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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응급실 의사의 '업' 그리고 자격에 대한 이야기, 에세이 [의사가 뭐라고 by 관경훈]
"한 응급실 의사의 '업' 그리고 자격에 대한 이야기, 에세이 [의사가 뭐라고 by 관경훈]" 내용보기
새로운 직장 생활이 시작되면서 해야할 일이 급속도로 증가-  다시 여기에 시간을 들여서 준비해야 하는 '임무' 하나가 다시 발생, 별수없이 약 일주일 남짓 하고싶은 일을 대폭 줄였다. 귀가후의 맥주, 그리고 블로그의 리뷰쓰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드디어 어찌어찌 급한 일 하나를 끝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책상앞에 앉았다. 그간 리뷰를 쓰지는 못했지만 짬
"한 응급실 의사의 '업' 그리고 자격에 대한 이야기, 에세이 [의사가 뭐라고 by 관경훈]" 내용보기

새로운 직장 생활이 시작되면서 해야할 일이 급속도로 증가-  다시 여기에 시간을 들여서 준비해야 하는 '임무' 하나가 다시 발생, 별수없이 약 일주일 남짓 하고싶은 일을 대폭 줄였다. 귀가후의 맥주, 그리고 블로그의 리뷰쓰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드디어 어찌어찌 급한 일 하나를 끝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책상앞에 앉았다. 그간 리뷰를 쓰지는 못했지만 짬 날때마다 읽은 책이 한권 있었다. 응급실 의사 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분의 책이지만 '업'에 대한 마음가짐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던 책  <의사가 뭐라고> 이다.


1978년생, 독서광이자 모험심이 강한 반항아로 역사학자, 소설가를 꿈꾸었지만 이를 이룰만한 재능은 없다고 스스로 판단,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의사학에 관심이 많았으나 응급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고, 현재는 동해안 끝자락의 한 도시의 응급실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널리 존경받는 의사는 되지 못하더라도 '의사다운 의사' 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잘 알고 이해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이상적으로 인간을 분석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원인이 무엇이며 그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가 무엇인지 잘 예측하는 편이다. 그러나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잘 예측한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깊이 공감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이 미워하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행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유와 원인은 잘 찾아내지만,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해 함께 공감할때는 드문 편이다. 물론 이런 독특한 부분이 적어도 응급실 의사로 일하는데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사람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기에 이를 다루는 '직업'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더 경외로울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 다정한 이야기를 건내주지만 우유부단한 의사? 아니면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하지만 세밀하고 확실한 의사? 누구에게 물어봐도 좋은의사의 기준은 후자일 것이다.


저자는 응급실 전문의로 응급실로 내원하는 많은 환자들을 진료한다. 곧바로 손쓰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환자가 내원할 때도 있지만, 특정한 약을 받기 위해 오는 환자도 있고 '조금'아플 뿐인데 떼를 쓰는 환자들도 있다. 특히나 만취한 환자이거나 겉으로 봐도 어느정도 각이 나오는 환자들이라도 저자는 다양한 방향성과 가능성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한다. 의사의 '업'의 소명은 환자가 어디가 아픈지,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처법을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유형의 의사에 가깝다. 다분히 고리타분한 면이 있으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삶을 존중하는 측면에서는 다른 어느 의사 못지 않다. 인간은 누구도 죽은 자를 살려낼 힘을 가지지 못했기에 생명과 삶은 어떤 경우라도 우선하여 존중받아야 한다. '어차피 몇 달 후면 죽을 시한부다'.'불구로 사느니 죽는 것이 낫다'는 태도는 매우 오만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제아무리 의사라도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사람의 고통, 슬픔, 기쁨, 행복을 함부로 판단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모든 의사가 모든 환자가 그와 유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지만 조금 '귀찮아지는'환자를 맡지 않으려고 서로에게 떠미는가 하면, 단지 지금 상태가 나쁘지 않을뿐 자칫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말을 아무리 설명해줘도 '환자'가 심드렁할 때도 있다.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나태한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최대한 그 생명을 '살리는'방향으로 그 상황이 나아지도록 조절한다. 그같은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업'을 등한시 하는 의사들의 모습과 의사를 불신하는 '환자'의 모습이 책의 곳곳에 녹아있다. 


