이 없는 형, 즉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대척점에 놓인 것들을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다. 반면 [데이트 포 나이트]는 젊은 날 폭력 앞에서 머뭇거렸던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하는 화자가 그것 역시 자신의 일부임을 자각하고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것은 아마 작가들이 다루는 소재가 성소수자 얘기였고, 그들의 사랑이 섬세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 작품들 말고도 퀴어소설을 읽은 적이 있고, 또한 그들이 나와 단지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이해하는 것과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감정상 별도의 문제이다. 작가들이 말하는 의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과 그 행위 자체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성에 대한 나의 감수성은 그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책에 실린 수상작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미상의 [하긴]이다. 민주화운동 세대의 이중적인 삶의 모습을 풍자하거나 고발하는 내용의 소설들은 심심찮게 발표되고 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작품 역시 딸의 대학교 입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통해 입시제도와 중산층에 편입된 민주화세대의 도덕적 허구를 꼬집고 있다. 딸의 지능을 놓고서 아내를 의심하는 화자에게 아내는 ‘하긴 하는 남자’라고 비아냥거리지만, 그것이 자신의 허위의식을 말하는 것인 줄 모르는 화자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하는 남자는 당위를 내세우는 남자와 무책임한 남자 사이에 있는 남자다. 하기로 했으면 해야만 하는 고지식한 남자도 아니고, 한다고 해놓고선 안하는 불성실한 남자도 아닌, 약간 힘을 뺀 채 나른하게 완수하는 하긴 하는 남자’라는 작가의 말이 씁쓸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이밖에도 작품집에는 축구공의 기원을 재구성하며 개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희선의 [공의 기원], 프랑스에서 만난 언니와 자신의 삶의 시간을 추적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탐구한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 그렇게 살지 말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과의 일상을 풀어낸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 불륜 커플 사이에 끼어들면서 자신의 옛 애인에 대한 기억을 복기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지난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영수의 [우리들]이란 작품이 실려 있다. 어떤 작품은 쉽게 공감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작품은 이해하기가 난해하다. 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심사경위에 제1회 젊은작가상 심사위원이었던 고 박완서 작가의 심사평에서 인용된 글이 눈에 들어온다. ‘신인들의 소설을 읽다가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고 나면 한심해지는 게 그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소통능력에 대해서이다.’ 대작가도 그러할진데 소설에 문외한인 나 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같이 들린다. 이해여부를 떠나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가다 보면 나와는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다른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이유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간혹 내 마음을 그대로 표시하는 것 같은 말들을 발견할 수가 있다. 당연히 그런 말은 작품의 서사와 관계없이 한동안 나만의 생각에 잠기게끔 만든다.
‘남자들은 도대체 왜 자꾸 내게 미안하다고 할까. 그냥 미안한 짓을 안하면 될 일인데.’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중에서)
‘서울에 살 때는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려웠고 이런 말을 꽤 자주했다. “미안해, 시간이 없어”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또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생각해본다. 나는 그때의 내가 화가 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시간만 없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 중에서)
나의 삶 속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어떤 때 사용되었고 당시에 나는 왜 그 말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문득 어쩌면 내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새롭게 살아가기 위한 자양분을 얻기 위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급적 피해온 소설들을 자주 찾아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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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되면 문학동네에서 펴내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챙겨 읽는다. 꼭 읽지 않더라도 구매하라도 한다. 등단한지 10년이 안되는 젊은 작가들의 일곱 작품을 추려 선정하여 수여하는 젊은작가상이다. 그동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챙겨보았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작가들의 이름이 익숙했다. 다만 처음 만나는 작가들도 있어 그 즐거움이 컸다.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건 도전이다. 