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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문 밖에, 그는 독자 밖에 서 있었다
"그녀는 문 밖에, 그는 독자 밖에 서 있었다" 내용보기
8편의 중 ·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김운하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카프카의 서재>라는 고전을 소개인 인문학서를 통해서였다. 남다른 관점과 현란한 글솜씨에 반해, 이런 사람이 쓴 소설은 어떤 맛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래서 구매하게 된 두 권의 소설책(하나는 장편, 하나는 중 · 단편집) 하나가 바로 이 소설집이다. <카프카의 서재>를 읽으면서 느꼈던 기대에
"그녀는 문 밖에, 그는 독자 밖에 서 있었다" 내용보기

8편의 중 ·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김운하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카프카의 서재>라는 고전을 소개인 인문학서를 통해서였다. 남다른 관점과 현란한 글솜씨에 반해, 이런 사람이 쓴 소설은 어떤 맛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래서 구매하게 된 두 권의 소설책(하나는 장편, 하나는 중 · 단편집) 하나가 바로 이 소설집이다. <카프카의 서재>를 읽으면서 느꼈던 기대에 비해, 판매부수나 평점이 별로인 점이 마음에 약간 걸리긴 했지만, 소설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라는건 어짜피 상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또 책을 읽어오며 내가 그렇게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해 온게 그런 세간의 평가를 애써 무시한 이유였다.

 

작품은 어렵다기보다는 혼란스럽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엉뚱하다 싶을 정도로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글솜씨는 여전히 소설 속에서도 진가를 발휘하는 듯 했지만, 그 모든 장점에도 불구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었다는게 개인적으로 솔직한 평가다. 인문학 책에 비에 약간 들뜬 듯한 문장의 전개도 읽는 내내 살짝살짝 거슬렸다. 현란한 상상의 나래와 그것을 세련되게 묘사하려는 문장 속 수사들은 오히려 이야기의 중심 축을 가리고 흔들어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걸 방해하는 요소가 된 듯도 싶다. 그것이 대중의 일반적 기호에 영합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적 차별성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무언가 안타깝고 아쉬운 뒷 맛을 남기는 작품집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나름대로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1996~1997년 즈음에 초고가 완성된 작품들이라 당시 작가의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과 시도들이 일관적으로 적용되었을거라는 동시대적 필연성을 차치하더라도, 도입된 소재와 그 소재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안에 담긴 메세지는 어쩐지 한결같은 느낌이다. 단편들을 읽어가며 에드가 알렌 포의 고딕(Gothic)소설들이 오버랩되었다.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괴기스런 느낌이랄까.

 

이 소설집에 실린 중 · 단편의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다. 가난한 달동네의 더러운 반지하 셋방을 전전긍긍하다 한강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린 한 사내의 회상을 담은 <죽은자의 회상>, 강원도의 입산금지된 적멸보궁이란 산사를 찾다나섰다가 다른 차원의 세계에 갖혀버린 한 사내의 이야기인 <검은 숲의 산>, 흔히 돌아다니는 야간 버스 막차 괴담에 개인적 상상력을 조미한 <마지막 버스 이야기>, 원숭이의 사랑행위를 보면서 인간과 원숭이의 입장이 서로 바뀌는 걸 경험하는 한 사내의 정신붕괴(분열이 아닌 붕괴가 맞는 표현인듯)를 담은 <바벨탑의 원숭이>, 귀가 길 동네 앞 교통사고 후 세상을 흑백으로 보게 된 한 사내의 이야기인 <절규>, 하숙집에서 그 집의 큰아들인 잠만 자는 남자를 목격한 한 하숙생의 번뇌를 담은 <잠만 자는 남자>, 한 개의 몸에 두개의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 여인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 <히드라의 얼굴>, 한 남자와 여자의 우울한 일상의 반복을 상징적, 몽환적으로 그린 <그들의 영원한 하루>, 소설에 대한 집착이 광기가 되어 현실과 환상 속에서 그로테스크한 경험을 하게되는, 이 소설집의 작품들 중 가장 '에드가 알렌 포'스러운 <그녀는 문 밖에 서 있었다>..

 

통상적 소설이 가진 매력 외, 무언가 색다름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소설집이다. 특히 고딕 풍의 소설에 대해 각별한 매력을 느낀다면 꽤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평가는 별 세개 쯤이다. 터무니없진 않지만 아쉬움도 나름 적잖이 느껴졌기에 더 좋은 점수는 주기 어려울 듯. 나온 지 십년이 넘은 책에 이 리뷰가 처음이라는게 의아스럽고 조금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리뷰 쓰기가 쉽지 않은 책이어서일까..?



p***i 2013.07.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