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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책은 나의 soul mate다.【리딩 프라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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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아니었다. 집에 읽을 책이 많지 않아서였다는 건 허울 좋은 변명일 뿐이고 책 자체는 좋아했으나 희안하게도 책 읽기를 즐기는 타입은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책을 아예 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반복적으로 '독서'를 한지는 채 4년이 되지 않는 거 같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도록 한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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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아니었다. 집에 읽을 책이 많지 않아서였다는 건 허울 좋은 변명일 뿐이고 책 자체는 좋아했으나 희안하게도 책 읽기를 즐기는 타입은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책을 아예 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반복적으로 '독서'를 한지는 채 4년이 되지 않는 거 같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도록 한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책이 없는 세상이 온다면, 내가 살아가는 재미는 어디서 찾을까 같은 참 지리멸렬한 걱정과 함께 책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

 

#책이 나에게 주는 의미.

 

나는 이거다 하고 특별한 취미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다. 흔하디흔한 독서와 음악감상이 평소 여가 시간에 하는 것의 전부다. 특히 밤은 나의 취미활동을 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처음 책을 꾸준히 읽기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괜히 안절부절못하고 하루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만 같은 불안에 시달렸던 때도 있었다. 『리딩 프라미스』를 읽으며 과연 나에게 책은 어떤 대상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전에도 문득문득 왜 이리 강박적으로 책을 읽으려 하는 걸까 같은 생각은 한 번씩 했었다. 매번 나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비슷했지만 정확한 이유 한 가지는 있다. 나는 나를 위로해줄 어떤 대상이 필요했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희석해 줄 정신적 지주가 간절했다. 그것이 문학이 주는 다채로운 세계에 내가 빠지게 된 가장 정확한 이유다. 누군가를 통해 상처를 받고 내 마음의 나침반을 잃어가며 방황하고 눈물 흘릴 때 내 옆에 있어 주었던 건 사람이 아닌 책이 유일했다. 위로해줄 누군가가 부재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책을 통해 위안을 받고자 했던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어떤 이들은 책을 왜 그리 미친 듯이 읽느냐, 읽어서 뭐하냐 같은 질문을 던질 때도 있다. 내가 책을 읽고 현실적으로 뭔가를 하는 건 없다. 그저 내 마음이 편안해지기 위해서다. 원론적이면서 진부한 '지식을 쌓는다, 감성을 풍부하게 해준다, 어떤 사례를 읽고 삶에 대한 경험을 축적한다.' 등의 이유는 나에게는 먼 이야기다. 물론 그런 것도 아예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책을 통해 뭔가 현실적인 지식을 체득하기 위해서 읽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내 마음의 울림,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끼는 행위와 가깝다. '책이 읽히지가 않는다, 재미가 없다'고 내뱉던 순간에도 내 옆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펼쳐주길, 읽히길 기다리는 쌓여있는 책더미가. 책을 왜 읽느냐는 질문에 논리적이고 타당한 답변을 도출해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가 숨 쉬고 있는 한은 앨리스 그녀처럼 책과의 약속=Reading은 유한한 거라 믿는다. 계획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않지만 읽고 느끼는 그때야말로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발가벗은 영혼의 아픔을 책만은 아무 의심 없이 어루만져 주었다. 그렇기에 Reading, 책은 나에게 영혼을 교감하는 동반자, 소울 메이트Soul mate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책은 곧 나의 동반자: Book(Reading)=Soul mate

 

