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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시인 첫 시집... [먼 내 마음 같은]
"장진영 시인 첫 시집... [먼 내 마음 같은]" 내용보기
오래된 사진을 보면 / 그때의 고통이 사라진다 // 좋았던 시간 / 힘든 일들이 / 모두 잔잔하다 // 지나간 것들이 / 잊혀져도 / 또한 오래 머물러 // 불 지피듯 / 떠올리면 금방 돌아와 // 온기가 없어도 따스해지는 / 날마다 해는 더 붉고 / 빠르게 넘어가고 //    - "사진" 전문 -희미해졌던 추억들이 빛바랜 사진 속에서 생생히 살아난다. 젊은 한 때의 치기는 이렇게 저렇게 세월의
"장진영 시인 첫 시집... [먼 내 마음 같은]" 내용보기

오래된 사진을 보면 / 그때의 고통이 사라진다 // 좋았던 시간 / 힘든 일들이 / 모두 잔잔하다 // 지나간 것들이 / 잊혀져도 / 또한 오래 머물러 // 불 지피듯 / 떠올리면 금방 돌아와 // 온기가 없어도 따스해지는 / 날마다 해는 더 붉고 / 빠르게 넘어가고 //   

- "사진" 전문 -


희미해졌던 추억들이 빛바랜 사진 속에서 생생히 살아난다. 젊은 한 때의 치기는 이렇게 저렇게 세월의 바람 속으로 사라져 갔건만... 가끔은 그리움으로, 때론 실없어 보이는 가만한 미소로 잊히지 않았음을 확인하곤 한다. 

이 시인의 시를 읽다 보니, (지금은 사라진) 퇴락한 고향 집의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듯했다. 한때 이런 걸 '노스탤지어'란 단어로 표현하곤 했지….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이다….



줄을 긋는다 / 바로 둘로 나뉜다 // 좋은 것과 나쁜 것 / 잘난 놈과 못난 놈 / 이 편과 저 편 // 나는 / 그토록 수없이 나누어 왔다 / 모든 것이 / 이등분으로 존재하는 것만은 아닌데 / 자꾸만 마음의 선을 긋는다 //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 선들을 긋고 있다 //

- "이등분" 전문 -


자화상을 만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내 또한 이러고 있지 않은가. 아집에 빠져 매일매일 탐진치(貪瞋癡)의 삼독(三毒)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의 일상이 겹쳐진다. 탐심과 그 결과물인 괴로움은 이분법적인 왜곡된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시인의 시에서 출발한 마음의 한 줄기가 서늘하게 와 닿았다.



이름이 / 나를 모두 나타내지는 못한다 / 내가 아닐 때에도 / 이름을 바꾼다고 내가 바뀔 수 있을까 / 이 이름이 그 이름도 아니다 // 얼굴도 / 나를 다 나타낼 수는 없다 / 내 안의 생각을 내가 말할 수 없으니 / 누가 내면을 비추어 / 꽃이나 구름을 말하는지 / 거짓이나 욕심을 말하는지 // 앞으로 비추면 뒤가 / 뒤를 비추면 그때를 모르는 //

- "나는 어디에" 전문 -


이름으로도, 얼굴로도 다 나타낼 수 없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삶의 가장 근원적 의문이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걸까? 아니,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걸까? 법정 스님이 말씀하시길...“나는 누구인가 / 스스로 물으라 / 나는 누구인가 / 자신의 속 얼굴이 드러날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고 하셨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하셨고... 미국에서 선법을 전하신 숭산스님 역시 ‘Only don't know, Only go straight (오직 모를 뿐. 다만 정진하는 거야)’ ‘라고 하셨다. Who am I?….

 


너른 집 / 텅 빈 마당 // 내가 먼저 / 휑한 가슴 / 빈 곳 보여주면 / 하얀 민들레가 날아들 것이고 // 민들레 밭 / 가슴 가득 차면 / 하얀 풀씨 가득 날아갈 것 같은데 // 차면 또 비우거나 / 비워서 또 가볍거나 / 그건 미완의 다른 말이겠지 // 내 배경은 / 허공이라는 / 여백이었으면 //

- "여백" 전문 -


민들레의 꽃말이 "내 사랑을 그대에게 드려요"라고 했던가…. 가슴에 바람이 일어 삶이 허~한 그곳에 시인은 무얼 채우고 싶었던 걸까? 채우고 비우고 또 채우고 비우고... 아니지 그저 그러려니~ 할 뿐인 인생인 것을... 허공은 비어 있는 듯하나 넉넉함으로 환원된다. 어쩌면 우리가 채웠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실제로는 비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채워도 채워도 갈증을 느끼는 것인지도…. 어쨌거나 허공과 여백은 시인의 시(詩)적 고향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1. 

'장진영'은 모르는 시인이다. 천천히 음독해 보니 세월을 관조할 수 있는 연륜이 시에 쌓여 있음을 알겠더라. 시가 현란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다. 시인은 '여기에 / 저를 통과하지 못해 / 뒹구는 것들을 모았습니다 /'라고 하였지만, 크게 꾸밈이 없는데도 시어의 조탁에서 경륜이 느껴졌다. 헛된 망상에서 건져내는 기교의 언어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리는 '마음의 시'란 그 무엇이 전해져 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진솔한 시집'이라고 하겠다. 좋은 시를 읽어볼 수 있어 더욱 화사해지는 봄날이다….


#2.

