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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관심을 가진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책장에는 작품집이 여러 권 꽂혀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과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그것이다. 매년 작품집이 출간되면 정기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상황, 즉 눈길을 끄는 작품이나 작가에 따라 읽었기에 연례행사가 되지는 못했다.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그 작품들을 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지라 그러했을 것이다. 책장에는 여러 작가의 소설집이 꽂혀있고, 또한 그런 소설집을 찾아 읽고 있음에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10회가 되는 동안 달랑 두 권뿐인 것을 보면,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감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올해 출간된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역시 읽기 전 내가 책에 실린 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선뜻 작품집을 읽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물론 그러한 기대는 언제나처럼 기대로 끝나고 말았지만 말이다.
작품집에는 대상을 수상한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포함하여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7명의 작가 모두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전에 내가 읽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과는 달랐다. 그 작품집을 읽었기에 그들의 이름을 아는지 혹은 그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읽은 지 시간이 지난 이전 작품집들을 보면 분명 이름을 알고 있는 작가들이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 만난 작품은 당연히 처음에 실려 있는 박상영이 쓴 대상수상작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었다. 읽어가면서 한동안 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아 끙끙대기도 했지만, 어디선가 읽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살펴보니 창비 2018년 겨울호에서였다. 그럼에도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의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은 당시에도 읽으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퀴어소설 이다. 작품집에는 이 작품 말고도 김봉곤의 [데이트 포 나이트]라는 또 한편의 퀴어소설이 있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에서 작가는 아들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엄마와 자신의 정체성에 자신이 없는 형, 즉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대척점에 놓인 것들을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다. 반면 [데이트 포 나이트]는 젊은 날 폭력 앞에서 머뭇거렸던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하는 화자가 그것 역시 자신의 일부임을 자각하고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것은 아마 작가들이 다루는 소재가 성소수자 얘기였고, 그들의 사랑이 섬세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 작품들 말고도 퀴어소설을 읽은 적이 있고, 또한 그들이 나와 단지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이해하는 것과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감정상 별도의 문제이다. 작가들이 말하는 의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과 그 행위 자체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성에 대한 나의 감수성은 그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책에 실린 수상작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미상의 [하긴]이다. 민주화운동 세대의 이중적인 삶의 모습을 풍자하거나 고발하는 내용의 소설들은 심심찮게 발표되고 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작품 역시 딸의 대학교 입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통해 입시제도와 중산층에 편입된 민주화세대의 도덕적 허구를 꼬집고 있다. 딸의 지능을 놓고서 아내를 의심하는 화자에게 아내는 ‘하긴 하는 남자’라고 비아냥거리지만, 그것이 자신의 허위의식을 말하는 것인 줄 모르는 화자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하는 남자는 당위를 내세우는 남자와 무책임한 남자 사이에 있는 남자다. 하기로 했으면 해야만 하는 고지식한 남자도 아니고, 한다고 해놓고선 안하는 불성실한 남자도 아닌, 약간 힘을 뺀 채 나른하게 완수하는 하긴 하는 남자’라는 작가의 말이 씁쓸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이밖에도 작품집에는 축구공의 기원을 재구성하며 개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희선의 [공의 기원], 프랑스에서 만난 언니와 자신의 삶의 시간을 추적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탐구한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 그렇게 살지 말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과의 일상을 풀어낸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 불륜 커플 사이에 끼어들면서 자신의 옛 애인에 대한 기억을 복기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지난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영수의 [우리들]이란 작품이 실려 있다. 어떤 작품은 쉽게 공감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작품은 이해하기가 난해하다. 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심사경위에 제1회 젊은작가상 심사위원이었던 고 박완서 작가의 심사평에서 인용된 글이 눈에 들어온다. ‘신인들의 소설을 읽다가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고 나면 한심해지는 게 그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소통능력에 대해서이다.’ 대작가도 그러할진데 소설에 문외한인 나 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같이 들린다. 이해여부를 떠나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가다 보면 나와는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다른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이유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간혹 내 마음을 그대로 표시하는 것 같은 말들을 발견할 수가 있다. 당연히 그런 말은 작품의 서사와 관계없이 한동안 나만의 생각에 잠기게끔 만든다.
