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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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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시리즈가 이토록 사랑받은 이유를 정확하게 잘 몰랐다. 그냥 ‘무민’이란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무민 연작 시리즈의 마지막을 읽게 되었고 나는 토베 얀손의 따뜻하고 다정한 글에 빠져들었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징에 대해서도 나는 잘 몰랐다. 다만 그들이 모두 무민 가족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는 건 안다. 무민 가족을 중심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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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시리즈가 이토록 사랑받은 이유를 정확하게 잘 몰랐다. 그냥 무민이란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무민 연작 시리즈의 마지막을 읽게 되었고 나는 토베 얀손의 따뜻하고 다정한 글에 빠져들었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징에 대해서도 나는 잘 몰랐다. 다만 그들이 모두 무민 가족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는 건 안다. 무민 가족을 중심으로 이어져 우정을 나누는 사이라는 걸 말이다. 마지막이라서 그랬을까. 소설은 조금 쓸쓸하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었고 모두가 무민 골짜기로 향한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포기할 방법은 없었다. (12)

 

어쩌면 무민 가족은 벌써 떠나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스너프킨은 숲길을 걷는다. 스너프긴을 시작으로 혼잣말을 하는 토프트, 심각한 결병 증세로 청소를 하던 필리용크, 드디어 배를 타고 떠나기로 마음먹은 헤물렌, 뭐든 금세 잊어버려 자신의 이름도 잊어버리는 그럼블 할아버지, 무민 가족에게 입양된 여동생 미이를 보고 싶은 밈블까지 모두가 무민 골짜기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무민 가족은 모두 떠나고 집엔 아무도 없었다.

 

 

저마다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한 여섯 명의 친구들이 기다리는 무민 가족은 언제 등장하는 것일까? 처음엔 나도 막연하게 그들을 기다렸다. 누군가는 쓸쓸하고 누군가는 외롭고 누군가는 불안하다. 하지만 그랬던 그들이 무민 집에서 사소한 일로 다투며 지내며 조금씩 서로에게 맞춰가는 모습에 미소가 번졌다. 청소와 요리를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필리용크는 무민 마미처럼 생선 요리를 한다. 어디 그뿐인가. 토프트는 헤물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무민 마미를 생각한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무민 가족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기란 어렵지 않은 일인지도 몰라. 섬은 지도에 나와 있으니까. 거룻배는 물이 새지 않게 구멍을 막으면 되고. 하지만 왜? 그냥 내버려두자. 무민 가족들도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132)

 

혼자였던 시간을 뒤로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 모두가 무민 가족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선택을 지지하고 빈 집에서 혼자가 아닌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그럼블 할아버지를 위한 연회를 열고 돌아올 무민 가족을 위해 청소를 한다. 마치 여섯 명은 하나의 가족처럼 토닥거린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서로의 삶을 나눠 갖는 것은 아닐까. 곁에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는 시간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무민 가족이 떠난 집에서 무민 가족을 생각하는 것처럼. 그래서 무민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 무민 시리즈지만 그들과 내내 함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민 시리즈의 마지막이라서 그런 걸까. 여섯 명의 캐릭터가 혼잣말처럼 내뱉는 말들은 모두 깊은 사유를 던진다. 특히 헤물런의 생각을 전하는 이런 글은 가슴에 스며든다. 삶이 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을 천천히 항해해 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서둘러 가고 또 어떤 이들의 배는 뒤집히기도 한다. (40) 그리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삶을 말이다.

 

저마다 자신의 삶을 향해 떠나고 혼자 남은 토프트는 무민 가족을 기다린다. 그리고 이제 나도 그의 곁에 가만히 앉아 그들을 기다린다.

 

 

r*********s 2019.05.07.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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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무민 골짜기 / 무민 연작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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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만나는 무민마을 '가을'의 정취. 생각해보니 전 무민 소설은 살짝 계절을 빗겨서 읽게 되는 듯 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무민마을의 겨울을 느꼈었거든요. 특이한 생명체를 만들어 남동생을 골려 주려고 시작된 이 무민 이야기는 이제 세계적인 판타지 동화가 되었답니다. 총 8권의 무민 연작 소설에서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마지막 에피소드이기도 한지라 지금의 계절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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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만나는 무민마을 '가을'의 정취. 생각해보니 전 무민 소설은 살짝 계절을 빗겨서 읽게 되는 듯 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무민마을의 겨울을 느꼈었거든요. 특이한 생명체를 만들어 남동생을 골려 주려고 시작된 이 무민 이야기는 이제 세계적인 판타지 동화가 되었답니다. 총 8권의 무민 연작 소설에서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마지막 에피소드이기도 한지라 지금의 계절과 관계 없이 궁금함에 얼른 책을 펼쳤다지요. 토베 얀손은 이 시리즈로 1966년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할 국제 안데르센 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

토베 얀손 지음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08

232쪽 | 312g | 128*188*20mm

작가정신




8권의 무민 연작 소설


이 작품은 1970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작가의 어머니 싱느 하마스텐-얀손(Signe Hammarsten-Jansson)이 세상을 떠난 직후 그 빈자리를 견딜 수 없어 쓴 작품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무민 가족이 외딴 등대섬으로 떠난 뒤 텅빈 무민 골짜기의 이야기로, 무민 가족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에피소드 입니다. 7권  『무민파파와 바다』 와 함께 진행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무민 가족은 등장하지 않아도 개성있는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밤톨군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한, 고독을 사랑하여 늘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 스너프킨부터 필리용크, 밈블, 훔퍼 토프트, 헤물렌, 그럼블 할아버지까지 여섯 명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와 지인들이 좋아하는 꼬마 미이가 등장하지 않아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요. 