갑자기 시를 읽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7년도 한국직업정보 재직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한국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직업이 시인(1,000만원)이란다. 그랬던가...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생각났다. 시집으로 꼴랑 24만 원 벌었다는, 그리하여 차갑게 죽고 만 시인의 이야기가 겹쳐졌다. 피폐해진 정신의 시대에도 詩는 팔리지 않는, 돈이 되지 않는, 안 팔릴 것 같은 산물인 게다. 더 속상한 건' 소득 높은 직업 1위'가 국회의원(1억4000만원)이라는 거다. 그렇게 시가 땅겼다.


#3

'파란 자전거'님의 '오늘 방문자 1500명 기념 이벤트'가 있었다. 10여 년 동안 함께 시공부를 한 동인이라는 장진영 시인의 첫 시집 《먼 내 마음 같은》을 내걸었다. 다행히(?) 신청 순번이 빨라 받아보게 되었는데, 고맙게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까지 보내주셨다. 시집만도 과분한데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국회의원에게 1년에 시집 10권씩 읽게하는 법률은 어디 없나? 오염 덩어리 스트레스 유발자들이 사라지고 시인의 감성이 넘쳐나는 사회였으면 좋으련만... 

어쩌다 보니 또 한 권의 다른 시집을 읽고 있다. 1년 동안 읽어야 할 시를 4월 봄날에 모두 읽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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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내 마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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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파란자전거 님의 개인이벤트에서 응원 홍보 댓글만 달았는데강제로(?) 기분좋게 당첨되어 받게 된 도서 <저자는> 저 : 장진영 (張鎭英)  ---발췌하다慶北 善山 出生退任 後 故鄕에서 글을 쓰고 텃밭을 가꾸며 지내고 있다. <책 읽고 느낀 바>  애송시를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애송시의 범주는 단 한 번을 읽어도 느낌이 팍 전해져 오는, 저자의 생각과 느낌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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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파란자전거 님의 개인이벤트에서 응원 홍보 댓글만 달았는데

강제로(?) 기분좋게 당첨되어 받게 된 도서

 

<저자는>

 저 : 장진영 (張鎭英)  ---발췌하다

慶北 善山 出生
退任 後 故鄕에서 글을 쓰고 텃밭을 가꾸며 지내고 있다.

<책 읽고 느낀 바>

  애송시를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애송시의 범주는 단 한 번을 읽어도 느낌이 팍 전해져 오는, 저자의 생각과 느낌이 아닐지라도 읽는 이 마다의  느낌이 나오는 그런 시 말이다. 소월시가 그랬고 만해시가 그렇다. 현대시는 단연코 난해하고 외국시는 문화가 달라 그렇다고 치부해 본다. 파란자전거 님의 지인이 냈다는 이 시집은 여러면에서 나의 느낌이 있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경계에 있는 시도 여럿였는데 아예 모르겠는 것보다는 얼마나 인간적인지.

 

  저자가 텃밭을 가꾸며 지내는 사람이어선지  글느낌이 선했다. 몇 년 전에 들었는데 상대쪽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다니 선한 며느리라고 볼 것도 없다고. 농사는 정직하게 씨뿌리고 거두는 일이라 선하다고. 저자의 일상이 흙과 접하는 일. 그런 과정에서 내면의 움직임을 글로 써보는 일이 책으로 나왔다. 땅은 정직하다.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뿌린 대로 거둔다. 자연과 벗하며 사는 삶은 1. 보는 것만 하는 것 2. 접하며 사는 삶이 있겠다.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나고 그게 자라 수확할 때 느끼는 보람을 안다. 농군의 딸이라서다.

 

그림자

 

나보다 더 큰

너를 본 적이 있다

 

나와 함께

내가 아닌 너를 본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른 채 지내 왔다

 

불 끄고 누우면

가까스로 한 몸이 된다

 

한 번도 너를 만질 수 없었다

 

허공 같고

허무 같은

 

그리고

먼 내 마음 같은

-23페이지

 

  귀신은 그림자가 없다고 했다. 즉 살아있는 것이어야 그림자가 있다. 그 그림자라도 햇볕이 있어야 가능하다. 남의 그림자를 본 적은 있으나 내 그림자를 오롯이 보기란 힘들다. 그림자를 보려고 몸을 뒤틀거나 돌리면 그림자는 또 방향을 돌리니까. 남의 그림자를 보던 경험으로 내 그림자도 그러려니 생각할 뿐이다. 그림자를 이렇게 한 편의 시로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아는, 표현해 낼 줄 아는 게 시인의 감성이구나... 

 

  결코 한 몸일 수 없는 그림자가 불 끄고 누워야 한 몸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시를 읽음으로써 처음으로 알았다. 완전한 한 몸일 수 있다는 걸. 휴식일 때만 가능한 한 몸이란 걸. 허공 같고 허무 같은, 먼 내 마음 같은 /이 한 줄 안에서 많은 걸 본다. 지나 온 시간 속에서 바람이었고 노력했고 일정 부분 얻은 것들도 있었으나 때로는 비켜가는 것들 속에서 허공과 허무를 체험했고 그게 내 마음 안에서 시작되었고 느꼈을 것이라는 걸.

