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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로』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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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이란 것이 부질없는 것이어서 어쩐지 읽은 내용 같은 단편이 있었다. 아마 젊은작가상이나 다른데서 읽었겠지 하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이상해서 다시 찾아 보니 4 년 전에 읽은 장편소설 『홀』의 내용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중  「식물 애호」 라는 작품과 비슷하다고 여기고 책을 찾기 시작했다.  장편 『홀』은 단편  『식물 애호』의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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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이란 것이 부질없는 것이어서 어쩐지 읽은 내용 같은 단편이 있었다. 아마 젊은작가상이나 다른데서 읽었겠지 하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이상해서 다시 찾아 보니 4 년 전에 읽은 장편소설 『홀』의 내용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중  「식물 애호」 라는 작품과 비슷하다고 여기고 책을 찾기 시작했다.  장편 『홀』은 단편  『식물 애호』의 확장판이라는 걸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알게 되었다.  


장편  『홀』과 똑같이  「식물 애호 」에서는 오기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내용도 거의 흡사한 것 같다.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오기가 바람을 어떠한 이유로 아내와 함께 타고 가던 차에서 교통사고가 났으며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을 때 마주한 건 장모의 슬픈 얼굴이었다. 딸을 먼저 보낸 장모의 얼굴에서 무언가 다짐같은게 보였다. 장모가 그 이유를 알고 있었겠지만 오기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간병인과 물리치료사를 해고 했으며 그에게는 장모 밖에 없었다. 오기의 집 정원은 매우 아름다웠다. 아내가 지극정성으로 가꾼 덕분이었다. 하지만 장모는 정원의 나무를 뽑고 날마다 구덩이를 판다. 새로운 나무를 심으려나 지켜보자니 불안할 따름이다. 구덩이에 무엇을 심겠다는 것인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는 불안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오기가 장모의 행동을 바라보는 불안함.  「소년이로」 또한 유준의 집에 놀러왔다가 자꾸 자고 가면서 자신에게만 적의를 표현하는 유준의 엄마와 유준 아빠의 회사 상황 등을 지켜보는 소진에게 느껴지는 것도 불안함이었다. 소진은 유준 엄마가 자신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빛을 알면서도 왜 유준의 집에 머무르는지. 자고 가라고 하면 뒷방에서 홀로 잠을 자면서 까지 유준의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자 했다. 


「원더박스」는 떨어지는 이불을 피하려다 넘어져 척수를 다친 수만과 그의 아내 소영의 이야기다. 계약을 잘못해 그 책임을 떠안은 수만은 김의 아파트를 찾았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치료비 때문에 누구의 책임인가를 묻지만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니었다. 입원해 있는 수만때문에 간병인으로 일하게 되는 소영은 20여 년 동안 누워있는 환자인 노인을 돌보고 있다. 수만이 물었던 질문, 누구의 잘못이냐고 대답하고 말 것 같았다. 수만이 처한 상황과 아내 소영이 처한 상황. 이들의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지 물을 수 밖에 없는 불안감이 깃들어 있었다. 


군대에서 폭력 가해자가 된 처남과 장인과 장모 그리고 노인이 구급차로 실려가던 밤에 짖지 않았던 사실을 탐구하는  「개의 밤」, 87일만에야 자신을 찾은 우지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을 담은 「우리가 나란히」, 제초제를 잘못 뿌려 그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에게 묻는 「잔디」는 남편 또한 자신의 잘못을 모른척하고 있었다는 걸 말한다. 그 사과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부서 배치를 받은 진과 그의 사수  유의 어긋남 「월요일의 한담」. 오보에를 불었던 아버지가 잦은 실직에도 쾌활하였으나 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케어했던 것들을 말한 이야기 「다음 손님」 또한 우리에게 남은 숙제를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토록 다정한 아버지가 변해가는 모습을 발견하는 일. 우리라고 그러지 않겠는가 말이다. 




「소년이로少年易老」라는 제목을 나는 '소년 이로' 라고 생각했다. 즉 이로 라는 소년의 이름을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주자의 문집에 수록된 시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에서 앞부분을 따왔다는 걸 알았다. 즉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또는 변화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 서 있다. 어떤 삶을 살았든 나이듦을 피할 수는 없다.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조금씩 변화된 삶을 살게 된다. 


