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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에서는 피부색과 성별, 나이, 가치관 등 자신과 ‘다른’ 인간을 구별짓고 타자화하고 차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격렬히 ‘증오’하는 행위들을 각종 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타인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인간의 모습은 인간 본성의 발현일까, 아니면 학습에 의해 습득한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으니, 바로 인종 증오의 지적 기원을 역사학적 시선으로 탐구한 『증오하는 인간의 탄생』이다.
이 책은 ‘증오하는 인간’을 정당화하는 핵심 이데올로기로서 ‘인종주의’에 주목한다. ‘인종주의’는 그간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모호한 개념 중 하나다. 성격상 타자에 대한 ‘인종 우월주의’와 ‘인종 차별주의’의 의미를 내포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고대부터 존재해온 ‘자민족중심주의’나 ‘외국인(타민족)혐오’, ‘유럽중심주의’와도 결합돼 문화적?종교적 편견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 또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근대에 형성된 ‘인종주의’는 이전 시기의 전통적인 타자 인식과는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전통적인 타자 인식은 이교도와 야만인을 ‘우리’와 다른 하등한 차별적 존재로 인식하면서도 ‘교화’와 ‘동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과 달리 근대 ‘인종주의’ 시각에서는 한 번 ‘우리’와 다른 ‘타자’로 인식된 대상은 결코 ‘우리’와 동등해지거나 같아질 수 없는 ‘영원한 타자’로 인식하며, 또한 그렇기에 ‘열등한 타자’는 ‘우월한 우리’와 달리 ‘지배와 착취’의 대상이자 ‘배제되거나 말살’되어야 할 대상, 즉 ‘근절’의 대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타자 인식을 토대로 한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근대시기 만들어져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일종의 ‘서양의 문화상품’으로 간주하며, 이 ‘문화상품’이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고 전 세계로 전파되어갔는지를 촘촘하게 추적해나간다. 특히 마이너스, 고비노, 볼트만, 체임벌린 등 당대를 대표하는 인종주의 역사학자들의 역사관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세계를 해석해왔는지를 면밀하게 고찰함으로써, 인종주의 이데올로기가 인종 우월주의적 성격이 강한 ‘식민지 인종주의’에서 염세적이고 종말론적인 ‘귀족의 인종주의’를 거쳐 마침내 인종 증오주의적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 인종주의의 완결판인 ‘국가인종주의’로 변천해온 과정을 세밀하게 들려준다.
기존 인종주의 연구가 대부분 박물학(자연사), 생물학, 인류학, 사회진화론(사회다윈주의)과 우생학 등 당대의 과학적 연구 성과와의 상관관계에 집중한 것과 달리 이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인종주의 담론을 만들어온 인종주의 역사학자들의 역사관과 역사해석을 중심으로 인종주의의 변화상을 탐구하고 있다. 인종 증오 이데올로기에 이론적 자양분을 제공해온 인종주의 역사학자들의 인종사관과 역사철학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인종주의의 지적 기원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집단 무의식에 상식이란 이름으로 은연중에 퍼져 있는 다양한 인종주의 담론을 마주할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인종주의 역사 연구에 밑거름이 되는 학문적 성과를 성취했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학문으로서의 인종주의 연구에서 머물지 않고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인종주의의 뿌리를 직접 확인하게 함으로써 우리 일상에 인종주의 암세포가 더 이상 증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현실과 연계된 학문 연구의 모범적인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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