9살 소녀 앨리스와 초등학교 사서 교사인 아버지 짐에게도 책은 그런 의미였을 거라고 본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3,218일 간의 긴 독서 마라톤을 완주한 이들 부녀에게도 책 읽기는 즐거운 놀이의 하나였다. 우리가 쉽게 흘려버리고 지나치는 하루 10분이라는 시간이 이들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한 그들만의 의식이었으며 삶의 활력소였다. 폭우가 몰아쳐도 몸져눕는 일이 있어도 이들의 책 읽기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런 데 있다. 아빠와 딸 사이의 교감이자 소통의 주춧돌 역할을 하며 세상 모든 시련으로부터 오로지 단둘만이 의지할 수 있었던 시간의 연장 선상이었기에. 에세이의 초반 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그랬다. 발랄한 앨리스의 글을 보며 아주 행복한 가정에서 자상한 부모님과 우애 좋은 형제와 자라서 이렇게 밝은 기운이 넘치는구나 같은 생각이 들어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앨리스가 어렸을 때 부모는 이혼했고 집안 형편도 풍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렇듯 활력이 넘치는 청소년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짐의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성격도 한몫했겠지만, 하루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다른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아빠와 웃고 즐겼던 3,218일이 무엇보다 큰 중추역할을 했다는 걸 이 책을 읽은 사람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테다. 나에게 책 자체가 소울 메이트이듯이 앨리스와 짐 이 두 부녀에게도 책은 소울 메이트였다. 앨리스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좌절에 빠졌던 순간과 가족을 잃었던 아픔을 조금이나마 희뿌옇게 갈무리할 수 있었다.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아직은 믿지 못한다. 마음을 울리는 책은 만나 보았지만 단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을 180도 변화시켜주지는 못했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더 책에 대해 헛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런 사심 없이 내가 취할 것을 바라고 읽지 않기에 그저 가슴을 울리는 것만으로도 책을 끌어안아 읽으며 한 구절에 눈물을 쏟아내는 것일지도.

 

책 읽기를 즐기지 않는 누구라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이들처럼 꾸준하게 독서 계획을 실행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어쩌면 이들의 독서 마라톤은 100일로 끝맺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독서 마라톤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앨리스의 성장과 함께 이어졌다. 아빠와 딸의 '약속' 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린 딸이 100일의 독서 마라톤에 흡족해하며 1,000일의 독서 마라톤을 제의했을 때 아빠 짐은 그것이 3,000일을 넘어갈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집을 나간 엄마와 유학을 떠난 언니를 대신해 엄마이자 형제이자 아빠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면서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되어주고 경청하는 청자가 된 이들 부녀는 서로가 곧 끈끈한 정신적 유대로 이어져 있었기에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으리라. 누구보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책을 통해 가족을, 삶을 사랑하는 영혼의 교감을 한 이들이 그래서 아름답게 보인다. 건전한 책 읽기의 시간이 앨리스를 이렇게 구김살 없이 맑고 예쁜 여인으로 자라게 해준 것이라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빠와 딸의 3,218일간의 아름다운 기록 앞에서 나는 새로운 독서목록을 작성한다. 나의 soul mate, 책이 있기에 곧 내가 있는 삶의 따뜻함은 오래도록 그 열기를 식히지 않을 것이다.

 

 

 



w*****8 2012.08.15. 신고 공감 25 댓글 27
리뷰 총점 종이책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몫 《리딩 프라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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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약속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에게 책과 독서를 사랑하는 마음을 물려주는 것만큼 값진 선물이 있을까? 11쪽     젊은 날에 성공에 목말라 했을 때, 성공이란 의미를 깨우쳐 준 시 한 줄이 있다. 랄프 왈도 애머슨의 성공이란 시에서 성공이란 ‘자신이 한때 이 세상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하나의 다른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싯귀가 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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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약속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에게 책과 독서를 사랑하는 마음을 물려주는 것만큼 값진 선물이 있을까? 11쪽

 

 

젊은 날에 성공에 목말라 했을 때, 성공이란 의미를 깨우쳐 준 시 한 줄이 있다. 랄프 왈도 애머슨의 성공이란 시에서 성공이란 ‘자신이 한때 이 세상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하나의 다른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싯귀가 척박하였던 내 마음에 뿌려져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때, 내 삶은 달라졌다. 그리고 나는 성공을 위하여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윗세대들은 바쁜 세대였다. 사는 게 너무 빠듯했고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던 시절이라, 하루 24시간을 일해도 모자란 세대들이었다. 새벽부터 나가신 부모님들을 대신으로 남매들끼리 의지하며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해갔다. 부모님께 받은 가장 값진 선물은 지금 생각해보니 '고전문학 전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쁘신 부모님께서 주신 ‘어쩔 수 없는 자유’ 속에서 우리 4남매는 독서가 무척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누구나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조차  반항보다는 풍요로 채워가며 지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그것이 부모님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위대한 유산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바쁜 부모세대를 보고 자라며 삶의 지혜는 고스란히  부모가 된 나에게 이어져 내려왔다. 부모님이 바쁘게 사시면서도 내게 주신 생활의 지혜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내려줄 차례이다. 우리는 그런 삶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

