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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마음을 요동치게 할 그림을 찾는 것처럼. 시집 역시 내게는 그러하다. 시인들은 알까? 당신의 마음에 홀려 써 내려간 시에,누군가는 또 다른 의미로,그 시를 음미하고 또 음미하며,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하고 착각 한다는 것을...
오동 잎
돌아보면 고단한 삶이었다. 그런대로 무난히 여기까지 왔구나.
유달리 모질었던 그 겨울의 눈보라, 유난히 가혹했던 그 봄의 황사, 유별나게 가물었던 그 여름의 한발, 철 잊은 가을 태풍은 곧게 자라던 줄기조차 꺾어 버렸다.
그러나 이제 궁핍과 좌절과 원한과 분노를 넘어 가지마다 열매 가득히 넘치는 사랑,
초겨울 문턱에 앉아 오늘 밤 나는 지난 한생의 일기를 쓴다 먼 하늘 은핫물을 펜 끝에 촉촉히 찍어 또박또박 한지에 글씨를 쓴다 바람 불어 문득 툇마루에 떨어지는 그 유서 한 장.
술을 거나하게 드신 날이면 아빠가 불렀던 노래,오동 잎! 그때는 집 밖으로 노래 소리가 들릴까봐 아빠의 입을 막는 시늉도 해보고 그랬었는데.. 시인의 '오동 잎'을 읽는 순간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의 오동 잎은 어쩌면 그저 노래가 아니였을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도 늦게 깨닫는구나 싶다.
어느날 부터인가 신호등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했다. 우리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어,서둘러 갈때면 우선 멈춤을,혹여 잘못가는 길이라도 있으면 상황마다 깜박이도 켜주고 우회전도,자회전도,해주면 좋겠다고.. 해서,시인의 '과속'이 반가웠는지 모르겠다.(내용을 생각하면....그렇지만 말이다.)
과속
조금 집착을 버리면 될 것을, 조금 욕심을 줄이면 될 것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일으킨 돌발적 심근경색, 마지막 숨을 거둔 그의 육신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침대에 누워 있다.
탄탄대로, 한때 잘나가던 출세 가도에 과속으로 뒤집혀 나뒹굴고 있는 고급 승용차 한 대의 펑크 난 타이어 바퀴 한 짝.
개인적 느낌으로는 '고급'이란 단어가 살짝 빠졌으면 하는 '나뒹굴고 있는 승용차 한 대 ' 라고 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도 들었으나.. 무튼,나도 그렇고,우린 너무 빨리 가고 스피드한 것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시인의 '과속'은 다른 어떤 뉴스의 무서운 기사보다도 분명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雪害木(설해목)
아무도 호명해 주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닐지 모른다 속사정 들어주지 않는다고 아파트 창틀에 매달려 제 몸에 칼을 들이댄 그 청년, 남이 읽어 주지 않으면 몇천 년을 기다리던 비석조차 스스로 제 몸에 금을 내지 않던가. 세상의 모든 것은 항상 누구에겐가 자신을 고해하고 싶은 것이다. 묵묵히 산 정상을 지키고 서 있는 노송도 침묵처럼 적막하게 눈이 내리는 날에는 으악,소리치며 제 몸을 자해하지 않던가
요즘 부쩍 어두운 뉴스를 접해서 일까,힘든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활짝 열어 놓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게 한 시다.
시집은 그 제목만으로도 하나의 시처럼 느껴질때가 많다. 시집의 제목이 만화적 상상을 불러와 주는 기분이 들어 읽기 시작한 것인데... '오동 잎'이란 시를 읽으면서 아빠를 추억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그 밖에 '청강', '급류', '말씀으로 산다'도 좋았으며, '새' 시리즈로 채원진 3부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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