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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을까? 이젠 기억마저 희미해져버린 나의 20살. 여기 20살의 청년이 있다. 한때 발레리나였지만 지금은 120킬로그램이 되어 버린 식탐대마왕 엄마, 그런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빠,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아빠가 되어 버린 형, 친한 친구가 유학가면서 놓고 간 사고 뭉치 원숭이 마짱. 20살 청년 장호는 그들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일류 요리사를 꿈꾸는 청년 장호는 자신의 안식처 지붕에서 삶과 인생을 생각하고, 휴식을 취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붕위에 냉장고를 올려놓는 이상한 여자가 옆집으로 이사 오고, 장호는 호기심에 그녀를 바라본다. 장호의 집은 사랑스러운 경사가 아름다운 주황 지붕 단지다. 그 단지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모여 산다. 장호는 자신의 집 지붕에서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도 그 안에서 위로받고, 완성시켜 나가려 한다.
김희진의 소설은 참 묘하다. 따스하다 싶으면 아프고, 아프다 싶으면 유머가 존재하고, 웃음이 난다 싶으면 울컥 눈물이 나고 눈물이 난다 싶으면 잔잔한 마음의 파도가 인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네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삶은 겉으로 보이는 게 다는 아닌 것 같다. 양파가 자신의 껍질을 벗길 때마다 모양은 같지만 다른 모습으로 허물을 벗듯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슬픔이 있으면 다시 기쁨이 찾아온다. 혼자라 생각하며 세상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쩜 그들은 자신의 편을 찾지 못했을 뿐 결코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
우울하지 않을 것 같은 장호의 삶에 죽음이란 녀석이 찾아온다. 이탈리아로 유학 간 같은 이름을 가진 마장호와 120킬로그램 엄마의 죽음. 처음에는 희미한 웃음이 날 정도로 유쾌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아프다. 하지만 아픔을 대 놓고 아프다 말하지 않는다. 대 놓고 눈물 흘릴 타이밍을 주지 않고, 차분하게 장호를 위로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달래줄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억지로 억눌러오던 목까지 메어온다. 소리 내어 울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환경 때문에 그 억눌림이 심장으로 쏠려 가슴이 아파온다. (293)
우리는 왜 누군가의 죽음 앞에 혹시 내 탓은 아닐까? 나 때문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일까? 다행히 아무도 장호의 탓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엄마는 살아계시는 동안 충분히 행복했고, 즐거웠다 이야기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 누군가가 더구나 자신이 미덥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엄마를 잃었지만 형을 얻은 그 마음을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세상이라는 곳에 다시 내 편이 생긴 것 같은 든든하고 따스한 느낌. 왜 우리는 좀 더 일찍 사랑한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김희진의 소설은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다. 책 안에는 좋은 말과 좋은 글들이 마음 가득 들어 있고, 소설마다 조금씩 이야기의 끈이 이어져 있다. 옷의 시간들에서 살짝 나왔던 사서의 이야기. 가름끈을 잘라 훔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양파의 습관에서는 그 가름끈을 잘라 훔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주인공 장호. 장호는 자신이 싫어하는 식당 사장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을 안다. 돈이 많지만, 책만큼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사장. 가름끈이 없는 책을 가장 싫어하는 사장을 골탕 먹이기 위해 장호는 사장이 가는 도서관의 가름끈을 자르고 훔친다. 정식 요리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해외유학파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호를 못 마땅해 하는 사장은 작정하고 장호를 괴롭힌다. 가름끈을 자르고 훔치다 들켜 도망치는 과정에서 다리를 다친 장호는 그 핑계로 좀 더 여유롭게 지붕에서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우리네 인생. 생각해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릴 때는 아니 철들어 어른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의심(?)하고, 그 안에서 사춘기를 맞고, 그 안에서 운명 같은 직업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평범하지만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산다. 아이를 낳고 부모를 이해하고 자신과 똑같은 자신의 아이들 때문에 아프고 힘들다. 그래서 양파의 습관이었을까? 벗겨도, 벗겨도 같은 모양이지만 계속해서 벗길 수 있고 벗기면서 얇아지는 또 다른 모양의 양파가 되는 습관.
