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나무
멀리서 보면 꽃 핀 벚나무가 벚꽃 한 송이로 보이고
더 멀리서 보면 벚꽃 핀 동산이 벚나무 한 그루로 보인다
봄빛 물이 드는 산은 아름답다. 나무에 잎이 달리기 전 산은 마치 땅 빛과 같다. 겨울 빛이다. 나무뿐 아니라 산에 깃들어 사는 동물들도 제 빛깔을 땅 빛 산 빛에 맞춘다. 이른 봄에 잎이 열리기 전에 꽃부터 피어나는 산수유나무 생강나무 개나리 진달래에 꽃이 피어나고 벚꽃까지 피어나면 바야흐로 봄산이 된다. 동물들도 깃갈이를 한다. 생명이 막 피어나는 신신함을 품고 있는 봄산은 아름답다. 꽃 핀 벚나무 한 그루처럼, 벚꽃 한 송이처럼 아름답다. 단풍 든 가을의 화려한 산도 아름답지만 어쩐지 겨울로 다가가는 쓸쓸함이 담겨 있다면 벚꽃 핀 봄산은 아직 더 피어날 앞날을 약속한 소년 소녀처럼 환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이다.
함민복 시인의 시는 쉽게 읽히고 깨끗한 마음이 들게 한다. 읽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공감하게 된다. 둥그런 벚꽃처럼, 둥글게 피어나는 벚나무처럼, 둥근 봄산처럼 둥글둥글한 마음이 들게 한다. 쉽게 읽히고 깨끗한 마음이 들게 한다고 하여 쉽게 쓸 수 있는 시는 아니다. 의미하는 바가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평소 우리가 보지만 놓치고 있는 것을 적확하게 드러내 다시 살펴보게 한다. 비로소 공감하게 한다. 마치 빗방울이나 앵두나 새똥이나 돌멩이 그 어느 것이라도 물에 떨어지면 “모두 동그란 원으로 / 동그란 원으로 번역해”(「물나라 글씨」) 읽는 물처럼 시인은 공감이라는 자장 속으로 우리를 둥글게 끌어들인다.
최선을 다해 곡선이고자 하는 시인이라서 가능한 시들이다. 늘 강아지를 만지고 손을 씻었는데 “내일부터는 / 손을 씻고 / 강아지를 만져야지”(「반성」)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을 가진 시인이다. 시인은 이렇듯 사람은 물론 강아지-동물한테도 곡선으로 다가간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물을 대하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 새벽에 일어나 벽시계를 보고 고장이 난 것이 아닐까 전화기를 열어 시간을 본 뒤 “시계는 벽에 위태롭게 걸려서도 /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는데 / 미안함 마음”(「벽시계」)이 든다고 한다. 벽시계의 마음도 챙기는 시인의 마음이 지극하다. 그리하여 우리 마음의 뿌리인 동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시인이 바로 함민복 시인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