‘남자들은 도대체 왜 자꾸 내게 미안하다고 할까. 그냥 미안한 짓을 안하면 될 일인데.’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중에서)
‘서울에 살 때는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려웠고 이런 말을 꽤 자주했다. “미안해, 시간이 없어”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또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생각해본다. 나는 그때의 내가 화가 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시간만 없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 중에서)
나의 삶 속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어떤 때 사용되었고 당시에 나는 왜 그 말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문득 어쩌면 내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새롭게 살아가기 위한 자양분을 얻기 위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급적 피해온 소설들을 자주 찾아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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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되면 문학동네에서 펴내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챙겨 읽는다. 꼭 읽지 않더라도 구매하라도 한다. 등단한지 10년이 안되는 젊은 작가들의 일곱 작품을 추려 선정하여 수여하는 젊은작가상이다. 그동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챙겨보았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작가들의 이름이 익숙했다. 다만 처음 만나는 작가들도 있어 그 즐거움이 컸다.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건 도전이다. 작품이 짧아 작가의 많은 면을 알 수 없지만 느낌이라는 게 있다. 첫 문장을 읽었을 때, 혹은 이어지는 문장을 읽었을 때의 느낌때문에 그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작품을 찾아 읽게 된다. 솔직히 박상영 작가나 백수린, 정영수 작가의 작품은 읽어본 것 같고, 김봉곤 작가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작품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김희선 작가나 이주란 작가의 작품도 처음이었다. 이번처럼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 많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번 편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작품이 다 좋았지만, 특별히 내 마음을 끌었던 건 이미상 작가였다.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좋아하는터라 이미상 작가가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내용이야 어느 정도는 익숙했지만, 새로운 매력을 주었다.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에도 퀴어소설이 자주 나온다는 거다. 얼마전까지도 금기에 가까웠지만 이제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반갑다. 다양한 문학을 접할 수 있다는 뜻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박상영 작가의 소설은 이번에 두 번째인데, 역시나 퀴어 소설이었다. 암에 걸린 어머니는 아들의 성 정체성을 거부하고, 애인 또한 정체성을 숨기고 싶어하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가까운 가족들은 여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애인 또한 '나'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타인들 앞에서 애정표현을 부담스러워 한다. 이러한 것들을 보며 아직도 여전히 갈길이 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상 작가의 「하긴」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80년대 운동권에 있었던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과 자식의 교육은 별개의 문제가 되고 만다. 모든 것을 표용하고 자식 문제에서만큼은 기성 세대처럼 목숨걸고 가르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들 또한 부모가 되고 만다는 거다. 이상과 부모라는 관계에 치이고 만 그들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날 언니와 나눈 대화는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러니까, 어떤 이와 주고 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159페이지, 백수린 「시간의 궤적」 중에서)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렸던 말들도 먼지처럼 흩어져 낯선 관계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백수린의 작품을 그 전에 한 번쯤 읽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것 정도. 이번 소설에서도 프랑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그들이 가진 정체성과 한국인의 시선으로 보는 또다른 한국인은 피하고 싶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 비오는 날의 많은 기억들이 떠오름에도 굳이 연락하지 않은 건 그저 추억속에서만 간직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라는 작품은 웬만한 중편소설 못지않은 두께다. 그래선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꽤 두께가 있는 편이다.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건 작가노트와 젊은 평론가들의 작품 평론이다. 독자가 느끼지 못하는 다양한 것들을 느끼게 해 꼭 함께 읽게 된다.