  무민, 그리고 꼬마미이 팬 인증..


어머니를 잃은 작가의 상황이 투영되서 인지 나오는 이들은 어떤 것들을 잃거나 잊어 결핍된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엄마를 찾는 홈퍼 토프트의 말들은 당시 작가의 마음처럼 읽히기도 한다죠. 토프트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무민마마를 이상적인 엄마라고 생각했거든요.


무민마마를 떠올릴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흠 잡을 데 없는 어른이고 상냥하며 위로가 되는 무민마마가 얼굴도 없이 커다랗고 둥글고 매끄러운 풍선처럼 떠오르기만 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민 골짜기는 온통 진짜가 아니라 집도 정원도 강도 모두 화면 위에 떠오른 그림자극 같기만 했고,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상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토프트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린 나머지 이제 화가 날 정도였다. p228


무민 골짜기와 행복한 가족 이야기는 빛바래 사라져 버렸고, 무민마마 생각도 저만치 떨어져 나가 너무 낯설어진 나머지 무민마마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p230



다른 이들도 불안을 다독이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무민가족을 찾아왔지만 무민가족은 떠나고 없었죠. 결국 무민가족이 떠나버린 빈집에서 그들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투닥거리면서 자연스럽게 무민 가족을 그리워합니다.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무민 가족의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헤물렌은 무민파파를 따라하고, 필리용크는 무민마마 역할을 해보기도 한답니다.


- 무민 가족은 아침 커피는 늘 베란다에서 마신단다. 하지만 손님, 특히 처음 온 손님한테는 바로 이 거실에서 커피를 대접하지. p47. 헤물렌


- 무민마마는 요리할 때 휘파람을 불곤 했어. 조금 제멋대로이기도 했고......p140, 밈블


- 무민 가족은 기분이 우울하거나 화가 나서 혼자 있고 싶을 때 뒤뜰로 갔지. <중략> 무민파파랑 무민마마랑 무민은 가끔 서로를 무척 지겨워했어. p173, 밈블



원제는 '무민 골짜기의 11월' 입니다. 잎이 모두 떨어지고 곧 눈으로 뒤덮일 일만 남은 늦가을의 정경을 떠올립니다. 황량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 가을을 지나 겨울을 견디고 나면 다시 봄이 찾아오게 되겠죠. 무민가족을 기다리던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테구요.


이제 무민 그림책에 이어 무민 소설도 섭렵했으니 남은 건 무민 코믹스일까요. 


YES마니아 : 플래티넘 h*****a 2019.05.08.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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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무민 골짜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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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골짜기에 가을이 찾아오자 스너프킨은 천막을 걷고 길을 떠난다.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 소설 여덟 번째 이야기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귀여운 캐릭터로만 알았던 무민의 이야기를 이제야 제대로 읽었다. 무민은 거인 트롤로서 얼굴이 하얗고 포동 포동 하고 마음이 따뜻하다. 무민 골짜기에서 무민 파파와 무민 마마, 미이와 함께 살아간다. 『늦가을 무민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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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골짜기에 가을이 찾아오자 스너프킨은 천막을 걷고 길을 떠난다.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 소설 여덟 번째 이야기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귀여운 캐릭터로만 알았던 무민의 이야기를 이제야 제대로 읽었다. 무민은 거인 트롤로서 얼굴이 하얗고 포동 포동 하고 마음이 따뜻하다. 무민 골짜기에서 무민 파파와 무민 마마, 미이와 함께 살아간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무민 가족이 겨울을 앞두고 집을 비워 놓고 여행을 떠난 이후의 일을 그린다. 무민 가족이 없는 집에 친구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무민 가족과 지냈던 여름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추운 겨울을 함께 보내려고 찾아온다.

청소하다가 죽을뻔한 필리용크를 비롯해 친구들은 무민 가족을 애타게 찾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다.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무민의 집에 몰려든 친구들은 소동을 벌이고 화해하고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 처음 읽은 무민 이야기인데 무민이 나오지 않아서 서운했지만 개성 강한 친구들의 활약을 보고 있으니 소란스럽고 즐거웠다. 그렇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무민 가족이 나오지 않는 유일한 시리즈이다. 방랑자 스너프킨이 떠나면 무민 골짜기에 추운 겨울이 찾아온다는 신호이다. 규칙적이고 모험을 좋아하는 스너프킨도 무민의 집에 들어온 친구들과 함께 늦가을을 보낸다.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무민 마마도 고민을 들어주는 무민 파파도 없는 집에서 친구들은 잘 지낼 수 있을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읽을 수 있는 무민 연작 시리즈는 귀여운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무민 가족이 없는 집에서 친구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걱정과 불안을 안고 있느라 밥을 해 먹는 간단한 일과에도 의견을 모으지 못한다. 그럴 때 그들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일상을 두렵게 만드는 존재를 피하는 것이 아닌 마주 보는 것이다.

