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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이후 계속 여위어가기만 했다고 여겨지는 생명체여 안녕... 하재연, 우주적인 안녕
"태어난 이후 계속 여위어가기만 했다고 여겨지는 생명체여 안녕... 하재연, 우주적인 안녕" 내용보기
고양이 부엉이가 떠났다. 부엉이라고 불리운 고양이는 길에서 태어났고 길에서 자랐고 길에서 아기를 낳았고 길에서 그 아기를 모두 잃었다. 나는 고양이 부엉이가 죽었다고 할 수가 없는데, 죽는 것을 보지 못했고, 죽은 이후의 모습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 부엉이를 데리고 두 번 동물병원에 갔고, 두 번째 방문 이후 고양이 부엉이를 놓아 주었다. 고양이 부엉이는 복
"태어난 이후 계속 여위어가기만 했다고 여겨지는 생명체여 안녕... 하재연, 우주적인 안녕" 내용보기

  고양이 부엉이가 떠났다. 부엉이라고 불리운 고양이는 길에서 태어났고 길에서 자랐고 길에서 아기를 낳았고 길에서 그 아기를 모두 잃었다. 나는 고양이 부엉이가 죽었다고 할 수가 없는데, 죽는 것을 보지 못했고, 죽은 이후의 모습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 부엉이를 데리고 두 번 동물병원에 갔고, 두 번째 방문 이후 고양이 부엉이를 놓아 주었다. 고양이 부엉이는 복막염이었고 한 쪽 폐가 이미 잠겨 있었다.


  “나는 경건하게 새 옷을 입고 / 나의 바깥으로 흘러내리는 시간들을 열심히 증류하였습니다. / 나의 2인칭과 3인칭도 연기처럼 빠져나왔습니다.” - <원소들> 중 


  나는 고양이 부엉이를 떠나보내고 시집을 펼쳤는데, 시집을 펼치기 전에 이미 ‘우주적인 안녕’이라는 제목에 압도당하였다. 그러나 시집에 실린 시의 어디에서도 ‘우주적인 안녕’은 찾지 못하였다. 시집에는 ‘우주’도 ‘별’도 ‘인공위성’도 ‘유성’도 ‘지구’도 ‘은하’도 ‘화성’도 ‘행성’도 ‘행성의 고리’도 ‘빛’도 ‘밤’도 ‘물질’도 ‘한 사람’도 ‘물고기’도 있었지만 ‘우주적인 안녕’은 없었다. 


   후천적인 삶


  다른 나라의 말들만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사랑은 사라지는 것
  너의 입술은 너의 국기
  흘러나오는 모든 것들을 주워 담아
  네 몸을 새로운 피로 채우는 마술은
  추방된 어린아이의 손끝에서


  끝나기 위해서만 못갖춘마디의
  노래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이민자의 외투를 빌려 입고
  불완전한 목소리를 가다듬어
  어, 어, 나, 여기, 있어,
  계속해서
  찢어지는


  천 조각의 실 한 오라기로
  바람에 섞여들어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가면서
  쓸 수 없는 문자로 쪼개지면서


  고양이 부엉이가 떠난 다음 나는 사체라도 찾을 수 있을까 동네를 두어 바퀴 돌았다. 회생 불가라는 판정을 내렸던 선생님에게 나는 어제도 이 고양이는 담을 넘어 외출을 한 적이 있다고 항변하였다. 회생 불가의 고양이가 그럴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였을 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고양이 부엉이는 물에 잠겨가는 것이고,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도 고개를 하늘로 향한 채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당신이 발을 딛은 바닥은 / 내 머리 위의 심연 // 가까워지는 당신의 손을 절대 / 만질 수 없는 투명한 거리가 있습니다 // 하얀 새의 윤곽을 만드는 검은 새들을 / 알아보지 못하고 우리가 지나치듯이” - <회전문> 중


  나는 동네를 돌면서 담장 너머를 넘겨다보았고, 담장 너머를 볼 때마다 잠깐씩 숨을 멈추었다. 날아오른 고양이의 나머지 부분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귀를 기울였다. 움직이는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을 향하여, 자신이 속해 있던 곳을 소진하고 다른 곳으로 한 걸음 내디딘 것들을 향해서만 고개를 돌렸다. 태어난 이후 계속 여위어가기만 했다고 여겨지는 생명체여 안녕, 이라고 말하며 돌아다녔다.