 

잡초

 

풀 한 포기 뽑다가

보기 좋게 나뒹굴었다

단번에 나를 제압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벌떡 일어섰다

 

어떤 힘이 거기에 뿌리내렸는지

어떤 마음이 그리 모였는지

 

한갓 풀 한 포기가 아니었다

굴욕은 내 안에 있었던 것

그리하여 벌어진 일

 

돌보지 않던 것을 돌아보게 하는

여름 한 마당

-55페이지

 

  시골에서 자라 땅과 호흡하는 작업을 해 본 사람만이 아는 동작이 시로 화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누구나 아는 귀절이다. 나무를 버티게 하는 근원은 뿌리에 있음을 안다. 땅 위의 몸체를 버티게 하고 바람에도 끄덕없는 위용을 자랑하려면 얼마나 단단한 뿌리여야 하는지. 사람으로 치자면 뿌리는 발이다. 살이 찌면 발도 덩달아 커진다고 한다. 지탱하려면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잡초지, 잡초 입장선 인간은 적이다. 잡초가 강인한 건 누구나 들어서 알겠다. 텃밭의 잡초를 갓 비오고 난 뒤 뽑자면 뿌리까지 뽑힌다. 이게 자꾸만 크는데도 어쩔 수 없는 상황들때문에 방치했을 때 잡초는 대단해진다. 아버지께서 몇 년 전에 대학병원에서 생사를 오가실 때 텃밭의 잡초는 봄날이었다. 가슴께까지 자란 풀들을 뽑아내는데 젖먹던 힘까지 보태도 꿈쩍도 안하는 굳건한 잡초. 그걸 들썩이다가 간신히 뽑아내자니 그 힘에 잡초는 뽑혔지만 같이 나동그라진 기억이 있다.

 

  촘촘하고 힘있는 뿌리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본다. 햇볕을 끝없이 흡수했으리라. 수분 공급을 위해 빗물을 애타게 기다렸으리라. 견디는 시간들 속에서 강해졌으리라. 잡초라지만 새싹이 돋자 비바람과 추위, 더위 그리고 누군가의 발자국에도 움찔했으리라.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 비로소 잡초로 자리잡았는데 인간의 우악스런 손아귀에 뽑히는 운명, 그게 잡초였나니. 그 잡초를 뽑으며 나동그라지면서 여름 한 마당은 이런저런 생각을 일깨웠나니. 밀짚모자 밑으로 또르르 떨어지는 땀방울을 닦을 새도 없이.

 

길 위의 물음

 

생각 없이 걷다가

걸음을 멈춘다

말라 버린 지렁이 한 마리

 

마른 길바닥에서

무엇이 그토록 궁금했을까

제 길을 못 찾고

멈춰 버린 물음표처럼

 

한 번의 외도

마지막 외출

 

노상에서 길을 더듬으며

무슨 질문을 하려 했을까

온몸을 던진 긴 질문은

 

평면으로

돌아간 죽음 하나

-69페이지 

 

  이제는 걷는 일이 매우 드물다. 더구나 비 오는 날에 걷는 일은 거의 없다. 한 때는 비오는 날의 정취도 즐기고, 낭만도 있었을 법 한데 이제는 직접 걷는 것보다는 창 넓은 창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음악을 듣거나, 비오는 풍경을 감상하는게 더 좋다. 비 오고 난 뒤에 길을 나서면 구불구불한 지렁이들을 볼 수가 있다. 지렁이의 심리는 모르지만 일광욕하러 나왔다치면 굉장히 활동적인 애들이겠다. 그러다 돌아가지 못해 피부가 마르고 죽으면서 수분이 빠져나간 표피는 납작하게 되면서 지렁이포가 된다.

 

  저자의 표현대로 라면 무엇이 궁금해서 일탈했을까. 단 한 번의 외도가 마지막 외출/로 생이 마감된다는 걸 알면서도 감행할 수 밖에 없는 어떤 힘이 작용한 걸까. 멈춰버린 물음표처럼/ 지렁이가 말라서 죽은 모습이 물음표 같은 모습을 봤다. 그걸 저자는 이렇게 표현해냈다. 얼마나 기막힌 표현인가, 감탄이 나온다. 말라붙어 평면으로 돌아간 죽음일지라도 왠지 밟으면 안될 것 같아서 건너뛰었었다. 이 세상 접한 그 날이 이 세상 하직하는 그 날이 될 것을 알았을까?

 

  '2월'과 '선거'도 기억에 남는다. 시집은 유독 선택하기가 어렵다. 단 몇 개의 시만이 좋을 때도 있음을 안다. 이 시집은 대체적으로 좋았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경계에 있는 시들도 있었다. 제목이나 내용을 보면서 짐작이 되는 시들이라서 좋았다. 비록 내 식의 해석이요 느낌일지라도 말이다. 시인의 감성은 타고나는 걸까, 연마로 가능할까. 비중이 어느쪽에 더 쏠릴까. 한 권의 시집을 만나고 몇 편의 맘에 드는 시를 곱씹는 시간이 소중했다.

k******5 2019.04.17. 신고 공감 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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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끄적이다, 먼 내 마음 같은
"마음을 끄적이다, 먼 내 마음 같은" 내용보기
먼 내 마음 같은 이, 먼 내 마음 같은 그대,먼 내 마음 같은 당신, 먼 내 마음 같은 시. 시는 가까운 듯 멀다. 긴 시도 있지만 보통의 산문보다 짧고 대체로 시는 짧은 말들 속에 무수히 많은 뜻을 지니고 있어 몇 번을 다시 읽고 읊고 써보아도 그 안에 담겨있을 의미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시를 쓰는 이들은 이 책을 알게해 준 무척 소중한 분이 들려준 말씀처럼 시에 대한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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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내 마음 같은 이,
먼 내 마음 같은 그대,
먼 내 마음 같은 당신,

 

먼 내 마음 같은 시.