"오늘 오후에 배 타야 하는데 며칠 뱃일좀 보고 부산에서 하겠소"

별것도 아닌데 요란스럽다는 듯 심드렁했다. 그의 생각은 바뀌지 않겠지만, 언제나 설명과 경고는 의사 입장에서 충분한 것이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충분해야 한다.

"그게 뱃일이든 뭐든 우리가 하는 일은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죠. 죽고 나면 아무 의미 없습니다. 명줄 바쳐가며 일한다고 누가 기억해주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죠. 자기 죽는 줄 모르고 일한 미련한 사람, 어리석은 녀석이라 빈정거리지나 않으면 다행입니다. 평소 병원 신세지는 거 대단히 싫어하시는 분 같은데 오늘 본인이 직접 병원 오셨죠? 벌써 본인도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걸 직감했을텐데요. 그리고 증상 뿐아니라 심전도, 흉부 엑스레이, 흉부 CT 모두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최근에 생겼다는 걸 나타내고 있는데 이게 고집 피울 문제입니까?"

환자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배 시간까지 퇴원해야 하오"


전문가는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하고, 전문가가 아니 사람은 그 지시를 '따르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가끔 환자들은 의사의 말보다 자신의 '생각'을 믿기도 하고, 전문가가 실제로 전문가가 아닐 때도 있다. 책 속에는 업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병을 대수롭게 여기고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실제' 에피소드가 함께 등장한다.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어떤 메디컬 드라마보다도 더 선명한 '삶'과 '죽음'의 명암이 뚜렷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다. 



의사들은 어떤마음으로 환자를 대할까? 권위주의, 그리고 드라마틱한 영웅의식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재능'으로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  그리고 그 재능이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재능'이라면 더더욱이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책은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의사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직업을 가진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몇 구절만 더 적어둔다. 



"10년 넘게 고생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에는 편안히 가셔서..."

"모든 죽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쨌거나 장례 잘 치르세요" 보호자는 거듭 감사를 표했지만, 그 짧은 두 문장이 내가 보호자에게 건넬 수 있는 말 전부였다. 


질병은 인간에게서 육체적 강건함만 앗아가는 게 아니다. 질병은 육체를 쇠약하게 하고 죽음을 재촉하며 정신을 좀먹을 뿐 아니라 질병에 걸린 인간의 외모조차 비슷비슷하게 만들어 개인이 지닌 독특하고 찬란한 특징마저 빼앗아간다.

...

이런 질환에 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외모에서조차 개인의 특징이 사라져 '환자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버린다.


나는 죽음을 극단적으로 두려워 한다

.... 

무신론에서 죽음은 '자아의 총체적이고 완벽한 소멸'을 뜻하기 때문이다. 자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자아의 총체적이고 완벽한 소멸보다 끔찍한 것은 없다. 

...

그러고 보면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내가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응급실에서 그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수 밖에 없는 의사로일하는 것은 재미있는 운명의 장난이다. 흥미롭게도 죽음에 대한 개인적 두려움과 달리 응급실에서 일할 때면 죽음에 대해 별다른 감정의 동요없이 담담할 따름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인위적인 평정심이긴 하지만.


이전에 또다른 응급실 전문의 ( 매스컴으로도 꽤나 알려지신 분이다)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순간, 찰나의 사고로 생명을 잃고 응급실로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무도 눈에 보이는 듯이 써서 충격과 자극이 가시지않았던 글- 그 분 또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글이었을 테지만 사람이 생명을 잃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무언가'로 되는 과정이 너무도 적나라해서 오히려 생명존중이 되지 않는 느낌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글들이 모여 세상에 나왔던 책은, 궁금했지만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뜨겁거나 자극적인 대신 날카로운 눈빛과 냉정한 이성아래 따뜻한 '사람에 대한 마음'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나에게는 하루에 15분 남짓- 피곤한 눈을 깨워가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가끔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그런 일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으냐고 혹시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으냐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야기한다.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어해도 환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감정에 휘둘리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그리고 과잉된 감정에 나부끼는 것은 미숙한 아마추어일 뿐이라고.


그리고 나의 '업'의 소명은 무엇인지,  좀 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d***e 2019.05.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461. 의사가 뭐라고
"461. 의사가 뭐라고" 내용보기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공부를 좀 하면 의과대학을 생각해보게 된다. 근데, 그게 그냥 그럴 수는 없어서 '의사'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을 주욱 찾아보다가 눈에 걸린 책이었다. 딱 현실적인 이야기. 책을 좋아하고 보아하니 공부도 좀 햇을 것 같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적당히들 다 잘했을 것 같은 저자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아니 아버지의 조언이 현실적이었나...여튼 그리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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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공부를 좀 하면 의과대학을 생각해보게 된다. 근데, 그게 그냥 그럴 수는 없어서 '의사'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을 주욱 찾아보다가 눈에 걸린 책이었다.