 

《리딩 프라미스》는 아빠와 함께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을 하면서 성장한 딸 앨리스가 성인이 돼서 펴낸 에세이다. 아빠와 딸이 책을 읽는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린 앨리스가 성인인 아빠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앨리스는 사춘기 딸을 둔 홀아버지가 겪었을 고충을 이해하고 있었고, 어머니의 빈자리까지 채워야했던 아버지의 외로움을 이해하였고, 아버지의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이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독서였다.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를 읽으며 물고기 프랭클린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을 배우며,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으며 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우는 성장과정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모두들 눈물을 흘렸다.죽음은 힘든 것이기에. 죽음은 슬픈 것이기에.

하지만 죽음은 생의 일부이다.

아는 사람이 죽었을 때 계속 살아나가는 것이 그대들의 임무다.

-데버러 와일스 『작은 새의 노래』

 

 

 

 앨리스 내면 깊이 자리잡은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웅숭깊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자체가 경이로움이다.  앨리스의 그런 면모는 집을 나간 어머니를 이해하는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생전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낸 후 아버지와 집에 돌아오는 길, 삐뽀삐뽀 소리가 어머니의 심장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의미를 떠올리며, 어머니를 용서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려 볼을 적시고, 책을 통해 삶을 통찰해 가는 과정은 또 다른  울림으로 전해온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수고를 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꾸준함 없이는 지속하기 힘든 법이다. 무려 3218일이라는 독서 마라톤을 하면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교 주차장 차안에서 독서를 하는 두 부녀를 바라보며 ,세상에 노력없이 되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놀랍게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삶, 즉 사람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알랭 드 보통-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의 풍요를 위한 훈련으로 꼭 필요하다. 삶에서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하다고 미셀 투르니에가 말했듯이 우리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하며 삶과 더불어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마음속에 싹이 트는 과정을 겪으며, 성공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인생에서의 성공이란  우리가 한때 이 세상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하나의 다른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며 그것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  바로 독서가 주는 선물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몫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주려고 하지만,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우리 윗세대 부모들이 바쁜 삶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교훈을 남겨주었듯이 오로지 단 하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를 보며 책읽기가 아이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읽었으며  한편으로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우리의 유한한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나의 사랑하는 딸들 또한 앨리스처럼 긍정적이며 아름답게 자라주기를 소망하며, 삶의 풍요를 위해 리딩 프라미스를 약속한다.

 

우리는 그것을 독서 마라톤이라고 불렀지만, 실제로는 약속에 가까웠다. 서로에게 한 약속, 우리 자신에게 한 약속이었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킬 것이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p322-

 



YES마니아 : 로얄 k********2 2012.08.16. 신고 공감 14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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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프라미스」3218일, 성장과 치유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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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을 기억하는가? 로봇 찌빠, 독고탁, 떠돌이 까치 등의 만화와 UFO, 유령, 연예인 이야기들로 채워졌던 아이들의 로망과도 같은 만화 잡지였다. 국민학교 시절 아버진 월급날이면 소년중앙을 사 들고 오셨다. 고단한 노동자의 삶을 사셨던 당신께서 한 달에 한 번 우리 형제들에게 베푼 큰 선물이었다. 형제는 밤새 돌려가며 소년중앙을 읽고 또 읽었다. 유년 시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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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을 기억하는가?

로봇 찌빠, 독고탁, 떠돌이 까치 등의 만화와 UFO, 유령, 연예인 이야기들로 채워졌던 아이들의 로망과도 같은 만화 잡지였다.