새로운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그저 일상을 말하는 소설이 있는 반면에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소설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젊은 작가의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뿌듯함마저 드는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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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봄이면 출간 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사보고 있다. 출판사 '문학동네' 에서 등단 10년 이내 작가들이 지난 1 년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작품들을 눈여겨보았다가 일곱 편을 선정해 상을 주고 작품집으로 만든 책이다. 대상작이 따로 있지만 상금은 동일하게 주는 방식이 특이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들에게 이 상금(700만원)은 또 다른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수상 작가들에게 주는 혜택은 또 있다. 수상작품집 가격이 출간 후 1년 동안은 적정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되므로 독자들이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할 수 있고, 판매부수가 늘어나는 만큼 작가들이 힘을 얻을 것이다.
구성 방식 역시 수상 작가를 기쁘게 한다. 수상작마다 '작가노트'라는 꼭지로 작품 후기를 남기게 했고 그 뒤편에 평론가의 작품 해설을 수록했다. 신예 작가의 작품은 아무래도 낯설기 마련이므로 이 '해설'은 독자에게도 유익하다. 해설을 쓴 평론가들 역시 '신인급'이어서 젊은 문인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는 출판사 측의 배려가 느껴졌다.
해가 거듭될수록 느끼는 것은 수상 작가들의 면면이 이미 익숙해져있다는 거다. 물론 이것은 내가 문학작품에 관심이 있고, 온라인 서점을 들락거리면서 신간 소개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대상수상자인 박상영과 김희선, 백수린, 김봉곤 작가는 나에게는 이미 유명 작가다.
김봉곤이 <데이 포 나이트>에서 '소설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어떠한 사건을 겪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하는 것입니다'라고 한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면 이 책에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와 누군가'와 '어떠한 사건'으로 80년생들의(작가들이 대부분 80년생이었다) 생활과 고민을 들여다 보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수상작 일곱 편 모두 좋았는데 그 중에서 내가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인 작품은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이다. 서울에서 시간에 쫓겨 살던 '나'는 후배로부터 "누나. 그렇게 살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고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엄마 집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고향 친구 석기가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는 문자를 보낸다. 별 사건 없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 이유는 나도 언젠가 저런 말을 들은 적 있기 때문이다. 그때 대범한 척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한참동안 저 말이 내 마음에 남았었다. 그러다 저 말을 한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함부로 흘린 것이지 내가 딱히 잘못을 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뒤 잊어버렸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때 일이 되살아났다. 어떤 말은 하는 사람은 쉽게 말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존중 받지 못한 느낌으로 남아 오래 자신을 괴롭힐 수도 있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조용히 나와 인연을 끊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직 상처가 남아서 나를 볼 때마다 불편할 수도 있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그동안 내가 쉽게 내뱉았던 말들을 일일이 다 복기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이 작품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보편적인 내용을 무심하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마음에 내 마음이 겹치는 것 같아서 이작품을 읽은 뒤에 한참동안 나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 작품집은 딱 1년동안 만 이 가격으로 판매 되기 때문에 4월에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 책을 함께 줄 때가 많다. 