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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하면 일단 기차가 하얀 설국을 달려가는, 낭만적인 풍경이 떠오릅니다. 그런 낭만적인 여행을 떠올리며 고른 책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보잉747을 납치해서 파리에 있는 에펠탑에 충돌시키겠다는 전혀 생뚱맞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비행기를 납치하기 위하여 공항검색을 받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검색대를 지날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했습니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처럼 저 역시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이 짜증나는 이유는 “내가 검색대를 통과하면 어김없이 그놈의 경보음이 울린다. 그러면 갑자기 거창한 게임이 시작되어 검사요원들의 손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 온몸을 더듬”기 때문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옷을 벗으라고 명령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정말로 내가 비행기를 폭파시킬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라고 내뱉은 경우였다고 합니다. 시니컬한 응답이 보완요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탓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는데, 꼭 이런 상황을 맞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골절수술이나 관절치환술 등의 수술을 받아 몸 안에 금속을 집어넣은 분들 말입니다. 사실 검색대에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몸을 더듬는 요원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 경우에 특히 짜증이 치밀곤 합니다. 그렇지만 검색대의 경보가 울렸는데도 그냥 통과한 경우가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한 주인공은 자신이 비행기를 납치해서 목표물에 충돌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을 써내려갑니다. 물론 이 글 역시 비행기와 함께 불타버릴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읽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생각대로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읽고 독후감까지 쓴 것을 보면 말입니다.
주인공이 조직 등의 사주를 받지 않은 단독 범행으로는 황당무계하다 싶은 비행기 납치라는 어마 무시한 범행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사랑하게 된 여성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데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심지어는 환각버섯이라는 생소한 것을 먹고 벌인 파티에서도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이런 깜찍한 이야기를 생각해낸 작가가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벨기에 출신 작가 아멜리 노통브는 매년 가을 신작을 내놓는데, 그때마다 프랑스 문단의 화제를 모은다고 합니다.
엘로이즈라는 이름의 자폐증을 가진 작가와 그녀를 돌보는 아스트라보라는 여성에 꽂힌 주인공의 이름은 조일입니다. 조일은 엘로이즈라는 이름에서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무엇을 연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일과 그가 사랑하게 된 아스트라보의 이름의 유래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작가가 취재를 참 꼼꼼하게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조일이라는 이름은 기원전 5~4세개 무렵, 호메로스에 대한 혹평으로 유명하던 그리스의 소피스트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메로매스택스(호메로스의 재난)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괴테는 자신의 작품을 혹편하는 비평가를 조일로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아들의 아름을 정할 부모는 없은 것 같습니다. 사실 어머니기 조일을 가졌을 때, 부모님들은 딸일 것으로 확신하고 조에라는 이름을 미리 정해놓았다가 그냥 조에의 남성형인 조일로 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조일의 사랑 아스트라보는 11세기 프랑스 중세철학을 대표하는 피에르 아벨라르가 16살 연하인 제자 엘로이즈 사이에 얻은 딸입니다. 조카를 욕보였다고 생각한 중세시절의 엘로이즈의 삼촌은 사람을 시켜 피에르를 거세시켰다고 합니다. 조일의 사랑 아스트라보의 아버지 역시 피에르였고, 어머니 역시 엘로이즈였다고 합니다. 조일의 사랑 아스트라보의 아버지 피에르는 아내가 임신하고서 얼마지 않아 숭배하던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로 떠나버렸다는 것입니다. 아스트라보의 어머니는 ‘카스트로주의자’가 ‘거세(castration)'에서 유래한 것이라 믿었다는 것입니다.
책의 제목이 겨울여행인 것은 조일이 두여자와 함께 벌인 환각버섯파티를 여행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가하면 ‘겨울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67쪽)’라고 하면서 ‘겨울과 사랑은 시련을 통해 욕망을 채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68쪽)’고도 합니다.