국민학교 시절 아버진 월급날이면 소년중앙을 사 들고 오셨다. 고단한 노동자의 삶을 사셨던 당신께서 한 달에 한 번 우리 형제들에게 베푼 큰 선물이었다. 형제는 밤새 돌려가며 소년중앙을 읽고 또 읽었다. 유년 시절 나의 책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앨리스 오즈마)는 처음 아빠와 책읽기를 시작하면서 그것이 3,218일의 열정적인 독서(Read Hot)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처음엔 100일만 해 보자고 시작했던 독서였다. 아빠와 나의 독서마라톤은 1,000일이 되고, 종내는 3,218일이라는 긴 시간을 흘러가며 소중한 거름이 되어 유년시절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 책 읽기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보통은 아빠의 침대에서 읽었지만, 여의치 않을 땐 차 안에서, 주차장 불빛에 의지하여 읽기도 하고, 때론 장거리 전화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날은 학교 댄스 파티에 가기 위해 드레스를 갖춰 입은 채로 아빠와 책을 읽은 날이다. 밖에선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지만 하루도 건너뛸 수 없었기에 아빠와 나는 찰스 디킨스의 「골동품 가게」를 함께 읽었다. 책 읽기는 아빠와 나의 소중한 약속이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루쯤 쉴 수도 있었을 텐데, 아빠도, 나도 종교의식처럼 그 시간을 경건하게 맞이하였다.

 

어릴 때, 케네디 대통령의 시체가 내 침대 밑에 있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린 적도 있다. 침대에 누워 벌벌 떨며, 유령도 귀신도 아닌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은 전직 대통령의 시신으로부터 고양이들이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창의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 때는 그게 고마운 일인지도 몰랐다. 독서 마라톤과 아버지 덕분에 나는 상상력만큼은 차고 넘쳤다.

 

 

대한민국에서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학교에서 독서교육이 얼마나 소홀한지, 아니 독서교육이 얼마나 냉대 받고 있는지를.

중학교 때 내 친구는 하루 종일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점심시간에, 화장실에 갈 때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성적도 별로였고, 운동도 젬병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독후감 쓰기를 했고, 그 친구가 모두의 앞에서 독후감을 읽었다. 충격이었다. 도저히 중학생의 글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문체와 정확한 자기주장이 어우러진 글이었다. 난 친구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부러움에 다시 책을 들었다. 그 때 어렴풋이 알았나 보다. 글쓰기는 책읽기와 정비례한다는 것을.

 

결국 가장 좋은 건 그런 거다. 새 책을 집고 만지고 냄새 맡고 끌어안는 것보다 집으로 들고 가 내 침대, 내 이불 밑에서 내 스탠드를 켜놓고 누군가 불 끄고 그만 좀 자라고 소리지를 때까지 읽어내려가는 것.

 

그 날이 왔다. 나(앨리스 오즈마)는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면 독서 마라톤을 끝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기숙사에 짐을 풀었다. 우리는 마지막 의식을 치르기 위한 적당한 장소를 찾아 헤맸다. 마지막에 어울리는 성스럽고, 경건한 장소이기를 원했다. 결국 우리가 찾은 곳은 기숙사 계단이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책을 읽었다. 나는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들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나지막했고 맑고 푸근했다.

 

마침내 클립이 꽂힌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자 내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목소리도 달라져 전보다 속도가 느려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3,218일의 낮과 밤이 여기서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었다. 다음에 무엇이 올지 나는 알고 있었다.

우리는 책장을 넘겼다.

 

이 책 「리딩 프라미스」는 책 읽기에 대하여 말한다. 아빠와 저자의 3,218일간의 책 읽기는 세헤라자데의 천 하룻밤 이야기 보다 더 극적이고 진정성이 있다. 야사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사서 교사인 아버지는 책 읽기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컴퓨터가 책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책을 만지고, 새 책의 냄새에 매혹되고, 책장을 넘기는 기계적인 손놀림과 감동적인 글귀에 연필로 줄을 긋는 그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자리를 대신할 순 없다. 오래된 책이 누렇게 바래갈 때, 그 책을 읽었던 나의 청춘도, 나의 삶도 누런 더께를 더하여 깊이를 더해간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그들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어야 하지만, 교사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그 나이 때에 읽으면 좋을 책을 찾아준다. 책임의 영역에서 부모와 교사의 영역은 완전히 겹쳐질 수 없다.