한 번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대부분 다음 해에도 이 책을 찾기 때문에 출판사, 작가, 독자가 모두 만족하는 드문 경우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도 이 작품집이 좋았던 것 같은데 올해도 무척 좋아서 벌써 내년을 기대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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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꾸준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어왔다. 내가 알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을, 혹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읽는 즐거움을 누렸다. 이 책은 젊은작가상 1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출간해 온 제1회부터 제9회까지의 수상 작가들이 뽑은 베스트 7편이 수록된 특별판이다.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으니 기억이 나지 않은건지 읽지 않은건지 생소한 작품들도 보였다. 수록된 작품은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 손보미의 「폭우」, 이장욱의 「절반 이상의 하루오」,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 강화길의 「호수-다른 사람」이다.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으며 생각한 건 역시나 그때도 백 퍼센트 이해하지 못했던 소설은 지금도 백 퍼센트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소설을 재독하는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다시 읽고 감동을 받고 싶기때문이다. 이번에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을 다시 읽으면서 느낀 건 그때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꼈다. 장기간의 장마는 모든 것을 물 속에 가둔다. 언제나 불이 더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물 또한 더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았다. 쉬지 않고 내리는 물 속에 잠긴 아파트를 상상해 보았다.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이나 자기가 살고 있는 층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 죽은 엄마를 꽁꽁 싸매어 문으로 만든 배 위에 올려 물 위를 움직이는 느낌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모든 것이 물에 잠기고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가 느꼈을 두려움과 허망함에 떨림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에 특별하게 읽은 작품은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와 이장욱의 「절반 이상의 하루오」다. 우리는 소멸된 어떤 것들을 향하여 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인 이구를 바라보는 건축과 혁명에 대한 생각들의 경계를. 그리고 호수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두려움을. 그러고보면 「호수-다른 사람」 또한 상실된 것을 향한 물의 두려움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인가. ![]()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사람처럼 많은 영향력을 주는 것도 없으니.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에서는 십 년도 전에 연락을 끊었던 친구에게서 온 전화. 장례식장에 화환을 가지고 출발하며 느끼는 감정들을 말했다. 누군가의 생명이 오늘내일 할 거라고 장례식에 쓸 화환을 준비해달라는 사람은 어떤 이 일까. 그걸 지켜보기 싫어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맴도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과거의 어떤 기억을 떠올렸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떠났으나 어쩐 일인지 긿을 잃어 계속 헤매고 돌아다녔던 일을. 그리고 돌아가신 다음에야 길을 찾아 장례식장으로 향했었던 일을. 누군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과 타인들이 어이없어 헤어지겠다고 생각했던 여자한테 전화를 거는 김. 죽음이 주는 황망함에 구애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강화길의 「호수-다른 사람」은 폭력 피해자가 폭력 가해자와 호수에서 마주선 감정들을 말하고 있다. 폭력에 대하여는 문학작품 속에서 자주 문제시되고 있다. 친구가 사고를 당했던 날 저녁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추궁을 하는 친구의 연인과 길을 걸으며 역시나 데이트 폭력을 일삼았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예의바르고 분위기를 이끄는 남자였지만 그 예의바름에서 나오는 불편함을 느꼈었다. 그 남자와의 동행은 역시 불편했다. 마지막 결말이 무엇인가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가, 다른가. #젊은작가상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10주년특별판 #편혜영 #저녁의구애 #김애란 #물속골리앗 #손보미 #폭우 #이장욱 #절반이상의하루오 #황정은 #상류엔맹금류 #정지돈 #건축이냐혁명이냐 #강화길 #호수다른사람 #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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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10주년 특별판> 편혜영, 김애란, 손보미, 이장욱, 황정은, 정지돈, 강화길 공저 문학동네/ 2019년 4월 25일 "우리가 사랑하는 젊은작가상’ 7편의 문학의 향기를 느껴보자!"