 

딱 현실적인 이야기. 책을 좋아하고 보아하니 공부도 좀 햇을 것 같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적당히들 다 잘했을 것 같은 저자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아니 아버지의 조언이 현실적이었나...여튼 그리고 그 선택에 충분히 책임지고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성실하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까칠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면서도 고맙다. 솔직히 응급실 갈 일 있으면 그가 있는 병원에 가고 싶다. 물론 응급하니까 당연히 응급실을 골라서 갈 순 없지만. 이 선생님은 뛰어난 업적을 남기거나 널리 존경받는 의사는 못 될지 못하더라도 의사다운 의사, 부끄럽지 않은 전문가인 한 인간으로서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까칠한 눈으로 보고 언급한 몇몇의 부끄러운 의사들이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는 일반인으로서 저 사람 밑에서 까이면서 수련받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후배들이 많았으면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버틸 수 있는 성품이 아니시기에 참 아쉽다.

 

의사로서도 괜찮지만, 좀 잘난 척이 심하게 장착된 걸 제외하면 맞는 말만 딱딱하는 자존감 높은 한 인간으로서의 작가가 참 맘에 드는 책이었다. 그리고 우리 딸 의대는 생각 좀 해보는 걸로...제대로 하려면 진짜 너무 힘들잖아...

 

걸러지지 않은 현장의 진실이 벌떡벌떡 살아있어서 더불어 의학적 지식들도 좀 생겼다. 생각보다 심인성이 많구나, 증상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하고 역시 인간은 복잡한 존재였어.

 

응급실, 의료현장, 그리고 거기서 발전한 삶의 현장, 인간군상들을 응급실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까칠하게 살고 있는 의사로서의 경험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선생님은 책의 부제처럼 진짜 괴짜의사이신듯.

의료현장도 결국 인간의 일이라 그런지, 세계사(세계 전쟁사?)가 생각보다 큰 비중으로 언급된다. 역사학자나 종군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력 때문일까, 여튼 이 선생님은 응급실 의사로서 열심히 일하시면서 학창시절 꿈꿨던 역사학자, 종군기자, 연극배우, 인류학자, 소설가의 일들을 다 녹여 이 책을 쓰신 듯하다.

 

<환자를 알아간다는 것>

1.보호자는 환자가 아닙니다.

  자식 대신 말하는 부모. 부모 자식간의 독립 필요. 제대로된 너와 나의 구분 필요

2. 서울의사, 지방의사

  출신 따지는 건 솔직히 의사한테만은 아니다. 그리고 사실 실제 상황에선 생각보다 의미가 없다.

3. 편견

 출신따지는 것처럼 인종에 따른 편견, 선입견도 역시 그렇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 한정될 수 밖에 없긴 하지만. 역시 내가 아는게 다가 아니다.

4. 공감.

 모든 일에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일에는 더욱 더.

5. 카드게임

 안정제 받으려고 응급실 가는 환자가 있다네.

6. 선입견.

 VIP대접을 받을려고 준비하는 전화는 정반대의 효과를 내기 십상.

7. 나쁜 소식

 우연히 발견한 먼 죽음 소식

8. 의사 말 좀 들으세요.

9. 응급실의 명암

10. 인간의 조건

 노령으로 골절. 대퇴경부 골절, 척추 압박골절

 보행의 자유 뺏기면 급속히 약해진다. 폐렴, 요로감염 쉬워짐

 냉정하고 현실적인 판단, 상황 분석이 환자에게 가장 좋은 처방이 된다.

11. 다른 환자, 같은 질문

아름다움과 활력을 잃은 후 내면도 병들고 난 후에도 사랑할까.

12.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중독. 이런 냉소적인 태도라니. 맞는 말을 대놓고 하는.

13. 삶과 죽음

사망에 대한 반응

14.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상부위장관 출혈로 사망한 case.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받아들임 필요.

15. 어리석은 죽음

아무도 믿지 않는, 제 때 치료하지 않은. 교통사고 간손상에 절대 안정 안해 사망.