 

앞을 못 보는 제자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 하얀 종이에 꾹꾹 눌러 쓴, 눈처럼 새하얀 책을…

까만 활자로 된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일부러 점자책을 읽는다. 빛이 사라진 후, 손끝이 눈이 되어버린 그들의 속도에 맞추어, 그들의 입장이 되어 책을 읽는다. 점자를 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점자책 읽기가 얼마나 고단한 작업인지. 활자책 읽기의 몇 배로 피곤하고, 책읽기가 더디어지는지를..

천천히,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어 나의 눈은 그들의 손끝이 되어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것이다. 마음의 병을 가진 우리 반 아이들 절반은 관심도 없을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저희들끼리 떠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책읽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거친 땅에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시간과 오롯한 관심이다.

 

「리딩 프라미스」는 책읽기를 통해 특히 부모와 교사가 지향해야 할 책읽기의 모범을 보여준다.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은 책 읽기를 통해 기성세대와 아이들의 화합을 보여준다. 책읽기를 통해 ‘오래 된’ 우리는 ‘젊은’ 그들을 이해하고, 때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결국엔 스스로 위안 받기에 이른다. 이 책은 ‘책읽기’를 통한 성장과 치유의 경험을 보여준다. 책읽기는 성장과 치유의 화수분이다.

 

「리딩 프라미스」는 지금 독서를 시작하는 당신, 부모 혹은 교사인 당신이 읽어야 할 바로

‘그 책’ 이다. 다음 학기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비치될 수 있도록 로비를 펼쳐야겠다.

 



k*****m 2012.08.14. 신고 공감 13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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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는 기쁨과 듣는 즐거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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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기도 하고 눈가가가 젖어들기도 한다. 작업장에 나란히 앉아 반복된 단순 작업을 하며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는 사람들. 그들 앞에는 책 한 권 펼친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멕시코의 한 사업주는 이렇다 할 문화생활도 없고 교육 수준이 낮은 종업원을 위해 책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했다. 당일 신문의 주요 기사를 읽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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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기도 하고 눈가가가 젖어들기도 한다. 작업장에 나란히 앉아 반복된 단순 작업을 하며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는 사람들. 그들 앞에는 책 한 권 펼친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멕시코의 한 사업주는 이렇다 할 문화생활도 없고 교육 수준이 낮은 종업원을 위해 책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했다. 당일 신문의 주요 기사를 읽어주기, 문학 작품을 감정을 실어 읽어주기가 그의 주 업무다. 좋았던 부분을 다시 읽어달라고 부탁하기도, 이해가 안 가면 질문을 쏟아내기도 하며 듣기의 즐거움에 빠진 종업원의 얼굴은 아이의 해맑음을 닮아간다. 해맑음은 내일 이어서 읽어주겠다는 말에 찌그러지기 일쑤. 흰머리가 좀 많고 배가 나왔어도 베른하르트 슐링크 소설 <더 리더>에서의 미하엘보다 매력적인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될 수 있었다!

  딸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읽어주는 남자로 각인될 게 분명한 아버지와의 독서 마라톤을 회고한 앨리스 오즈마의 <리딩 프라미스>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할 사람들을 먼저 떠올리게 하였다. 뒤미처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에서 ‘생각과 두뇌 훈련을 하기에 가장 빠른 길은 당연히 귀가 될 수밖에 없다(P. 47)’고 주장한 짐 트렐리즈를 떠올렸다. 그의 책으로 책 읽어주기의 중요성을 절감한지라 앨리스의 책을 훑을 때는 얼마간 식상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첫 반응이 있을 자리는 점점 좁혀졌다. 책을 매개로 오랜 시간 구축한 부녀 관계의 에피소드를 엿보며 책 읽는 행복이, 그 안에 녹아든 책 읽어주는 기쁨과 듣는 즐거움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책과 멀어지는 원인을 귀로 충분히 책을 만나지 못한 현실에서 찾은 짐 트렐리즈, 읽기 능력과 듣기 능력의 수준이 같아질 때까지 꾸준히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그의 확고한 생각을 되새김질하며 읽었다.

  책 읽어주기만큼 책과 가까이하게 하는,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책이다. 책을 끔찍이 사랑하는 짐 브로지나는 낮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학교 사서 교사로, 밤에는 딸 앨리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로 생활의 가치와 활력을 찾는 인물이다. 우연찮게 독서 마라톤을 제안한 어린 딸과 의기투합한 아빠는 딸이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자정 전 10분 이상 책을 읽어준다.