쓰러져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소년 유준의 눈빛에서 우리는 어느 한 순간에 어른이 되고 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인지 장애가 있는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도 우리 앞에 놓인 미래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는 거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다는 게 우리를 슬프게 한다. 나이를 점점 먹어가고 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나이들어가고 싶다는 건 나의 바람 뿐일까.  


#소년이로  #편혜영  #문학과지성사  #식물애호  #우리가나란히  #개의밤  #원더박스  #월요일의한담  #잔디  #다음손님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0.04.20. 신고 공감 1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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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소년은 늙기 쉬운가 [한국소설-소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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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잡기 전까지 나는 작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이상문학상도 받은 작가라는데 내가 몰랐다면 우리 소설을 한동안 꽤나 찾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인연이 있어 이 책을 읽고 작가의 이름을 불러보게 되었는데, 글은, 음, 많이 힘들다.  우리네 삶에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걸까? 아니면 충분히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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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잡기 전까지 나는 작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이상문학상도 받은 작가라는데 내가 몰랐다면 우리 소설을 한동안 꽤나 찾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인연이 있어 이 책을 읽고 작가의 이름을 불러보게 되었는데, 글은, 음, 많이 힘들다. 

 

우리네 삶에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걸까? 아니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을 일부러라도 모른 척 하면서 사는 걸까? 다가오지도 않은 걱정거리를 쓸데없이 미리 안고서 살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기에는 나날의 일상이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지나가는 순간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앞으로 일어날 일을 공들여 예측하고 걱정하고 당겨서 준비해야 한다면, 그만 주저앉아버리고 말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그래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살 것이다. 그 어떤 불행과 절망에도 금방 무너져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쌓이고 쌓여서 온통 덮이고 말아서 이제 손가락 하나 내 보일 틈이 없다 싶을 지경이 되면, 그때는 어쩌면 좋은가. 자신의 의지로는 살아낼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싶은 순간이 오면, 그때는 어째야 하는가. 그런 때도 삶은 그 개인의 몫으로만,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야 하는가. 누군가, 옆에 있던 그 누군가가 덮여 있는 불행의 조각들 중의 하나씩을 덜어 내 줘야 하는 건 아닌가. 마침내, 이제서야 이런 깨달음을 얻다니, 말로는 늘 하던 것이었는데, 마음으로는 이제야 떨리고 있다니.      

 

소설은 읽기 수월했다. 그러나 애정이 막 솟지는 않았다. 주인공이나 주변인물이나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인물상이 아니어서 현실감을 더 잘 느낄 수도 있다. 조금씩 못나고 조금 많이 이기적이고 그래서 거슬린다. 나 같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들 같기도 하다. 애써 아닌 척 하는 속성을 가진 평범하게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들. 나빠서, 잘못을 저질러서, 벌을 받는다는 식의 설정이 아니다. 아니,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다. 삶의 어떤 고리는 스스로 묶기도 풀기도 했을 테니까. 어쩌면 생의 매순간마다 내가 선택한 그것으로 인해 지금의 내 사정이 생기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니. 

 

소설들, 참 무겁다. 이렇게 무거운 세상을 그려내려면 작가는 얼마만큼의 무게를 이고 있어야만 할까. 내가 받은 이 무게는 또 어쩌란 말인가. 할 수만 있다면 멀리 도망치고 싶기만 한데. 도망친 그곳에서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이겠지. 모른 척 하지 말자는 이야기겠지. 소설을 읽고 이렇게 어수선하기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정리하지 말자. 언제는 정리가 되었던가. 삶이라는게, 행복이든 불행이든, 내 의지대로 당기고 물리치는 게 아니지 않았던가.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나를 스쳐 지나가기도 나를 밟고 지나가기도 하는 흐름들, 그래, 나는 그 안에서 늙어갈 뿐인 것이다. 앞으로 사는 게 지금보다는 더 무서울 듯하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9.05.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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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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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소설집 『소년 이로』(문학과지성사, 2019)중 「월요일의 한담」을 읽고 편혜영 작가는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아이오가든』, 『사육장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 이로』, 『어쩌면 스무 번』이 있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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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소설집 소년 이로(문학과지성사, 2019)월요일의 한담을 읽고

편혜영 작가는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아이오가든』, 『사육장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 이로』, 『어쩌면 스무 번』이 있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이 있다. - 작가소개에서      

소설 속 캐릭터와 관계에 대해 파악하고 사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며 그 캐릭터를 통해 인생과 상실에 대해 어떻게 보여주는지 주의하여 읽으면 좋다는 설명을 들었다.      

