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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은 아들 호레이스가 학사 학위용 첫 시험을 통과한 소식에 편지를 보낸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을 적었다.
“지난밤 곰곰이 생각해봤어. 무엇이 한 사람을 발견자로 만들까? 그것은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도 할 수 있지. 영리한 사람들, 발견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많은 사람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지는 못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모든 현상의 원인이나 의미를 습관적으로 찾는 데 있을 것 같다. 예리한 관찰력과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뜻도 될 테지.”
『다윈의 실험실』 (원제, “Darwin’s Backyard”)의 저자 제임스 코스타는 여기서 ‘습관적으로’를 ‘끈질기게’로 바꿔 읽는다. 그게 다윈의 삶이었으며, 연구의 태도였다고.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로부터 집안의 골칫거리 취급을 받던 다윈이 길이길이 이름을 남기는 인물이 된 것은, 물론 그의 뛰어난 지성에 힘입은 바도 있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그의 ‘끈기’였고, 성실함이었다.
다윈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다윈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렇다. 비글호 항해 이후 ‘우연히’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을 깨닫고 진화론을 정립한 인물. 병약했고, 다운이라는 마을에 칩거하면서 살아간 영국 신사. 뭐, 이런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인상은 그의 말년의 사진에 의해 더욱 증폭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윈은 절대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다윈이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을 발견해낸 것은, 비글호 항해가 큰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각고의 노력과 연구 끝에 이뤄낸 것이었다. 폭넓고 깊은 독서와 스스로 실험을 통해서 알아내고, 수많은 연구자들과 전문가들과의 편지 왕래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립해내고, 또한 그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나갔다. 그는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후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동물학에 관한 시리즈의 편집자를 맡았고, 학회의 서기관으로서 정말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종의 기원』 이전에도 적지 않은 논문과 책을 출판했다.
다운 마을에 정착한 후, (비글호 항해에서 얻은 것인지, 아니면 유전병인지, 그것도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평생 안고 갈 병에 시달리면서도, 자식들을 잃게 되는 비극적 상황에 처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다운 저택은 온갖 실험을 수행하는 연구소이면서, 전세계의 온갖 연구자들과 소통이 이뤄지는 허브였다.
재닛 브라운의 다윈 평전이나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의 다윈 평전 모두에서 보듯이 다윈은 왕성한 실험가였다. 그 면모는 바로 여기 제임스 코스타의 『다윈의 실험실』에서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윈이 실험한 대상은 다양했다. 딱정벌레를 광적으로 좋아했던 시절부터, 따개비 연구자로서 이름을 날렸고, 산호의 생성 과정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으며, 식물의 씨앗들이 바다를 건너서 분산될 수 있는지를 인위적인 조건을 만들어 실험했다. 난초, 식충식물(끈끈이주걱이나 파리지옥과 같은), 덩굴식물 들을 연구하며 이들의 특성을 밝혀냈고, 종자식물들의 수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연구했다. 이 모든 연구는 『종의 기원』을 통해 밝힌 생물의 진화가 실제로 이뤄져 왔으며, 그것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말하자면 다윈은 평생을 연구에 헌신하였다.
사실 다윈의 연구는 그런 목적 지향적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는 자연을 사랑했고, 앎에 대한 욕구가 넘쳐 났다. 그는 알고 싶어했고, 알고 싶은 것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는 지성을 갖추고 있었고, 또한 자신의 발견에만 집착하지 않고, 많은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앎을 수정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인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발표한 모든 것이 옳지는 않았지만, 그가 시작하고, 발전시킨 분야들은 그 후에 수정되고, 보태지면서 하나의 굳건한 학문 분야가 된 게 적지 않았다. 그는 단순한 진화론의 메커니즘인 자연선택, 성선택을 제안한 이론가가 아니었다.
『다윈의 실험실』은 그런 다윈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책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이며, 진화학이 책상머리에서 나오는 이론, 학문이 아니란 걸 아는 데도 가장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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