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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동해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포항, 경주에 이어 원전이 있는 울진이 언급된다. 311 때문에 바다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더 걱정된다. 울진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부모님이 계시고 어린 시절 추억들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고향이 있는데... 무력감. 대자연의 알 수 없는 깊이. 그리고 미세먼지마저도 탈원전 탓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집단과 동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는 슬픔.
역사적 사실과 우경화로 일본은 내게 양가감정을 갖게 하는 나라지만 재해 앞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질서정연함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일본인데, 어쨌든 어떻게 해서든 이 사태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일본은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그대로 방출했고 그런 어이없는 행동에 전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후쿠시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길래?
이 책을 보면 후쿠시마의 오늘을 추정할 수 있다. 제염, 폐로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노답’인지를 말이다. 원자력이 ‘꺼지지 않는 불’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311 이후에 후쿠시마 관련 다큐나 원전 관련 책자들이 꽤 출시됐지만 제염과 폐로잡업에 직접 종사한 경험을 담은 책은 이게 처음이 아닌 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생생함’이다(저자가 고용계약서를 작성할 때 비밀유지 서약을 했는데 어떻게 이 걸 썼을까? 책이 출간된 이후에 도쿄전력 측으로부터 해코지는 없었을까?)
저자는 정년퇴직 후 2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후쿠시마에서 일하고 현재는 후쿠시마 하청노동의 실태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김용균씨 생각이 났다. 폐로 작업의 고충이 생생하게 전달되듯이 김용균씨가 그날 마주했던 컨베이어 벨트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원래 ‘노동’으로 읽히는 게 맞겠다. 하지만 나처럼 ‘탈원전’ 관점으로 동시에 읽어내는 독자도 있으리라. 노동이나 환경이나 모두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긴 하다.
정년퇴직 이후에 약 10년간 공공근로, 하청 등등 안 해 본 일이 없는 아버지는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한다. 독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저자가 나미에정에서 제초 작업하는 사진을 볼 때 공공근로 하던 아버지 생각이 났다. 본가에 갈 때마다 읽을 만한 책을 좀 가져오라는데 다음에 이 책을 가져다 드릴 생각이다. 당신 경험이랑 겹쳐서 읽으면 생생해서 좋아하실 것 같다. 그리고 한편으론 다시 한 번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시길 바란다. 그래서 동네에 돌아다니는 화력발전소 재가동 서명지에 당신 이름 석 자를 기재하지 않길 바란다.
요즘 정년퇴직 이후의 삶을 인생 이모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모든 즐거움을 미루고 개미처럼 준비해서 에너지가 거의 소진된 60세 이후에 무언가를 하라는 것에 좀 의문이 드는데, (내겐 불가능한 일이지만) 정년퇴직 이후에 크루즈 여행을 간다든가, 나만의 취미에 빠져 지낸다든가 그런 것보다는 저자처럼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겨서 내 삶이 의미가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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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고와 수류탄을 사려다가, 배송비가 붙길래 함께 구매했다. 표지가 노란색이라 그저 네가 좋아하는 색이니까 같이 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