이 책의 제목 <겨울여행>은 우리에게는 <겨울 나그네>로 더 익숙한 슈베르트의 연가곡집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멜리 노통브는 ‘사랑의 파괴’와 ‘테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즐겨쓴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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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보여온 아멜리식 대화방식의 이죽거리는 화술, 독자를 흥분과 악의로 가득 차게 하여 기진맥진케 하는 서사는 사라졌다. 하지만 집요한 추궁이나 핑계와 구실 등‘비정상적’사유는 여전하다. 그리곤 여기에 사랑의 증명을 위해 몸을 사르는 낭만적 서사가 더해졌으니, 예전의 작품에 비해 감성적 작품이 되었다고 할까?
자신의 삶에 이렇다 할 목적을 부여하지 않고, 그저‘대단히 자동사적’인 삶을 살아가는 마흔의 남자, 전력공사의 직원으로 이사 온 사람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고지서를 발부하는 그저 그런 일에 봉사하며 불만 없는 인생을 살아가던‘조일’이라는 인물에 돌이킬 수 없는 생의 전환적 사건이 발생한다. 12월의 어느 날, 파리 몽토르괴이 지역의 전입자인 여류 소설가‘A. 말레즈’의 집을 호기심과 환상을 가득 안고서 방문한다.
단열도 되지 않는 낡은 지붕에 난방도 하지 않아 몇 겹씩 옷을 껴입은 두 여자, 한 눈에도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장애를 지닌 여인과 미모의 여인을 발견한다. 서점에서 부랴부랴 ‘알리에노르 말레즈’의 소설을 찾아 읽곤 미모의 여인에 대한 환상을 키우지만, 정작 소설가는“좀비같은 비정상”의 여자, 미모의 여인은 장애자인 알리에노르와 바깥세상을 연결해주는 파트너이자 보호자이며 비서인‘아스트로라브’.
알리에노르에 헌신적인 아스트로라브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알리에노르의 출판된 모든 작품을 읽고선 찬양의 편지를 보내고 환심을 사기에 이른다.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알리에노르와 함께한 자리에서만 만나겠다는 아스트로라브의 조건부 만남의 수락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랑의 광란상태에 빠진 남자는 거부할 수 없다. 전력사용료를 부담 할 수 없어 얼음장 같은 그녀들의 집에서 조일은 아스트로라브와의 만남을 지속하고,“추위에 몸을 떨다보면 흥분이 극으로 치닫지만” 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진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만 하다.
“겨울과 사랑은 시련을 통해 욕망을 채운다”고 했던가? 추위는 우울한 희열을 부추기만 하고, 알리에노르의 장애는 곧 조일에겐 고통과 같은 단어가 되어버린다. 그러나“추위의 신기루”, 아스트로라브를 잃고 싶지 않다. “함께 입을 수 있는 얼음 화상에는 한계가 없지”않은가! 환각버섯을 먹여 아스트로라브를 탐하려 하지만 실현되지 못한다. 이제 그녀가 정한 규칙(조건부 만남)으로 인해 피어나는 증오는 이미 그것이 생겨나게 된 원인을 넘어서 버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한 역사상 가장 난폭한 키스를 준비 하게 한다. 그녀가 들려준 아멜리라는 여인을 위한 구스타프 에펠이 건축한‘사랑의 구조물’을 “일생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파괴행위로 체화 해내”는 것이다.
아멜리의 'A'를 상징하듯, 자신의 사랑을 방해하는 알리에노르, 그리고 사랑의 진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스트로라브의‘A'를 의미하는 구조물, 에펠탑에 보잉기를 몰아 멋지게 충돌하여 파괴하는 것이다. 이미 파리를 굽어보는 거대한‘A’를 자신의 욕망에 부딪혀 파괴하리라는 결심을 굳힌 순간, 아스트로라브의 “~ 앞으로는 숙맥처럼 굴지 않을게. 약속해. 적어도 당신 덕분에 너무 행복해서 혼란스럽다는 걸 더 이상은 감추지 않을 거야.”라는 사랑의 밀어가 담긴 뒤늦은 서신은 감동한 나머지“머리가 샴페인 병마개처럼 튀어 오르는 것만 같았”을 지언정, 결행의 의지를 막지는 못한다.