 


시는 가까운 듯 멀다. 긴 시도 있지만 보통의 산문보다 짧고 대체로 시는 짧은 말들 속에 무수히 많은 뜻을 지니고 있어 몇 번을 다시 읽고 읊고 써보아도 그 안에 담겨있을 의미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시를 쓰는 이들은 이 책을 알게해 준 무척 소중한 분이 들려준 말씀처럼 시에 대한 마음, '시심(詩心)'으로 가득한 게 아닐까?

 

가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시라 칭하기에도 부끄러운 글을 쓰게 되는데 보통의 글들과 달리 끄적이고 싶어 어느틈엔가 쓰고 있을 때가 있다. 형식이나 기타 등등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굳이 배우고픈 마음은 들지 않는다. 뭔가 형식에 맞는 글을, 더구나 시를 그리 쓰라 하면 더는 즐겁지 않아서 쓰지 못할 듯 싶기 때문이다. 또 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거라 생각하는 탓이기도 하고.

 

'먼 내 마음 같은' 묘하게 끌리는 제목의 이 시집에 담긴 시도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 정성이 보인다. 시 하나 하나에 마음이 담기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 하물며 그냥 노트나 인터넷에 끄적인 것도 아니고 아련한 제목을 단 곱디고운 책으로 세상에 나온 것인데...!

 

첫 시집을 내게 되고 두려움반 기대반 얼마나 두근두근 설레었을지, 아님 걱정되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대체로 쉽게 읽힌다. 그중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시도 있다. 옮겨보면...

 


이름표 (p39)

 


몇십 년 만의 고교 동창모임에서
오랜 기억을 돕기 위해
모두가 이름표를 달았다

 

주제넘은 동기 놈이
초청된 은사님 명찰을 보고는
친구인 줄 잘못 알고

 

'병철이!! 오랜만이다'하면서
반갑게 손을 내민다

 

 

뒤에 벌어질 상황이 궁금해질만큼 재미진 시다. 이밖에도 몇 편 더 옮겨보면...

 


바람은 (p104)

 


바람이 솔잎을 스치면
솔바람 되고
강을 건너면
강바람 되겠지

 

바람은 모든 것을 스쳐 지날 뿐
그것에 닿으려 하지는 않는다

 

바람이 지나
들꽃이 한들거린다
그냥 지나친다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

 

지나온 길
날 스치고 간
바람은
오래된 너였을까

 

 

내가 좋아라하는 바람이 주인공이라 더 와닿은, 그러면서도 어딘가 익숙하기도 한, 좋은 느낌의 시다.

 


터널을 읽다 (p64~65)

 


모처럼 도서관에서 시집을 찾아 읽었다
잠깐씩 눈도 마음도 헛돌았다

 

잡념을 넘어
가슴을 파고드는 순간이 있기도 했으나

 

너무 쉽게 읽은 것 같고
미안한 감마저 든다
한 편을 쓰기 위해
시인은 얼마나 어둡고 아팠을까

 

내 글이 누군가에 읽힐 때
순간
그들의 마음을 멈추게 할
자신이 아직 없다

 

지금까지
너무 쉽게 시를 읽었듯
너무 쉽게 스치며 살았다

 

내가 그들과 함께 한 것은
순간이었다

 

 

문득 이 시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윤동주의 '쉽게 씌여진 시'라는 제목이 생각나게 하는 시다. 다른 누군가의 시와 시집을 대하며 시인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는, 그 마음이 훤히 보이는, 그래서 더 와닿는 시다.

 


***

 


나는 아직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다른 여타의 책도 그러하지만 특히 '시'와 그 시가 담긴 시집을 읽고 논한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 어떤 시는 그냥 좋은데 뭐가 어떻게 좋은지 잘 모르겠고 어떤 시는 어디서 본 듯도 하고 너무 쉽게 읽혀 좀 별로같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에 대해 조심스레 적어보면...

 

마음을, 진심을 차곡차곡 담으러 무진장 애쓴 노력과 그랬을 시인의 모습과 삶이 엿보이는 듯했다. 그치만 내가 느낀 이걸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고민되는데... 조금 더 자신의 안으로, 그러니까 내면으로 파고들어가셨으면 한다. 더 깊은 뭔가가 담겨있을 것만 같기에 꼬옥 더 깊숙이 들어가셔서 그 안에 담긴 걸 꺼내어 쓸 수 있다면, 그래서 다듬어지지않은, 투박한 그 어떤 것이라도 좋을 듯하다. 지금의 시들도 좋지만 더 마음에 와닿는, 시인이 가진 특유의 울림이 느껴지는 '시'를 만나고픈 욕심이 자꾸만 들어 그렇다.

 

먼 내 마음 같은, 근사한 시를 쓰는 멋진 님.
보다 더 가까이에서 뵐 수 있기를...!