딱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는 소설이라면 리뷰 쓰기가 조금 더 수월했을까? 리뷰쓰기는 어려웠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참 좋다. 얼마 전 김희진 작가의 욕조라는 책을 빌렸지만 읽지 못했다. 조만간 그 책도 나에게 오면 좋겠다. 김희진 작가 스타일대로의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 질지, 혹은 이야기 속에 다른 주인공을 만날지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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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추천도서 양파의 습관 - 주황주택단지 안에서의 만남과 이별
<낯선 것들, 뜻밖의 사건들, 자만과 확신의 어긋남들, 그리고 나만은 예외 일 거라는 건방짐들 거기서 고통은 시작된다>
이렇게 이 작가는 <양파의 습관>이라는 작품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톱니바퀴같은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도 그 삶의 탈피를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꾸면서 인생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주황주택단지 안에서 일어나는 만남과 이별을 통해 삶의 한 부분을 벗겨내고 싶은 갈망이 담겨져 있는 청소년 추천도서 양파의 습관입니다. 두번의 커다란 슬픔이 담긴 글이였습니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만이 알지도 모르는 아픔이였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다시한번 내 옆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서장호 입니다. 주황주택단지에 살고 있는 장호는
어느날 깨병환자처럼 다리에 기부스를 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를 맞이해 주는 건
식탐 대마왕으로 불리우는 비만환자 엄마였습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애처로운 장호의 마음은 읽는 내내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고도 비만을 가지고 있는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빠가 계십니다.
그 남자의 조건없는 무한 사랑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 남자의 사랑하는 방식은 대한민국 모든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배워야 할 방식 같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비만이든, 그녀가 추녀든, 그녀가 장애인이든,
그 남자는 조건없는 사랑을 그녀에게 베풀고 있습니다. 장호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또 한명의 남자, 그의 형.....
20살에 결혼하여 언제나 어른처럼 행동하는 8살 차이나는 형에게 그는 늘 열등감처럼 어떤 미운 마음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마음이
그의 마음속 한구석에 사로 잡아 그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요.
그들의 출발은 남들처럼 평범한 가족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잘못된 습관으로 하여금 다른 사건을 만들어 내었고
그 사건으로 고도비만이라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그런 사건으로 인해 평범한 가족의 붕괴는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늘 한결같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칼이 되어 나가는 말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문을 닫아 버리는
공감과 소통없는 대화가 단절되는 가족이 되어 버린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어느날 일상적인 변화가 없는 늘 같은 시간 같은 곳으로 출근하는 마을 사람들을
자신의 방 지붕위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지켜보던 장호는
55호에 새로 이사온 가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피아노와 말없는 사람들,
소녀와 아이 그들을 말없이 호기심으로 가득찬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주황주택단지에는 많은 인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소설가 남씨 아저씨는 좌변기에서 글을 쓰다 베스트셀러작가가 됨으로서 온 집안을 좌변기로 바꾸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사람이여, 6시면 땡하고 운동을 하러 가는 강씨아저씨,
까칠한 소녀 추가을양, 노총각 노대명, 욕쟁이 최씨할아버지 등등
많은 조연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 글의 재미를 더욱 붇돋아 주었습니다.
마치 한편의 주말드라마를 보는 듯한 깨알같은 조연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읽는 동안
이들의 이야기와 삶도 궁금해져서 왠지 저 조연들로 또다른 영화 2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흥미진진 하기도 했지요.