무민세대라는 말이 있다. 없을 '무'(無)에 의미하다를 뜻하는 '민'(mean)을 조합해서 만든 신조어이다. 각박하고 경쟁에 치여 사는 사람들이 의미가 없는 일을 하면서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인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귀엽고 포동포동한 무민의 이름에서 빌려와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무민 이야기를 읽으며 의미 없음에 슬퍼하는 것이 아닌 의미가 없어도 좋은 시간을 보낸다. 무민의 친구들처럼 방 안을 청소하고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고 걱정이 있으면 뒤뜰에 나가 혼자 시간을 보낸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서 벌어지는 친구들의 하루하루는 내게도 필요한 시간이다. 그것이 의미가 있든 없든 간에 말이다.

무민 없는 무민의 이야기를 읽고 났더니 무민이 등장하는 다른 이야기도 읽고 싶어졌다. 골짜기에는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무민 골짜기의 다른 풍경도 궁금하다. 무민의 집에 모인 친구들은 각자의 고민을 덜어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혼자 남은 토프트는 무민 가족을 기다린다. 멀리 무민 가족이 탄 배의 불빛이 보인다. 친구들이 가진 고민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힘을 내자, 용기를 얻는다. 


s*****m 2019.04.28.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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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늦가을 무민 골짜기 -토베 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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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래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포기할 방법은 없었다. (12p)화사한 꽃들이 피어나고 바야흐로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길목에 떡하니 등장한 [늦가을 무민골짜기].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이 이야기는 늦가을이라는 시간적 배경에 무민골짜기라는 공간적 배경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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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래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포기할 방법은 없었다. (12p)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고 바야흐로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길목에 떡하니 등장한 [늦가을 무민골짜기].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이 이야기는 늦가을이라는 시간적 배경에 무민골짜기라는 공간적 배경을 더하고 있다. 


무민가족의 마지막 이야기. 원래 마지막은 모두가 등장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스너프킨, 밈블, 토프트, 필리용크, 헤믈렌 그리고 그렘블 할아버지까지 여섯명의 등장인물이 총출동 하고 있다. [무민파파와 바다]에서는 같은 시간적 배경으로 무민가족생활을 그리고 있는 반면 이 이야기에서는 무민가족이 없는 무민의 집을 배경으로 그들의 친구가 한동안 모여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인 셈이다. 


<스너프킨-네이버 검색>


일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다른 형태의 삶들이 존재하게 된다. 여러 사람이 자신들의 방을 가지고 집을 함께 쓰는 홈쉐어의 현상도 보이고 그로 인한 홈메이트들도 생겨난다. 여기도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형태의 이야기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무민의 집을 찾은 친구들. 그들이 그리워한 무민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들을 찾아온 다른 친구들과 만나게 된다. 


늦가을,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스산해지기까지 하는 그런 시점에 그들에게 따듯하게 대해주었던 무민가족이 그리웠던 것이다. 무민가족의 따스함이야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동글동글한 겉모습과 딱 맞는 성격들. 하얗고 뽀얀 그들이 그리워지려고 한다. 


자신의 삶이 의미없어서, 무민엄마가 그리워서,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친절한 누군가가 그립거나 여동생이 보고파서라거나 하는 저마다의 다른 이유들로 무민골짜기로 향했던 발걸음들. 이글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공통적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들을 담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어머니를 잃고 그 빈자리를 허전해하며 그녀를 그리워했던 작가의 마음을 투영시킨 인물들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니 왜 이렇게도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나오는 그런 글들이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된다. 


잠시라도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각양각색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이곳을 찾아온 이유도 다른 친구들이 모이면서 부딪히는 일도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고 사건들도 일어나지만 무민가족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그곳에 모인 이들은 그런 같이 하는 삶에서 또 즐거움을 찾게 된다. 무민가족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늦가울의 쓸쓸함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로 말미암아 심심할 새가 없는 이야기.

이달의 사락 b***8 2019.04.23.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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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야만 찾아오는 계절... 『늦가을 무민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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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조금 무민의 이야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벌써 무민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괜히 서운했다. 무민 가족과 그 친구들이 들려주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에 일상의 다정함 같은 것을 전해 받는 느낌이었다. 착해지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투덜거리고 싸우는 것 같아도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서일까, 이들이 주고받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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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조금 무민의 이야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벌써 무민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괜히 서운했다. 무민 가족과 그 친구들이 들려주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에 일상의 다정함 같은 것을 전해 받는 느낌이었다. 착해지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투덜거리고 싸우는 것 같아도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서일까, 이들이 주고받는 마음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니 더 푸근해지곤 했다. 그런 이야기를 이제는 더 들을 수 없다니, 매우 아쉽다.

 

무민 가족은 어디로 갔을까. 무민 가족이 없는 골짜기로 모두가 모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다시 모여들었는지. 여름의 싱그러움은 점차 사라지고 겨울을 바라보는 가을에 이들은 다시 만났다. 바람은 차갑고, 웬만한 곳의 문은 다 닫혔다. 겨울과 함께 추위와 어둠이 몰려올 것이다. 그러니 꽁꽁 닫힌 문은 더 단단하게 닫히길 바라겠지. 그런 숲길을 걷는 스너프킨은 무민 골짜기의 친구들이 일어날 시간을 기다린다. 그럼블 할아버지와 헤물렌, 밈블, 토프트, 필리용크, 스너프킨. 이 여섯 명이 무민의 빈집으로 찾아온다. 무민 가족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는지 몰랐는지, 아무렴 어떤가 싶은 마음들인지 무엇인지. 주인 없는 집에 모인 이들의 추운 날이 시작된다.