16. 네 번의 위기

모야모야병, 삶을 연장하지만, 의식도 없고 회생가능성도 없는 환자의 죽을고비 넘김.

17. 병원의 의미

요양병원서 보존치료 받는게 맞는 환자가 거부하고 응급실로 계속 오는 환자. 장폐색, 10년동안 아팠고 회복 가능성 없었는데, 결국 응급실서 사망.

< 왜 의사는 되어 가지고>

18. 질병은 개인의 얼굴을 지운다.

질병 특유의 얼굴이 존재. 인공호흡기 달면서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일이 되풀이 되는 직업. 

감정과잉이 없어야 한다.

19. 믿음과 윤리

간농양으로 인한 패혈증 쇼크 때문에 다발성 장기부전인 환자.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 또는 일하기 편하기 위해 편리한 진단 내리는 의사들. 실력 없는 의사.

운이 좋아 의대생 딸, 신경과 교수 친구 있었던 환자는 살아남.

20. 초보자의 실수

응급실로 온 복부통증, 결장동맥 출혈 전원, 설명시 초보적 실수.

21. 대화의 기술

심부전 환자, 현훈 증상.

나빠지기 전에 알아내기 위해 제대로된 대화 필요.

22. 이 직업의 묘미

호흡없이 실려 온 환자.

 관상동맥 좌회전지 완전폐쇄. 급성심근경색. 고맙다는 말을 못 들을 순 있지만 환자를 살리는 기적.

23. 의미없는 심폐소생술.

의학적 소생가능성이 없을 때 하는 의미없는 심폐소생술

24. 진료하지 않는 의사

제대로 일하지 않는 구조. 상급자 비판. 어느 직장에나 있는 제대로 일하지 않는 직업인. 특히 의사는 그러면 안되지 않을까.

25. 쓸데없는 권위의식

제대로 일하지 않는 내과의사에게 화내기. 싸움꾼으로 대우받을게 분명한 저자. 그런데 확실히 맞는 말이다. 그냥 자리만 지키면서 대우받길 원하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긴 하다. 나도 싫다.

26. 똑같은 환자는 없다.

묶음처방금지. 빠르고 편리하다고 묶음처방같은 공식들이 생활에서 종종 있다. 나도 싫다.

27. 복통과 호흡곤란

복통보다 호흡곤란이 좀 더 감별진단하기 좋다.

제대로된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실력과 침착함이 필요하다.

29. 길고 긴 저녁

패혈증 쇼크, 급성심근경색

29. 우리과 문제는 아닙니다.

적당히 몸 사리고, 위치 잡고 형식적인 대학병원 내과의들.

30. 무엇이 먼저인가

따질걸 따지는 타이밍

31. 침착하고 냉정하게

제대로 진료하기 위해 침착, 냉정이 필요하다.

32. 협상이 필요하다.

실신환자, 심장내가 신경과 어디로 입원할껀지. 심부전으로 인한 폐부종, 뇌경색 같이 있는 환자의 질환 규명, 해당 임상과 입원수속, 시술 받을 때까지 환자유지, 진료해야 하는 응급의.

33. 기본 중의 기본

전원문의시 자신의 신분 밝히고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부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맞다.

쓸데없는 자존심 내세우면 안된다.

34. 평온한 밤의 망령들

생각지 못한 이유들로 잃은 환자들. 알아차릴 수 없었던 질환들.

<에필로그>

메디컬드라마나 수사물

- '의사나 형사의 실제모습'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모습' 실제 이야기 기록하고 싶었다.

정말 실제이야기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책이라 생각된다.

 

p12

 "아닙니다. 서너 살 먹은 애나 갓난 아이에겐 직접 얘기하라 하지 않습니다. 또 심각한 질환으로 스스로 자신의 증상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에게도 직접 묻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호자분이 데려온 환자는 발열이 있으나 의식이 명료한 만 15세 남자입니다. 본인이 얘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요. 많이 배워서 좋겠네요. 역시 많이 배운 사람은 다르네요."

 "네,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니만큼 많이 배우는 것은 당연합니다. 마찬가지로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지금 같은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도 많이 훈련합니다. 흥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정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교양이라고 하니까요."

 나의 반응에 상대는완전히 통제력을 잃어버렸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증상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걸 방해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환자의 증상과 질환을 길게 늘어놓았다. 그런 경우를 적지 않게 겪은 터라 나는 짧게 말했다.

