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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새삼 소개가 필요 없을 만큼 이름난 고전이다. 이 영화 중 유명한 대사 '니 죄는 인생을 낭비한 죄!'라는 대사도 잘 알려져 있다. 설령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라며 억울함을 항변하는 (역시 거짓말쟁이인 건 마찬가지) 죄수라 해도, 저런 '포괄적이고 준엄한 선고' 앞에서 다른 무슨 항변이 가능하겠는가. 그런데 사실 냉정히 따지고 보면 이 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감옥 안에 들어가서야 진정한 자아(아무리 초라하고 오염된 것이라 해도)를 비로소 처음 만난 자들이다.
미숙하고 경험 없는(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인생이 어설프게 늘어놓는 인생의 객설은 그 자체로 재앙이며, 참담한 사기 미수이다. 똑 같이 의지 할 데 없고 판단이 미숙한 자들에게는 이런 겉발림만 가득한 말의 성찬이 썩은 막걸리에 딸려 오는 싸구려 안주처럼 군침을 돌게 할지 모르나, 주방 뒤의 극한 수위 불결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혜안 앞에서는 그 지독한 조미료의 범벅이 풍기는 불길한 냄새만으로도 이미 고개를 설레설레 젓게 되는 것이다.
헌데, 어차피 싸구려 위안으로 수십년 체질을 길들여 온 인생은 이 싸구려 안주가 주는 쾌락을 새삼 부정한다는 게, 제 인생 전체의 부정으로 곧바로 귀결함을 알기에, 타인과의 비교, 제 끔찍한 과거에의 성찰 따위로 정직하게 돌입할 용기를 결코 내지 못하는 것이다. 육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발을 빼는 것이 나으나, 이미 육신의 상태보다 더 망쳐진 정신은 관성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하긴 이 역시 제 인생의 업보이며, 안 되는 인간은 어차피 이 단계에서의 탈출, 극복이 불가능하기에 평생을 그 모양 그 꼴로 지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생이 불공평하다고는 하나 대개 보면 기회의 총량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결정적인 큰 기회야 어차피 드물게 찾아오는지 몰라도, 소소한 기회의 작고작은 양을 합치면, 뭐 인생 역전까지야 꿈 못 꾼다고 하나 그나마 열심히 말아먹어 온, 여태 제 못난 탓의 패착을 만회할 정도는 추월하고도 남을지 모르는(시시한 인생은, 말아먹어도 대단히 시시하고 졸렬하게 말아먹기 마련) 모종의 밑천이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작자들은, 꿈을 꿔도 헛꿈을 꾸고 에고의 설정이 터무니없기에 이 상황에서 '멀미'를 느낀다. 이런 걸 두고 일종의 유령 감각이라 불러도 되는데(있지도 않은 걸 있다고 착각하는), 이 소소한 행운(타인 눈으로 봤을 때는 그야말로 소소한 행운인데, 이 자는 고작 이 정도 푼돈에 '멀미'를 느낌)에 감사하고 건실한 방법으로 선용한다면 행여 자신이 잘못 살아온 구린 경로가 들통이라도 날까봐(물론 아무도 관심 안 가짐, 지 환상과 자기 기만이 깨어질 그 염려에 부르르 떠는 것일 뿐), 지레 과거를 윤색하고, 그것도 부족해 물타기를 시도한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어이가 없으나, '세상에 저런 인생도 있구나' 하는 안도와 연민으로 본인의 경로를 영점 재조준할 기회 정도는 마련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 변화무쌍한 세상에 정말 정신 차리고 사는 인생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 지나가는 거지, 노숙자를 보고 무슨 상념에 잠기거나 자극을 받는 일 없이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겨 다만 1초라도 돈 되는 일에 더 정성을 쏟자는, 이 시대가 정해준 경건한 룰의 지령 때문이다.
노숙자나 거지가 그나마 구걸이라는 본분에 충실하기라도 하면, 이 역시 빈틈없이 짜여진 사회 구조 속에서 제 역할을 해 내는 중이기에 뭘 욕을 하고 어쩌구 할 것도 없다. 허나 가장 우스운 건 무탈하게(적어도, 여태 돌아가던 대로 별 리듬의 변화 없이는 돌아가던) 작동하는 메카니즘 속에서 갑자기 멀미를 하고 토하다가 '느닷 횡재한 이 돈으로 뭘 할까? 아, 더 말도 안되는 범죄자들의 헛꿈에나 가담해 볼까?'를 외치는 미친 거지의 절규이다. 뭐 어차피 눈먼 돈이 냄새나는 손아귀에 일단 들어간 것, 지돈 지가 얻다 쓰든 사기꾼한테 상납하든 지 X구녕에 집어 넣든 남이 상관할 일은 전혀 아닌데(상관하면 똑같이 멀미하는 놈 됨), 마치 이 정도 돈(누차 강조하지만 지한테나 횡재지 객관적으로 보면 푼돈)을 앞으로 어떻게 (여태, 죽을 듯한 선망의 눈길로 훔쳐 보던) 남들처럼 써 볼지, 또 어떻게 하면 여태 거지로 살아 온 티를 안 낼지(벌써 다들통나고 있는데!), 이딴 식의, 그야말로 거지 같은 '멀미'를 아무도 안 궁금해하고 관심 없는 상황에서 열심히 퍼포먼스한다는 게, 웃을래야 웃을 수가 없는 미친 코미디다 이 말임. 티를 안 내야 할 상황에서 '나 지금 티를 안 내고 예전대로 일관되게 자폐의 장막 안에서 연극을 이어가련다!'라고 좀 떠들지만 않았어도, 적어도 티는 안 났을 것 아닌가(아무도 관심 없으니까). 멀미 하지 말고, 멀미 해도 상관 없는데 제발 '나 멀미 한다'고 동네방네 떠들지나 좀 말아도 중간은 간다, 응? 그렇게 하고 싶으면 감옥 가서 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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