 

각자의 시간을 살면서 이들은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마음에 어떤 생채기를 담게 되었을까. 무민의 골짜기로 모여든 이들은 각자의 아픔이 있다.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상처 가슴에 품은 채로 살고 있다. 듣는 내가 다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아픔은 오늘을 힘들게 한다. 외롭고, 우울하다. 삶의 피로를 느낀다. 하지만 그들이 기억하는 무민 골짜기는 따뜻한 곳이다. 함께했을 때 그들은 즐거웠고, 그 시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푸근했다. 아마도 그런 기억과 기대로 다시 그곳에 모여들었을 것 같다. 나의 마음 어루만져줄 유일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 그런 장소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아가기 마련이지 않은가. 돌아가고 싶어지는 곳, 그곳에서 마주한 것들로 마음을 채우고 싶은 곳 말이다. 무민 가족은 걱정 없이 사는 듯했고, 일상이 평화로웠다. 아마 그 분위기에 스며들고 싶어서 찾아왔을 텐데, 무민 가족은 없고 집은 텅 비어있었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한다. 주인 없는 집에서 언제 올지 모를 무민 가족을 기다린다. 그건 아마도 간절한 바람 같은 게 아니었을까. 무민 가족을 만나고 그들의 평화로움을 접하고 나면 다시 그들만의 세계로 돌아가도 더는 아프거나 슬프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거.

 

주인 없는 집에 모인 방문객들이 같이 살아가는 모습은 편하지 않다. 각자 개성이 너무 뚜렷한 이들이 어떻게 지낼지 눈에 선하다. 고집불통에, 소심하고, 결벽증이 심하기까지 하는 이들이 어떻게 한 공간에서 머물 수 있겠는가 싶지만, 어쩌랴, 기다리는 이가 있는 것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을. 이들의 불만은 서로가 맞지 않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이런 기분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거, 학교 갔다가 돌아왔는데 집에 엄마가 없어서 괜히 투덜투덜, 뭔가 불안하기도 하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어서 툴툴거리고, 자꾸만 이 방 저 방 문 열고 엄마를 불러보기도 하는, 없는 걸 알면서도 언제 올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입만 툭 내미는 거. 그들이 바라던 이는 그곳에 없고, 다른 이들과 한 공간에 머물면서 예상 밖의 일(무민 가족이 없었던 일)을 감당해내야 하는 불편함과 괜한 서운함 같은 거 말이다. '나는 아니야, 나는 달라, 그런 거 아니거든!' 이러면서 나에게 변명 같은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엄마의 부재로 집이 텅 비어있던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또 그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처럼, 또 그들만의 조화를 이루면서 무민 가족이 없는 순간을 견뎌낸다. 혼자였다가 함께였다가, 각자의 뚜렷한 성격으로 서로가 맞지 않으면서도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무민 가족을 기다린다는 것. 그렇다면 함께 해야만 하는 순간도 인정해야 한다.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그들의 공통된 기다림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 그렇게 또 하나를 겪는다. 배운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벽을 세우면서도 타인과 함께 하면서 맞춰가는 스스로를 보게 된다. 이런 변화가 성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치유와 위로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무민 골짜기의 겨울은 해가 뜨지 않는다. 그 겨울의 길목에서 모인 이들의 마음도 딱 겨울이었을 것이다. 이 겨울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자, 혹은 위로받고자 찾아온 곳에서 더 혹독한 겨울을 보낼 것만 같은 상황이 두렵기도 했을 텐데, 그래도 견뎌내는 이들의 모습이 은근한 감동을 준다. 화창한 여름에서 대부분의 것이 소멸하는 겨울로 가는 그 과정은 겪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스산하고 춥다. 마음마저 춥다면 한파를 제대로 겪는 겨울이 되겠지. 하지만 그 겨울을 거치지 않고서는 다시 봄도, 여름도 만날 수가 없다. 무민 골짜기로 모여든 그들의 삶에서 사라진 그 무엇은, 결국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는 것을 이렇게 배운다. 추운 계절을 겪고 따뜻한 계절로 건너가는 것처럼, 무민 가족의 힘을 받아 건너가고 싶었던 마음의 겨울은 스스로 건너가야 했던 거다.