젊은 작가상이 2019년에 10주년을 맞이하였다. 2010년에 처음 시작된 젊은 작가상이 2019에 이르러 10년이 된 것이다. 매년마다 출간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보면서 '올해는 어떤 젊은작가들이 새롭게 배출되었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수상작품집을 펼치게 된다. 젊은작가상은 한국문학과 독자를 잇는 단단한 가교 역할을 하며 지금의 한국문학장을 생기롭게 만드는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독자들에게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얼굴을 접할 수 있는 기회로, 신예 작가들에게는 격려와 도약의 계기로 자리잡았다. 아직 첫 책이 출간되지 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많은 독자들에게 알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젊은작가상을 통해 신예 작가들의 작품이 한 발짝 앞서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 후 출간되는 작가들의 단행본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수상한 작가들 또한 수상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기폭제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출판사 문학동네는 10주년을 맞이하는 젊은작가상의 이같은 성취와 취지를 널리 알리고 그동안의 수상작을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을 선보인다. 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부터 10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까지 총 43명의 역대 수상 작가에게 1회부터 9회까지 수상작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 3편'을 추천받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7편의 작품을 선정하여 [젏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10주년 특별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확실한 취향과 안목을 가진 작가들에게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은 편혜영 「저녁의 구애」, 김애란 「물속 골리앗」, 손보미 「폭우」, 이장욱 「절반 이상의 하루오」, 황정은 「상류엔 맹금류」, 정지돈 「건축이냐 혁명이냐」, 강화길 「호수―다른 사람」이다. 독보적인 스타일로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편혜영, 김애란, 이장욱, 황정은 작가부터 한국문학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문학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손보미, 정지돈, 강화길 작가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강렬하고 자극적인 문학적 향기를 가진 작품들이 선정이 되었다. 이 멋진 7편의 작품들을 이 책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에 모두 담았다.젊은작가상 10년의 풍성한 결실로 독자들에게 소설 읽기의 각별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유행한 작가들로 등극한 이 작가들의 초기 작품들이 전해주는 강렬하고 신선한 문학적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2. 책 속으로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처음에 이 작품의 제목을 보았을 때, 저녁에 연인에게 구애하는 이야기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상당히 우울하기도 비참하기도 한 인간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남자이다. '김'이라고 하는 남자인데 그는 연인에게 줄 꽃다발에서부터, 장례식장에서 쓸 화환까지 취급한다. 어느 날, 십년 전 연락이 끊긴 친구가 전화를 한다. 어떻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안부 인사도 없이 병상에 누워 계신 한 어른이 있는데, 그 분을 위한 화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화환을 미리 준비해두어도 되는 것일까. 그 화환이 제 역할을 하려면 그 어른이 죽어야 할텐데, 만약 그렇지 않고 계속 살아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감정과 생각에 대해 작가는 김의 생각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김은 난생처음으로 누군가 죽기만을 기다린 사십여 분에 대해 생각했다. 사십여 분간 생이 더 이어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고 죽음이 지연될수록 희박해지는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했지만 대부분은 그저 멍하니 식당의 유리문 밖을 보았다. (p.27) 김은 화환을 들고 장례식장에 도착하지만, 아직 그 화환의 주인공이 죽지 않았기에, '마치 죽기를 기다리는 것 처럼' 장례식장 밖을 서성인다. 누구에게는 죽음이 슬픈 일이지만, 누구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대로 어른의 삶이 계속된다면 오늘밤 약속은 아예 지킬 수 없을 거였다. 김에게 어른이ㅡ 죽음은 비통하고 엄숙한 세계를 떠나 정체되고 지연되는 시간의 문제로 남았다. (p.33)
그리고 '김'에게는 사귀고 있는 한 여자가 있다. '김'은 매번 그 여자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여자의 말에 항상 퉁명스럽고 무뚝뚝하게 대답을 한다. 여자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듣고 대답한다. 김은 자신이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헤어지자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 텅빈 도시, 허허벌판에 장례식장의 허연 불빛과 국도에서 사고가 나 불길로 휩싸인 트럭의 모습을 보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여자라도 없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과 외로움에 아마도 사랑 고백을 한 것이리라. 그러나 진심과 상관없이, 여자의 마음과 상관없이, 그는 두려움이 점지해 준 고백 때문에 곧 부끄러워질 것이며 어떤 말도 돌이킬 수 없어 화가 날 것이고 그 말이 불러온 상황과 감정을 얼버무리려고 애를 쓸 것이며 그럼에도 당시 마음에 인 감정의 윤곽이 무엇인지 헤어릴 것이었다. (p.47)
트럭은 여전히 맹령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김은 땅에 박힌 듯 멈춰 서서 조등처럼 환히 빛나는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p.48)
편해영 작가는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 『죽은 자로 하여금』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 제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
