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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 작품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다른 분들은 라노벨 신간을 구입할 때, 작품의 어떤 부분을 보고 고르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출판사나 서점의 서평을 통해 대략적인 줄거리를 파악한 다음, 저와 취향이 비슷한 리뷰어들의 리뷰를 참고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해당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위의 방법이 원하는 작품을 고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산 수백 권의 라노벨 중에서 서평이나 리뷰도 보지 않고 작품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일러스트만 보고 샀던 유일한 작품이 <황혼색의 명영사>였는데요. 타케오카 미호 씨의 미려한 일러스트에 비하면 사자네 케이 씨는 소설가로서의 역량이 다소 부족했지만 서정적인 문체만큼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던지라, 그때의 인연 덕분에 고르게 된 것이 바로 <빙결경계의 에덴>이었습니다.
사자네 케이 씨는 신진급 작가임에도 최근 유행하는 모에 소설보다는 정통에 가까운 판타지 소설을 쓴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이단아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작가(아마도?) 특유의 부드러운 문체와 세라페노 음어와 같은 독특한 설정 때문에 전작인 <명영사>를 좋아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신 걸로 아는데, 개인적으로도 그런 부분에서 사자네 씨와 코드가 맞지 않았나 싶네요.
2. 본문 ① - 대략적인 줄거리와 설정.
<빙결경계의 에덴>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노래'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판타지물인데요. 작품의 배경이 지상에서 부유 대륙으로 변경되었다는 점, 주요 소재가 '소환술'에서 '검과 마법'으로 바뀌었다는 점 등 세부적인 설정에서는 많은 변화가 보이고 있지만, 인물 설정이나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여성향에 가깝다는 것은 전작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용은 '천재적인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에덴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몸속에 마적을 품게 되는 바람에 천결궁에서 쫓겨나게 된 소년과, 풍부한 심력을 바탕으로 무녀가 된 소녀의 사랑 이야기' 정도로 줄여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설정이 복잡한 작품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설명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한 구도를 가진 로맨스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설정은 '검과 마법의 세계'라는 것만 놓고 보면 중세 판타지라고 오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제로는 상당히 발달한 문명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SF적인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 전작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1권은 어디까지나 검과 심력(마법) 위주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긴 합니다만, 유환종 등 과학 문명과 연관된 떡밥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는 것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3. 본문 ② - 작가의 특징이 잘 나타난 작품.
<에덴>은 여러 부분에서 작가인 사자네 케이 씨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는 작품입니다. 검과 마법을 소재로 하는 판타지 액션물이라서 그런지 전작에 비해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습니다만, 기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배경 설정은 여전하고, <명영사>에서 나왔던 특이한 언어 체계도 <에덴>에서 그대로 나오더군요. (단, 세라페노 음어와는 형태가 약간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역시 인물 설정과 구도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사자네 케이 씨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여성 작가 대부분의 특징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외형적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하게 만드는 셸티스, 성격은 무뚝뚝하지만 상냥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레온을 볼 때마다 이 작품이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일반 하렘물과 똑같은 인물 구도임에도 자극적인 이벤트가 그다지 나오지 않는다는 점, 여주인공이 싸우는 히로인보다는 공주님 포지션에 가깝다는 점도 여성 작가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요. 모에 소설에 익숙했던 분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점들이 불만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자극적인 내용에 지친 분들께는 이런 설정이 좋게 작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 본문 ③ - 여러 가지로 아쉬웠던 점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작가의 역량은 오히려 퇴보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애초부터 사자네 케이 씨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이나 필력보다는 묘사를 통한 분위기 형성에 강점을 가진 작가였는데, 솔직히 <에덴>에서는 작가의 그런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약점이 많은 작가인데 장점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하다 보니, 약점만 두드러진 거죠.
이건 인물 설정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인물들의 성격이 하나같이 평면적이라는 것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약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고민하는 모습이나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하나같이 틀에 박혀 있어서 마치 평평한 길을 동일한 속도로 뛰는 마라토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에덴> 같은 성장물에서 틀에 박힌 형식은 가장 지양해야 할 부분인데, 그런 점이 좀 아쉽네요.
중요한 문장이나 대사 위에 온점을 찍어 강조하는 표현 방식 또한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는데요. 특히 <에덴>처럼 외형적인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내면 변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에 있어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특정 문장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문장만 강요한다는 것은 그 문장들만 보고 지나가도 된다고 작가 스스로가 광고하는 꼴이 되는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부분은 번역상의 문제인 건지 원작의 문제인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사에 호칭이 들어가는 게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화할 때 호칭을 생략하고 용건만 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대사에 일일이 호칭이 들어가다 보니 대화체의 느낌이 전혀 살지 않았는데요. 역자 분이 우리나라의 언어적 특징을 좀 더 반영하셨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5. 마무리 - 결국 선택은 개인의 몫.
개인적으로 <빙결경계의 에덴>은 이미 2권까지 산 데다가, 부유 대륙과 에덴의 관계, 심력과 마적의 비밀 등 신경 쓰이는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계속 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소설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 작품이라 남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기에는 쉽지 않은데요. 결국 작품의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작품 선택에 대한 조언을 하자면, 판타지물을 싫어하거나 밋밋한 내용 전개에 익숙치 않은 분들은 가급적이면 구입을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전작인 <명영사>를 재밌게 읽었거나 자극적인 내용 전개보다는 부드러운 내용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 혹은 특색 있는 판타지물을 원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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