 

가을이 조용히 겨울을 향해 가는 시간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시간이자, 필요한 무엇이든 창고에 그득하게 채워 넣는 시간이었다. (12페이지)

 

읽으면서 내내 무민 가족은 언제 등장하는지 기다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나도 모르게 도움을 줄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안에서 부족한, 사라진 것들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무민 가족은 등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이 이야기의 메시지가 되는 듯하다. 누군가는 다시 떠나고 누군가는 아직도 기다리고.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 겪고 배운 만큼의 시간으로 또 내일을 살아간다. 다시 돌아오는 무민 가족을 만난다면, 괜히 더 반가울 것 같다. 당신들이 사라진 빈집이 마치 마법을 부린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다. ^^

 

n******i 2019.05.07. 신고 공감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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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무민골짜기로![늦가을 무민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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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소설! 때아닌 가을이 배경이 되는 이 소설속에는 무민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민을 기다리는 무민 골짜기 친구들의 이야기속에 살아 있는 무민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기발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늦가을 무민 골짜기! 무민 골짜기 친구들이 가을을 타는지 하나둘 무민의 집으로 모여들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무민가족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고 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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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소설! 때아닌 가을이 배경이 되는 이 소설속에는 무민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민을 기다리는 무민 골짜기 친구들의 이야기속에 살아 있는 무민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기발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 무민 골짜기 친구들이 가을을 타는지 하나둘 무민의 집으로 모여들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무민가족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고 무민 가족이 없는 빈집에 모인 무민 친구들만 가득해진다. 늘 모험을 생각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모험을 떠나지 못하는 해물렌, 아직 무민 가족을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토프트, 자신의 이름도 잊고 싶어할 정도로 사는게 지루한 그럼블할아버지, 미이가 보고 싶은 밈블, 깔끔을 떨던 어느날 자신의 결벽증에 멀미를 느끼게 되는 필리용크 그리고 노래가락을 잊어버린 스너프킨과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한 무민의 조상 앤시스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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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너무도 다른 여섯 친구들이 무민 가족이 없는 빈집에서 무민 가족을 그리워하며 머물게 되는 이야기들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각자 주변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자신들의 감정에만 집중한 나머지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듯 엉뚱한 행동들을 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해물렌의 이야기에 흥미는 없지만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토프트, 자신이 마치 무민마마가 된것처럼 식구들을 챙기듯 먹거리를 챙기는 필리용크, 특히나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앤시스터로 착각하고 대거리하는 그럼블할아버지가 제일 압권이다. 나는 외롭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들 모두 외로움이 너무 깊어 비명을 지르고 있다.그런데 도대체 무민가족은 언제 오는걸까? 오기는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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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숨어 있는 무민 가족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기란 어렵지 않은 일인지도 몰라. 섬은 지도에 다 나와 있으니까. 거룻배는 물이 새지 않게 구멍을 막으면 되고. 하지만 왜? 그냥 내버려두자. 무민 가족들도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이 소설은 토베 얀손이 어머니를 잃은 상실의 마음을 담아 마지막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무민 골짜기에 모여든 친구들은 무언가를 잊었거나 잃어버려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민가족을 찾아오게 된다. 그런데 무민 가족은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빈집에 모여든 친구들이 부대끼며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이야기가 무척 철학적이다. 친구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연회를 열어보지만 오히려 그리움만 더 깊어지게 되고 결국은 모두 각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어쩌면 이들 또한 자신들의 상실감에 푹빠져드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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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챗바퀴돌듯 돌아가는 어느 하루,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잊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무민 골짜기 친구들처럼 나 또한 무민을 찾아가고 싶다. 나를 반겨주는 무민 가족은 없겠지만 나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k*******7 2019.05.06.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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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의 마지막 무민 연작 시리즈, [늦가을 무민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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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민 골짜기 친구들이 모두 일어날 시간이군.무민 파파는 시계를 내려놓고 기압계를 톡톡 두드리겠지.무민 마마는 난로에 불을 피우고.무민은 베란다에 나와 천막을 쳤던 자리가 비어 있는 광경을 보겠지.『늦가을 무민 골짜기』, 13p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 시리즈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는 전 시리즈 중 유일하게 무민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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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민 골짜기 친구들이 모두 일어날 시간이군.


무민 파파는 시계를 내려놓고 기압계를 톡톡 두드리겠지.


무민 마마는 난로에 불을 피우고.


무민은 베란다에 나와 천막을 쳤던 자리가 비어 있는 광경을 보겠지.


『늦가을 무민 골짜기』, 13p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 시리즈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는 전 시리즈 중 유일하게 무민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각자 떨어져서 홀로 살아가던 스너프킨, 필리용크, 밈블, 훔퍼 토프트, 헤물렌, 그럼블이 무민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골짜기로 찾아온다. 무민 가족을 기억하는 이들이 찾아왔지만 집은 텅텅 비어있다. 까칠하고 신경질적인 이들이 무민 가족이 없는 집에서 그들을 기다리기로 하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그들은 무민 가족이 그랬듯 서로에게 무민마마나 무민파파가 되어주며 그들의 역할을 모방한다. 무민 가족의 부재 속에서 다른 이들이 모여서 또다른 가족을 이룬다는 점에서 마지막 시리즈로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이야기다. 등장인물 중 가장 관심이 갔던 캐릭터 셋을 꼽아보도록 하겠다.

