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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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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흥미 있는 이는 과학책을 들춰보고, PC게임에 관심 있는 이라면 게임 관련 서적을 들춰보게 된다. 흥미 있는 분야가 있으면, 그것이 자신의 전공이든 일반 취미이든 간에 관련 서적을 탐독하게 되나 보다. 문화예술 관련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부문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 ‘대원사’나 ‘돌베개’, ‘효형출판’, ‘열화당’ 등에서 내는 서적들을 주로 찾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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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흥미 있는 이는 과학책을 들춰보고, PC게임에 관심 있는 이라면 게임 관련 서적을 들춰보게 된다. 흥미 있는 분야가 있으면, 그것이 자신의 전공이든 일반 취미이든 간에 관련 서적을 탐독하게 되나 보다. 문화예술 관련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부문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 ‘대원사’나 ‘돌베개’, ‘효형출판’, ‘열화당’ 등에서 내는 서적들을 주로 찾을 것이다. 필자도 요즈음 나름대로 문화예술 분야에 지분거리는 중이라 위 출판사들에서 내는 책들을 특히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중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이후 일반인들 사이에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각종 답사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런 현상은 도서 시장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식도락 여행 서적 일색이던 출판시장에도 품격 있는 문화예술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 나라의 문화예술을 다룸에 있어 ‘건축’ 분야를 무시할 수 없는데, 실제로 서점에만 가면 한옥이나 사찰 등 목조 중심의 우리 건축이나 석조 중심의 서양 건축을 나름대로 소개하는 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그 둘은 그저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뿐이다. 이를테면 한옥을 다룬 책에서는 유독 ‘한옥은 서양 건축물에 비해 자연 친화적이고 운치가 있다’는 등의 일방적 주장 일색인 것이다. 반대로 서양 건축물을 다룬 서적들은 대부분 축조 양식이나 사상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 그쳐 지루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것부터 일단 쉽지 않다. 결국 그 둘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만약 비교를 한다고 해도 대부분 과도한 민족주의 혹은 국수주의가 개입돼 ‘우리 건축이 우수하다’는 식으로 결론이 맺어지게 된다. 즉 둘 사이에는 그저 이분법적 사고만 존재할 뿐 화해를 유도하고 접목을 시도하려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지난 95년부터 서양 근현대 건축사를 30권의 시리즈로 묶는 작업은 진행해오고 있는 이화여대 임석재 교수의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은, 이전의 책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일단 머리글만 읽어보아도 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임석재는 ‘건축학도로서 답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간의 이질성뿐만 아니라 그 건축을 있게 한 내면적 동인에 있어서의 유사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건물 구성 요소와 건축의 구성 원리, 건물 감상법의 세 파트로 나뉘어 각각의 장에서 구체적인 예를 적시해가며 한국의 전통 건축과 서양 건축을 비교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발견되는 한 가지 특이점은 동서양의 건축을 비교하면서도 둘 사이의 시대적인 구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인데, 아마도 글쓴이가 애초 의도한 것처럼 서로간의 쓸데없는 우열 비교를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다 ] 한편 이 책을 읽으며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은 글쓴이가 한국인이자 건축가의 입장에서 비판하는 우리 현대 건축의 몰상식하고 줏대 없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작금의 한국 건축이라는 것이 인체의 척도에 맞게 지어 편안함을 주고 타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개방돼있던 우리 전통 건축이라는 기초 위에 서양의 ‘편리’를 가미하는 것이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가능한 한 폐쇄돼있던 서양 방식을 기본으로 한국적인 요소(말하자면 창호나 목재 정도)를 덧붙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웃간에 점차 단절되어 갔고 가족간에도 보이지 벽이 쌓여만 갔다. 글쓴이의 말 대로라면 서양에서는 오히려 동양 건축이 갖는 ‘투명’이라는 특성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데도 우리는 가리는 데 급급해져 가는 것이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서양 하드웨어를 받아들이며 소프트웨어는 적절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밖에는 어찌 설명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건축만의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이미 우리는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 오똑한 코, 커다란 눈을 미녀의 기준으로 삼게 되었고, 우람한 가슴과 미끈한 허벅지를 갖는 이를 멋진 남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우리 생활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면 이미 대부분의 생활 환경은 그것이 잘된 것이든 못된 것이든 이른바 ‘서구화’ 되었고, 사고 방식마저도 그렇게 된 지 이미 오래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가치들을 그저 옛것으로 치부해 버렸고, 또 조선 말기 암울한 역사에 대한 막연한 반발감으로 그러한 것들을 애써 부정하려 했다. 임석재의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은 비단 건축 분야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대해 여러 모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 같다. 2003년 새해를 맞아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이 나와 내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볼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해 주었으면 한다.
f*******a 2003.05.0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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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은 결국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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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임석재 교수의 전공이 서양 건축사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그가 밝히듯 그는 서양 건축사를 전공한 사람이지만,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가져온 우리 전통건축에 대한 관심은 그로 하여금 우리의 전통건축과 그가 오랜시간 공부해온 서양 건축에 대한 비교를 가능하게 하였다. 서양 건축과 우리의 전통건축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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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임석재 교수의 전공이 서양 건축사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그가 밝히듯 그는 서양 건축사를 전공한 사람이지만,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가져온 우리 전통건축에 대한 관심은 그로 하여금 우리의 전통건축과 그가 오랜시간 공부해온 서양 건축에 대한 비교를 가능하게 하였다. 서양 건축과 우리의 전통건축은 그 본질부터 다르지만, 건축의 본질이라는 것이 결국 어디에서나 궁극적으로는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그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우리 전통 건축과 서양 건축의 비교는 충분히 가능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우리의 건축과 서양건축의 접목 혹은 전통 건축의 도입에 관한 문제로 고민해봤을 것이고, 이 책은 그러한 고민에 대해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우리 전통 건축물들은, 그 대부분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것들이고, 그렇기에 특별히 건축을 전공으로 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접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순수하게 우리의 전통 건축을 전공으로 한 사람이 동일한 건축물을 다룬 결과물이 있다면, 그것과 이 책에서의 접근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다루고 있는 우리 전통건축의 모습이, 우리 전통 건축 전체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그가 우리 전통 건축의 다양성을 이 정도의 작업에서 담아낼 수 있는 것인지의 여부는 한번쯤 의심해보아야 할 성질의 것이다. 또한 그가 다룬 대부분의 전통 건축은 그 자료가 가장 많은 조선 시대의 것인데 반해, 그 비교의 대상이 된 서양 건축물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그러한 점에서는 과연 어디까지 수용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남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이런 작업이 참으로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상깊은구절]
이제는 이러한 극단적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 것과 서양 것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가치를 찾아냄으로써 이 두 문명을 상호 보완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동서양은 결국 하나인 것이다.
b******s 2000.05.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