크레인 위에서 체불 임금을 요구하다 실족사한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마저 당뇨 쇼크로 잃고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홍수로 뒤덮인 흙탕물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한 달 동안 지속된 장마 속에서, 모두가 떠나고 소년네 집만 남은 철거 예정중인 집에서 한 소년이 살아가고 있다. 전기가 한 달 째 끊겨 전등도 켤 수 없어서 양초로 집 안을 밝히고, 수도가 끊겨 빗물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그나마 함께 계시던 어머니도 당뇨 쇼크로 죽게 되고, 소년 혼자 말 그대로 '서버이벌 게임'을 하고 있다. 그저 버티는 것, 살아남는 것만이 소년이 가진 유일한 목적이다. 마치 생존 영화,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소년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도대체 소년은 어떻게 될까 그런 안타까운 마음으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러나 책장을 넘겨도, 넘겨도 희망은 보이지 읺는다. 바깥에 나가면, 누군가가 소년을 발견하고 구해줄거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온통 홍수로 인해 흙탕물 속에 잠겨 있을 뿐이다. 결국 그 소년에겐 희망이 없는 것일까. 소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결국 죽음이란 말인가. 세상에 혼자 남겨지느니 죽는 편이 나을지 몰랐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손에서 힘을 빼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철골을 꽉 쥐고 있었다. 새벽이 되자 양팔의 힘이 풀리더니 급기야 쥐가 났다. 나는 크레인 기둥에 고개를 처박으며 흐느꼈다. 왜 나를 남겨두신 거냐고. 왜 나만 살려두신 거냐고. 이건 방주가 아니라 형틀이라고. 제발 멈추시라고…… 나무는 대낮에도 검은 실루엣을 드리우며 서 있었다. 이국의 신처럼 여러 개의 팔을 뻗은 채, 두 눈을 감고 ─ 그것은 동쪽으로 누웠다 서쪽으로 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포식자를 피하는 물고기 떼처럼 쏴아아 움직였다. 천 개의 잎사귀는 천 개의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천 개의 방향은 한 개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살아남는 것. 나무답게 번식하고 나무답게 죽는 것. 어떻게 죽는 것이 나무다운 삶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게 종(種) 내부에 오랫동안 새겨져왔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고목은 장마 내 몸을 틀었다. 끌려가는 건지 버티려는 건지 모를 몸짓이었다. 뿌리가 있는 것은 의당 그래야 한다는 듯, 순응과 저항 사이의 미묘한 춤을 췄다. (p.85~86)
김애란 작가는 2002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에 단편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이 당선되어 등단했다.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문학상, 김유정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제2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강화길의 「호수-다른 사람」 이 작품은 여성의 일상을 잠식한 위협을 범죄 스릴러의 문법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낸 여성소설이다. 그러한 불안하고 두려운 삶 속에서 한껏 예민해진 여성들의 불안감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심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여성들의 섬세한 감정을 잘 반영한 심리묘사로 인해 읽는 즐거움과 묵직한 생각거리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멍청한 여자들에 대해 들어왔다. 마음을 함부로 주는 여자들, 쉽게 승낙하는 여자들,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여자들. 그녀는 위험한 남자들보다 멍청한 여자들에 대한 경고를 더 많이 들어왔다. 쉽게 보이면 안 돼. 그건 네 값을 떨어뜨리는 일이야. 이제 십삼층이었다. 그녀는 남자에게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3. 나가며
이 책을 통해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젊은작가들을 만나보았다. 그 젊은작가들에게는 이 기회를 통해 그들의 작품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작품활동을 더욱 열심히 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며 신선한 작품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통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출해준 편해영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약한 존재인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김애란 작가의 이여기를 통해 살 곳을 잃고, 부모를 잃은 오직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생각해보게 그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했는지, 어떻게 그 비참하고 처절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도 이렇게 우리의 모습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반영한 진솔하고 깨달음을 주는 많은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앞으로도 10주년을 넘어 20주년, 30주년 등 끊임없이 우리 문학계를 짊어지고 갈 신선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젊은작가들이 젊은작가상을 통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독자로서 또 이런 멋진 작품들을 읽고 즐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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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회를 맞아『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이 나왔다. 젊은작가상 10주년을 기념해 역대 수상 작가들이 추천한 ‘우리가 사랑하는 젊은작가상’ 7편이다. 43명의 수상 작가, 63편의 수상작 중 편혜영의「저녁의 구애」, 김애란의「물속 골리앗」, 손보미의「폭우」, 이장욱의「절반 이상의 하루오」, 황정은의「상류엔 맹금류」, 정지돈의「건축이냐 혁명이냐」, 강화길의「호수―다른 사람」이 실렸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심사평과 작품 해설이 인상적이었는데, 안타깝게도 특별판에는 빠져 있다. 물론 작가노트도.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과연 작가의 의도를 잘 파악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인상적인 구절도 메모를 해서 남았다.