고집 센 그럼블 할아버지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캐릭터를 골라야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럼블 할아버지일 것이다.외톨이 스너프킨이나 자신감이 넘치는 밈블, 사색하길 좋아하는 훔퍼 토프트를 비롯한 대부분과 반목하는 이가 바로 그럼블이기 때문이다. 그는 필리용크와 언쟁을 벌이고 자기 위주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한다. 권위주의적이고 독선적인 그의 모습은 가족 속에서의 노인 세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했다. 대화를 나누지만 소통이라곤 부재한 그럼블 할아버지의 모습은 여전히 인상깊게 기억에 남았다. 나머지 인물들이 할아버지의 그러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하지만 그럼블 할아버지와 나머지 인물간의 극적인 의사소통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데, 어쩌면 세대간 소통의 어려움은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박증이 있는 필리용크

필리용크는 강박적으로 청소를 하고 벌레를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녀는 심약한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 가장 이입이 많이 되었던 인물이다. 가장 외로움을 많이 타면서도 혼자서 살고 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물을 대할 때 그것은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썩어가는 낙엽은 벌레가 많을 테니까 건드려선 안된다거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 필리용크는 오히려 서로 맞지 않는 인물들 속에서 안정을 찾아간다. 스너프킨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평소와 달리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아가는 장면에서는 그녀는 여럿이서 함께 살아야 하는 인물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어쩌면 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인물들의 연대는 느슨하면서도 온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1인 독립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개개인의 고립과 우울이 필연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필리용크처럼 그들간의 느슨한 공동체가 이루어진다면 상당 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다만, 한 주택에 다세대가 거주하는 것에 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데 그 이유는 필리용크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이 다퉜듯이 개개인의 특성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정리벽을 가진 헤물렌

사람들이 모두들 제대로 살아야 한다고 믿는 헤물렌은 여태까지의 부지런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멀리 한 채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배를 직접 몰아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 헤물렌은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며 무민 골짜기로 향한다. 비록 거기서 만난 필리용크와 정리 문제로 다투긴 하지만 그의 모습 또한 한국인과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예전에 지인의 집을 통해 경험한 서울의 좁은 주거공간은 미니멀리즘이 필연적이기에 실용적이고 최소한의 가구와 수납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체득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빠른 삶의 속도 때문에 사람들은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중요해보였다. 지방에서의 삶의 속도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고 유속이 빠른 강물처럼 그리고 그 강물에 저항하는 연어처럼 살지 않는다면 휩쓸려 나가고 말 것 같았다. 헤물렌의 생각이 '다들 제대로 살 마음이 없는 모양이지.'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누가 됐든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테니까."로 생각이 변화하는 장면에서 요즘 시대에 인기를 얻고 있는 위로와 공감의 에세이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무민가족은 없었지만 위안을 얻다

무민 가족에게서 힐링하기를 원했던 인물들은 각자가 바라던 방식은 아니지만 나름의 위안을 얻고 헤어진다. 그럼블 할아버지는 겨울잠을 자러 들어가고 헤물렌은 항해에 성공한다. 훔퍼 토프트는 무민 가족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무민 가족의 부재 속에서도 이들은 하나의 가족으로 완성되고 또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타인과의 느슨한 결합이 주는 안정감이 가족보다 더 나을 때가 있다는 것이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이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무민파파와 바다』와 동일한 시간대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므로 두 소설을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m******0 2019.06.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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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무민 골짜기 - 토베 얀손 지음, 최정근 옮김, '늦가을 무민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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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을 잘 몰랐다. 그저 '무민' 인형이 있다는 것만 알았다. 어쩌다 보니, 그 인형 하나가 침대에 있기는 하다. 인형을 좋아하는 조카 덕분에. 솔직히, '무민' 연작 소설이 있다는 건 이 책을 만나고서야 알았다. 연작 소설의 마지막, 제8권, '늦가을 무민 골짜기'를 만나고서야. 책을 보니, 무민에게는 가족이 있다. 또, 친구로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고.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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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민'을 잘 몰랐다. 그저 '무민' 인형이 있다는 것만 알았다. 어쩌다 보니, 그 인형 하나가 침대에 있기는 하다. 인형을 좋아하는 조카 덕분에. 솔직히, '무민' 연작 소설이 있다는 건 이 책을 만나고서야 알았다. 연작 소설의 마지막, 제8권, '늦가을 무민 골짜기'를 만나고서야. 책을 보니, 무민에게는 가족이 있다. 또, 친구로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고.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무민 가족이 어딘가로 떠나 있다. 그 빈자리에 친구들이 찾아오고, 그리워한다.

 

(사진 출처: 작가정신 네이버 블로그)


 '언제나 그래 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포기할 방법은 없었다.' -12쪽.


 ''어딘가에 숨어 있는 무민 가족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기란 어렵지 않은 일인지도 몰라. 섬은 지도에 다 나와 있으니까. 거룻배는 물이 새지 않게 구멍을 막으면 되고. 하지만 왜? 그냥 내버려두자. 무민 가족들도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132쪽.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인 11월, 무민 가족은 외딴 등대섬으로 떠났다. 그들이 있던 골짜기에,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 여섯 명의 친구. 배가 있지만, 항해를 해본 적이 없는 헤물렌. 자신의 이름도 잊게 되는 그럼블 할아버지. 무민 가족에 입양된 동생 미이가 보고 싶은 밈블. 심한 결벽증으로 청소를 하는 필리용크. 무민 가족을 만난 적은 없지만, 무민마마를 이상적인 엄마로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훔퍼 토프트. 비 노래를 만들 노랫가락을 찾기 위해 남쪽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무민 골짜기로 온 스너프킨. 이 여섯 명은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하나하나 찾아온다.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잃거나 잊어서 불안하고 불만인 그들. 무민 가족에게서 위로를 받고자 했다. 그런데, 없다. 비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기다렸다. 그리고 이해하게 된다. 서로를. 무민 가족을.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 중에서.