 

 

 

k****e 2019.04.26. 신고 공감 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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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서의 출발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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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되새기며 정리하는 과정이라도 생각한다. 시를 통해 시인은 자신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시집을 보면, 작품들을 통해 그 사람의 생각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인의 마음을 잘 느끼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시를 쓴 시인의 생각과 마음이 잘 느껴지지가 않았다. 아마도 첫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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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되새기며 정리하는 과정이라도 생각한다. 시를 통해 시인은 자신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시집을 보면, 작품들을 통해 그 사람의 생각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인의 마음을 잘 느끼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시를 쓴 시인의 생각과 마음이 잘 느껴지지가 않았다. 아마도 첫 시집이기에, 시를 쓴 시차와 생각들이 너무도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앞으로의 시작에 대해서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블로그에서 우연히 마주친 게시판의 글로 인해, 시인의 시집을 ‘선물’로 받을 기회가 주어졌다. 시를 읽는 것을 좋아하기에, 나는 보통 다른 사람들의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의 마음과 생각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시집을 받고 작품들을 훑어보면서, 시인의 성품이나 시각이 적어도 나에게 잘 전달되고 있지 않다고 여겨졌다. 물론 부분적으로 작품을 통해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지만,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시 세계’가 때로는 매우 이질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전체 4부로 나눈 작품들의 목차가, 아마도 시를 창작한 순서로 나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시에서 표출하고 있는 시각과 생각들이 혼재되어, 일관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자서’에서 밝히고 있듯이, 시인이 ‘시작하는 마음’으로 출간했다는 시집을 조금은 더 너그러운 시각을 읽어내고자 노력했음을 굳이 언급하고 싶다. 젊은 시절부터 습작을 했겠지만, 시인은 퇴임을 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인은 때로는 ‘곁눈으로 세상을 보고’(<곁눈으로>) 지나치기도 하고, 또한 ‘쇠를 달궈 두드리’(<밤>)면서 칼날을 세우는 마음을 품기도 한다. 가끔 주위의 사물들로 시선을 돌려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서 변하는 자연의 흐름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조금은 멀어진 듯이 여겨지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도 가족들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너른 집 / 텅 빈 마당’(<여백>)이 시인에게 너무도 큰 여백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여러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누군가의 이름과 나와의 관계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공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몇십 년 만의 고교 동창 모임에서

오랜 기억을 돕기 위해

모두가 이름표를 달았다

 

주제넘은 동기 놈이

초청된 은사님 명찰을 보고는

친구인 줄 잘못 알고

 

‘병철이!! 오랜만이다’하면서

반갑게 손을 내민다

(<이름표> 전문)

 

 

아마 시인의 경험을 토대로 창작된 작품일 것이다. 이미 환갑이 넘은 나이,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의 얼굴에는 서로 다른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얼굴에는 유난히 더큰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동창 하나가 ‘초청된 은사님’을 몰라보고 친구인 듯 인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인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은 그 은사님은 친구의 그런 모습에서 오히려 기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제자들과 같은 또래로 생각된다는 그런 감정을 느끼며.... 이 외에도 몇몇 작품들을 통해서 나이를 먹으며 세상을 대하는 시인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시인의 생각과 경험들이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었다. 이미 첫 시집을 출간했고 시인으로 살기 시작했기에, 앞으로 독자들에게 보다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인과는 아직 일면식도 없지만, 첫 번째 시집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i*****n 2019.04.16. 신고 공감 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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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먼 내 마음 같은] 장진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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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먼 내 마음 같은] 장진영 시집  이 책은 파란자전거님의 선물로 읽게 된 책입니다.  팔십여 편의 시에서 시인의 일상이 느껴집니다. 시 한 편 한 편에서 일상을 엿보는 것 같아서 반갑기도 했지만 서늘한 외로움이 번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먼' 마음, '안타까운' 마음, '터널을 지나는' 듯한 막막한 마음들도 느껴집니다. 아주 많이 긴 세월은 아니지만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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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먼 내 마음 같은] 장진영 시집

 

 

이 책은 파란자전거님의 선물로 읽게 된 책입니다.

 

팔십여 편의 시에서 시인의 일상이 느껴집니다. 시 한 편 한 편에서 일상을 엿보는 것 같아서 반갑기도 했지만 서늘한 외로움이 번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먼' 마음, '안타까운' 마음, '터널을 지나는' 듯한 막막한 마음들도 느껴집니다.

아주 많이 긴 세월은 아니지만 사는 동안의 아쉽고 미련이 남는 어떤 것들이, 시어와 시구절 사이사이에서 고개를 빼곰하게 내밀면서, 머뭇머뭇 악수를 청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습니다.

 

-

 

그냥 / 봄날 눈사람처럼 / 작아지고 녹아 없어질 게 뻔하다 //

이렇게 되도록 / 허방에 빠지도록 //

남은 날의 허공은 더 어둡다

 

- 32쪽, '내 모습' 에서

 

-

 

오늘도 다 내 것이 아닌데 /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

봄은 다 안기지 않는데 //

지금 내 곁은 / 없는 꽃들입니다 //

 

- 28쪽, '꽃길에서' 에서

 

 

그렇습니다. 봄은 다 안기지 않는데. 안을 수도 없는데. 우린 언제나 다 안은 것 같은 자위와 허세에 허우적거립니다. 순간 돌아 보면, 내 곁에 없는 것들인데도 말입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라는 허망함을 드러냅니다. 가질 수도 안겨지지도 않는 봄날 앞에서, 또 다른 봄을 기약하지만 너무 멀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 허무한 마음을 아는 것이겠지요.

 

 

-

 

화려했던 꽃잎이 한 순간, 제 그늘 안고 떨어진다 //

 

(...)

