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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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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갑갑해질 때면 나는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시도하곤 한다. 가까운 둘레길에서부터 시작하여 각종 전시회 등을 누비고, 좀 사정이 좋으면 주말을 이용한 당일치기나 1박 2일 여행도 떠난다. 그때마다 빼놓지 않고 함께하는 게 있으니 바로 카메라이다. 혹자는 사진을 찍는 데에 너무 매몰되다 보면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게 없다며 사진에의 의존도를 줄일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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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갑갑해질 때면 나는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시도하곤 한다. 가까운 둘레길에서부터 시작하여 각종 전시회 등을 누비고, 좀 사정이 좋으면 주말을 이용한 당일치기나 1박 2일 여행도 떠난다. 그때마다 빼놓지 않고 함께하는 게 있으니 바로 카메라이다. 혹자는 사진을 찍는 데에 너무 매몰되다 보면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게 없다며 사진에의 의존도를 줄일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막상 카메라 없이 떠나려 하면 망설여진다. 현재의 장소를 내가 언제 다시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진만큼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매개체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성들여 찍은 게 아닐지라도.

타인의 사진을 엿보는 행위가 주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그런데 이 사진은 무슨 장비를 사용해 어떻게 찍었겠거니 상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나도 동일한 제품을 사용해야만 할 거 같은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이유 모를 욕심에 사로잡혀서는 한참을 앓는다. 그러다보면 가끔은 나도 모르게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특정 장비를 결국에는 소장하는 일이 발생키도 한다.

사진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즐거움을 주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사진에 깃든 이야기를 엿듣는 것이다. 같은 장비를 사용해 동일한 장소에서 유사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이야기에 있어서는 같은 이야기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다. 만약 이야기마저 같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복사’고 ‘허위’다. 누구 하나는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제 이야기마냥 하고 있다는 소릴 테니 말이다.

저자는 다른 직업을 가졌으며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들을 인터뷰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인물들은 사진을 찍는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직업적인 사진가가 아니다. 저마다 다른 계기에서 카메라를 접하게 되었고, 사진을 찍는다는 점은 동일하나 사진에 담기는 광경이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게 하나 있었으니 바로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느껴지는 여유였다. 먹고 살기에 지나치게 얽매이다 보면 카메라를 아무리 많이 가져도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캐논 EOS 1Ds MARK II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면 물론 경제적으로 풍요롭다는 것도 그들에게 그와 같은 여유를 허락했겠지만, 한 회사를 경영하는 CEO로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면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을 하되 결코 일에 매몰되어서는 아니 된다. 적당한 때에 카메라 하나를 어깨에 둘러메고 길을 나설 줄 알아야 한다. 혹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짬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제 삶으로부터 가치를 읽어내는 일도 행해야 한다. 일부러 출사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사시사철 다른 모습을 자랑하는 절 안에 머물며 사진을 찍는다는 석공 스님과 같은 내공을 우리 모두가 지닐 수야 없겠지만, 비슷한 듯 다른 세상의 묘미에 눈을 뜨는 순간 삶에 대해 ‘지루하다’는 한탄은 더 이상 내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가난한 검은 대륙의 아이들 손에 카메라를 쥐어주었더니 난생 처음 카메라를 손에 쥔 사람이 찍었다곤 할 수 없는 작품이 탄생했다고 들었다. 기본 사용법이야 가르쳤겠지만 전문적인 사진 강좌를 들었을 리 없는 아이들의 사진이 그토록 멋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사진 속에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었다. 아름답지 아니한 생이 없듯 모두의 이야기는 훌륭하다. 값비싼 장비를 구입하고 남의 멋들어진 사진을 따라 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대신 이제부터는 자기만의 이야기에 몰두해보면 어떨까. 자기 안에 생각보다 많은 이야깃거리가 살아 숨쉬고 있었음을 아마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q*****2 2012.11.0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진을 얘기할 수 있는 (사진을 인터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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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얘기할 수 있는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42] 서영수, 《사진을 인터뷰하다》(예조원,2012)   - 책이름 : 사진을 인터뷰하다- 글 : 서영수- 펴낸곳 : 예조원 (2012.6.25.)- 책값 : 17000원     (1) 닳는 사진기 말하기   나는 2006년부터 디지털사진기를 필름사진기와 함께 썼습니다. 필름사진기는 1998년부터 썼습니다. 1998년부터 쓰던 필름사진기는 이래저래 잃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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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얘기할 수 있는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42] 서영수, 《사진을 인터뷰하다》(예조원,2012)

