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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숨어야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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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가옥'이란 시설은 과거부터 우리나라에도 있었고, 이 시설을 운영하던 최고 책임 기관의 정식 명칭과도 단어 일부가 겹쳐 참 잘 어울린단 느낌(...)도 주곤 했다. 이 station의 존재 이유는 말 그대로 모종의 적대적 침투 의도는 물론 어떤 외부의 시선, 의심, 심지어 상상으로부터도 안전해야 한다는 데에 있는데, 하찮은(?) 동네 사람들부터가 저거 뭐 하는 집인지를 다 알고 있
"어디 숨어야 안전할까" 내용보기

'안전 가옥'이란 시설은 과거부터 우리나라에도 있었고, 이 시설을 운영하던 최고 책임 기관의 정식 명칭과도 단어 일부가 겹쳐 참 잘 어울린단 느낌(...)도 주곤 했다. 이 station의 존재 이유는 말 그대로 모종의 적대적 침투 의도는 물론 어떤 외부의 시선, 의심, 심지어 상상으로부터도 안전해야 한다는 데에 있는데, 하찮은(?) 동네 사람들부터가 저거 뭐 하는 집인지를 다 알고 있었으니 이건 뭐 벌써 유사시에 안전하기가 대단히 힘든 꼴로 떨어져 버린..

'로그 에이전트'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배반하고 현재의 주적보다 더 위험해진 요원을 뜻한다. 이 역시 이제는 영화의 소재로 너무 자주 쓰여 이야기를 여간 재밌게 만들어내지 않으면 대단히 식상할 정돈데, 이 로그 에이전트 역으로 이번엔 덴젤 워싱턴이 나온다. 이 거물 배우는 어떤 영화에 나와도 일종의 접대성 멘트를 받는 게 보통인데, '심리전의 대가이며 과거 최고의 요원'이었다는 둥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와야 한다는 둥 보는 관객에게 던지는 심리적 밑밥(부담)이 장난 아니다. 저 사람이 캐스팅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플롯 진행에 대해 다들 짐작이 가능할 텐데도 말이다(안 죽는다, 결국 착하다 등등- 물론 한 개정도는 어긋날 수도 있다). 아마 이 아저씨가 누군지 모르는 어린 층에게 베푸는 배려이지 싶다. 저 사람 옛날에 잘나갔던 스타였으니 저렇게 추레하게 늙었다고 방심하지 말라는 귀띔.

그것도 부족해서 옛 친구 발라는 "검은 도리언 그레이시구먼!" 같은 다소 민망한 대사를 치기도. 얼마나 오래 프로스트(워싱턴 扮)를 알아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보는 우리도 이 사람이 몇 년, 혹은 몇 십 년 전에 비해 어느 정도 늙었는지 정도는 빤히 알고 있는 처지에 말이다. 혹시 이  사람이 아직도 선역인지 진짜 로그 에이전트인지 헷갈리게 만들려는 의도였다면 글쎄(그레이씨는 나쁜놈이니까). 한국어 번역 자막은 "이거 하나도 안 늙었잖아!"로 옮겨 자신의 영문학 소양을 자랑한다(and 믹스트 메시지 제거?).

검은 도리언 그레이. 사실 어쩌면 맞는 말인게, 나오는 영화마다 '대우' 받느라 근본적으로 못된 역은 한번도 맡은 적이 없으니 어쩌면 존재 자체가 극의 스포일러인 배우로 일관해 왔으니 말이다. 축구 경기장에서 맷 웨스턴이 우리 눈에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다 큰코다치는 것(어쩌면 여태 워싱턴이 나온 역 중에 제일 찌질한 모습을 보였는지도 모를 역대급 짜증나는 씬)도, 후배한테 얻어터지는 장면을 차마 삽입할 수 없었던 제작진의 고뇌(따라서 민폐)가 반영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아주 재미있는 사실은, 이 라이언 레이놀즈(맷 웨스턴 역)의 커리어 중 잘 안 알려진 게 2003년에 <위험한 사돈> 리메이크작에서 전도유망한 로스쿨 졸업생(워낙 외모가 훤칠하니 실감이 나는 캐스팅이었다), 새신랑, 그리고 마이클 더글라스의 아들 역을 맡았는데, 이때 마이클 더글라스가 바로 CIA의 로그 에이전트였다는 점. 이걸 알고 보면 웃기기도 하고 이 영화가 몇 배는 더 재밌을 텐데 어딜 찾아 봐도 안 나오는 정보이므로(내 장담하지) 모르는 사람이 99%일 것 같다. 사실 진짜 도리언 그레이는 십 년 전이나 이때나 거의 생긴 게 그대로인 이 배우를 두고 일러야 옳은지도 모르겠다. 영화 내내 배역에 어울리지도 않는 띨띨한 인상에 대사로 보는 사람 계속 짜증나게 하다가 적당한 운명(?)을 맞는 링클레이터 역에 내가 전에 말했던 그 배우가 또 나온다.

s****o 2016.01.22.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