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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 닭장이 있었다. 안방 문을 열고 마루로 나서면 마당 건너편에 닭장이 있었다. 닭장 안 구석진 높은 위치에는 토끼장이 들어서 있었다. 토끼는 높게 설치된 집에서 먹이만 있으면 그다지 자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에 닭은 모이대에 올라 쉬고 있어 금방 눈에 띄었고 그곳에서 가끔 졸기도 했다. 낮 대부분은 땅바닥에 떨어진 모이를 주워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새벽이면 수탉이 하루를 힘차게 열었고, 암탉은 마른풀이 얕게 깔린 곳에서 하루가 지기 전에 따박따박 달걀을 낳았다. 하루에 한 알씩 정확하게 알을 낳아 하루라도 거르면 알이 쌓였다. 알을 낳은 직후에 닭장에 들어가 손에 넣으면 온기가 남아 있었다. 어미닭은 알을 꺼내는 소년을 본체만체했다. 죄책감도 없이 손에 넣은 달걀은 가슴에 품고 싶을 만큼 따스했다.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와 하늘을 난 아이가 있다. 아이 이름은 감자다. 이름만으로 우리는 고향집으로 자연스레 날아간다.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는 마법의 이름이다. 감자는 엄마와 함께 장에 간다. 엄마가 장을 보는 동안 감자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상자 안을 들여다본다. 북적거리는 시장 한구석 철망 안에 검은닭이 있다. 감자는 철망 안에 있는 닭에 시선이 붙들려 그 앞에 쪼그려 앉는다. 철망에 갇힌 닭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일까. 그런데 검은닭 품에서 달걀 한 알이 쏘옥 빠져나온다. 철망 안에 갇힌 검은닭과 자신은 다르다는 듯이, 다른 생을 살겠다는 듯이, 다른 생이 가능하다는 듯이 달걀이 철망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이 아닌 감자에게 데굴데굴 굴러온다. 감자는 달걀을 집어 든다.
달걀이 참 따뜻해요.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검은닭이 감자를 물어서 번쩍,
품에 넣었어요.
검은닭 품에는 병아리들이 여러 마리 있다. 병아리들이 감자에게 삐악삐악 몰려온다. 달걀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 같다. 감자는 달걀을 주고 싶지 않다. 감자는 달걀을 등에 지거나 가슴에 안고 이리저리 도망친다. 그 뒤를 병아리들이 종종거리며 쫓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마리나 되는 병아리에게 쫓기면서 또는 쫓으면서 감자는 병아리와 다름이 없다. 키도 몸무게도 병아리와 다르지 않다. 감자와 병아리가 하나가 된 듯하다. 그렇게 어우러졌을 때 알에서 병아리가 막 깨어난다. 그 모습을 본 감자와 다른 병아리들이 모두 마음을 모아 손뼉을 치며 환영한다. 알에서 깨어나는 병아리를 중심으로 여덞 목숨이 진정으로 환대를 하며 맞이한다. 그러고는 어미 닭과 함께 감자와 병아리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함께 훨훨 날아오르는데 갑자가 감자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소리에 감자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환상에서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다. 감자는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가다 말고 돌아서 뛰어가 본다. 그러나 검은닭과 병아리들이 보이지 않는다. 현실이 아니라 한낱 꿈이고 백일몽이었을까. 어느 경우라도 감자 가슴에 들어온 검은닭과 병아리들은 지워지지 않고 오래오래 따스한 온기를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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