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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국 배우 100인의 독백 모노스토리 시즌 1>은 제 33회 서울연극제에서 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100인의 배우에게 자신이 고른 독백을 무대에 올려 관객과 소통할 수 있게 했던 8번의 공연을 담은 책 중 1권이다. 이 책 <모노스토리 시즌 1>에서는 40인의 배우가 고른 독백과 그 독백을 고른 이유 등을 말해주는 글을 함께 담겨있다. 또한 CD가 함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다. 사실 글로만 읽기에는 짧은 독백이라 어떠한 배경과 생각을 갖고 나온 것일까 고민스러운 점이 없지 않은데, CD를 들을 환경이 되지 않더라도 바로 뒤에 함께 실린 배우의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각 배우가 어떠한 희곡의 어떤 점이 좋아 그 독백을 고른 것일까에 관한 궁금증은 조금은 해소할 수 있을 것같기도 하다.
평소에 특별히 연극을 관람하러 가거나 하는 것이 익숙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책에 등장한 대부분이 처음 보는 배우들이고 처음 보는 내용의 희곡들이긴 했지만, 간간이 나오는 박정자, 오광록 등의 이름은 연극에 무지한 나조차도 얼굴이며 이름을 아는 유명한 배우들이기 때문에 좀더 내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였다. 물론, TV에 나오는 유명배우라고 해서 연기가 훌륭하고, 방송에 등장하지 않는 배우는 훌륭하지 않다는 이분법은 전혀 맞지 않겠지만, 그저 낯선 곳에서 아는 얼굴을 만난 기쁨정도의 반가움으로 생각해본다면 책 속에 좀더 내가 아는 얼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CD를 보지 못하고 책만 읽어서 조금 산만한 느낌은 있지만, 한 시대의 배우들이 한 시대에 자주 무대에 올려진 희곡작품들을 선택해 자신의 감정을 담은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는 기념비적인 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책을 통해 우리나라 연극무대에서 공연되는 작품들과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가질 수 있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대다수의 연극배우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시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독백도 중요하지만, 그 독백을 선택한 배우들의 이야기는 또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내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만 다시 읽어보기도 했는데, 나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이제까지 보지 못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아주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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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예 무디악바나마 악바예 무디악바나마 악바예 무디악바나마 노오녜파다 악바예 에불로 네베야조야조 네베야조야조...
무슨 외계어인가? 주술인가? 나는 지금 <배우 100인의 모노스토리> 공연 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CD를 들으며 책장을 찬찬히 넘기고 있는 중이다. 생각지도 못한 CD가 들어있어 감격했다. 무대에서 직접 연기하는 배우들의 생동감을 느끼는 것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현대문명 덕에 그들의 발성과 호흡, 섬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이렇게 생생히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
이 묘하고 별난 발음의 대사는 배우 장두이의 모노로그 <자장가>의 일부로, 아프리카 가나의 자장가라고 한다. 연기를 한지 41년째인 그가 그동안 공연했던 작품 속에 들어 있던 자장가들을 추린 작품이라는 설명을 읽는다. 내 눈 앞에 비록 무대는 없지만, 오히려 상상은 더 자유롭게 날개를 편다. 잔잔하고 어쩐지 애틋하게 들리는 가락을 들으며 장두이가 앉아서 가만히 자장가를 부르고 있는 무대의 배경을, 그 색깔을 상상해 본다. 가나의 작은 마을에서, 한 어머니가 무릎에 아이를 누이고 토닥거리며 노랠 부르고 있는 장면이 겹쳐진다. 그 밖에도 인도 남부지방의 자장가, 그리고 뮤지컬 <오이디푸스>에 나왔던 자장가 등... 세상에 자장가로만 모노로그를 만들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자장가는 음악적인 측면 외에도 매우 극적인 내용과 염원이 깃들어 있어 마치 탯줄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만큼이나 강렬한 감흥과 의미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 중 가장 내 눈에 그려지는, 가장 보고픈 무대는 뮤지컬 <Greek Trilogy>의 자장가이다.