작품이 짧아 작가의 많은 면을 알 수 없지만 느낌이라는 게 있다. 첫 문장을 읽었을 때, 혹은 이어지는 문장을 읽었을 때의 느낌때문에 그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작품을 찾아 읽게 된다. 솔직히 박상영 작가나 백수린, 정영수 작가의 작품은 읽어본 것 같고, 김봉곤 작가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작품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김희선 작가나 이주란 작가의 작품도 처음이었다. 이번처럼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 많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번 편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작품이 다 좋았지만, 특별히 내 마음을 끌었던 건 이미상 작가였다.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좋아하는터라 이미상 작가가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내용이야 어느 정도는 익숙했지만, 새로운 매력을 주었다.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에도 퀴어소설이 자주 나온다는 거다. 얼마전까지도 금기에 가까웠지만 이제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반갑다. 다양한 문학을 접할 수 있다는 뜻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박상영 작가의 소설은 이번에 두 번째인데, 역시나 퀴어 소설이었다. 암에 걸린 어머니는 아들의 성 정체성을 거부하고, 애인 또한 정체성을 숨기고 싶어하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가까운 가족들은 여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애인 또한 '나'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타인들 앞에서 애정표현을 부담스러워 한다. 이러한 것들을 보며 아직도 여전히 갈길이 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상 작가의 「하긴」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80년대 운동권에 있었던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과 자식의 교육은 별개의 문제가 되고 만다. 모든 것을 표용하고 자식 문제에서만큼은 기성 세대처럼 목숨걸고 가르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들 또한 부모가 되고 만다는 거다. 이상과 부모라는 관계에 치이고 만 그들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날 언니와 나눈 대화는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러니까, 어떤 이와 주고 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159페이지, 백수린 「시간의 궤적」 중에서)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렸던 말들도 먼지처럼 흩어져 낯선 관계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백수린의 작품을 그 전에 한 번쯤 읽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것 정도. 이번 소설에서도 프랑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그들이 가진 정체성과 한국인의 시선으로 보는 또다른 한국인은 피하고 싶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 비오는 날의 많은 기억들이 떠오름에도 굳이 연락하지 않은 건 그저 추억속에서만 간직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라는 작품은 웬만한 중편소설 못지않은 두께다. 그래선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꽤 두께가 있는 편이다.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건 작가노트와 젊은 평론가들의 작품 평론이다. 독자가 느끼지 못하는 다양한 것들을 느끼게 해 꼭 함께 읽게 된다.
새로운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그저 일상을 말하는 소설이 있는 반면에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소설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젊은 작가의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뿌듯함마저 드는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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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봄이면 출간 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사보고 있다. 출판사 '문학동네' 에서 등단 10년 이내 작가들이 지난 1 년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작품들을 눈여겨보았다가 일곱 편을 선정해 상을 주고 작품집으로 만든 책이다. 대상작이 따로 있지만 상금은 동일하게 주는 방식이 특이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들에게 이 상금(700만원)은 또 다른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수상 작가들에게 주는 혜택은 또 있다. 수상작품집 가격이 출간 후 1년 동안은 적정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되므로 독자들이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할 수 있고, 판매부수가 늘어나는 만큼 작가들이 힘을 얻을 것이다.
구성 방식 역시 수상 작가를 기쁘게 한다. 수상작마다 '작가노트'라는 꼭지로 작품 후기를 남기게 했고 그 뒤편에 평론가의 작품 해설을 수록했다. 신예 작가의 작품은 아무래도 낯설기 마련이므로 이 '해설'은 독자에게도 유익하다. 해설을 쓴 평론가들 역시 '신인급'이어서 젊은 문인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는 출판사 측의 배려가 느껴졌다.
해가 거듭될수록 느끼는 것은 수상 작가들의 면면이 이미 익숙해져있다는 거다. 물론 이것은 내가 문학작품에 관심이 있고, 온라인 서점을 들락거리면서 신간 소개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대상수상자인 박상영과 김희선, 백수린, 김봉곤 작가는 나에게는 이미 유명 작가다.