이런 장호에게 어느날 변화의 사건이 찾아옵니다. 그건 옆집 수줍음 많은 누나의 조심스러운 부탁으로 지붕위에 냉장고를 올려달라는 것이였습니다. 생뚱맞는 지붕위에 냉장고가 등장함으로서 조용하던 동네에서 들썩들썩한 동네로 바뀌는 계기가 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찾아온 주황주택단지 안의 새로운 사건의 발달은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업치락뒤치락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한치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사건들이 발생하여 즐거움을 주기도 슬픔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사건은 결국 가족과의 이별이였습니다. 55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한 사건과 그리고 불시에 찾아온 이별...그리고 또다른 이별....그리고 또...이별..... 고통은 삼중으로 찾아오나 봅니다.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찾아와 더한 고통을 주고 또 그 고통을 잊기도 전에 또 다른 고통이 찾아오고 그리고는 그리고는........
참 재미있다가도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슬프다가도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누군가가 떠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불시에 찾아오는 이별을 겪은 사람이라면 더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과의 반복적인 일상속에서 자신들만의 일거리를 찾고 즐거움을 찾아가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삶의 작은 습관의 변화가 많은 이들에게 또다른 희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추천도서로 권해드리는 양파의 습관은 행복은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아이들의 긴 방황에 어쩌면 작은 돌을 던져줄 희망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습니다.
내게 제일 소중한 가족,,,,, 내게 제일 사랑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해 보세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른답니다.
이상 별둘사랑하나의 정보세상에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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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습관 김희진 지음 자음과모음
이 책의 작가 김희진은 <고양이 호텔>, <옷의 시간들>의 작품을 쓴 작가라고 하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고, 김희진의 첫 작품인 셈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 가족 안으로 들어와 가족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깊은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이 있다.
한때는 발레리나로 날씬하고 마른 몸매의 소유자였으나 지금은 120Kg이 넘는 거구에다 소파에서 일어나는 것조차도 버거워하는데다가, 하루의 대부분을 두 대의 텔레비전을 보며 끊임없이 먹어대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거구의 식탐대마왕이 되어버린 엄마. 예전에 발레리나였던 엄마의 '왕팬'이었으며 그녀가 자신보다 몇 배나 큰 몸집을 가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그녀를 사랑하며 꼼짝 못하는 아빠와 스무 살도 안 되어 여친이 임신을 함으로 급작스럽게 한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이 된 형이 있고, 가장 친한 친구인 마장호가 유학을 가며 맡기고 간 사고뭉치 원숭이 마짱과 함께 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이 집안의 막내인 서장호가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장호는 일류 요리사를 꿈꾸는 스무 살 청년으로 학벌이 떨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식당의 사장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거짓 깁스를 한 채로 옥상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엄마가 뚱뚱해진 것이 자신이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해서라는 죄책감이 있지만 엄마의 현재 모습을 외면하고 싶은 이유로, 만나면 왠지 서먹서먹한 형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옥상으로 도망가기 일쑤다. 재수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옆집 55호에 김보리네가 이사를 오면서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애띤 모습의 보리누나는 문고리 디자이너였던 전직을 고사하고, 태양열 냉장고를 선물하고 세상을 뜬 남자의 소망대로 연극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27세의 여성. 이 보리와 추억을 엮어나가던 중에, 뜻하지 않게 평행이론을 유지하던 절친 마장호의 기차 사고를 듣게 되고, 보리가 새롭게 연극무대에서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던 날, 엄마가 사망하는 불운이 겹치게 된다. 그렇게 절친 마장호도, 식탐대마왕인 엄마도, 그리고 친구와 엄마의 사망 원인이 재수없는 자신 때문이라고 책망하던 보리누나도 하나씩 떠나가고... 장호에게는 태양열 냉장고만 남는다.
