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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서 책을 보는 방향에 약간 혼란을 느꼈다. 원제는 The Hidden Pleasures of Life 이다. 표지에 원제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는데도 나는 책을 거의 다 읽고 났을 때쯤에 '발견'했다. 스물여덟 가지의 질문에 따라 나도 내 인생에서 뭔가를 '발견'해 보겠노라 애를 썼는데 잘 되지 않았다. 작가가 던져 놓은 물음은 멋졌는데 내놓은 답으로 보이는 글이 내내 아리송했기 때문이다. 목적어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늦게 깨달았다. 인생을 발견하라는 게 아니라 기쁨을 발견하라는 것이었다고. 그것도 숨겨져 있는 기쁨을. 그렇구나, 그래서 제목이 이러하고 질문과 답이 그러했구나, 내가 홀로 늦게 도달했구나.
사실 어떤 책도 생의 답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그런 책이 있었다면 인생이 이렇게 저마다의 모습과 색깔로 고달팠을 리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종종 책으로 다른 사람의 말로 필요한 답을 얻어 보려는 자신을 볼 때가 있다. 힘들어서, 답답해서, 막막해서, 화가 나서, ... 이유는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답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고. 그렇지만 바로 이것을 때때로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간접 경험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못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스물여덟 개의 질문은 근사했다. 개인에서부터 사회, 국가, 인류로 확장되는 물음과 그에 맞춰 작가가 들려 주는 유명인들의 일화를 하나하나 짚어 가다 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멀리 있는 위대한 것들만 이상은 아니다. 나날의 일상에서도 소박한 이상은 셀 수 없을 만큼 널려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부터 제 몫의 생이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사명감이든 의무감이든. 분명한 빛을 얻은 것은 아닌데 책을 읽고 나니 세상이 좀더 환해진 느낌이다. 여전히 문제는 남아서 들끓고 있고 사람들은 싸우고 있고 아파하고 있고 죽어 가고 있기도 하지만.
세상의 변화 속도에 비해 한 사람의 생의 시간은 아주 짧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변하고 있는 것은 맞다. 변하지 않는 속성도 있겠지만 변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이 살아 있어서 전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것만큼은 믿게 된다. 이 믿음이 없다면 살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이 책을 쓴 작가도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이 믿음만큼은 갖고 있을 것이니까. 이 생각만 해도 숨겨져 있던 기쁨을 느끼게 된다.
술술, 수월하게 넘긴 책은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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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를 읽으며 관심이 많이 갔던 책이다. 현재 낯선 사람들 간의 지적인 교류를 돕는 비영리단체 ‘The Oxford Muse’ 재단을 이끌고 있는데,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게다가 '대화의 만찬'이라는 프로그램도 기발해보였다. 아주 오래 전에 '질문의 책'(그레고리 스톡/ 새터 (1995)을 떠올리는 아이디어였다. 무릇 대화라는 것이 어떤 목적을 부드럽게 달성하기까지 가는 협상의 윤활유로서, 수단으로가 아니라 대화 자체가 목적으로 다뤄져야 할 필요에 관한 책. 예전의 가족과 지금의 가족은 어떻게 달라졌고, 미디어의 시대, 소비의 시대인 현대 시대에 대화의 위치는 어디인지, 왜 대화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한 개탄. 그의 결론을 미리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 같지만, 결국 우리도 마음으로 이미 알고 있고 동의하는 명제이므로, 결론을 밝히자면 '진정성있고 폭넓은 대화가 필요하다'이다. 특히, 현대의 기술 영역에서 '대화자'가 배워야 할 점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아하!'했다.
144쪽 제가 기술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도달한 결론은, 우리는 정치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실패보다 기술의 영역에서 일어난 실패에 훨씬 현명하게 대처한다는 점입니다. 아마 기술자들에게 실패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일 겁니다. 절대로 추락하지 않는 비행기를 상상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지요. 우리는 기술의 이러한 점에서 유용한 모델을 발견해낼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실패 앞에서 용기를, 균형잡힌 용기를 끌어내는 거죠. 그러면 실망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냉소주의에 대한 면역력을 기를 수 있을 겁니다.
159쪽 <다른 문명과 접속하는 길> ...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그들의 모든 인간적 복잡성과 직면하지요. 모든 대륙의 사람들, 모든 문명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기 전까지 우리의 교육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165쪽 21세기에는 모험을 더 많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발전이나 성격 함양은 더 이상 대화의 주된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세상에 결핍된 것은 방향감각입니다. 모두가 사방의 온갖 갈등에 압도당해 끝도 없는 밀림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지요. 누군가는 이 막막한 어둠을 걷어내기 위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를, 이런 대화를 통해 평등을 이루고 용기를 내고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일의 세계를 새롭게 창조하여 더 이상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이나 직업의 권태로 인해 고립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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