 


- 책이름 : 사진을 인터뷰하다
- 글 : 서영수
- 펴낸곳 : 예조원 (2012.6.25.)
- 책값 : 17000원

 


  (1) 닳는 사진기 말하기


  나는 2006년부터 디지털사진기를 필름사진기와 함께 썼습니다. 필름사진기는 1998년부터 썼습니다. 1998년부터 쓰던 필름사진기는 이래저래 잃거나 도둑맞으며 자꾸 다시 장만해야 했는데, 전자식 필름사진기인 캐논이오에스5번이 스스로 목숨을 잃은 뒤로는 기계식 필름사진기인 니콘에프3에이번을 씁니다. 기계식 필름사진기를 쓰면서도 이 사진기가 언제까지 나와 함께 씩씩하게 살아갈까 하고 헤아려 보곤 합니다.


  디지털사진기를 2006년부터 쓰는데, 내가 쓰는 디지털사진기는 열넉 달쯤 쓰면 사진기 스스로 목숨을 잃습니다. 사진기를 살 적에 딸리는 길잡이책에는 ‘몇 만 장 찍을 수 있는지’까지 안 나옵니다만, 2012년까지 일곱 해째 디지털사진기를 쓰며 돌아보니, 얼추 3만5천 장쯤 찍을 무렵 사진기 셔터박스가 더 움직이지 않습니다. 셔터박스를 통째로 갈아 주어도 다른 부속 또한 셔터박스 못지않게 닳고 말아, 사진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그래서 4만∼5만 장쯤 찍으면 새 사진기를 장만해서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사진기 몸통도 어느 만큼 쓴 다음 닳고 말아 갈아야 하는 만큼, 사진기 렌즈도 어느 만큼 쓰면 더는 움직이지 않아 갈아야 할 일이 생길 테지요.


  사람들은 흔히 ‘디지털사진기는 필름사진기처럼 돈이 많이 안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얼핏 보기로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디지털사진기는 필름사진기와 견주어 ‘더 많이 더 자주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나 이제나 매한가지이지만, 예전에 필름사진기를 필름값 걱정 안 하며 찍던 사람은 부자나 신문사 기자뿐이요, 오늘날에 디지털사진기를 ‘사진기 닳아 망가질 걱정’ 안 하며 찍을 사람은 부자나 신문사 기자뿐 아니랴 싶어요.


  무슨 말인고 하면, 디지털사진을 찍어 필름값 나갈 걱정은 없다지만, 셈틀 외장하드 차지하는 생각을 해야 하고, 메모리카드 장만하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 3만∼5만 장 즈음 찍으면 사진기 몸통 부속이 닳아서 못 쓸 만큼 되어 새로 장만해야 하는 줄 헤아려야 합니다. 디지털사진기를 쓴대서 돈이 적게 들지 않아요. 돈은 똑같이 들어요.


  요 며칠 사이 내 디지털사진기가 해롱거립니다. 내가 쓰던 디지털사진기 캐논450디 기계가 망가져서(부속이 다 닳아서) 한 번 부속을 싹 갈아서 쓰다가 다시 망가져서(부속이 다 닳아서) 다시 갈았는데, 다시 갈고 보니 영 똑똑히 움직이지 않아요. 이때에 내 형님이 나한테 사진기를 물려주었어요. 형님이 쓰던 캐논450디를 물려주면서 나더러 쓰라 했어요. 고맙게 물려받은 사진기를 즐겁게 쓴 지 열넉 달이 되는데, 이 사진기도 부속이 거의 다 닳은 듯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2012년에 캐논 디지털사진기는 650디까지 나왔다 하지만, 나는 굳이 새 기종을 장만할 마음이 없습니다. 나한테는 ‘새 기종 새 기능’보다 ‘손에 익은 기계 눈에 익은 빛결’이 한결 대수롭습니다. 화소수가 높아지고 여러 기능이 나아졌다 하더라도, 다시금 열넉 달 뒤에는 부속이 닳아 못 쓸 노릇이 될 텐데, 늘 쓰던 사진기 몸통을 열넉 달마다 한 차례 다시 장만하는 쪽이 한결 나으리라 느껴요.