 


 

(『소년 이로』는

편혜영 작가의 소설적 특징이 캐릭터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간결한 서술로 서사를 끌고 가는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소설집은 각자의 인생에 드리워진 장막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의 답을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삶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 우리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까?)   

 


  

(「월요일의 한담」

삼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이다. 유는 전형성과 예외성을 지니고 있다. 진은 입체적 인물이다. 유의 가족과의 관계, 진의 속마음과 유의 속마음을 생각하며 읽어야 했다.)     

 

 

유는 후배인 진의 술주정을 잘 들어준다. 진은 술에 취하면 울기도 하면서 그 여자 이야기를 했다. 진은 얼마 후, 부인 몰래 만나던 여자와 헤어졌다. 부인은 모르고 넘어갔지만, 회사에는 소문이 퍼진다. 회사 사람들과 멀어지고 불화가 쌓이자, 유와도 관계가 소원해진다. 진의 술주정을 회사 사람들이 들어서 알려지게 되었는데, 유가 소문을 퍼트렸다고 오해한다. 진은 아내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아내의 요구로 이혼한다.    

  

유는 부인과 온 가족들이 알게 되어 여자와 헤어지게 된다. 유는 진과 거리를 두려고 진의 업무량을 늘리고 과오를 지적해서 무능을 알리는 방식으로 엄격하게 면했다. 해고를 통보하는 유와 상대하고 앉았다. 진은 자신이 유에게 했던 일들을 회상한다. 한때 가장 의지하고 따랐으며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해고를 통보받고 조용히 서류에 사인한다.     

 

(진은 유에 대해서 잘 알았다. 그래서 유는 진이 자신을 은근히 깎아내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까운 관계에서도 단점을 찾고, 약점이라 생각하는 관계가 슬프다. 유는 해고를 통보한 회사나 자신에게 어떤 항의도 하지 않은 진이 걱정도 되고 이해도 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유에게도 사연이 있다. 아이가 없었고, 부모가 있었다. 어머니는 요양원에, 며칠 전 어머니의 요양원에 다녀오다 쓰러진 아버지. 그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결정한 형.  

 

    

유는 진이 두고 간 물건이 든 상자를 들여다보며 입사 초기 진과 가까웠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 무렵 진은 솔직했고, 하고 싶은 게 있었고, 자신이 나약한 것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유는 여러모로 진에게 실망했다. 모든 걸 쉽게 포기하는 진에게 어느 것에도 화를 내지 않는 진에게 서운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p216)    

 

(유는 진의 낙천적이고 솔직한 젊은 날의 모습을 좋아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생활에 찌들어 그런 젊은 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이 자신처럼 변해가는 모습에 실망했던 것 같다.)     

 

따뜻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슬퍼하는 유. 진에게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를 해 보지만, 진은 시큰둥하다. 애써 가져온 진의 물건이 든 상자도 버리라고 한다.     

 


 

(진은 유와의 관계를 회복해 보려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초반에는 부러운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오해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관계로 변한다.)    

  

(사람의 진심이라는 것, 드러내지 않는 마음속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유의 마음속에도 진의 마음속에도 서로를 원망만 하기보다는 애틋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도 그 관계를 회복해 보려는 노력보다는 무심히 흘려보내기로 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어른은 무엇인가를 묻는 묵직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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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인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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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소설집 『소년 이로』(문학과지성사, 2019)중 「다음 손님」을 읽고 편혜영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으로 갔다』, 『선의 법칙』, 『홀The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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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소설집 소년 이로(문학과지성사, 2019)다음 손님을 읽고

편혜영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으로 갔다』, 『선의 법칙』, 『홀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작가상, 젊은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을 수상했다. 연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작가 소개에서   

 


 

「다음 손님」을 읽으며 소설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인물이 어떻게 변하고 작가가 인생의 예측 불가능함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집중하여 읽고, 인물들의 캐릭터와 가족관계를 눈여겨보라는 설명을 들었다.      