 

결국 / 빈 가지 끝에 혼자 남아 / 말하지 못한 말 하나 / 대롱거린다 //

 

- 15쪽, '꽃들의 말' 에서

 

 

어쩌면 인생은 저토록 빈 가지 끝에 혼자 대롱대롱 걸린 채로 차마, 끝내, 다 하지 못한 말을 토해내기 위해 견디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대공만 길게 뻗어 / 꽃 피지 못한 나무 //

낮은 어떻게 지냈을까 / 밤은 또 어떻게 지낼까 //

아침에 보면 / 풍뎅이 나방 / 불면과 기다림 / 많은 사연들이 / 발 언저리에 쌓여 있다 //

갈 곳 없는 것들만 / 널브러져 있다 //

또다시 우두커니 / 밤을 기다린다 //

 

- 117쪽, '가로등' 전문

 

'가로등'아래 흩어져 있는 '갈 곳 없는 것들'과 '널브러져 있'는 것들이 보여주는 세상. 그곳이 곧 우리의 삶이 투영되어 있는 곳인가 싶습니다. 매일 아침과 밤길, 출퇴근 길에 만나는 가로등을 보면서 한 번쯤 스쳤을 생각에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내가 가로등 아래에서 잠시 머물렀던 생각은, 이 시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이 한 순간이었나 봅니다.

 

-

 

눈부신 불빛 아래 누웠다 / 일찍이 / 이렇게 밝은 조명을 받아 본 적이 없다 //

나를 맡겼다 / 의사는 / 나의 몹쓸 부분을 / 헤집고 잘라 내고 기웠다 //

자신과 자만으로 가득했던 자리 / 이젠, / 그곳에 / 꾸불텅한 실밥 자욱만 남았다 //

몇십 년을 함께했던 / 잘라 낸 나의 것들 //

미안하고 부끄럽다 //

 

- 43쪽, '수술' 전문

 

그랬습니다. 몇 년 전에 수술방에 누웠을 때, 나의 보잘 것 없는 육신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헤집고 잘라 내고 기워질 때, 아팠을 내 육신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취가 풀린 뒤에 하염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렸습니다. 그동안 못난 주인 때문에, 이유없이 견뎌야 했던 그 수많은 날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말입니다. 시 속에서 시인이 보이고 내가 보이고 우리네 사람들이 보입니다. 또한 수술실 안에서, 어디서도 받아 본 적 없는 쓸데없이 '밝은 조명'이 얼마나 따가우면서도 차가웠나 금방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

 

우리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 '푸르다' 하는 그런 때 //

머리째 걸려 바람에 시달렸다 / 돌보지 않는 존재들은 뒤가 되었듯 / 당신의 뒤에서 / 잘 마르고 있었다//

당신 그렇게 멀었다 / 생각을 말리고 / 잊을 수 없는 것도 말리고 //

문득 / 당신이 나를 알아볼까 / 여전히 당신을 옆에 둘까 //

우리가 있었던 그날은 올까 //

 

- 119쪽, '시래기' 전문

 

당신의 뒤에서 '돌보지 않는 존재'가 되어 잘 말린 시래기가 되었듯, 나 또한 누군가의 뒤에서 서서히 바람에 시달려 그런 귀한 것이 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 시를 여러 차례 읽어봅니다.

어쩐지 죽음으로 떠난 '당신'이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시래기'처럼 당신의 뒤안에 있는 존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함께 했던 그날은 죽어서라도 올까,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끝으로, 이 시집에서 '슬픔'의 정서를 가장 직설적으로 느꼈던 시 한 편 옮깁니다.

 

-

어머니 동백

 

동백은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꿈쩍 않다가

슬그머니 제 몸을 버린다

 

툭,

목숨 하나 진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슬픔

붉은 눈물의 어머니

동백

빗자루로 연신 쓸어 보지만

떨어진 동백은 무겁다

한 가득

어머니를 퍼다 버리는 아침

 

그땐

그게 무언지 몰랐다

붉은 아침

붉은 죽음

 

어머니 가신 가슴 위로

다시 툭, 툭

추위 어슬렁대는

4월

 

뛰어내린다

목 부러진 동백

 

- 103쪽.

 

"빗자루로 연신 쓸어 보지만 떨어진 동백은 무겁다" 라는 문장에서 가슴이 내려 앉았습니다.  죽음, 부러진 것, 떨어진 것, 미여오는 슬픔은 어떤 빗질을 해도 쓸어지지 않는 것인가 봅니다. 아무리 쓸어내려 해도 무거워진 슬픔은 가벼워질 줄을 모르나 봅니다. 그래서 슬픔은 굳이 쓸어내려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슬픔은 스스로 무너져내려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 내 마음 같은" 시들, '먼' 곳으로 널뛰듯 오르락내리락 방황하는 '마음' 잠시 붙들어두고 시집을 접습니다.

장진영 시인님, 시인님의 어느 곳을 '통과하지 못해 뒹구는 것들'인지 모르지만, 그것들이 많아서 두고두고 오래오래 시로 보여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n******6 2019.04.14. 신고 공감 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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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위해 읽고 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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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어본 지 오래되었다. 참 많이 읽던 시절도 있었는데... 심지어 시인을 꿈꾸던 시절도 있어 몇 권의 노트를 시로 채웠던 시절도 있었는데...  아마도 생계, 나만의 생계가 아니라 가족의 생계까지 생각해야 할 때가 되면서 놓았던 것 같다. 그래도 책을 읽었지만, 부족해진 시간, 아니 부족한 마음의 여유로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만 집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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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어본 지 오래되었다.

