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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동안 불편했다. 저자가 소개한 실제 사례들, 부모의 무지, 경제적 여건, 학교 관리자들의 실적과 예산 중심 사고와 관료주의,등. 때론 답답하고 안타까워 화가 나기도 했고, 마음이 아파 한동안 읽기를 멈추기도 했다. 그럼에도 열정으로 프로그램을 실천했던 저자와 몇 몇의 헌신적인 교사들, 봉사자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조금은 훈훈한 마음도 들었다.
아름답고, 편안하며, 술술 읽히는 책들이 지천인데도 책을 구매해 읽게 된 이유가 있다. 저자가 근무지에서 만난 청소년과 같은 사례들을 비록 학교와 다른 성격의 기관이지만 나 역시 만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 책과 여타 자료를 검토한 후, 독서와 문해력 증진을 위해 시간표를 조정 시행했다. 현실을 고려하며 가자니 갈 길이 멀고 또 먼 듯하다.
2~3년 전 한 방송사에서 문해력 관련 다큐가 방송된 이후, 현실 진단과 대책 관련 방송과 도서, 연구들이 한국 사회를 달궜던 것을 기억한다. 예상대로 그 때뿐이었다. 교육부가 교육 방송, 대학 연구진들과 협업하여 내놓은 문해력 증진 교재도 확인해봤다. 전문가라기엔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 한숨만 나왔다. 한 마디로 하면, ‘그냥 문제집’이었다. 아이들은 문제의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읽고 쓰기에 대한 이전보다 더 깊은 편견과 선입견을 갖게 될 것이고, 체념으로 이끄는 좌절과 절망을 체험하겠다 싶었다. 문해력 증진의 도구가 큰 장벽이 되어 방해와 포기로 이끄는 셔틀버스가 될 것 같아 씁쓸했다. 기대를 안고 큰 돈들여 구매했는데,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요즘은 주변에서 ‘문해력’이라는 말조차 듣기 어려워졌다. 늘 그렇듯이 말이다. 시간이 흘렀으니. 상기의 필요성을 느껴 다시 빼들어 정리해보려 한다.
책은 2007년 정부(교육인적자원부)의 재원으로 유지되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중학교와 초등학교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 보고다. 그럼에도 형식에 따른 보고서라기보다 날 것 그대로의 체험 수기에 가깝다.
20년 전 저자는 서울 소재 중학교 국어 교사였다. 1학년 창우(가명)는 놀랍고 큰 충격으로 그에게 다가 온다. 이후 저자의 관심과 연구는 새로운 방향을 잡게 되고, 그간의 열정과 피땀어린 연구 성과와 그가 만난 교육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세상에 알린다.
전체 내용을 요약 전달하는 것은 저자와 봉사자들의 진심과 공교육 현장의 실상을 온전히 전달하는데 무리이자 왜곡일 듯한 걱정이 앞섰다.
전체 내용 전달에는 못 미치지만 저자의 핵심 의도가 담긴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의무와 책임을 면하고자 한다.
“읽어도 읽지 못하는 아이.(중략) 문자를 해독하면서도 글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눈뜬장님 같은 아이가 중학교에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교사들은 반마다 글을 읽고 쓰는 기본적인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교사는 거의 없었다.
그것은 교사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문제였고, 초등학교와 가정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문제였으며, 형식주의에 빠진 현행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였다.
읽고 쓰는 능력, 즉 문해력 (Literacy)에 대한 교사들의 피상적인 이해도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었다. 교사들은 아직도 문해력을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으로 환원하여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글을 비교적 유창하게 읽어 내는 창우가 실제로는 글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문자의 해독(解讀)과 글 읽기를 동일시하는 생각은 의외로 널리 퍼져 있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다.(중략)
이런 것이 기능적 문맹인가? 하지만 기능적 문맹이란 사회생활의 특정한 국면에서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장르 관습에 익숙하지 않아 문식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가? (중략) 더구나 창우가 지난 7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수천의 수업 시간 동안 겪었을 고통에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9쪽 ~13쪽)
2005년 저자는 청주교대로 발령을 받고 삶과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읽기 지원 실행 연구를 통하여 알게 된 분명한 사실은 읽기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각을 통해서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중략) 배움의 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학교가 그 속에 문맹자들을 감추어 두고 있다.(중략)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학교 속의 문맹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라고. 그 아이들에 대한 공교육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라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의 당사자임을 깨닫고 문제 해결의 길에 동참해야 한다고.”(12-13쪽)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원칙은 무엇인가? 아이로부터 출발하라.(중략) 지금까지의 온갖 구제 정책은 아이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다. 그 갖가지 정책은 문제의 당사자인 읽기 부진아의 상태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돈과 인력의 효율적인 투입과 산출 모델에 근거하여 미리 목표로 삼은 결과에 도달하려는 경제 논리에서부터 출발했던 것이다. 그 결과 매번 목표치에 근접하는 바람직한 결과를 낳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풍선 효과’에 의해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기막힌 현실에 봉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이로부터 출발하기’는 경제 논리, 효율성의 논리를 버리고 학교 속의 문맹 문제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다루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아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탐구하고,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관련 당사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분명히 이해하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그러한 일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치워 나간다는 뜻이다.
‘아이로부터 출발하기’는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일이며, 그 아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받을 권리를 되돌려 주는 일이며, 인권을 지닌 인간으로 온전히 대접하는 일이다.”(430-431쪽)
저자는 주장처럼 ‘아이들로부터 출발’해야 하기에 아이의 상황과 관련된 환경과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상황 속에 숨겨진 답을 보물찾기 하듯 독자가 답을 찾아보기를 아니 함께 찾자고 초대하고 있다. 독서 지도와 교육을 위해 구체적인 사례가 담긴 지침서로 탁월하다고 본다. 한 가지 더, 한국은 대체 나를 포함해서 문맹자가 얼마나 될까? 의문이 들었다. 긴 글로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