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의 감성과 콘텐츠의 실용성
대부분의 여행 가이드북은 실용적인 콘텐츠, 즉 정보를 제공하기에 바쁘다. 그것만으로도 여행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뭔가 2% 아쉽다는 느낌은 떨칠 수가 없다. 제대로 된 여행 에세이를 펼쳐보면 여행 가이브북에는 없는, 감성 가득한 글이 반긴다.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저자를 따라 그 장소를 여행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책을 가지고 여행을 가기에는 다소 정보가 부족하다. 마치 패키지 여행을 온 듯, 정해진 코스 이외에는 정보가 없으니……. 그 경우 나의 여행이 아닌 남의 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에 젖어 들기 쉽다.
그렇다면 누군가 여행 에세이와 여행 가이드북의 장점을 모두 갖춘 여행 책을 쓴다면 어떨까?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감성과 실용성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 여행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이 책, <동경식당>은 ‘음식’을 주제로 도쿄를 소개하는 글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다고 하면, 맛집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기준은 단순히 음식의 맛이 아니라,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만한가 여부다. 이것만이 이 책의 특징은 아니다. 첫째, ‘여행자의 맛집’, ‘활기찬 핫플레이스 탐험’, ‘주인공이 있는 맛집’, ‘미술관 속 맛집’, ‘긴자[銀座]와 디저트 그리고 사람들’, ‘처음 가본 그 동네, 그 가게’, ‘혼자라서 더 좋은 카페 투어’, ‘젠 스타일 도쿄투어’, ‘시간을 머금은 카페’, ‘나만의 여행지 호텔 즐기기’, ‘맛집 가다 만난 풍경’이라는 11가지 테마를 통해 여행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여행 가이드북이나 여행 에세이와는 사뭇 다르다. 둘째, 글이 아닌 펜 드로잉과 사진으로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간혹 활자로 덧붙이는 말도 있지만 만화 <슬램덩크>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담백하고 깔끔한 라멘을 파는 아후리 에비스[AFURI 惠比壽]
출처: <동경식당>, pp. 24~27
셋째, 전체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지만, 책에 실린 모든 장소는 부록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본문에 소개한 식당의 앱으로 연결되는 디지털적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맛집 보다 맛집을 찾아가는 길에 초점
“I’d rather enjoy a cup of coffee than taking photo” [p. 13] 기존의 여행 책, 그리고 맛집 책에서는 그 곳의 ‘음식’ 사진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그 ‘공간’과 ‘사람’ 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곳에서 어느 풍경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는가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여행을 경험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아무래도 여럿이 가는 여행은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 계획에 맞춰 숨가쁘게 달리기 쉽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혼자 가는 여행을 즐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혼자 가는 여행의 장점은 계획에 없던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순간을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이니까. 여행을 사진 찍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닐 테니까. 빨리 정상에 오르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오르는 과정을 즐기는 등산처럼. 그렇다면 맛집을 방문하는 목적이 단순히 한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맛집을 찾으러 가는 과정도, 이미 찾은 맛집에 얽힌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다 맛집을 방문하는 목적일 것이다.
여기도 가보면 좋아요!
출처: <동경식당>, pp. 28~29, 라멘 맛집 뒤에 소개된 돈가스/오코노미야키/소바/오무라이스 맛집
이 책에는 도쿄의 식당들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지는 않다. 하지만, SNS에 올린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 아니고, 스쳐가는 관광객의 마음으로 찾아가는 것도 아니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