참 많이 읽던 시절도 있었는데... 심지어 시인을 꿈꾸던 시절도 있어 몇 권의 노트를 시로 채웠던 시절도 있었는데...

 

아마도 생계, 나만의 생계가 아니라 가족의 생계까지 생각해야 할 때가 되면서 놓았던 것 같다. 그래도 책을 읽었지만, 부족해진 시간, 아니 부족한 마음의 여유로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만 집어 들었다. 그렇게 멀어진 시는, 다시 여유를 되찾고도 좀처럼 돌아오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가끔 책장에 꽂혀진 젊은 날의 시집들을 보면서(가끔 몇 편의 시를 들쳐보긴 했다) 시란 젊은 날의 것인가, 하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시집 한 권을 앞에 두고는 그런 내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시란 여유로울 때 쓰고 읽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 여유를 위해서 읽고 쓰는 것이란 걸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 젊었을 때(말하자면 대학 때,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하던 시절)였다면, 이 시집을 읽고도 뭔가 분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일생을 직장에 얽매어 일하다 퇴직을 하고 난 후의 허허로우면서도 여유있는 삶, 그렇게 살아온 세상에 대한 넓고 섬세한 관조, 또 계절의 흐름을 너그럽게 파악하는 시각 등등.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아니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냥 읽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렇게 잠깐이나마 이 시를 쓴 분의 마음(‘먼 내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니 말이다.

 

그래서 시, 그리고 시집에 대한 분석을 놔두고 좋게 읽은 시 한두 편의 구절을 옮겨 본다. 이 짧은 시들을 적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구절들을 버려야 했을까 생각하며 아련해지면서.

 

       보도블럭의 틈새

풀들은

밟히는 일에 이골이 났다

그제 다시 뿌리내리더니

꽃을 피웠다

 

들꽃이란 이름으로

오직 피우는 일밖에 없다는 듯

- <그 이유> 중


 

한 번의 외도

마지막 외출

 

노상에서 길을 더듬으며

무슨 질문을 하려 했을까

온몸을 던진 긴 질문은

 

평면으로

돌아간 죽음 하나

- <길 위의 물음> 중


YES마니아 : 로얄 n*****m 2019.04.18.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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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내 마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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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이는걸까?아니..시인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걸까?이 시집을 읽어  내려갈수록 나와는 확연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확신할수 있었다. 시인에게 주위에서 쉽게 볼수 있는 나무나 꽃, 빨래, 잡초, 옥수수, 고구마, 사진등 여러가지 사물들은 시로 승화시킬수 있는 소잿거리로 변모되나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는 명절에 다녀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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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이는걸까?


아니..시인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걸까?


이 시집을 읽어  내려갈수록 나와는 확연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확신할수 있었다. 


시인에게 주위에서 쉽게 볼수 있는 나무나 꽃, 빨래, 잡초, 옥수수, 고구마, 사진등 여러가지 사물들은 시로 승화시킬수 있는 소잿거리로 변모되나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는 명절에 다녀간 손주녀석이 미처 챙겨가지 못한 양말 한짝을 보고 쓰신 시였다.  명절 내내 시인의 집에 방문한 가족들로 인해 시끌벅적하다가 명절이 끝나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난후 느꼈을 썰렁하고 허전하고 아쉬운 시인의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는듯 하다.  나또한 가끔  방문하는 친정에서 실컷 놀다 집을 나설때 발걸음이 너무나도 무겁다. 차에 타고 골목끝에 다다르고 꺾을때까지 손흔들며 바라보고 계시는 부모님의 쓸쓸함이 빽미러에  가득히 보인다. 그모습이 보기싫어 나오지 마시라고 신신당부해도 기여코 나오셔서 바라보고 계신다. 그래서 시중에 '나는 며칠간 그 양말을 치우지 못했다'라는 구절이 가슴 아프게 들린다. 



이번에  시인의 눈에 띈것은 바로 지렁이 한마리였다.  그것도 말라버린 지렁이 한마리.  그 처참함을 나도 많이 목격했었다.  비가 많이 온 뒤 해가 쨍쨍뜬 날은 여지없이 지렁이의 안타까운 모습들이 보도블럭위에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아마도 시인의 눈에 지렁이의 모습이 물음표같아 보였었나보다. '한번의  외도  마지막 외출' 이란 구절이 너무 멋있었다.어쩜  이렇게 멋진 표현을 할수있는건지 시인의 언어선택능력에 다시한번 놀라울따름이다. 



시인에게 계절의 변화, 시간의 흐름은 물론 그가 겪었을 사건사고나 잊지못할 기억들이 시로써 아름답게 기록되고 있는듯 했다.  눈에  보이는것은 물론 들리는 소리, 냄새,  느꼈던 기쁨과 슬픔과 아쉬움과 설레임 등 모든 감정은 물론 시인의 오감은 모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인듯 하다. 


시인의 의지와 하고자하는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그림자라는 소재를 이용한듯 하다. 잡고싶어도 잡을수없는 이루어 내고 싶어도 이룰수 없었던 목표와 희망들.. 혹은 알려해도 알수없는 멀게만 느껴지는 통제하지  못하는 생각들과 허무함과 공허함이 느껴져서  왠지모르게 가슴 속 여운을 안겨준 시라 필사해보았다. 