뜬금없는 듯한 태양열 냉장고, 장서에서 떼어낸 2만개가 넘는 가름끈, 태어나서부터 모아온 보리의 손톱... 이모두 요상하기만한 소도구 들이며...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요상하게만 느껴진다. 세상은 여전히, 늘, 이렇게 요지경 속일까? 2013.6.10. 혼란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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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 총각의 넉살이 부럽고, 주황주택단지의 사랑스런 각도의 '지붕'과 그 이웃들이 부럽다. 그들이 지어내는 풍경이 너무도 즐거워 혼자 노는 게 편한 나도 그 속에 들어가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주황주택단지 마을.. 우리 현실 어딘가에도 있겠지??^ㅋ
장호 총각처럼 이름이 같진 않지만, 대신 음력 생일이 같고, 좋아하는 가수와 연예인 스타일이 같으며, 뭣보다.. 내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감성과 내 기분을 잘 아는 친구가 내게도 있다. 서로 그러해서 괜히 기분이 다운되는 듯한 날엔 깜짝 선물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말이.. '요즘.. 참 다운되어서 힘들었는데~ 완전 업되었어~!!'다. 그리고 그 말에 나도 축~ 가라앉았던 기분이 바람 제대로 채워진 풍선처럼 붕붕~ 떠오른다. 장호총각의 절친 마장호와의 이야기는 꼭 그 친구를 떠오르게 하는데.. 지금 내 기분이 둥둥둥~ 설렘이니, 그 녀석도 아마.. 그러지 않을까??^ㅋ
전에 읽었던 <옷의 시간들>에선 <아무도 편지하지 않았다>의 주인공이 까메오(??)로 나오더니, 요번 소설에선 <옷의 시간들>의 작은 에피소드 안의 범인이 주인공이어서 뭔가 쭉쭉쭉- 이어지는 세에라자드라의 천일야화를 읽는 기분이 들어 묘~하면서도 재밌었다.
한 가지 안타까웠던 건.. 재수없는 여자, 김보리가.. 끝내 재수없는 여자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며 떠나간 게 마음에 걸린다. 꼭꼭 다음 소설에서는 김보리양의 재수있는 후일담을 읽을 수 있기를~!! (작가님 부탁드립니다~!!!)
p.42 나는 익스프렉스 차량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삿짐을 관찰한다. 어떤 이삿짐이든 이삿짐에는 꾸밈이란 게 없다. 과장이나 허세 따위가 첨가될 수 없기에, 이삿짐은 가장 솔직하게 그 주인들의 취향과 생활수준을 말해준다. 나는 그것을 '이삿짐의 간접화법'이라고 부르는데, 지금까지 그것에서 오류와 실수를 발견한 적은 없었다. 10년간 지붕에 앉아 적잖은 이삿짐을 지켜봐온 나다.
p.54 수백 권의 책 중에서 요리책 하나를 빼 들고 창가에 걸터앉는다. 여닫이창을 열어젖혀 봄밤을 술친구로 불러들인다. 고맙게도 봄밤은 늘 군말 없이 내 방으로 스윽 들어와 앉는다. 나는 그런 봄밤에게 건배를 권하며 맥주를 길게 들이마신다. 요리책을 넘기며 요리책 속의 호화찬란한 음식들은 내 술안주가 돼준다.
p.99 봄의 새벽 공기는 차갑지만 맑고 상쾌하다. 사라진 소음과 가라앉은 먼지를 대신해 공기 속으로 파고드는 건 벚꽃 향이다. 집집마다에서 뿜어져 나온 벚꽃 향이 십시일반으로 한데 모아져 바람을 타고 나를 스쳐 간다. 봄이 지겹지 앟은 이유는 이런 찰나성 때문일 것이다.
p.172 "떠나는 사람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하나쯤은 남겨두고 가나 봐요. 그게 증오이든 약속이든 후회든 분노든, 남겨진 것들은 남겨진 자에게는 습관이 되는 것 같아요. 벌써 저 녀석도 저한테는 습관이거든요."
p.249 그러고 보니 엄마와 함께 별을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지붕 위에 앉아 엄마에게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이후로 처음이니 3년은 넘은 것 같다. 엄마가 말한다. "저 별들 하나하나에 빗대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지 싶다. 생각해보면 삶이라는 것도 죽음이라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지 싶어."
p.256 나를 닮은, 내 일부였던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해도 세상과 시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가고 있었다. 하긴, 단 한 사람의 슬픔을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면 이 지구는 매일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바다가 싱거워지지 않는 이유는 슬픔이 혼자만의 슬픔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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