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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운전을 못한다. 면허증은 있지만 대도시에선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이 편했던지라 몇 년을 대중교통을 이용했더니 운전면허증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리고 작은 도시로 이사를 오니 그 나름대로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닐 수 있어 굳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런데 이 앨범을 사고 나니 운전을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원래는 도로여행에 어울린다는 제목에 이끌려 덥석 장바구니에 담고 말았지만 곡 목록을 보면서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제목만 보았을 땐 정말 말그대로 친숙한 이름이라곤 SIDE TWO에 'NAT KING COLE'뿐 나머지는 모두 잘 모르는 가수였으며 제목 하나 익숙한 곡이 없었다. 한동안 사도 괜찮을까? 망설이긴 했으나 LP의 고전적 느낌의 디자인이라고나 해야할까, 무튼 그 느낌이 좋았다. 음악이 좋아 LP를 모으는 것도 있지만 CD보다 커다란 판의 앨범 커버를 보면 뭔가 그림 액자를 사는 기분이 있어서 구매욕구가 샘솟았다. 결국 음악은 나중에 들으며 익숙해지기로 하고 이 앨범을 구매했다.
앨범이 도착한 후 들어보니 정말 말그대로 도로 여행에 어울리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또 생각보다 낯선 곡들은 아니었다. 언젠가 스타벅스 매장이나 방송에서 들어본 적 있을 법한 친숙한 멜로디의 곡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곡들이 미국에서 건너왔기 때문인지 부츠를 신은 카우보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고속도로위를 달리는 앞뒤가 길게 튀어나온 미쿡 특유의 빈티지한 자동차가 떠오르기도 했다.
앨범 뒷면 설명을 읽어보면 이 앨범에 수록된 몇몇 곡들은 실제로 길 위에서 작곡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1번 트랙인 Canned Heat의 On the Road Again, 이름마저 도로와 매우 잘 어울리는 Cadillacs의 'Speedoo' 등이 그러하다. 앨범 제목이기도 한 Route 66은 수록된 냇킹콜의 노래 제목이다. 그리고 최초의 미국 횡단도로명이기도 하다. Route 66는 동부 시카고에서 서부의 산타 몬타나까지 이어진 도로다. 이러한 설명들을 들으며 재즈 선율처럼 느껴지는 팝을 듣고 있으니 음악과 함께 달리고 싶은 로망이 절로 피어나는 듯 했다.
물론 차를 당장에 몰지 않지만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흥겨워 어깨가 나도 모르게 앞뒤로 한박, 한 박 흔들리고, 고개도 살짝살짝 까딱 거리게 된다. 차를 탄 듯 몸이 움직여진다. 현재 앨범은 품절상태이나 요란하지 않으면서 흥겨운 음악이 있는 저녁을 원한다면 구매할 것을 권하고 싶은 LP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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