" 환자분이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게 아니라면 직접 얘기하는 게 좋습니다."

 

; 할머니 딥따 열받았을 듯. 하지만, 당연히 하지 말아야할 것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많다.

 

p14

...익숙해질 만큼 이런 상황을 많이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때마다 솔직히 경악한다....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어머니라도 엄연히 나와는 구분되는 '다른 인격체'인데 그런 식의 과도한 간섭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의존하는 사람은 도무지 공감되지 않는다. 제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어머니의 그런 간섭은 자식을 스스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의존적 인간으로 만들 뿐인데 그것조차 모성애란 단어로 미화하는 것을 정상적이라 할 수 있을까?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가슴으로 느끼고 행동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 역시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훌륭한 인간이다. 훌륭한 인간이 되는 게 너무 큰 요구라면 단순히 행복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라도 나와 너의 명확한 구분은 필수적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직역은 가족 간, 특히 부모- 자식 간 유대가 각별한 편이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희생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태도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자식의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이란 말은 '자식의 실패는 곧 부모의 실패'란 뜻이기에 때로 자식과 부모 모두를 얽어매는 고통의 사슬이 된다. 부모에게 의존하며 부모가 내세운 성공의 척도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자식, 자신이 쏟아부은 희생과 노력에 턱없이 모자라는 성취를 이룬 자식을 가혹하게 몰아세우는 부모, 모두 나와 너의 명확한 구분이 없기에 만들어진 기괴한 풍경이다.

 

p46

 어릴 때부터 나는 책벌레였다. 또래와 어울리며 뛰어놀 시기에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독서는 나에게 방대한 간접 경험을 주었고, 이런 간접 경험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래와 함께 살면서 배워야 할 사회적 기술을 배우지 못하는 문제를 남기기도 했다.

 '잘 알고 이해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이성적으로 인간을 분석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원인이 무엇이며 그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가 무엇인지 잘 예측하는 편이다. 그러나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잘 예측한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깊이 공감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이 미워하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행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유와 원인은 잘 찾아내지만,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해 함께 공감할 때는 드문 편이다. 물론 이런 독특한 부분이 적어도 응급실 의사로 일하는 데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p72

 응급실에서 일하든 외래와 병동에서 일하든 '중환자'를 다루는 의사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무서운 경고를 남발한다는 점이다. 특히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의사들은 정말 무시무시한 경고를 남발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사들은 원래 그렇다', '내 동생도 그런 얘기 들었지만 멀쩡하더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 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에를 들어 오늘 당장 입원해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 가능성이 10퍼센트인 질환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도 환자가 고집스레 퇴원을 요구한다면 의사는 '오늘 퇴원하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할 것이다. 물론 환자가 고집을 굽히지 않아 퇴원해도 10명 가운데 9명은 생존한다. 10명 가운데 1명은 죽겠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따라서 살아남은 9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원래 의사들은 허풍쟁이다', '의사들은 쓸데없이 겁주는게 직업이다'라는 말을 퍼뜨리고 다니며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내세운다. 이건 환자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의사의 경고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쌓여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의학적 지식이 거의 없더라도 통계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망 가능성 10퍼센트'가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 알 것이다. 사망 가능성 10퍼센트가 아니라 '사망 가능성 1퍼센트'도 대단히 무서운 상황이다. 물론 운 좋게 살아남는 99명에 해당해서....앞서 말했듯 죽은 자는 말이 없고, 후회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 말할 기회도 당연히 없다.

 

p87

 네발 달린 짐승이든 두 발 달린 사람이든 걸어 다니는 동물은 보행의 자유를 빼앗기면 급속히 약해진다. 젊은 개체라면 조금 낫지만 늙은 개체의 경우 부상을 이유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상처를 입은 부분 외의 신체 기능도 급속히 약화하고 감염에 극도로 취약해진다.....

 냉정하고 현실적 판단이라면 사람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주세요'라는 말보다 '연세도 많고 수술도 못 버티실 것 같으니 그냥 통증이나 경감해주세요'라는 말을 떠올리지만, 그 두 가지 모두 냉정과도 거리가 있고 현실적 판단도 아니다. ...의료진과 함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서 환자에게 가장 좋은 처방을 판단해야 한다.

......

 의사는 어디까지나 선택 가능한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또 그런 해결책들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또록 의학적 사항에 관해 설명할 뿐이다. 최종 선택은 환자와 보호자의 몫이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심지어 무서운 경고를 했음 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지켜볼 때면 착잡한 기분이 들 따름이다.