김봉곤이 <데이 포 나이트>에서 '소설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어떠한 사건을 겪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하는 것입니다'라고 한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면 이 책에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와 누군가'와 '어떠한 사건'으로 80년생들의(작가들이 대부분 80년생이었다) 생활과 고민을 들여다 보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수상작 일곱 편 모두 좋았는데 그 중에서 내가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인 작품은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이다. 서울에서 시간에 쫓겨 살던 '나'는 후배로부터 "누나. 그렇게 살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고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엄마 집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고향 친구 석기가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는 문자를 보낸다. 별 사건 없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 이유는 나도 언젠가 저런 말을 들은 적 있기 때문이다. 그때 대범한 척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한참동안 저 말이 내 마음에 남았었다. 그러다 저 말을 한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함부로 흘린 것이지 내가 딱히 잘못을 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뒤 잊어버렸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때 일이 되살아났다. 어떤 말은 하는 사람은 쉽게 말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존중 받지 못한 느낌으로 남아 오래 자신을 괴롭힐 수도 있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조용히 나와 인연을 끊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직 상처가 남아서 나를 볼 때마다 불편할 수도 있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그동안 내가 쉽게 내뱉았던 말들을 일일이 다 복기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이 작품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보편적인 내용을 무심하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마음에 내 마음이 겹치는 것 같아서 이작품을 읽은 뒤에 한참동안 나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 작품집은 딱 1년동안 만 이 가격으로 판매 되기 때문에 4월에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 책을 함께 줄 때가 많다. 한 번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대부분 다음 해에도 이 책을 찾기 때문에 출판사, 작가, 독자가 모두 만족하는 드문 경우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도 이 작품집이 좋았던 것 같은데 올해도 무척 좋아서 벌써 내년을 기대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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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체적으로 요즘 젊은 작가들 너무 공부들을 안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너무나 사소설같은 느낌이라 이런식으로 백날 써봐야 실력이 늡니까.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쓰는 방식은 고놈이 고놈같고 금방 밑천 떨어집니다. 90년대에야 개인의 내밀한 면을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 참신한 느낌도 들고 그랬는데 이젠 좀 지겹다. 오직 자신의 내면에만 침잠해 들어가지 말구요 좀 더 작가답게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관련 자료도 모으고 취재도 하고 깊이 한 번 파보면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질 거 같고 글의 스펙트럼도 넓어질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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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의 휴대폰을 해지했다. 정지 상태로 유지되었던 언니의 번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휴대폰으로 11개의 번호를 꾹꾹 누르자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왔다. 휴대폰에 담겼던 이름과 연락처는 이제 사라진 것일까. 지난 일, 지난 삶은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것일까. 간직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되는 것일까. 어쩌다 보니 기억과 시간에 대한 소설을 읽고 계속 그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나는 두 편의 소설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미 다른 곳에서 만난 소설이다.
소설은 종종 기억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나를 이곳이 아닌 그곳으로 지금이 아닌 그때로 데려다 놓는다. 후회라기보다는 아쉬움 같은 그런 감정을 불러온다. 소설 속 화자의 감정을 빌려 그리워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나 할까.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은 파리에서 만난 언니나 화자 ‘나’가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언어를 배우는 시간에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감정을 고스란히 마주할 수 있다.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원했던 ‘나’와 파리 주재원인 언니가 보낸 시간들, 하나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어디서부턴지 어긋나버리는 관계. 아니, 그 어긋남을 포착했지만 모른 척했을지도 모를 그 시절의 미묘한 감정의 파장.
그 모든 일은 이미 지나갔으므로 우리는 그 일을 이야기하며 같이 웃었다. (「시간의 궤적」) 잿빛 어둠 속에서 파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짙푸른 물결이 이쪽으로 다가오다 부서지는 모습이 보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황금색으로 빛나던 장소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바람이 불면 파라솔의 몸체가 흔들렸고 이제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고 옅은 슬픔 같은 것이 가슴 안에서 서서히 퍼졌다. (「시간의 궤적」)
지나간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누군가와 다시는 그 일을 꺼내볼 수 없는 관계가 된다는 건 울적한 일이다. 완벽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부질없는 것일까. 헤어짐의 순간이 그를 기억하는 장면이 되는 건 아니지만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는 건 아니다. 나를 기억하는 당신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과 같을까. 여전히 이 구절에 마음이 머문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기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니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으니까. (정영수,「우리들」)