 

(상황이 바뀌면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하여 읽었다. 치매와 돌봄 노동과 아버지의 변화와 나의 위치와 변화가 초반과 후반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읽어 낼 수 있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외할아버지는 아버지를 몰아세웠지만, 아버지는 주눅 들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했다. 주인공은 아홉 살 나이에도 엄마 아빠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걸 알았다.     

 

(이 소설은 캐릭터 구축에 공력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엄마는 표정이 다채롭고 어조가 분명하고 성량이 크고 활발해서 어떤 말을 하거나 무슨 동작을 취해도 자신만만해 보였다.” (p228)     

 

(주인공은 부모와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안도했고, 같은 점을 찾을 수 없을 때 한동안 상심했다고 한다. 모든 가족이 그렇듯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은 결국 어울려 살게 마련이라는 것을 강박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구립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에를 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오케스트라가 해체되고 아버지는 실직한다. 피아노 학원에서 다니기도 하지만 여러 차례 실직한다.   

   

(아버지 캐릭터는 음악적 특성이 강한 사람으로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는 웃음이 많았고, 엄마는 아버지의 실직에도 개의치 않고, 쾌활했고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결코 웃지 않게 된 후’에도 외할아버지의 간병으로 인한 갈등, 두 사람의 성향 차이, 불균형한 경제적 부담 따위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 내린다.    

 

  외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자, 외할아버지를 돌보는 일을 아버지가 하게 된다.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닦달과 잔소리와 멸시를 참았던 것처럼 이제는 무자비한 폭력과 이상행동을 참아냈다.” (p234)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라는 인물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준 어른이라도 치매나 병간호를 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는 병원에 잠시 모시지만, 제정신이 돌아오면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집에 오고 싶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전쟁을 겪은 외할아버지는 치매 상황에서 군인이 되었다. 아버지를 향한 할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도 심해진다. 어느 날,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상사 역할을 해서 할아버지를 제압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은 아버지가 오보에로 엎드려 있는 할아버지를 때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외할아버지가 아버지의 말을 순순히 들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못지않게 일그러졌고, 정신이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고 표현한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얼마 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말을 잃는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다정함이 좋았지만, 아버지는 가끔 주인공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그러다가 말았고, 주인공에게도 말문을 닫았다. 엄마도 완강히 거부한다. 아버지는 자책으로 술 먹는 일을 반복하다 간암으로 쉰 살에 죽는다.      

 

주인공은 자라서 간병인을 보조하는 일을 한다. 노인들에게 휘말리지 않으려고 한다. 외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에 노인들이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한다. 어떤 노인에게 머리가 잡히자, 발길질하게 된 주인공은 단번에 아버지를 이해했다고 한다.     

 

(새로 가정을 꾸린 어머니의 남자는 주인공을 집으로 데려가 어머니가 인지 장애라고 알려  준다. 함께 살았던 사람이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짐을 싸서 도피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슬픈 현실로 느껴졌다.)     

 

아버지가 외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켰듯 주인공도 엄마의 마지막을 지켜갈 것으로 생각하면서 주인공은 아버지도 외할아버지도 이해하게 된다.  

   

(사람은 스스로 경험한 후에야 분명 해지는 것이 있다. 자신의 상황이 아버지의 상황이 되고 난 후에야 아버지의 참담한 상황과 마음을 알게 돼서 평생 불안했던 마음이 오히려 안정되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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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을 깊게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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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 좋은 점, 이야기 속에 발생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나만의 관점을 갖게되고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다. 소설속에서 나는 여러 상황에 놓인, 여러 인물들을 만난다. 작가는 본인이 아닌 어떠한 삶을 살아온 그 인물들의 관점에서 행동들을 서술한다. 마치 정말 있는 사람의 이야기마냥.가끔은 읽는 내내 먹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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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 좋은 점, 이야기 속에 발생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나만의 관점을 갖게되고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다. 소설속에서 나는 여러 상황에 놓인, 여러 인물들을 만난다. 작가는 본인이 아닌 어떠한 삶을 살아온 그 인물들의 관점에서 행동들을 서술한다. 마치 정말 있는 사람의 이야기마냥.