 '세상은 나와 내가 아닌 것으로 이루워져 있다. 나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아닌 것을 향한 끊임없는 나아감. 그것으로 세상을 허물고 이룬다. 결핍은 내가 아닌 것으로 시작되어 나에게로 종결된다. 또한 나는 세상에 지문(指紋)과 족적(足跡)을 남긴다. 또, 내가 아닌 것도 지문과 족적을 남긴다. 내가 아닌 것, 그것은 주로 타인이다. 그들이 환기하는 결핍. 그것이 나의 현존이 된다.'1 그렇게 나와 내가 아닌 것은 서로 이해하고, 기대어 살아가며, 지문과 족적을 남긴다. 여기 무민 골짜기에 지문과 족적을 남긴 이들이 있다. 무민이 아니다. 그리고 무민의 가족은 아니지만, 벗이라 할 수 있다. 결핍이 있는 그들. 무민 가족에게서 채움을 받으려 했다. 그런데, 그들은 무민 가족을 그리워하며, 스스로의 결핍을 감지했고, 채움의 가능성으로 달릴 수 있었다. 존재하는 이와 부존재하는 이. 함께 할 수 있었다. 서로 이해하고, 기대어 살아가며, 지문과 족적을 남길 수 있었다. 부존재하더라도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할 수 있었다. 결핍을 채울 수 있기에.




 덧붙이는 말.

 

 하나. 토베 얀손은 56세에 발표한 이 작품을 끝으로 무민 시리즈를 더는 집필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로부터 7년 뒤인 1977년에는 그림책 '위험한 여행'을, 1980년에는 사진 그림책 '무민 가족의 집에 온 악당'을 출간했고, 지금까지도 무민은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둘. 토베 얀손은 작품이 출간된 1970년에 '늦가을 무민 골짜기'로 아동 청소년 문학상인 헤파클룸프(Heffaklump)상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과 공동 수상했다고 한다.

 셋. 마지막 무민 연작 소설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작가의 어머니 싱느 하마스텐-얀손(Signe Hammarsten-Jansson)이 세상을 떠난 직후 그 빈자리를 견딜 수 없어 쓴 작품이라고 한다.

 넷. 전작인 '무민파파와 바다'와 병렬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한다.

 다섯. 원제는 ‘무민 골짜기의 11월’이라고 한다.  


 

  1. 김유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 '릿터' 17호, 199쪽. 글의 앞부분을 발췌, 변형하여 인용했다.
  2.  

 

 

i****e 2019.05.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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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이 없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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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소설 <늦가을 무민 골짜기>를 받아들고 여러 번 흠칫 놀랐다. 첫 번째는 그저 아동용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던 무민이 연작 소설의(그것도 무려 8권씩이나 되는!) 주인공이라는 점, 두 번째는 무민이 하마가 아니라는 점(두둥!), 세 번째는 이제부터 읽어야지! 했던 무민의 소설에 무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맞다. 무민 연작소설의 마지막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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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소설 <늦가을 무민 골짜기>를 받아들고 여러 번 흠칫 놀랐다. 첫 번째는 그저 아동용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던 무민이 연작 소설의(그것도 무려 8권씩이나 되는!) 주인공이라는 점, 두 번째는 무민이 하마가 아니라는 점(두둥!), 세 번째는 이제부터 읽어야지! 했던 무민의 소설에 무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맞다. 무민 연작소설의 마지막 권인 <늦가을 무민 골짜기>에는 무민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다. 무민 가족은 이미 외딴 등대섬으로 떠나버렸고, 그 자리는 무민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들로 채워진다. 자신이 잊어버린 다섯 음계를 찾아 돌아온 스너프킨, 모험을 꿈꾸지만 쉽게 떠나지 못하는 헤물렌, 머리카락을 양파 모양으로 묶어 올린 밈블, 뱃머리에 몰래 숨어 살던 토프트, 결벽증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필리용크 그리고 그럼블 할아버지. 생각지도 못한(솔직히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 여섯 캐릭터의 조합은 무민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으로 자연스레 한데 녹아든다.

그들은 무민 가족을 그리워했다.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무민 파파와 같이 마시던 모닝커피도, 무민 마마의 다정한 잔소리도, 무민의 동글동글한 웃음도 이제 더는 골짜기에 없었다. 그 헛헛함이 두꺼운 먼지가 되어 골짜기를 감쌌다. 한동안은 그랬다. 무민 파파가 있었더라면, 무민 마마였더라면- 하는 생각들은 무민 골짜기의 가을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가을이 조용히 겨울을 향해 가는 시간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겨울을 맞이하는 시간은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시간이자, 필요한 무엇이든 창고에 가득 채워 넣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모두 모아 가까이에 두고 지켜내는 것. 그 시간들 사이에서 따뜻함이라는 모닥불이 몽글하게 피어올랐다.

무민 가족을 그리워하던 그들은, 어느새 그들끼리의 톱니바퀴를 맞춰나가고 있었다. 무민 가족이 없어도 그들은 충분히 조화로워 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보이는 서로의 모습은 외려 위로가, 또 용기가 되어 주기도 했다. (헤물렌과 같이 항해를 떠나준 스너프킨, 고마워!)