사랑이란,“모든 현실이 파괴되는 완벽한 각성 상태” 아닌가? 사랑과 파괴는 그래서 이렇게 한 쌍으로 묶여져야 하는 것일까? 미칠듯한 사랑에 빠지면 으레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이‘비정상’이란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이젠 봄이 시작 될 것 같다.”는 야릇한 여운을 남기는 추운 겨울 시린 사랑의 이야기가 음울하게 피어나는 파리 연인의 이야기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파괴함으로써 사랑을 완성하려는 슬픈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겨울의 냉기 속 불같은 사랑의 감미로움이 충격적인 아멜리식 환각상태에 의지하여 몽롱하게 전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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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식 연애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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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 아멜리 노통브 / 허지은 / 문학세계사 (2015) [원제 : Le Voyage d'hiver (2009)] [My Review MMCCI / 문학세계사 10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서른 번째 리뷰는 누가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천재 작가로 불리는 아멜리 노통브의 <겨울 여행>이다. 세월이 흐르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고 하는가 보다. 내가 노통브의 소설을 처음 접했던 것이 2003년이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흥분이 잦아들지 않던 시절에 그녀의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을 처음 읽었는데 너무 강렬했다. 그런 장르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감상이 자리 잡기도 전에 주위에서 극찬과 호평이 난무했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그런가보다 싶었다. 첫 느낌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좋지도 않았지만, 그러다 조금 텀을 두고서 <오후 네 시>란 소설을 읽었는데, 정말 센세이션 했다.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쪽으로 말이다. 정말 강렬한 느낌과 인상을 받았는데, 전반적으로 '묘한 불쾌감'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있다. 그 뒤로도 틈틈이 <로베르 인명사전>, <공격>, <적의 화장법>, <사랑의 파괴> 등등을 읽었는데 점점 의문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아멜리 노통브의 '무엇' 때문에 천재로 불리는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묘하게 '재미'는 있었다. 그래서 '그 맛'에 그녀의 소설을 읽는가보다 싶었다. 그런데 좀 찜찜하다. <겨울 여행>에서 그 찜찜함을 풀어보자. <겨울 여행> 관점 포인트 : 좋다. 먼저 '인정'하는 것부터 풀어본다면, 그녀의 소설은 재미가 있다. 그래서 계속 읽게 만든다. 그리고 이야기 '전개'가 정말이지 기발하다 못해 기똥찼고 더불어서 기가 찼다. 이를 전문용어로 '어이 없다'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언어학의 전문가인 아멜리 노통브 앞에서 '전문가' 운운하면 실례가 될테니, 그냥 기발하다로 퉁치고 싶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 사회문제가 될만한 주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식이 간간히 담겨 있어서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줘서 심심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저렇게 바라보니 '문제의식'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여기까지가 아멜리 노통브 소설의 장점이랄 수 있겠다. 이건 인정하는 바다. 그런데 '문제의식'과 '비판'은 있는데 그걸 살살 비꼬는 식으로 풀어내는 모양새가 좀..'진지함'이 없어서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다. 강한 펀치력으로 상대를 인사불성으로 만들고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옆구리를 살살 간지르는 정도의 느낌이라 기분만 상하고 만다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여성작가라는 점을 감안해서 '직접적인 비평'보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하더라도 '정곡'을 콕 찌르는 느낌이 아니라 '비아냥거린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전반적으로 가벼워지고 말았다. 사회비평이란 날카롭고 묵직한 맛이 있어야 제맛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 전개에서 '기발한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예상밖의 전개'라는 것을 빼고는 딱히 줄게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반전'이란 것도 충분한 개연성이 바탕이 되어야 '그래 그럴 수 있어'라며 이야기에 '몰입'하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할 수 있을텐데, 몰입과 이입이 전혀 동반되지 않은 '기발함'만으로 얼마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느냔 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야기의 소재가 너무 '부정적인 것'들이라 다 읽고 난 뒤에 뒷맛이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에서 주로 만나는 것들을 보라. 