당신과 나 사이의 시간은 그 어딘가에 정지되었음을 느낀다. 다시 그 시간은 흘러갈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란 걸 안다. 용기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고 나는 내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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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은 해마다 구매하는 책 중의 하나다. 젊은작가라는 말이 주는 의미처럼 새로운 흐름에 민감한, 소위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집 인것이다. 작가들의 치열함이 묻어나는 작품이 갖는 의미는 독자에게 오롯이 전달되어질 때 비로소 그 힘이 빛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작가의 의도가, 주고자 하는 의미가 독자들이 제데로 파악하고 장 받아 들여졌을 때 그 힘을 발휘, 작품의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작가상은 일년 단위의 시대 흐름을 적절하게 잘 반영한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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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렵다는 생각을 해서 내년에는 읽지 말아야지 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 있다. 바로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읽으면서 때론 이게 무슨 내용일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기에 다시는 읽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가죽 공방에 다니면서 책과 멀어졌다. 그래서 더 이런 종류의 단편을 읽고 싶지 않았다. 가능 하면 머리가 가벼운, 생각하지 않고 읽기만 하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책을 읽고 싶었는데 수술하고 무료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근데 후회했다. 왜 이렇게 어려울까 하는 마음에서. 그러면서 중도에 포기는 안했다. 그래도 한때 책 좀 읽었다는 테가 있지 싶어서.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아들의 성정체성을 부정하는 엄마와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엄마와 애인을 떠나지는 못하는 ‘나’를 통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공의 기원’은 개화기 때 조선의 소년이 우연히 얻은 축구공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 했고, ‘시간의 궤적’은 프랑스로 유학을 온 ‘나’와 프랑스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언니, 그리고 ‘나’의 프랑스인 연인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넌 쉽게 말하지만’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일상을 그렸고, ‘우리들’은 불륜 커플 사이에 놓인 주인공이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자신의 옛 연인에 대한 기억을 재정립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데이 포 나이트’는 소설가가 되어 모교로 돌아간 화자가 위험한 폭력 앞에서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로 인해 더 성장하는 이야기이고, ‘하긴’은 딸의 대입에 투신한 민주화운동 세대 아버지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하긴’이다. 나 역시 대입을 앞둔 고3 엄마니까. 그리고 생각한다. 자식 일이라면 부모는 정말 양심이고 뭐고 다 내팽겨 쳐도 되는 것인지. 연일 법무부 장관의 일로 시끄럽다. 누군가는 그때는 당연히 그렇게 갔다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게 공평한 것인지 따지게 된다. 부모가 교수면 아이들은 그나마 수월하게 대학을 간다나 뭐라나. 그들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품앗이를 했을 것이고. 어찌 보면 제일 공평한 건 역시 수능일 것이다. 성적순으로 자르면 되는 거니까. 성공한 사람들은 그 자리를 대대손손 자식들에게 대물림 해주려 미친 듯이 노력한다. 때문에 너무나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은 그 위치에 설 수 조차 없다. 부모를 잘 만나지 그랬어.. 이렇게 말하기엔 너무도 씁쓸할 뿐이다.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인지, 내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성숙한 어른들이 많아야 할 때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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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사서 본다.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려는 목적인지 5000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표가 붙어있다.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동성애 묘사가 불편하다. 하지만 그 사랑하는 감정의 과정들, 입술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 소소한 표현들이 남녀간의 사랑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록된 소설들이 다들 닮았다. 수렴되지 않고 해체된다. 도막도막 잘린 야채같은 이야기들이 냄비 안에서 끓거나 샐러드화되어 버무려진다. 길고긴 코스요리가 아니라 어째 하나의 일품요리같은 느낌이 든다. 그 안에서 먹기 싫은 대파도 있고 골라먹는 우렁들도 있다. 그 중 일부는 미각적 기쁨으로 대뇌 어딘가의 쾌락 중추를 자극할 것이고 일부는 해마 속에 무의식으로 잠들 것이다. 장 속에서 콜로이드화되어 온 몸을 떠도는 탄수화물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들이 잘려있되 내 생각 어디에서는 붙여질 것이다. 이 단편집은 덮고나면 기억은 잘 안난다. 문체도 비슷하고 뭔가 남는게 없는 느낌인데 남을 것도 있겠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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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없이 첫장을 펼쳤다.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이라.. 횟집에서 쫄깃쫄깃한 우럭 한 접시를 놓고 소주잔 기울이는 모습을 상상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자인 ‘나’는 당연히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였고 아들이었다. 여기서 첫번째 낭패감이 들었다. 동성간의 사랑에 대해 킥킥 웃음이 나오도록 경쾌함을 견지함으로써 그 무게를 희석시켜주었고 엄마에 대한 복잡다단한 감정을 몇문장으로 한순간에 정리를 해버려 두번째 낭패감이 들었다.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아도 장면 묘사만으로도 엄마의 마음도 영이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한 소설이었다. 단편이지만 장편만큼의 긴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이 글로 48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준 박상영 작가를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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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새로 나올 때마다 한 해가 갔음을 알게 된다. 책장에 한 권씩 채워가는 재미가 있는 책. 독특한 단편을 읽는 재미를 나에게 선사해주는 책이다.
등단 10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일곱 편을 선정해 수여하는 젊은작가상. 2010년에 제정된 이래로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글쓰기를 조명하며 ‘지금-여기’의 한국소설과 만나는 가장 확실한 패스트 트랙의 역할을 해온 젊은작가상의 2019년 제10회. 10주년을 맞아 더 뜻깊은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은 어느 해보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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