.. 제가 본 안목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  (17쪽/윤주영)


  고작 열넉 달만에 사진기 몸통을 새로 장만해야 한다면, 어찌 사진을 찍느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계와 물건은 낡거나 닳기 마련이에요. 양말 한 켤레만으로 열 해 스무 해를 신지 못해요. 바지 한 벌로 열 몇 해를 입을는지 모르나, 이동안 수없이 손질하거나 덧대어야 합니다. 고무신 한 켤레는 열 달을 신으면 밑창과 뒷굽이 모두 닳아 더는 못 신습니다. 곧, 사진기도 ‘닳는 물건(소모품)’이니, 자주 오래 쓰는 사람이라면, 기계를 틈틈이 고치는 한편 새로 갈아야 합니다. 아니면, 사진을 적게 찍어야지요. 이를테면, 한 해에 3∼5만 장을 찍으면 해마다 사진기 몸통을 갈아야 하니까, 한 해에 3∼5천 장쯤만 찍는다면 열 해쯤 사진기 몸통 하나로 건사할 수 있어요. 날마다 10∼15장만 찍는다고 할까요.


  그런데, 나처럼 집에서 하루 내내 지내며 아이들과 살아가는 모습을 바지런히 찍는 사람일 때에는 하루 100장을 가볍게 찍습니다. 내 다른 사진감은 ‘헌책방’이기에, 헌책방마실을 할 때에는 한 번 마실할 때에 100장 안팎 찍습니다. 해마다 가을날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서 벌어지는 책잔치에 마실을 하면 너덧새에 1000장 즈음 찍어요. 인천에서 살아가며 ‘골목길’을 날마다 사진으로 담던 때에는 하루에 200∼300장을 가볍게 찍었어요. 헌책방마실을 하면 두어 시간쯤 보내니 100장쯤 찍습니다. 골목길마실을 하면 너덧 시간쯤 보내니 200∼300장쯤 찍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기울입니다. 집에서 밥을 하며 쓰는 밥주걱은 날마다 여러 차례 쓰니 차츰 낡고 닳습니다. 숟가락이랑 젓가락도 날마다 천천히 낡고 닳습니다. 내가 열 해 남짓 쓰는 수저는 퍽 많이 낡고 닳았습니다. 내가 늘 타는 자전거 가운데에는 몸통 부속이 낡고 닳아 더는 탈 수 없어 그저 모셔 두는 녀석이 있습니다. 두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자전거수레 하나는 아주 많이 낡고 닳아 더는 쓸 수 없어 새 자전거수레 하나를 얻었습니다. 수레를 달고 달리는 자전거도 부속이 다 낡고 닳아 한 차례 통째로 갈았고, 자전거바퀴는 2만 킬로 달릴 때마다 다 닳아서 갈아야 합니다.


  아이들 쓰는 천기저귀도 얼마쯤 쓰면 천이 해져서 못 씁니다. 큰아이가 입던 옷은 이웃 아이 입던 옷을 물려받아 입혔는데, 작은아이한테 다시 물려입히니 아주 많이 닳고 해집니다. 작은아이까지 입다가 너무 해져서 차마 더 입히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옷이 꽤 됩니다.


.. 영감탱이들도 은퇘해 집에만 있지 말고 사진을 배워야 해. 노후에 시간 보내기에도 좋고 … 하지만 사실 풍경사진은 쉬우면서도 어려워. 잘 알겠지만, 가장 찍기 어려운 게 정물이잖아 … 걸어도 카메라 메고 걷는 게 그냥 걷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  (24, 29쪽/박용성)


  돌멩이 하나가 모래알처럼 잘게 바스라지기까지 몇 해쯤 걸릴까 어림해 봅니다. 비와 해와 바람은 돌멩이 하나를 얼마만에 모래알로 바꾸어 놓는가 헤아려 봅니다. 사람이 쓰는 물건은 몇 해나 이을 수 있을까요. 낫이나 칼이나 도끼 같은 연장은 갈고 갈아서 씁니다. 갈고 갈다가 다 닳으면 더는 못 쓰겠지요.