살인, 자살, 테러, 마약, 정신병 등등 죄다 '불법'이고, '변태적'이며, '비이성적'인 소재들밖에 없다. 심지어 '사랑'이란 주제를 내세우면서도 '정상'적인 것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나마 볼만한 주제가 '아름다움'인데, 그녀는 이 아름다움마저 '추악한 속내'를 포장하는 껍데기 취급을 하는 일이 잦아서 제정신인가 싶을 때가 많다. 이런 것들을 다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딱 하나 '섹스(성욕)'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상식적인 선에서 아름다움을 느낄만한 '정사 씬' 하나 찾아보고 힘들다. 자, 이제 <겨울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해보련다. 사랑에 실패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미련만 뚝뚝 남아서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행기 테러'를 꿈꾼다. 그것도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향해서 말이다. 정말 이게 다다. 사랑이란 '공식'이 정말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그러니 두 남녀가 만나서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수없이 지지고 볶는 과정을 '극복'한 뒤에야 겨우 사랑에 성공하고 마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진부하겠냐는 심보가 아멜리 노통브 소설들에 가득하다. 그래서 정말 신선하게도 '사랑의 실패', 그래봤자 고작 '섹스'를 못한 것 뿐이다. 그런데 속좁은 남자는 그 길로 비행기 운전을 익혀서 비행기 납치를 기획하고 그걸 실행에 옮기려 한다. 그리고 목표 대상은 그녀의 이름 '아스트로라브'의 앞글자인 'A'를 형상화한 '에펠탑'을 향해 비행기를 납치해서 돌진하려 한다. 이게 제정신으로 할 법한 일인가? 나가는 글 : 소설은 '허구'의 세계인지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유명 작가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 소설속의 내용을 '현실'에서도 반영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프랑스아즈 사강이 법적으로 금지된 마약복용으로 기소되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지 않았느냔 말이다. 작가의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물며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할 말'을 대신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자기 소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너무 '방종한 면'이 없지 않다. 사회적으로 '금기'되고 '터부'시 되고 있는 소재로 강렬하게 쓰면서도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나는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 재밌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권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내 관점에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저질로 평점을 매길 수밖에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선생'이란 관점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선생이 아닌 '독자'로서 평점을 매기라면 뭐랄까? 뭔가 있긴 있는 것 같다. 그걸 찾기 위해서 좀 더 읽어보려 한다. 단순한 '재미' 말고 더 의미심장한 것, 그 잡히지 않는 무엇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해 찜찜함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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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그녀의 신간을 우연히 발견하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이제까지 그녀의 모든 글과 이야기를 좋아한다.
흡입력있는 이야기, 자유로움.
이번 신작에서는 웃음을 주는 구절이 몇군데 있어서 읽다가 한참을 웃었다.
신간인 <겨울 여행>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만 불만이 있다면 제목을 직역한 것이다.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지 못한 제목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역자의 후기가 무엇인지 모를 불쾌감을 느끼게 만든다ㅎㅎ
역시 성귀수님의 번역이 좋다^^(허지은님 죄송^^)
또 디자인이 그간 문학세계사에서 만들어낸 것 치고는 다소 촌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좋아서 모두 용서가 되는 그런 책이다.!!
뜨거운 한 여름에 이 책을 읽었다.
아멜리노통은 사랑을 겨울에 비유한다.