가끔은 읽는 내내 먹먹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또 가끔은 결론이 없어도 내 마음속에 결론을 지어나간다.

이게 바로 소설의 매력인데, 편혜영의 단편선들은 나에게 이런 흥미로운 점들은 가져다준다. 

s******9 2020.05.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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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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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출판사에서 출간한 편혜영작가님의 소설 소년이로 리뷰입니다. 편혜영 작가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은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름이 끌려서 사게 되었는데, 작가는 이 책에 원래 우리들의 실패라는 제목을 적었다고 합니다. 오직 잃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랬다는데, 아픈 사람들이 많은 소설이라 실패라는 말을 나란히 두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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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출판사에서 출간한 편혜영작가님의 소설 소년이로 리뷰입니다. 편혜영 작가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은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름이 끌려서 사게 되었는데, 작가는 이 책에 원래 우리들의 실패라는 제목을 적었다고 합니다. 오직 잃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랬다는데, 아픈 사람들이 많은 소설이라 실패라는 말을 나란히 두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좋습니다. 더불어 이 책도 그런 부분이 느껴져서 잘 읽었던 것 같습니다. 문장도 매끄럽고, 편혜영만의 분위기를 전달해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k*****l 2021.02.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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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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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냉랭한 회고, 한 세대 혹은 두 세대, 한시대가 짜부라드는 모습들이 압축되어 각각의 단편마다 담겨 있는 것 같다.속절 없이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까.서늘하게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불편한 지점을 불쾌한 것으로 마무리 짓지는 않는다. 어떤 행위를 하고 있건 간에 정적인 느낌을 주는 캐릭터들이 마음에 오래 머문다.- 무엇이든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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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냉랭한 회고, 한 세대 혹은 두 세대, 한시대가 짜부라드는 모습들이 압축되어 각각의 단편마다 담겨 있는 것 같다.
속절 없이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서늘하게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불편한 지점을 불쾌한 것으로 마무리 짓지는 않는다.

어떤 행위를 하고 있건 간에 정적인 느낌을 주는 캐릭터들이 마음에 오래 머문다.

- 무엇이든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 11, 소년이로

- 특별한 일보다 우리가 더 많이 겪은 것은 의미없이 흘러간 지루한 시간들이다. 우리는 기억에 남지 않을 하루하루를 함께 보냈다. 별처럼 반짝거리는 순간만 인생인 것은 아니니까. 봄날의 지열처럼 미지근한 나날이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인생에 가깝다. - 187, 잔디

b*******2 2019.11.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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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소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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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4. 편혜영 『소년이로』 [7.5/10] 편혜영 작가의 신작 소설집 『소년이로』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다. 생전에 아버지는 식사를 앞두고 직접 한시를 써 주셨다. 꼭 외워두라고 했고 반드시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그렇게 직접 써주신 한시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시가 바로 ‘소년이로학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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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4. 편혜영 『소년이로』 [7.5/10]

 

편혜영 작가의 신작 소설집 『소년이로』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다. 생전에 아버지는 식사를 앞두고 직접 한시를 주셨다. 외워두라고 했고 반드시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그렇게 직접 써주신 한시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시가 바로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으로 시작되는 주자의 시로 소설집의 표제작과 같다.

젊은 날은 빨리 가고, 학문은 이루기가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의미의 시가 유독 마음에 남아있는 이유는 아버지께서 일생에 남긴 유일한 시이며,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시이기 때문이다.


소설집의 표제작인소년이로 앞서 설명한 주자의 한시 , 가장 앞부분을 차용했다. 젊은 날은 빨리 간다는 의미를 단편 소설로 풀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점은 작가가 표제작을소년이로 결정한 이유가 단지 젊은 날이 빨리 간다는 의미로서 소년이 어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 감당하게 책임의 무게에 대해 묻고 있다고 느꼈다.