  연필은 쓰면 쓸수록 짧아져 몽당연필이 되다가는 더 못 쓰고 버립니다. 볼펜도 잉크가 다 되면 버립니다.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지우는 종이라 하더라도 몇 번 쓰면 종이가 너덜너덜 해집니다.


  그래요. 필름사진기이건 디지털사진기이건 천 해 만 해 쓸 수 없어요. 저마다 알맞춤한 목숨이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붓도 얼마쯤 쓰면 털이 빠져 못 써요. 즐겁게 메던 가방도 끈이 닳으면 새로 잇다가도, 가방 바닥 천이 닳으면 기워서 쓰다가 더는 못 써요.


  기계도 닳고 연장도 닳습니다. 물건도 닳고 사진기도 닳습니다. 모두모두 닳고 낡습니다. 가만히 보면, 사진기계나 사진장비를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닳고 낡아 더는 못 쓰는 연장을 말하는 사람은 드문 듯합니다. 새로 나오는 사진기가 얼마나 뛰어나거나 멋지거나 놀라운가 하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새 사진기를 앞으로 얼마나 쓸 수 있는가를 따지거나 살피는 사람은 드문 듯해요.


.. 사진을 다시 시작하면서 인물사진, 스튜디오사진 등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다양한 장르의 사진을 모두 찍어 봤어요. 모든 사진이 장단점이 있었는데 제겐 풍경사진이 맞았습니다. 위대한 자연의 풍광 속에서 쉴 수도 있고 우연의 시공간에서 자연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풍광은 사진 이전에 무엇보다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 풍경은 일 년 사시사철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적이 없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있는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기에 거짓이 없죠. 게다가 사진 앵글이 몇 센티미터만 벗어나도 그 사진의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  (275쪽/심재설)


  우리는 사진을 몇 해 찍다가 그만두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몇 해 돌보다가 내버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고운 숨결을 잇는 동안 언제나 즐겁게 사진을 누립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한결같이 아끼고 사랑합니다.


  닳는 사진기요, 종이에 앉히면 언젠가는 빛이 바래고 마는 사진입니다. 그러나, 닳는 사진기로 즐겁게 한삶을 누리고, 빛이 바래고 마는 사진 한 장에 저마다 살가운 이야기 한 자락 담아 사랑스럽게 누리는 우리들입니다.

 

 

 


  (2) 즐기는 사진 말하기


  서영수 님이 엮은 사진책 《사진을 인터뷰하다》(예조원,2012)를 읽습니다. ‘인터뷰’라는 영어를 쓰기는 했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사진을 만나다”입니다.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들 사진즐김이가 저마다 ‘사진을 어떻게 만나며 살아가는가’ 하는 이야기를 찬찬히 귀담아듣습니다.


.. 사진을 해 보니 함부로 찍을 것도 아니고, 사진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전문 사진가에게 망원렌즈까지 모두 그냥 줘 버렸어요. 그래서 단출하게 2대만 남겼어요 ..  (37∼38쪽/김주영)


  사진책 《사진을 인터뷰하다》는 퍽 남다릅니다. 이 책에 실린 사진즐김이 가운데 사진밭에서 여러모로 이름난 사진쟁이가 있으나, ‘사진쟁이라기보다 여느 사회인’이라 할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여느 사회인 가운데에서도 ‘최고경영자’가 많으며, ‘이름값 높은 사람’들이 나옵니다. 사진기 몇 대쯤 가볍게 쓸 수 있는 사람들 이야기요, 값나가는 사진기를 아무렇지 않게 장만하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값나가는 장비가 있대서 더 나은 사진을 만들지 못한다’고들 흔히 말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사진이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마음으로 빚’지, 사진기계나 사진장비로 만들 수 없어요. 손재주나 손놀음으로 만들지 못하는 사진입니다. 마음결과 마음씨로 일구는 사진입니다. 졸업장이나 자격증으로 만들지 못하는 사진입니다. 사랑과 꿈으로 이루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인터뷰하다》라는 책에서는 ‘값나가는 장비’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값나가는 장비’를 ‘값있게 잘 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요. 값싸거나 값비싸거나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어떠한 기계나 장비’로도 사진을 즐기거나 누리는 사람들 이야기 못지않게, 값나가거나 값있는 장비를 알뜰살뜰 잘 쓰며 사진을 즐기거나 누리는 사람들 이야기도 있어야지요. 참말 우리는 사진을 즐기는 사람이지, 사진 기계나 장비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에요. 사진을 하는 마음을 나누려는 사람일 때에 아름답지, 사진 기계나 장비에 얽매이는 사람일 때에는 안 아름답습니다.