책을 읽는 내내 뜨거운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을 담군 아포가토를 맛보는 느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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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의 18번째 소설. 이젠 하나의 메이커가 되어버린 그녀 는 표지에 당당히 자신의 얼굴로 장식한다. 이마반이라 이마에 어떤 글자라도 써주고시픈데 따끈따끈한 신간이라 참기로했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에서 영감을 얻어서 제목이 겨울여행이라는데 이 책에서 그녀는 수많은 사랑 방법 중 꽁꽁얼어버린 얼음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써 놓았다. <조일>이라는 남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남자가 완벽히 아름다운 이름 <알리에노르>라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 완벽한 이름이 그녀의 것이 아닌 그녀와 같이 사는 (그가 비정상이라고 부르는) 작가의 이름임을 알게되고 자신이 사랑한 그녀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 <아스트로라브>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럼에도 그는 아스트로라브를 사랑하지만 항상 그녀옆에 비정상적인 여자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스트로라브는 차가운 얼음덩어리처럼 녹여도 녹여도 녹여지지않는다. 절망한 조일은 그녀를 포기한채 아스트로라브를 상징하는 파리의 A(아멜리의 A를 뜻하는건가?)가 들어가는 완벽한 에펠탑을 자신이 보잉기를 납치하여 에펠탑으로 돌진! 그리고 파괴시키기로 결정한다. 아스트로라브의 뒤늦은 사랑의 편지도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것을 글로 남긴 후 그 글들과 같이 사라질것을 결심한다.
이번 책은 역시 그녀다운 상상력으로 단숨에 써내려간듯한 숨가쁜 여정이 그대로 나타났다. 왕자의 특권에 비해 스토리가 훨씬 더 짱짱하고 재밌었다. 원래는 겨울까지 기다렸다 읽으려했지만 이넘의 급한 성미 덕분에 참지 못하고 책을 읽어버렸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기다릴 나도 못되지만 성급한 만큼 재미도 빨리 맛보았기때문이다.
2010. 8. 25.
오랜만에 비가 션하게 내려주시고
p50 독자들은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한 번씩이라도 꼭 노트에 옮겨 적어보아야 해요. 그 문장이 왜 그렇게 훌륭한지 이해하는 데에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어요. 책을 너무 빨리 읽으면 그 자연스러운 문장 뒤에 감추어져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없죠
p70 때로는 이해받지 못할 게 확실한데도 작정한 대로 밀고 나가야 하는 경우가있다.
p101 "왜 그렇게 작은 소리로 말하는 거야?"
"너무 아름다우니까 틀림없이 비밀일 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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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겨울 여행 - 부디 그의 여행이 끝이 아니길
남자는 비행기 납치를 계획하고 있다. 그가 폭발시키려는 비행기는 13시 30분발. 일찍 도착한 그에겐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는 글을 쓰기로 했다. 읽히지도 않을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욕구(10p)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겨울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비행기를 폭발시키려는 남자라니, 첫 장부터 호기심이 확 일었다. 게다가 그 남자는 자신은 테러리스트 같은 사기집단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정신병자(12p)인가? 밉살스럽고도 어리석은 멍청이인가? (14p) 답은 책 속에 있을 테니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는 수밖에! 제일 멍청하고 무시당하던 소피소트의 이름으로 이름 지어진 조일은 자신에겐 찬란한 미래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열다섯 나이에 가장 위대한 작품을 온 힘을 다해 번역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특별(?)한 아이였던 것도 같은데 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지 않았나 보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림자로 밀려나게 되었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차라리 내가 그 쪽을 택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련만. (22p) 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그렇게 그는 자랐다. 사춘기 때 동경하던 이들이 평범해지는 걸 목격하면서. 그들의 몰락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평범함의 극치며, 자신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물론 내 눈엔 평범해보였다. 전력공사, 가스공사에 직원 비슷한 걸로 몸담고 있는 마흔 살의 보통의 남자. 정신병자도 아니고 어리석은 멍청이도 아닌 것 같은 이 남자가 에펠탑을 향해 비행기를 처박으려는 이유는 과연 뭘까.