 

p103

 나는 죽음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한다. 한때는 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기에 죽음이 그리 두렵지 않았지만 그 믿음이 옅어지고 무신론에 기울수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져따. 무신론에서 죽음은 '자아의 총체적이고 완벽한 소멸'을 뜻하기 때문이다. 자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자아의 총체적이고 완벽한 소멸보다 끔찍한 것은 없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누구도 죽을 피할 수 없기에 종교를 통해 내세에 대한 믿음을 가지거나 죽음에 대한 고민을 미뤄두고 순간의 쾌락에 집중한다. 나 역시 그런 범주를 멋어날 수 없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면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내가 삶과 죽음임 엇갈리는 응급실에서 그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의사로 일하는 것은 재미잇는 운명의 장난이다. 흥미롭게도 죽음에 대한 개인적 두려움과 달리 응급실에서 일할 때면 죽음에 대해 별다른 감정의 동요 없이 담담할 따름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인위적인 평정심이긴 하지만......

 

p124

 나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유형의 의사에 가깝다. 다분히 고리타분한 면이 있으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삶을 존중하는 측면에서는 다른 어느 의사 못지 않다. 인간은 누구도 죽은 자를 살려낼 힘을 가지지 못하기에 생명과 삶은 어떤 경우라도 우선하여 존중받아야 한다. '어차피 몇 달 후면 죽을 시한부다', '불구로 사느니 죽는 것이 낫다'는 태도는 매우 오만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제아무리 의사라도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 슬픔, 기쁨, 행복을 함부로 판단할 권리는 없다.

 그럼에도 이 모야모야병 환자만큼은 그렇게 죽음의 위기를 넘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씁쓸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환자는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또렷한 의식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ㅇ인지가 가능할 만큼도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 그저 자발 호흡이 안정되어 인공호흡기 없이도 기관절개한 자리에 꼽힌 관을 통해 숨을 쉬고 코에 꽂힌 비위관(코를 통해 삽입해 위까지 도달하는 관)을 통해 음식물을 공급받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회복이다. 과연 그런 삶이 환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p140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어해도 환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감정에 휘둘리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그리고 과잉된 감정에 나부끼는 것은 미숙한 아마추어일 뿐이라고.

 

p154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란 진단은 그들을 골치 아프게할 가능성이 컸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리고 쇼크 상태나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는 환자에게 시행하는 지속적 CRRT를 어떡하든 하지 않으려 했떤 이유도 그걸 시작하면 힘들고 골치 아픈 상황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전문가 의식'혹은 '직업윤리'란 측면에서 분명히 가볍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내가 속한 집단에서 윤리의식이 부족한 사람과 마주하는 일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아니라도 적지 않게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윤리의식이 부족한 사람 혹은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보다 상급자거나 집단에서 우월한 영향력을 지닌 경우도 있을 수밖에 없다. 과연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다른 사람이 그런 상황에서 내리는 판단을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된다면 과연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그러면 안되지만 힘들듯...우울하다.

 상급자를 깔 수 있으려면 실력이 월등하든지 아니면 다른 무기가...

 

p161

환자를 올바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자의 말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여기서 일종의 질문과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p164

...완벽한 진단에 성공해도 거기에 걸리는 시간 동안 환자가 나빠지거나 최악의 경우 생존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필요한 이유는 재앙이 닥치기 전에 재앙을 알아차리고 그걸 막기 위해 노력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설령 재앙이 닥쳐더라도 신속히 조치해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응급실은 늘 긴장감 넘친다. 아주 심한 압박 가운데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때가 많다. 심지어 환자의 말을 순진하게 믿지 않고 끝없이 의심하는 자세마저 필요해 때로 거대한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일을 사랑하고 재미있어한다.

 

p177

...대부분 보호자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없다. 그런데도 단순히 그들이 원한다고 의사가 의미 없는 심폐소생술을 몇 시간씩 지속하는 것은 전문가다운 행동이라 볼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예상치 못한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기 위해서'란 그럴듯하고 가슴 따뜻한 명분을 들먹이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 의미 없는 심폐소생술을 몇 시간씩 지속하는 의사는 환자의 가족을 배려하는 가슴 따듯한 휴머니스트가 아니라 보호자에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만한 기술이 없는 무능한 의사거나 보호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시간과 정성을 쏟아 설명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게으르고 냉담한 존재일 뿐이다.