.. 사진은 기록이자 추억이잖아요. 사진에는 찍은 사람이 아는 사연이 숨겨져 있어요. 제 사진도 대부분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지요 … 뇌 척수액과 어우러진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면 아기들은 핑크색, 신경은 노란색, 정맥은 좀 검고, 동맥은 빨간색으로 정말 아름다워요. 보이는 장면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  (52, 54쪽/정의화)


  한 장 두 장 사진을 찍으며 빛이 살아납니다. 한 마디 두 마디 따숩게 건네는 말마디로 사랑이 피어납니다. 한 그릇 두 그릇 날마다 지어서 함께 나누는 밥상을 누리며 살림을 꾸립니다. 한 걸음 두 걸음 모여 천 걸음 됩니다.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 하나 둘 셋 넷 모여 사진밭을 이룹니다. 사진밭에는 온갖 사진씨앗이 자라서 저마다 다른 푸성귀로 피어나고 저마다 다른 열매를 맺습니다.


.. 사진 전문가들처럼 발레를 작품으로 찍기보다는 발레 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발레 사진은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기록도 되고 재미도 있잖아요 ..  (62∼63쪽/김주원)


  즐길 수 있어야 찍는 사진입니다. 즐길 수 없을 때에는 못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좋아하면서 삶을 누릴 때에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사진찍기는 겉치레나 겉멋이 되는데, 겉치레나 겉멋으로 하는 사진은 얼마 못 가요. 겉치레나 겉멋으로 값비싼 자전거를 장만해서 타 보셔요. 몇 해는커녕 몇 달이나 며칠 못 가서 자전거를 묵히고 말아요.


  값싼 자전거를 장만하든 값비싼 자전거를 장만하든, 스스로 즐기려는 마음일 때에 자전거를 탑니다. 값싼 사진기를 마련하든 값비싼 사진기를 마련하든, 스스로 즐기려는 마음일 때에 비로소 사진을 찍고 사진을 누리며 사진을 빛냅니다.


  우리들은 사진역사에 이름 남기려고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우리는 문화나 예술을 흐드러지게 빛내려고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내 마음을 살찌우면서 아끼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내 삶을 사랑하고, 오늘 내 이웃이랑 동무하고 어깨동무하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 업무 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그때마다 절실히 느끼는데 내가 좀 화가 났을 때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맘에 들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이를 안 뒤부터 가는 차 안에서부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클래식을 듣기도 합니다. 기분 좋은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은 사진, 맘에 드는 사진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하― 기계도 사람의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  (194쪽/김종배)


  내가 걷는 이 길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내가 찍는 사진이 달라집니다. 내가 걷는 이 길을 아름답게 여기면, 내가 찍는 사진은 늘 아름답습니다. 내가 걷는 이 길을 어여쁘다 느끼면, 내가 찍는 사진은 언제나 어여쁩니다.


  공장 일꾼을 찍든, 면사무소 일꾼을 찍든,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기며 바라보는 이웃일 때에는, 한결같이 아름다운 모습이 담기는 사진으로 나타납니다. 들꽃을 찍든 풀꽃을 찍든 장미꽃을 찍든, 스스로 곱다 여기며 바라볼 때에, 비로소 곱다 여길 만한 꽃 사진을 찍습니다.


  서로서로 사진을 얘기해요. 내가 좋아하는 삶을 얘기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얘기해요. 내가 즐기는 삶을 얘기하면서 내가 즐기는 사진을 얘기해요. 내가 사랑하는 삶을 얘기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진을 얘기해요.


  내 삶을 ‘비평’할 까닭이 없으니, 내 사진이든 동무 사진이든 전문가 사진이든 ‘비평’할 까닭이 없습니다. 내 삶을 ‘좋아하면서 즐기고 사랑하면서 아끼’고 싶을 때에는, 스스럼없이 내 사진을 좋아하면서 즐깁니다. 거리낌없이 내 사진을 사랑하면서 아낍니다. 이야기꽃 피어나는 자리에 사진꽃 피어납니다. 4345.1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

 

 

h*******e 2012.12.1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