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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딸이라고 해서 대학에 못가는 일은 없다. 아들이든 딸이든 각자의 능력에 맞게 혹은 아이의 의사에 따라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한다. 하지만 우리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형제자매가 많은 집의 딸들은 대부분 대학을 가지 못했다. 남자 형제들이 가야할 앞길을 막을 수 없어서, 대부분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서 바로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따질 수 있는 명분은 없었다. 왜냐하면 딸이니까.. 죄가 있다면 딸로 태어난 죄라고나 할까? 그 시절의 이야기 하나를 읽었다. 읽으면서 화가 나고 읽으면서 열 받는 그런 이야기.
영순은 가난한 집 5남매의 장녀다.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한 영순에게 희망은 장남 강우의 대학 뒷바라지다. 미싱공 보조로 하루 20시간 가까이를 일하면서도 영순은 행복했다. 동생 강우가 대학을 졸업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일부는 집에, 일부는 동생의 대학 등록금과 용돈을 마련한다. 배운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영순과 공순이 누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강우는 다른 꿈을 꾼다.
자식들을 유학 보내고 넓은 아파트에서 사는 강우는 누나의 희생으로 마련된 자신의 배경에 늘 채무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가지고 있던 주식이 상장 폐지되고, 사업마저 망하게 된다. 예순의 나이에 아들과 손주를 돌보며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영순은 그 상황에서도 동생 강우를 도와준다. 어느 날 부터인가 온몸에 홍점이 발생한 영순은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선 간경화라는 진단을 내 놓는다. 영순, 강우 그리고 영순의 아들 동호...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내가 자란 시기보다 약 20년 정도 전엔 이런 일이 많았다고 한다. 가난한 집의 장녀는 공장에서 일도 하지만 식모라고 해서 남의 집 부엌에서 일하는 아이도 많았다. 귀하디귀한 장남 하나 대학에 보내려고 나머지 자식들은 당연하다는 듯 희생을 했다. 누이의 아름다운 청춘을 발판삼아 성공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 하지만 그렇게 자란, 그렇게 배운 장남은 그 마음에, 그 행동에 감사하다 표현하기나 할까?
시누이는 언제나 ‘배운 사람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무엇을 배웠던가. 남편의 말처럼 그 대단하다 여겼던 지식이라는 것도 기껏 30년을 못 채우고 밥그릇조차 지켜주지 못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지난 시간이 완전하기나 했던가. 정신을 차려 돌이켜 보니 온통 몰염치와 탐욕과 이기심뿐이지 않는가. 그것도 기껏 제 한 몸뚱이에 급급한 탐욕이랄 것도 없는 지질한 욕심과 서푼어치도 못 되는 이익에 목매는 치졸함의... 배웠다 할 것도 없었다. 배웠다면 몰염치와 비 양심과 패악이나 배웠을까? (128)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배워서 겸손하고, 배워서 넓은 그릇이 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다른 식구들의 희생으로 일군 자신의 지식이 대단하다 생각하면서 결코 베풀지 않는다. 배우지 못하고 남루한 그들이 심지어 창피해지기 까지 하는 그들이 배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나는 이런 책이 참 싫다. 분명 우리의 역사 한 귀퉁이에 이런 일이 많았다는 것은 알지만 배우기만 하면 다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생각이 지금의 이기심 많은 또 다른 사람들을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진다. 배운 이가 많아졌지만, 타인에 대한 역지사지나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죄책감으로 학교를 다닐 필요는 없지만 배우고 났을 때, 식구들을 배려치 않는 이런 이들의 지식은 어디에 써 먹어야 할까?
일정한 수학공식처럼 이 책의 내용도 병이라는 걸로 사건을 수습하려 한다. 누이 영순과 강우 그리고 영순의 아들 동호. 만약 영순이 병이 나지 않았다면 그들(강우, 동호)은 영순에게 날을 세우고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도 뻔 한 마지막 부분.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면 얼마나 좋을까? 분명 영순 같은 누이와 강우 같은 동생이 우리나라의 지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들이 서로 아프지 않고 같이 윈윈을 했다면 이렇게 아픈 소설이 나오지 않았을 텐데.. 아쉽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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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으로 된 가족 소설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엄마가 잠깐 병원에 있게 되어 심심할까봐 사다 드렸는데 나중에 집에서 내가 읽어보게 되었다.
누이의 희생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초반에 책을 읽어가는데 폭력 자체의 이야기로 얼굴이 찡그러지고 화가났다.답답했다. 남편에게 맞는 장면에서 남편이 한 동생의 이야기로 갑자기 돌변해서 칼을 들고 죽이려는 장면과 동시에 그것이 나중에는 남편에게 맞는 걸로 침묵으로 거래로 받아들이는 장면은 기가 막혔다.
그리고 마지막에 동생 강우의 바뀐 모습은 차마 안타깝고 미웠다. 저렇게 밖에 생각 못하는 한심했다. 종배의 얘기를 듣고도 원래자리를 되찾겠다는 둥 모두 머리를 조아리게 될거라는 둥 너무 바보같은 생각이다. 그리고 저렇게 키운 것이 누이라는 생각에 한심한 생각만 일삼는 동생에게 인생을 바친 누이까지 답답했다.
한편 누이의 헌신을 보며 우리 부모님의 힘듦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미었다. 나는 누이의 희생을 부모님의 마음과 같이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연애 소설만 읽다가 가족 소설을 읽어보니 더욱 가슴 찡해질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감정적인 부분에서 경험했던 감정도 있어서 그런지 술술 읽혀갔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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