편혜영 작가의 소설에는 죽음이 있다. 범죄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범죄도 등장하는데 단지 범죄의 연속이 불러오는 비극적 사건은 그러나 단출한, 혹은 평범한 죽음으로 이어진다. 때론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사고로 인해 삶이 망가진 당사자들은 결국 그것이 누구의 탓이었는지도 잊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을 통해 초초함이나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편혜영 작가의 신작 소설집 『소년이로』를 읽으며 가장 먼저 접한 감정은 고독감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고립에서 오는 고독감이기도 했는데,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직장 동료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을 담담한 문체로 풀었다.


편혜영 작가는 일상의 균열을 디테일에서 끌어낸다. 전혀 대단할 것이 없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어쩌면 눈에 띄지 않을 디테일에서 균열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혹은 매시간 마주하는 작은 물체나 지나치기 쉬운 식물들, 마당의 잔디, 가끔은 일종의 상황이 만들어낸 분위기로 균열을 끌어낸다. 작은 사이로 베어든 습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인물들을 눅눅히 만들고 만다. 그러나 소설 속의 인물들은 문학적 개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다분히 현실적인 그들의 모습은 어찌나 우리의 모습을, 우리 주변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너무도 쨍하게 투영된 현실적인 모습에 섬뜩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소설의 부분에는 사건(사고) 보상의 문제가 사과와 책임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룹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넘어가는 순간 우리는 소년에서 어른이 되고 만다. 사건(사고) 있어 책임의 주체가 달라질 수는 없다. 다만 책임의 주체가 짊어지는 무게와 그에 따른 변명은 달라질 있다.


소설이 끝나고 작가의 말에 ? 책에우리들의 실패라는 제목을 붙여두었다. 우연에 미숙하고, 두려워서 모른척하거나 오직 잃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그랬다. 하지만 아픈 사람들이 많은 소설이어서 실패라는 말을 나란히 두기 힘들었다. -라는 작가의 코멘트가 있다. 나는 여덟 편의 소설을 포함한 책에 나오는 모든 문장 중에 위의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소설 속의 문장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이나 작가의 짧은 코멘트가 여덟 편의 소설을 번에 표현할 만큼 좋았다는 말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렇다 여덟 편의 소설 속에 나오는 현실을 닮은 인물들은 저마다의 실패에 몸살을 앓는다. 누군가는 죽음으로 이어질 테고, 누군가는 질병으로, 누군가는 절망으로 그렇게 저마다의 실패는 결국 우리의 모습을 비추기 마련이다. 지금의 또는 과거의,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미래의 모습이다. 작가는 그러나 결국 이야기의 말미에서도 극복의 과정이나 안착의 결과를 표현하지 않는다. 다만 죽거나, 다만 앓거나, 다만 절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현재가 그려질 뿐이다. 그러한 서사는 이야기 내내 독자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앞서 말한 균열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나는 균열의 형세와 분위기가 참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또한 주자의 한시에서 차용한 책의 제목 덕에 잊고 있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e******t 2019.08.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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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밝은 측면 대신 어두운 심연을 향해서만 뻗어가는 작가의 촉수... 편혜영, 소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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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로 (少年易老)」  소년 소진은 소년 유준의 집에 들르고 그곳에서 하룻밤 자는 일도 종종 있다. 유준의 집은 크고 그곳에는 소진이 잘만한 방이 있다. 유준의 아버지는 회사를 운영하는 자였지만 이제 집안에 누워 지낸다. 유준의 엄마가 아버지를 대신해 회사를 운영하지만 여의치 않고, 유준의 아버지는 죽고, 소진의 손아귀에서 새는 죽고, 유준네는 이사를 떠나고, 이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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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로 (少年易老)」
  소년 소진은 소년 유준의 집에 들르고 그곳에서 하룻밤 자는 일도 종종 있다. 유준의 집은 크고 그곳에는 소진이 잘만한 방이 있다. 유준의 아버지는 회사를 운영하는 자였지만 이제 집안에 누워 지낸다. 유준의 엄마가 아버지를 대신해 회사를 운영하지만 여의치 않고, 유준의 아버지는 죽고, 소진의 손아귀에서 새는 죽고, 유준네는 이사를 떠나고, 이 모든 것을 소진은 지켜본다. ‘소년이로’가 少年易老學難成이라는 고사성어에서 나온 것인지 정확하지는 않다. 어쨌든 그에 따르자면 ‘소년이로’는 소년은 늙기 쉽다, 는 의미일 것이다. 두 소년 소진과 유준은 이 소설에서 얼마나 늙었을 것인지...

