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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함으로 쌓아올린 100년
"치열함으로 쌓아올린 100년" 내용보기
헌법을 보면 그 사회가 보인다? 하지만 사회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 강렬해도 섭렵하기 부담스러운 게 바로 헌법이다. 법이라 하면 일단 딱딱한 용어부터 눈에 거슬린다. 평소엔 사용 않는 어투까지. 꼭 이렇게 어려워야만 하는 걸까. 그렇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다른 건 몰라도 헌법은 필히 알아야만 한다. 법 조항을 담은 글자에 불과하다고 여기면 아무것도 아닌 듯해 보이지만 실상
"치열함으로 쌓아올린 100년" 내용보기

헌법을 보면 그 사회가 보인다? 하지만 사회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 강렬해도 섭렵하기 부담스러운 게 바로 헌법이다. 법이라 하면 일단 딱딱한 용어부터 눈에 거슬린다. 평소엔 사용 않는 어투까지. 꼭 이렇게 어려워야만 하는 걸까. 그렇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다른 건 몰라도 헌법은 필히 알아야만 한다. 법 조항을 담은 글자에 불과하다고 여기면 아무것도 아닌 듯해 보이지만 실상 헌법에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헌법이 생긴 지 벌써 100년이나 되었는지, 책 제목이 <100년의 헌법이라 의아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성립한 게 1948년이건만, 100년이라는 시간은 어느 시점부터 헤아렸는지 처음에는 아리송했던 게 사실이다. 책을 얼마 읽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모든 게 선명해졌다. 그리고 한동안 세상에 소란을 야기했던 건국절 논란이 떠올랐다. 1948년이냐 1919년이냐를 놓고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던. 그와 같은 일이 왜 벌어졌는지, 헌법 전문을 보니 알 것도 같았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9차례의 개헌 과정은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조문 하나에 어떤 정신을 불어넣을 것인가를 두고 참 많이도 다투었다. 책은 제헌헌법의 기초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도 치열했음을 보여주었다. 3.1운동으로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19410일 제정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피를 부르진 않았으나 이미 혁명과도 같았다. 일제에 스러졌다고는 하나 사람들은 여전히 임금의 존재를 강렬히 인지했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그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했다. 180도 달라진 체제를 낳는데 3.1운동은 분명 영향을 미쳤다. 그런지라 3.1운동은 하나의 사건으로만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현행 헌법은 이런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권이 숱하게 바뀌는 와중에서도 3.1운동 자체를 부정한 세력은 없었다. 하지만 이에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진다. 1948년 미국의 도움을 얻어 남쪽 지역에만 단독 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고, 이승만은 현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으로 우뚝 서게 된다. 1948년 이전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가 아닌 것이 되며, 김구, 김규식 등이 흘린 피 땀 눈물 역시도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이 되고야 만다. 저자는 이를 역사학적 논쟁을 뛰어넘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근본을 따지는 일이라고 보았다. 흑백 사진 속 늠름함을 뽐내고 있는 김준엽과 장준하의 모습으로 자꾸만 시선이 향했다. 2017815일 대통령이 언급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에겐 낯선 대동단결선언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접했다. 모든 것이 혼란에 불과했던 시기, 곳곳에서 난무했던 다양한 단체를 하나로 통합해 강도 일본에 맞서야 한다는 의지를 담은 대동단결선언에서는 처음으로 대한민주라는 나라의 수립 관련 이야기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따짐에 있어 빠져서는 안 될 선언이 분명함에도 왜 여태까지 주목 받지 못했던지. 이 또한 누가 권력을 손에 쥐었는가에 따른 것이었던가 싶어 씁쓸했다.

실제로 많은 것들이 권력의 중심에 선 이들의 입맛에 따라 뒤바뀌었다. 4.196.10은 폭도 취급을 당하다가 민주항쟁으로 자리매김했다. 몇 해 전 추위조차 잊을 정도로 뜨거웠던 촛불시위 또한 결과가 오늘날과 같지 않았더라면 국가에 반한 움직임 즈음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었다. 지금의 헌법도 손을 볼 곳이 꽤 여럿 존재하지만, 이마저도 지켜내지 못할 수 있음을 잘 안다. 권력이라 하는 것은 무한대로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매순간 충만하다.

헌법은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너무도 당연해서 소중한 줄 모르는 많은 권리들이 실상 헌법으로부터 비롯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존엄할,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을 규정한 게 다름 아닌 헌법이었다. 국가는 나서서 이를 보장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그와 같은 권리가 결코 침해해서는 안 되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이기 때문이라고 헌법은 말하고 있었다. 모든 국민은 제 자신이 지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 받기 위한 체제를 스스로 구축할 수 있도록 선거권을 지녔고, 그것을 포함하여 혹 권리를 침해당했다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하는 법관을 통해 구제 받을 수 있다는 말 역시도 헌법의 언어였다.

난 종종 타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땅을 떠나고 싶어하듯 나도 가끔은 머나먼 곳에서의 삶을 꿈꾼다. 하지만 생각해온 것처럼 이 나라가 마냥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치열하긴 했어도, 아니 치열함으로 쌓아올린 현재를 부정하지 말아야겠다는 사명감 또한 느낄 수 있었다

q*****2 2019.09.18.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