어딘가에 숨어 있는 무민 가족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기란 어렵지 않은 일인지도 몰라. 섬은 지도에 다 나와 있으니까. 거룻배는 물이 새지 않게 구멍을 막으면 되고.
하지만 왜? 그냥 내버려 두자. 무민 가족들도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본문 중에서, 132쪽)

무민 가족은 골짜기로 돌아오고 있을까.
돌아오고 있다면, 돌아오는 것으로- 돌아오고 있지 않다면 그냥 그대로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니까.                                                                                                                                                                                                                          

YES마니아 : 로얄 h*****9 2019.05.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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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 『늦가을 무민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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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오는 늦가을, 무민 가족이 없는 무민 골짜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의 마지막 작품, 『늦가을 무민 골짜기』 마지막 작품인데 이 작품 어디에도 무민이나 무민파파, 무민마마, 스노크메이든이 없다. 무민의 부재, 무민이 없는 만큼 겨울을 코앞에 둔 늦가을이 더욱 쓸쓸하고 허전한 것 같다. 하지만 무민 가족이 없는 무민 골짜기에 새로운 인물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엮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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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오는 늦가을, 무민 가족이 없는 무민 골짜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의 마지막 작품, 『늦가을 무민 골짜기』 마지막 작품인데 이 작품 어디에도 무민이나 무민파파, 무민마마, 스노크메이든이 없다. 무민의 부재, 무민이 없는 만큼 겨울을 코앞에 둔 늦가을이 더욱 쓸쓸하고 허전한 것 같다. 하지만 무민 가족이 없는 무민 골짜기에 새로운 인물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엮는다. 무민 가족과 다른 방식으로, 다른 느낌으로.


 



개인적으로 무민 시리즈 중에서 『늦가을 무민 골짜기』가 제일 좋았다. 다른 소설들도 다 재밌고 좋지만, 다른 소설들은 주로 '모험'이 주요 소재다. 지구가 너무 뜨거워진다든지, 겨울잠 자는 무민이가 혼자 잠에서 깨 긴긴 겨울을 혼자 나야 한 이야기 등 어딘지 무섭고 세기말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무민의 둥글둥글한 외모와 달리 무민이가 겪어야 한 일들은 뾰족뾰족 날 서 있고 위험한 이야기가 많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했었다. 동화라 할 수 있지만, 음, 뭐랄까 정말 토베 얀손만의 동화적 느낌. 마냥 아이들을 위한 상냥한 이야기가 아니고, 그렇다고 신나는 모험도 아니고, 어딘가 묘하고 모호한 매력적인 이야기가 무민이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그런 중에 연작소설의 마지막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어딘가 여유롭고, 마음에 긴장을 풀고 읽을 수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없고 단지 무민 가족의 부재만이 있다. 이 부재도 나에겐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무민 가족은 꼭 돌아올 거야.'라는 안전한 믿음을 가지고 읽을 수 있고, 무민네가 없는 동안 개성 만점의 여러 캐릭터들이 무민이 집에서 일상을 소소하게 보내는 이야기가 어딘지 안심이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민의 시리즈 중 가장 긴장을 덜 하며 읽은 책이라고 할까. 가장 여유로운 마음으로 읽은 책이라고 할까.


 그리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 같은 걸 보면, 언제나 번외 편을 더 재밌게 봤었다.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지내는지가 늘 궁금했다. 내가 제일 애정하는 소설인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도 작가가 중간중간 스쳐 지나가는 캐릭터의 이야기도 하나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것이 좋았다. 아마 『늦가을 무민 골짜기』도 주인공 없는 번외 편 같은 이야기 느낌이라 제일 마음에 들게 읽지 않았나 싶다. (모순적이게도 주인공의 중심 이야기가 있어야 번외 편도 있는 것이라 중심 이야기부터 재밌게 읽어야 한다는 모순 아닌 모순이 있닼)


 또 토베 얀손이 중간에 스쳐 지나가듯 쓴 문장들이지만, 사물이나 세상 그리고 감정을 세심하게 잘 표현한 부분들이 있다. 한 줄도 다 채우지 못하는 문장도 있는데, 짧지만 어떤 통찰력이 느껴져 좋다. 책 속에 점점이 뿌려진 보석 같은 문장들로, 이런 문장을 발견하면 언제가 기분이 좋다. 토베 얀손이 무심하게 짧게 스쳐 지나가듯 썼지만, 저자 본인도 심혈을 기울인 문장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참 좋다.


 무민의 연작 소설은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우리에게 책이 좋은 것은, 읽었던 책을 펼치면 새로운 이야기처럼 예전과 같은 듯 다르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책을 재독, 삼독하는 걸 좋아한다. 읽는 동안 나는 달라졌기에, 그리고 읽을 때마다 나는 다른 맥락 속에 놓인 존재이기에 책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든다. 무민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몇몇 시리즈는 재독을 했는데 다른 느낌이었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도 당연히 다음번엔 또 다른 감상을 하지 않을까.


 이 책이 먼 곳으로 놀러 갔다가 무민 골짜기에 돌아오는 무민 가족이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장면에서 끝났듯 곧 다가올 새 만남을 기약하며 『늦가을 무민 골짜기』의 독후감을 마무리한다.



k***o 2019.05.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