잠시 옅은 잠이 든 모양이었다. 어둠이 깊다는 느낌이 들었다. 깊은 물속에 잠겨 있는 기분이었다. 새벽 두세시는 된 듯했다. 나는 술을 마시던 그대로 침대 위에 누운 채였다. 어둠 속에서 하루오와 그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물속에서 들려오는 대화 같았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조금 들어올렸다. 하루오와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창밖에서 스며든 희미한 불빛이 하루오와 그녀에게 부드러운 실루엣을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나란히 앉아 가만히 손을 잡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오랜 연인들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것은 밤과, 어둠과, 희미하고 연약하게 심장이 뛰는 물속의 풍경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아늑하고 고요해 보여서, 나는 내가 깨어 있다는 기척조차 낼 수 없었다. 나는 물고기처럼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p. 120~ 121 이장욱|절반 이상의 하루오)
물속, 물고기로 이어지는 글이 신선하면서 재밌다. 이장욱의「절반 이상의 하루오」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그녀와 나는 계단에 앉아 점점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강과 강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물위를 떠가는 재들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아니면 재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p. 122 이장욱|절반 이상의 하루오)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있는 이장욱 작가의 시선이 좋다. 나는 지금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지만, 컴퓨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술술 읽었는데, 정지돈의「건축이냐 혁명이냐」에서 출퇴근길 교통 체증과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주인공 이구부터 시작해 모르는 사람이 많이 나와 독서보다는 검색하느라 바빴다고 할까. 모르는 건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피곤한 습성 때문이었다. 아주 잠깐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다음 구절이 힘을 주었다.
줄리아는 1963년 미국을 떠난 이후 사십 년을 한국에서 살았고 지금은 하와이의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구가 설계한 하와이대학의 이스트웨스트 센터가 그녀의 집에서 십오 분 거리에 있다. 그녀는 가끔 신혼여행 생각을 한다며 미국을 떠난 것은 명백한 실수였지만 당시에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하와이에서 일 년간 함께 살았습니다. 그때 우리는 행복했고 행복할 땐 행복한 줄 모른다는 사실을 행복하지 않은 뒤에야 알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이후 영원히 행복하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p. 174 정지돈|건축이냐 혁명이냐)
어쩌면 피곤하기보다 행복한데, 행복한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강화길의「호수―다른 사람」은 잘 읽히는데, 소재가 가지고 있는 무거움에 선뜻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해야 할, 그래야 할 것 같은 일을 하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 읽고 나서도 소설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주인공과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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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난스럽다고 생각해요?” 신기하게도 이 세상엔 유난스러운 여자들이 참 많아. 눈길 한번 내렸을뿐인데 제 다리를 보느냐고 앙칼지게 따지고, 휴대폰을 조금만 높게 들어도 갤러리를 확인하고, 말 한번 걸었을 뿐인데 있지도 않은 연인을 만들어내어 거절하고 말이야. 여자들은 어쩌다 그렇게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겁이 많고, 생각이 많은 존재가 되었을까. 어쩌다가, 여자의 감각만 그토록 예민하고 민감하게 발달된 것일까. 급하게 화장실을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벽에 난 구멍을 메우기. 이중 삼중 잠금장치를 달고도 모잘라서 또다른 안전 용품을 찾는 것으로 자취를 시작하고. 너무 많이 웃지도 않아야하며 너무 무뚝둑해도 안되는 외줄타기의 균형잡기를 하는 삶. 참 이상하지. 왜 여자만 그렇게 유난스러워졌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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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체적으로 요즘 젊은 작가들 너무 공부들을 안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너무나 사소설같은 느낌이라 이런식으로 백날 써봐야 실력이 늡니까.