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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멤버 중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대부분은 존 레논을 말한다. 그러나 나는 예전부터 항상 폴 매카트니였다. 왠지 모르게 폴은 슈퍼스타라기보다 친근한 이미지여서 정이 갔다. 황혼에 접어든 지금의 모습도 여전히 소년 같고 장난기가 느껴진다.
그의 최근 음반 Pure McCartney을 들으면서 이렇게 아름답고 풍부한 감성을 전달하는 폴 매카트니라는 아티스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더욱 궁금해졌다. 이따금 가십으로 폴에 대한 얘기를 짤막하게 보고 듣기는 하지만 그런 내용들은 워낙 단편적이고 과장된 것이 많아 폴이란 사람을 제대로 알려줄 만한 객관적이고 자세한 정보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 왔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번에 폴 매카트니에 대한 전기가 출간되었다. 나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당장 책을 구매했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아 책을 거의 사지 않고 사더라도 항상 얇은 책만 사는 나였기에 이 책이 택배로 도착했을 때 사전 같은 이 책의 두께를 보고 과연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 두꺼운 걸 내가 다 읽다니, 나도 알고 보면 대단한 독서능력이 있었어’하며 스스로 놀랐고 뿌듯했다.
그만큼 이 책은 폴의 삶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듯 생생하게 풀었다. 번역서지만 전혀 어색함 없이 내용이 쏙쏙 들어오고 쉽게 술술 읽혔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폴 매카트니라는 사람에 대해 막연히 이럴 것이다 하며 피상적으로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폴이 마치 원래 알고 지내온 사람처럼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 이 책에는 폴의 음악 인생뿐 아니라 그가 살던 곳의 사회적 배경, 흥미로운 영국 문화, 온갖 재미있는 주변 캐릭터 등이 쉴새 없이 등장하므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마냥 화려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았을 것만 같은 그에게도 삶의 굴곡이 있었다. 어쩐지 폴 매카트니의 노래를 들었을 때 예전의 비틀즈와는 다르게 들린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은 지금에야 이해가 간다. 나에게 비틀즈 노래란 원래 밝고 상큼한 비타민 같은 것이었다. 어둡고 차분하고 진지한 것은 비틀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날 지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쉬면서 우연히 들었던 노래가 내 심금을 울렸고 그 노래가 비틀즈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의 노래임을 확인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하게 영혼을 달래주듯 차분하게 마음속에 녹아들어 위로가 되었던 그의 목소리가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 와닿았다.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은 그 스타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희망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하기도 한다. 스타를 좀 더 알고 싶어하는 목마름을 가진 평범한 팬의 입장에서 이 시대의 아이콘들을 자세히 다룬 이런 책이 앞으로 자주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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