답은 아마도 아스트로라브일 것이다. 조일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조일의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둘 사이에는 아스트로라브가 돌보고 있는 알리에노르가 굳건히 존재했다. 무얼 하든 셋이어야 한다는 아스트로라브. 조일은 둘만의 사랑을 위해 환각버섯까지 동원하지만 그것마저 계획대로 되지 않고 결국 증오만이 남게 된다. 사람은 불 같은 사랑에 빠져 있을 때만이 한 없이 너그러울 수 있는 법.(142p) 열기가 식어버린 조일은 그녀의 러브레터에도 굴하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소설에서는 어떻게 되었다는 결과가 나와 있지 않지만 왠지 나는 그가 비행기를 폭발시키지 않았을 것 같다. “글을 써 보면 대답할 말이 생각날 수도 있어요.” (66p) 라던 그였으니, <겨울 여행>을 쓰는 동안 그도 증오심에 휩싸여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스트로라브는 조일에게 생긴 생애 첫 목적이었다는 걸. ‘완전자동사적’인 그의 삶이 그녀로 인해 흔들렸다는 걸. 바로, 사랑. 그런 사랑을 이제(드디어!) 처음 한 그가 그대로 비행기를 폭파시키고 무고한 사람들과 함께 죽어버리면 그것만큼 허무하고 어이없고 화날 결말도 없지 않은가. 그저 그에게도 한 번의 여행이었으면, 바라는 마음이 크다. 처음이어서 더 혹독했던, 추운 겨울과 같은 사랑 여행, 단지 그뿐이었으면. 소심해도 좋고 유치해도 좋고, 빤한 사랑앓이의 주인공이 되어도 나는 좋으니까 말이다.
“아쉽게도 우린 그걸 곧 잊겠지.” “아냐. 이 여행에서 경험한 건 모두 우리 기억에 남아 있을 거야.” “지금 보는 것들을 다시 볼 수는 없는 거잖아.” “그건 그래. 하지만 기억 속에는 영원히 남을 테고,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이전과 같지 않을 거라고.” 107p 비행기에서 무사히 내린다면, 그는 또 다른 그리고 무수히 많은 여행을 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증오를 증오한다.(28p)는 그의 말에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겠다.
-花
MISS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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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으로 튜브의 형이상학에서 아멜리가 연못에 빠져 죽어가는 장면을 읽었을 때 느꼈던 황홀함을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나는 또다시 아멜리 다른 작품 속 미치광이들처럼 그들에게 설득당했고 속수무책으로 홀렸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깨닫는데 그건 정말이지 특별한 경험이다... 아주 짜임새 있는 소설이나 뛰어난 이야기꾼이 쓴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요상한 어떤 거 소설을 읽는 것이 간접경험이라고들 하는데 아멜리의 소설은 그 자체로 직접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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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통브의 소설을 읽기 시작할때면 언제나 약간의 설레임을 느낀다. 너무나 독특한 그녀만의 이야기 세계로 들어선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이 소설 역시 시작부터 흥미진진했고, 주인공에게 쉽게 마음을 붙였다. 이유는 팀team 체질이 아니고, 늦는게 두려워 약속시간보다 한참 일찍 도착해버린다는 것 만으로 충분했다.
그런 그는 오늘 생전 처음으로 비행기를 폭파시키기로 한다, 그것도 혼자서. (team체질이 나니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리고 자신과 함께 폭파되어 절대 읽힐리 없는 자신의 이야기, 기어코 비행기 납치계획에까지 이르게 만든 그녀 아스트로라브와의 이야기를 적어내려 간다. 그 글을 읽고있자면 지독한 사랑에 사로잡힌 인간의 심리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되고, 결국은 그로 하여금 '이해받기 못할게 확실한' 이런 일까지 하도록 만든 그녀의 행동을 초조하게 기대하는 스스로를 문득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초조한 그의 첫 선택은 환각버섯, 하지만 철저히 실패. 이어지는 결심. 그렇다. 그가 비행기를 폭파시키기로 결심한 과정은 이런 것이었다. 그녀는 '우주의 창조물 중에서 가장 고결한 존재'인데 '그렇게 우수한 존재가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세상은 내 손에 파괴되어야 마땅'하다는 거다. 그리고 그는 아름다운 무언가를 파괴하기로 한다. '추한 것들을 향해 이처럼 어마어마한 노력을 해야할 타당성을 부여할수'는 없기 때문에. 작가 스스로도 언급하고 지나가듯 이 대목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떠올리게 한다. 극단적인 탐미와 그 파국을. 마침내 그는 환각 속에서 세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이 소설 속에서 줄거리의 흐름과 더불어 나를 즐겁게 했던 것은 작가의 재기발랄한 생각, 표현들과 만나는 것이었다.