 의사를 '전문가'라 부를 때는 그저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가진 존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는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서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며, 이 치료에는 환자나 보호자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더 이상 심폐소생술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보호자에게 제대로 설명할 자신이 없거나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귀찮아, 설명 없이도 보호자가 자연스레 납득할 때까지 몇 시간이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의사는 앞서 말했듯 가슴 따뜻한 휴머니스트가 아니라 무능하고 게으르며 자신의 의무를 가볍게 여기는 아마추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p182

...어느 순간부터 존재하지 않는 부대가 작전 상황판과 참모부의 서류에 기록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나아가 일선에서 싸우는 병사들과 하급 장교들의 상황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명령을 반복하며 적이 오기도 전에 아군을 굶주림과 피로에 지쳐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고위 장교들 그리고 그런 결정에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병사들을 신랄하게 비난한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하급 레지던트가 바라본 대학병원의 응급실'이라 이름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도 여전히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p189

 그렇지만 어디에나 사리 분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런 사람일수록 실력도 없으면서 오만하고 쓸데없는 권위의식에 차 있는 경우가 많ㄴ다....환자에게 고압적인 태도, 간호사들을 대할 때 드러나는 지나친 권위의식, 응급실 근무의사가 환자를 보고하면 무조건 자기 담당이 아니라 하고 이래저래 짜증내며 트집부터 잡고 보는 버릇 등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하고 전임의 하던 시절에나 허용되었을 것들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p192

 이처럼 개선과 발전은 그 체제나 제도를 주관하는 사람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평균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의 성과나 보통 사람 이상의 헌신과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사람에 의한 성과는 일시적이다.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레지던트 시절은 체제의 개선과 발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의 행동, 남이 선뜻 바치기 힘든 헌신과 열정을 쏟아부음으로써 '내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들'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p194

 사실 감기 환자 같은 경증 환자라도 '똑같은 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비슷한 환자'일 뿐이다. 당연히 증상, 병력, 연령 등의 차이에 따라 무엇을 검사할 것인지가 달라지고 어떤 수액을 투여할 것이며 경구약은 무엇을 줄 것인지를 조금씩 변형해야 한다. 그런데 전산시스템에 '목감기', '장염'. '위경련', '편도염', '기관지염' 같은 묶음 처방을 만들어두고 조금의 고민도 없이 클릭해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고, 과연 그런 사람들이 의사가 지녀야 할 자존심이란 게 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씁쓸한 얘기지만 아직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묶음 처방'의 열렬한 신봉자를 찾을 수 있다. 같이 일하는 의사들이 더 이상 레지던트나 인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의사로서의 자존심은 다른 데서 찾들 수있는게 아니다.

 

p228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맞이하는 응급 상황은 매캐한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와 비슷하다. 엄청난 압박감이 밀려오는 긴장된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담하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대담하게 행동하는 것을 단순히 흥분해서 고함지르는 것과  착각하는데, '권위의식 가득한 꼰대 놀음'을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이라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판단이다. 소리 지르고 화낼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소리 지르고 화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에게 각자 할 일을 명확히 지시하는 것이다.

 

p236

 여러 임상과에 해당하는 다양한 증상이나 질환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어느 임상과에도 '그쪽에서 담당해야 하는 환자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증상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임상과에서 진료하고 있으니 요런 증상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그쪽에서 진료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애매하고 복잡한 환자의 경우 자칫 특정 임상과에 '양한 증상이 있지만, 그쪽 환자일 가능성이 크니 먼저 봐주세요'라고 연락하면 '그게 왜 우리환자입니가?'라는 저항만 만들 뿐이다. 쉽게 말해 심장내과에 얘기할 때는 '신경과로 입원해야 할 환자 같지만 아무래도 심장내과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해야 하고 신경과에 얘기할 때는 '심장내과로 입원해야 할 화낮 같지만 아무래도 신경과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양쪽 임상과 모두 우리 환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각자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어느 임상과에서 환자를 입원시키고 어느 임상과에서 협진 의뢰를 받아 부수적으로 진료할 것인지 드러나기 마련이다.

 

.......

....응급실 전담의사는 그런 상황에서 환자에 대한 진료를 주도해야 할 뿐 아니라 유능한 협상가처럼 다양한 해당 임상과의 의견을 조율해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YES마니아 : 로얄 s******1 2019.06.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