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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관성처럼 강석기의 책을 사서 읽는다. 생활에서의 관성이라고 하면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 쪽으로 기울 때가 많지만,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갖게 되는 기대를 강석기의 책은, 딱 그만큼 총족시켜 준다.
이제 여덟 번째가 되는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는 그가 과학 칼럼니스트로서 일 년 정도 써온 글들을 갈무리해서 내놓고 있다. 다양한 주제의 주제의 글이 있다. 이 『과학의 구원』에서만 보더라도 ‘지구의 위기와 희망’, ‘핫 이슈’, ‘건강, 의학’, ‘신경과학, 심리학’, ‘생태, 환경’,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으로 각 파트가 나눠져 있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지구의 위기에 대해서 좀더 할애하고 있다. 이 지구의 위기에 대한 과학의 대응이란 의미에서 ‘과학의 구원’이라고 제목을 지은 셈이다. 물론 과학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과학을 완전히 벗어나서 생각할 수는 없으니 이번 제목은, 말하자면 과학에 대한 믿음, 혹은 기대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매년 이렇게 읽게 되면서 과학의 최전선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일별한다는 느낌이 든다(사실 이게 앞서 말한 강석기의 책,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다). 과학이라는 분야에 종사하며, 그 일로 먹고 살지만, 사실 물리학이나, 천문학 등에 관해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아왔고, 다른 분야도 어떤 것이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생명과학이 전공이라지만, 내 세부 전공을 떠나면 역시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책은 내 과학 지식의 진전을 위해서 상당히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읽다 보니 약간 허전한 느낌도 든다. 과연 지난 1년간 이 정도의 일 밖에 없었나 싶다. 물론 과학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일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 일들을 한 권에 책에다 다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그건 지면의 문제뿐만 아니라, 저자의 능력에도 벗어나는 일이리라. 그런 것까지 바랄 수는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느낌은 예전보다 자신에 관한 얘기가 늘어난 것 같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게 약간 허전해진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건 느낌 뿐이고,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 더 담겼다고 그걸 문제 삼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지난 번 책에 대해서부터 썼지만, 마지막의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와 같은 부고(訃告)는 이제는 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떤 사람이 죽고, 그들의 업적을 회고하는 게 꽤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 해에 누가 죽었는지를 기억하는 게 과연 과학의 최전선에 대한 칼럼집에 어울리는지 의문이 든다(뭐, 물론 이 부분을 좋아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저자가 잘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칼럼을 꼽으라면, <발견 20년 만에 논란에 휩싸인 성인 신경생성>, <동물 다세포성의
기원에 대한 고찰> 같은 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