"...재미로 비행기를 납치하는 사람은 없다. 신문의 1면을 차지하기 위해 그런 일을 감행하는 것이다. 언론매체를 모조리 없애보라. 테러리스트들은 곧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11쪽)
"...글을 쓰면 구체적인 생각이 몸의 각 부분으로 전달되었다-글쓰기에 반응하는 몸은 목과 어깨와 오른팔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두뇌를 몸 전체로 확장시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19쪽)
"...타인의 평범함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평범함의 극치다..." (25쪽)
"...아파트 안이 얼마나 추운지 공기에 각을 잡아 뚝뚝 잘라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43쪽)
"...理想을 품지않고 행동에 돌입하는 테러리스트는 없다...이상은 단어의 형태를 위한다. Arthur Koestler의 말이 옳았다. 세상에서 살인을 가장 많이 한 범인은 바로 언어라고 했던가." (72쪽)
"사람은 왜 자라면서 제대로 보질 못할까?" "그야 자라야 하기 때문이지. 자기에게 유익한 것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비장한 생존의 법칙을 배워야 하니까. 눈이 아름다움을 잊는거야..." (102쪽)
"...사람들은 아무 상관없는 이들에 대해서는 절대 원망을 하지 않는다..."(133쪽)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서사, 문장에 담긴 촌철살인의 철학적 통찰, 독창적인 묘사의 힘 등. 책에서 내가 바라는 많은 것들을 충실히 보여준 소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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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테크리스타, 오후 4시 한참 아멜리노통에 빠져 그녀의 책을 읽다가, 아주 오래간만에 읽게된 겨울여행. 역시 그녀의 책은 신비롭다. 예측할 수 없고, WHY 라는 물음이 항상 함께 다니면서 아이러니하게, 반감이 아닌 공감을 이끌어내는 내용이랄까. 조일과 아스트로라브, 알리에노르. 아스트로라브에게 첫눈에 반한 조일과, 알리에노르 옆에서 떨어질수 없는 아스트로라브. 그런 아스트로라브만을 바라보는 조일, 조일의 뜨거운 감정을 알지만 알리에노르는 그녀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조일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 주지 못하고, 그런 조일은 결국 그녀에게 그 뜨거웠던 사랑만큼 증오만을 남기고 돌아선다. 그리고 시작된 그의 복수. 그녀와 알리에노르가 사랑하는 에펠탑을 망가뜨리기 위한 비행기 납치. 결국 그는 비행기로 에펠탑을 무너뜨릴수 있을까? 책은 납치를 계획하고 비행기 탑승 전까지로 끝이 난다.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대로 라면, 그는 에펠탑을 무너뜨릴수 없을 것 같은데. 뭐랄까. 조일의 아스트로라브에 대한 감정은 분명 실제적인것이였는데, 돌아서는 감정은 너무 극단적이 였달까. 곧 그 미움조차 빠르게 식어버릴것 같은 느낌. 제목이 "여행"인 것을 보면, 그냥 여행으로 끝날 그의 비행기는. 추운 겨울에 뜨겁게 시작해 추운 겨울보다 더 차갑게 식어버린 사람의 감정을 나타낸것이 아닐까. 추운 여행의 끝에 따뜻한 봄날, 다시 사랑을 찾으시길. "그녀가 벙어리장갑을 다시 꼈다. 아파트 안이 얼마나 추운지 공기에 각을 잡아 뚝뚝 잘라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여자를 얼음장 같은 감옥에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p.43 "이젠 봄이 시작되어도 좋을 것 같다." -p.1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