"신의 저주로 태어난 오이디푸스. 그의 아버지의 명령으로 목동이 갓 태어난 오이디푸스를 안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이 노래를 불러준다. 그때 나는 이미 애수에 젖을 대로 젖어 있었다...(중략)... 포대기 속에서 잠든 아기를 품에 안고 앞으로 있을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생각하며 부르는 처연한 자장가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부르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매우 극적인 도구로 사용된다."(242쪽)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마흔 세 명의 배우들의 모노로그와, 그 배우가 말하는 자신의 삶과 연극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모노스토리라는 제목의 책이 되었다. 장두이처럼 내가 십대 때부터 좋아하고 그가 쓴 책도 줄 그으며 읽었던 배우도 있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큼 관록있는 배우도 있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들도 있지만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 책을 읽고 CD를 들으면서 많은 무대의 풍경을 상상하는 동안 참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듯 했다. 책을 덮고난 후 내 머릿속에는 지금, 다채로운 무대들이 펼쳐지고 있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 "이제부터 악마가 되거나 천사가 되거나, 저 지구보다 더 높이 오르거나 살안자보다 더 악랄해지거나, 결코 중간에 존재하지 않겠다!"하고 울며 절규하는 무대,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가 아마데우스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괴로워하며 "왜 저에게는 욕망만 주시고 재능은 주시지 않은 겁니까"하고 울부짖는 무대, <관객모독>에서 이 세상을 향해 질펀한 욕의 향연을 풀어놓으며 후련함을 느끼는 무대... 한정된 삶에서, 다른 이의 삶을 진정으로 살아 볼 수 있는 배우라는 일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또한 이 각박한 현실에서 몇십년 동안 연극배우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눈물겨운가. 배우들의 인생, 그리고 무대와 연기에 대한 철학을 읽으며 그 진지함에 숙연해지는 느낌이 든다. 문득 테니슨의 글귀가 떠오른다. “얼마나 따분한가, 멈춰서는 것, 끝내는 것, 닳지 않고 녹스는 것, 사용하지 않아 빛을 내지 못하는 것은." 멈춰서고 녹스는 것을 거부하고 무대에서 자신의 생을 아낌없이 태우는 배우들의 눈빛들. 그 순수함과 열정에 흠뻑 전염되고 싶다.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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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뱉어내는 언어 중에서 독백만큼 절실하고 내밀한 언어는 없을 것이다. 독백은 한마디로 한 인간의 내면의 세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 같은 언어이다. 때론 영화, 연극,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내뱉거나 중얼거리는 한 마디 독백은 전체의 내용을 뒤흔들어 버릴 만큼 강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는다. 대한민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100인이 들려주는 독백은 어떨까. 이 책에 수록한 독백들은 배우 자신의 감수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기초연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서울연극협회가 제 33회 서울연극제를 맞아 100명의 배우가 나서 지금껏 출연했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독백 대사,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도록 한 ‘배우 100인의 독백-모노스토리 1’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모노스토리’는 독백을 뜻하는 모놀로그와 인생사의 합성어로 독백과 이야기를 합친 새로운 공연 형식. 권병길, 권성덕, 남명렬, 오현경, 박정자, 박웅, 이남희, 길해연, 오광록, 이호성씨 등 무게감 있는 배우 40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배우들의 진솔한 독백을 통해 삶과 예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박정자는 “그날 밤, 전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습니다”로 시작되는 의사 다이사트의 독백을, 길해연은 ‘빌어먹을 놈의 마티스는 왜 나보다 먼저 태어나서 나를 표절화가로 만들어 놓는가’라는 경주(‘돐날’)의 대사를 들려준다. ‘모노스토리’는 향후 시즌 2로 이어져 100명을 채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총 여덟 번의 공연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공연하는 배우들의 사진과 그들이 사랑한 독백, 그리고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던 인생 이야기까지 전해 준다. 이 책을 읽는 자들은 무대 위의 빛나는 주인공이 아닌,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인간적인 모습의 배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일은 “배우로 산다는 것. 어쩌면 늘 자신을 버려야 하는 작업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내 고집과 욕심과 습관을 버리고, 언제든 새로운 인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나를 잘 비워 놔야 한다. 그리고 무대에서는 어떤 감정이 날 짓누르든지 감당해내고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오광록은 “글을 쓴다는 것은 배우에게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호흡을 갖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글자마다 행간마다 자신의 생각과 호흡을 느끼면서 쓴다면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앵무새처럼 주어진 대본을 그대로 읽기만 하는 것이 배우라면 연기가 왜 힘들겠나. 배우들마다 각자의 숨과 리듬, 생각, 호흡 등을 이용해서 자기만의 대사를 선보이는 것, 그것이 배우가 할 일이고 진정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대본을 바탕으로 또 다른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사람, 그가 바로 배우다.”라고 한다.
박정자는 “관객이 없는 무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관객에게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하는 배우 역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만큼 배우와 관객은 예민한 관계이자 굉장히 밀접한 사이이다. 하지만 나는 무대 위에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준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몫이지, 배우가 강요해서 전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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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밝게 빛나는 조명 아래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화려한 모습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우리나라에서 배우는 아직까지 배고픈 직업이다. 무대에 오른다는 것, 극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기에 배우들의
한결같은 열정에 언제나 자극을 받곤한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 100인의 독백을 읽는 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 극을
보는 설레임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