마침 어제 딸에게 선물받은 원고지연습장이 눈에 띄었다.

내기억에 남는 시를 읽고 읊어가며 한자한자 정성들여서  옮겨적으며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다.

그래서 글씨체도 내가 쓰던체가 아닌 왠지모르게 궁서체로 써야할것같은 느낌아닌 느낌.

글씨안에 시인의 마음을 담아보려 나름 애썼다고나 할까


마침 딸아이가 내곁에 온다.

필사한 시를 보여주었다.

내가보기에도 너무 잘쓴거같아서 칭찬받아볼 생각으로 당당히 물어봤다. 


"엄마가 쓴건데 어때?"


딸아이 하는말..


"시 쓰시는 할아버지 글씨체다!!!"


"........"

 

내가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시인의 심경을 필사에 담아보려 애썼던 나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싶다. 




YES마니아 : 로얄 t*****d 2019.04.13. 신고 공감 5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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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먼 내 마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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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스24의 블로그 이웃인 파란자전거 님의 서평 이벤트에서 받은 책이다. 요즘을 독서 실적이 아주 저조하므로 서평 이벤트에 참여를 거의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관심을 느낀 이유는 저자가 오랜 교직생활에서 퇴직한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문학의 꿈을 안고 처음으로 펴낸 시집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집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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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스24의 블로그 이웃인 파란자전거 님의 서평 이벤트에서 받은 책이다. 요즘을 독서 실적이 아주 저조하므로 서평 이벤트에 참여를 거의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관심을 느낀 이유는 저자가 오랜 교직생활에서 퇴직한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문학의 꿈을 안고 처음으로 펴낸 시집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집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나와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는 분이니 공감대가 많을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윤동주의 ‘서시’를 보는 듯 뭉클했다. 시인은 서문을 대신한 권두시「자서」에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고, 잊을 수 없어서 새기기도 했으며, 많은 것을 가질 수 없어서 버리기도 했다’는 고백을 했다. 그것은 직장 생활을 마친 모든 이들이 느끼는 마음일 것이다. 이 책은 시작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고 한다. 시작에는 숨은 힘이 있다고 믿는 시인의 마음은 나를 포함하여 시인과 같이 새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주는 격려이자 동지애일 것이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대중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시가 「서시」이듯이, 이 책에서는 「자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둘째, 삶의 철학과 정성과 품격을 갖춘 시들이다. 나는 시를 지을 줄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읽을 줄은 안다고 생각한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는데, 긴 세월 국어교사로 있으면서 교과서에서 만난 시만 해도 수백 편이 될 것이다. 노래를 많이 들으면 부르지는 못하더라도 들을 귀는 있는 것처럼, 시를 읽을 눈과 느끼는 마음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이 시집에서 내가 느낀 것은 ‘삶의 철학과 정성과 품격’이었다. 문익환 목사는 50대가 넘어서 시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에서는 청춘의 번뇌와 사랑이 아닌, 긴 세월 동안 부딪치면서 생활 속에서 얻은 고뇌와 깨달음이 담겨 있다. 교사로 평생을 살았고, 이제 고향에 돌아와 붓을 잡은 시인의 작품에서 ‘삶의 철학과 정성과 품격’이 담긴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셋째, 가장 마음에 드는 시는 「자서」와 「이름표」였다. 「자서」는 앞서 언급했고……, 「이름표」가 인상적인 것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의 상황은 몇십 년 만의 고교 동창회에서 참석자들은 모두 이름표를 달았는데, 주제넘은 동기 놈이 초청된 은사님의 명찰을 보고 “병철아, 오랜만이다.”라고 했다는 일화가 담겨 있다. 나는 교단 초기에 담임했던 제자들의 동창회 때 초청을 받았는데, 인사 소개가 다 끝나고 지각하여 한참 늦게 들어온 제자가 내게 묻는 것이다.

 

“너는 낯은 익은데, 이름이 뭐더라.”

 

내가 민망하게 여길 것을 생각한 다른 제자가 급히 대답을 해주었다.

“야, 말조심해. 선생님이야.”

 

그래도 그 제자는 상황 파악을 못하고 이렇게 반문해서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우리 동기 중에 선생님이 있었나. 어느 학굔데?”

 

시가 별거겠는가? 공통된 체험이나 배경 지식이 있으면 쉽게 이해가 되고 공감을 느끼게 마련인가 보다.

 

넷째, 기대에 약간 어긋난 면도 있었다. 단점에 대한 지적이라기보다 개인적인 느낌이다. 긴 세월 교단에서 근무한 시인에게 학교에서 얽힌 이런저런 사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퇴직 이후에도 잊을 수 없어서 가슴에 새겼던 많은 것들을 털어놓는 첫 시집이 아닌가? 그러나 작품 중에는 교단의 그림자가 전혀 없었다. 그 시절은 아직은 홀로 간직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추억이었거니 헤아려보면서, 그것을 풀어놓을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글쎄……. 공감대가 많지 않을 어린 벗들에게는 가독성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와 비슷하거나 윗세대들은 공감대를 느끼거나 향수에 잠길 수도 있을 것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세대에 어울릴 작품인 듯하다. ‘지금은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꽃과 별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들은 이 책에서 '먼 내 마음 같은' 무언가를 느끼리라고 본다.

y******3 2019.04.16. 신고 공감 3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