  “하나의 말이 끝나면 / 또 하나의 말이 뒤따르지만 /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말 // 한 가지를 생각해내기 위해 / 이곳에서 너무 오래 살아왔다” - <또 다른 해> 중


  고양이 부엉이가 떠나고 보름여의 시간이 흘러갔다. 낮이었다가 밤이었다가, 달은 차거나 기울었고, 여름에서 가을로 하늘은 쾌활했다. 고양이 부엉이의 소식을 주고받은 동네 주민들이 여럿이었지만 아무도 섣불리 고양이 부엉이의 죽음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였다. 나는 그 사람들 안에서 고양이 부엉이의 떠남을 유언할 수 있는 유일한 이였는데, 그러니까 나와 고양이 부엉이는 ‘우주적인 안녕’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재연 / 우주적인 안녕 / 문학과지성사 / 143쪽 / 2019 (2019)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9.10.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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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요..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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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번에 이 시책을 친구들과 시책을 골라 토론을 하려 하는데 하지만 배달이 오늘 온다는 이유로 시켰는데 오늘 도착을 못한 슬픈 사연이(?)생겼습니다..처음 배달 시켜서 예정일에 올줄 알았는데 배달의 쓴맛을 경험 하게 되었습니다.하지만 책의 있는 시들이 정말 좋아요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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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번에 이 시책을 친구들과 시책을 골라 토론을 하려 하는데 하지만 배달이 오늘 온다는 이유로 시켰는데 오늘 도착을 못한 슬픈 사연이(?)생겼습니다..처음 배달 시켜서 예정일에 올줄 알았는데 배달의 쓴맛을 경험 하게 되었습니다.하지만 책의 있는 시들이 정말 좋아요ㆅ
u***8 2024.09.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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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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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 나는 길게 누워 있는 섬 위의 저녁 구름에/ 서린 분홍 같은 것이었다가/ 조금씩 시간이 흘러 이렇게/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끔 화단 끝에 우두커니/ 깜빡 잠들었다 혼자 깨어나 어안이 벙벙해진/ 오후의 친구를 놀래는/ 흐린 그림자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은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       그것 : 그것은 어떤 생각이 들 때마다/ 느려지곤 했다./ 어떤 단 하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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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 : 나는 길게 누워 있는 섬 위의 저녁 구름에/ 서린 분홍 같은 것이었다가/ 조금씩 시간이 흘러 이렇게/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끔 화단 끝에 우두커니/ 깜빡 잠들었다 혼자 깨어나 어안이 벙벙해진/ 오후의 친구를 놀래는/ 흐린 그림자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은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것 : 그것은 어떤 생각이 들 때마다/ 느려지곤 했다./ 어떤 단 하나의 생각을 떠올려야 한다는 듯이/ 그의 주인은 화를 내며 기다리다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너무 오래 되고 쓸모 없구나./ 너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데/ 너의 시간은 너에게 속한 것이 아닌데 다시 켜질 수 없을 것 같은/ 속에서 드디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고/ 밤은 끝이 났다./ 한 사람이 창을 닫았고/ 그것은 끝의 다음에서 깜빡 거리기 시작했다.

 

폭우 : 투명한 우산 하나를 나누어 쓰고/ 너랑 나는 다른 비를 피하고 있었지/ 웃는 꽃과/ 우는 꽃을/각각 머리에 꽂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집으로 가는 길에 피었던 꽃은/ 하나의 말과 또 하나의 발로/ 밟고 지나갔던      

 

드로잉 : 나는 지운다 나를/ 기계적으로/ 맹목적으로 흘러가는 구름/ 흩어지기 위해서만 모이는/ 얼음 방울들의 차가움에 가까워지도록/ 인간의 울음이 발명된 후로/ 나의 수요일은 다가올 수요일들을 위해/ 복제된다 마음이/ 남아있다는 말은/ 하나의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에/ 다른 손자국에 포개진다는 이야기… 

 

메트로놈 프로그램 : 빼앗긴 것들이 보석같이 놓인 가판대 앞에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북극의 어린아이처럼 바닷가에서/ 끝없이 돌아가곤 하는 파도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당신의 어둠은 늘 양손을 모두 사용합니다/ 오른손으로 한 번/ 왼손으로 한 번/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데/ 한 손에서 흘러나온 사랑이/ 다른 손에서 흘러나온 사랑과 한 번도/ 같은 부드러움을 낳지 않습니다

k****6 2019.08.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