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쓰는 방식은 고놈이 고놈같고 금방 밑천 떨어집니다. 90년대에야 개인의 내밀한 면을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 참신한 느낌도 들고 그랬는데 이젠 좀 지겹다. 오직 자신의 내면에만 침잠해 들어가지 말구요 좀 더 작가답게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관련 자료도 모으고 취재도 하고 깊이 한 번 파보면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질 거 같고 글의 스펙트럼도 넓어질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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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의 휴대폰을 해지했다. 정지 상태로 유지되었던 언니의 번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휴대폰으로 11개의 번호를 꾹꾹 누르자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왔다. 휴대폰에 담겼던 이름과 연락처는 이제 사라진 것일까. 지난 일, 지난 삶은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것일까. 간직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되는 것일까. 어쩌다 보니 기억과 시간에 대한 소설을 읽고 계속 그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나는 두 편의 소설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미 다른 곳에서 만난 소설이다.
소설은 종종 기억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나를 이곳이 아닌 그곳으로 지금이 아닌 그때로 데려다 놓는다. 후회라기보다는 아쉬움 같은 그런 감정을 불러온다. 소설 속 화자의 감정을 빌려 그리워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나 할까.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은 파리에서 만난 언니나 화자 ‘나’가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언어를 배우는 시간에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감정을 고스란히 마주할 수 있다.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원했던 ‘나’와 파리 주재원인 언니가 보낸 시간들, 하나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어디서부턴지 어긋나버리는 관계. 아니, 그 어긋남을 포착했지만 모른 척했을지도 모를 그 시절의 미묘한 감정의 파장.
그 모든 일은 이미 지나갔으므로 우리는 그 일을 이야기하며 같이 웃었다. (「시간의 궤적」) 잿빛 어둠 속에서 파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짙푸른 물결이 이쪽으로 다가오다 부서지는 모습이 보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황금색으로 빛나던 장소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바람이 불면 파라솔의 몸체가 흔들렸고 이제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고 옅은 슬픔 같은 것이 가슴 안에서 서서히 퍼졌다. (「시간의 궤적」)
지나간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누군가와 다시는 그 일을 꺼내볼 수 없는 관계가 된다는 건 울적한 일이다. 완벽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부질없는 것일까. 헤어짐의 순간이 그를 기억하는 장면이 되는 건 아니지만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는 건 아니다. 나를 기억하는 당신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과 같을까. 여전히 이 구절에 마음이 머문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기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니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으니까. (정영수,「우리들」)
당신과 나 사이의 시간은 그 어딘가에 정지되었음을 느낀다. 다시 그 시간은 흘러갈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란 걸 안다. 용기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고 나는 내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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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나다운 것은 어떤 것일까. 이장욱의 소설 「절반 이상의 하루오」를 읽고 나서 든 의문이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나를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고 걷는 것에 취미를 붙인다.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위치에서 조금씩 옮겨보면서 나의 다른 면을 찾으려고 한다. 익숙한 지금에서 벗어나 낯선 내일을 향해 달려간다. 「절반 이상의 하루오」는 이곳의 나와 그곳의 나가 만나기를 원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