 
  「우리가 나란히」
  우지와 나는 친구의 사업에 투자를 했다가 이를 회수하지 못했다. 나는 이혼을 했고 아버지가 주는 용돈을 받아 살았다. 우지는 매니저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었지만 실은 그가 매니지먼트 하는 것은 그의 동생이었다. 우지와 나는 회수하지 못한 돈에 대한 울분으로 붙어 다니다가 다시 떨어져 지내다가 다시 붙어 지내게 된다. 아역 배우 출신인 우지는 자신을 대신해 배우의 길로 들어선 동생에 대해 억하심정이 있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헌 소설이다.


  「식물 애호」
  교통 사고에서 오기는 살아남았고 오기의 아내는 죽었다. 오기는 고아나 다름없었고, 그래서 지금 오기를 돌보는 것은 오기의 장모이다. 장모는 그를 그의 얼마 되지 않은 주변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키고, 그의 아내가 남긴 정원을 가꾸는 일에 전력을 기울인다. 제대로 거동하지 못하는 그를 케어하는 일과 식물을 애호하는 일 사이에 어떤 구분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구분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원더박스」
  수만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다. 그는 자신의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그의 회사에 손해를 끼친 김사장을 찾아갔다가 사고를 당하고 드러눕는다. 수만의 아내 소영에게도 아무 잘못이 없다. 그녀는 수만을 돌보고 또한 노파와 노인이 있는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무에게도 잘못이 없지만 잘못된 결과들은 도처에 있다. 이상한 상황들이 천지에 있다.

 
  「개의 밤」
  매상무, 라고 뒷말을 듣는 김은 사건 처리 담당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고로 죽거나 다친 직원들의 남은 가족을 만나 뒷수습을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그의 처남이 후임병을 때려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아내는 내게 어차피 하는 일이 그러하니 후임병의 가족을 만나서 문제 해결에 노력해달라는 언질을 받는다. 소설의 중간중간 울려 퍼지는 개소리들 사이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있다.


  「잔디」
  중학교 교감인 남편은 불미스러운 일로 정직 중이다. 자신의 집 마당에 뿌린 제초제가 잡초는 내버려두고 잔디만을 골라서 죽인 것은 정직 중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남편은 제초제 회사에 계속해서 클레임을 걸지만 그들은 끄덕도 하지 않는다. 남편은 그들의 잘못을 입증할 수가 없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월요일의 한담」
  『유가 무릎을 꿇고 아내와 부모 앞에서 사과한 후 담배를 피우러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데 아버지가 뒤따라 나았다. 아버지는 담배를 한 대 달라고 하더니 말했다.
  “인생에 건질 건 식구밖에 없다.”
  “그래서 아버지는 건지셨어요? 저와 형요?”
  아버지가 갑자기 아이처럼 키득거렸다.
  “니들이 나를 덥석 물었지. 그래서 나도 열심히 버텼다.”
  유는 자신을 버티게 하는 것은 그 여자라고 대꾸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무릎 꿇은 게 떠올랐다.
  “잊을 만하면 덥석덥석 잘도 물더라. 나중엔 안 그럴까봐 겁이 났지.”
  나란히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서 유는 아버지가 오래전에 담배를 끊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내가 너를 물고 있구나.”
  유가 대꾸할 말을 고르는 사이 아버지가 말했다.
  “살살 물고 있을께.”』 (pp.217~218)
  이 대화의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 손님」
  아버지는 오보에 연주자였고 치매에 걸린 외할아버지를 돌보았다. 돌보았다기 보다는 길들였고, 그 자신도 길들여졌다. 외할아버지가 요양원으로 떠나고 얼마 지나 사망한 뒤에도 아버지는 예전의 오보에 연주자로 돌아가지 못했다. 나는 그 사이 집을 떠났고 지금은 간병인으로 일을 하고 있다. 엄마는 그 사이 직장에서 만난 나이든 이와 살림을 차렸고, 나는 몇 차례 그 남자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남자가 나를 찾는다. 엄마가 경미한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편혜영 / 소년이로 (少年易老) / 문학과지성사 / 255쪽 / 2019 (2019)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9.06.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