  10분 책 읽어주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허나 같은 행위를 한결같이 9년 동안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늦어진 아빠의 귀가를 조마조마 기다리다 책 읽어달라고 엄포 놓는 딸과 연극 연습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딸을 찾아가 주차한 차 안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빠가 아니었다면,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전화로라도 그들의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와 아무리 목이 아파도 읽어주기를 멈추지 않으려는 열의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종료일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이 책에 있다고 믿는다. 일정한 시간마다 책과 마주한 부녀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을 때야 비로소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을 터다. 뿐만 아니라 아빠의 호흡을 느끼며 함께한 책은 부모의 이혼과 언니의 이른 독립으로 혼란을 겪을 사춘기 소녀를 평온케 하였다. 또한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딸과 더불어 성장하는 아빠를 가능케 하였다.

  책이 흥미롭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듯 잔잔한 감동 전후에는 웃음이 숨겨져 있다. 아빠는 죽음이 주제나 소재로 쓰이지 않은 책으로 애써 선정하여 읽어주었어도 딸은 그간 읽은 책의 지식을 동원하여 애완용 물고기 프랭클린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허구가 담긴 것이라도 책에는 늘 아주 훌륭한 지식과 정보가 있었다. 완벽한 진실이든 아니든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알려주었(P. 65)’던 것이다. 정을 준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과 동시에 어린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짐작하게 하여 가슴이 뜨듯해진다. 장례식은 슬픈 날이므로 비가 내릴 것이라 확신하고 가족 모두에게 우산을 준비시킨 동심에 뭉클해지기도.

  책 듣기로 단련된 저자의 문장력은 신선하다. 딸에게 읽어주기 곤란한 손녀와 할머니가 주고받는 성 문제에 관한 대화 부분을 어물쩍 넘어가며 아닌 척 한 홀아비에 대한 안쓰러움과 그래도 어쩌지 못한 웃기는 상황을 ‘눈물이 어찌나 줄줄 흐르던지 주근깨가 씻겨 내려가지 않았나 거울을 보고 확인하고 싶을 정도였다(P. 217)’고 표현한 부분은 울음과 웃음을 이음동의어로 만든다.

  매 장 앞을 장식하는 인용문은 본문의 감동을 요약하며 다른 책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치로 손색이 없다. 프랭클린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기억은 영원하다’는 <기억 전달자>의 부분이 인상 깊다. 엄마의 자살 시도 충격이 한참 후에 자동차 충돌로 환치되어 뒤늦게 엄마를 용서한 기억은 ‘이 세상은 바람개비였다. 수없이 많은 부분들이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고, 감추어진 크랭크축과 연결봉을 통해 온 지구의, 몇 백 년 동안의 움직임이 이어진다.’는 <바람을 만드는 소년>의 부분과 만나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이 된다.

  전혀 모르는 음악도 계속 듣다보면 선율의 의미를 나름대로 짚어내며 이해할 수 있다. 책 또한 마찬가지다. 같은 글인데도 혼자 읽으면 난해하지만 듣다보면, 심지어 모르는 낱말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듣는 기쁨을 맘껏 맛보지 못한 아이는 책과 가까워지기 어렵다. 자녀가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다면, 자녀의 키가 자기의 키를 넘어서더라도 책을 읽어줘야 한다. 부모가 자기와 보낸 시간만큼 자기를 사랑한다고 여기는 아이와 무한한 신뢰를 쌓는 만큼 아이는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짐과 앨리스의 이중주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니 당장 오늘부터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되라. 하나의 이야기로, 한 문장으로 아이의 오늘이 바뀐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a*****4 2012.08.16. 신고 공감 9 댓글 24
리뷰 총점 종이책
3218일간의 사랑스러운 추억에 대한 기록
"3218일간의 사랑스러운 추억에 대한 기록" 내용보기
"아빠, 절대로 놓으면 안돼~". "걱정하지 마. 아빠만 믿어~"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던 그날 내가 느꼈던 두려움. 그런 내게 용기를 주고 믿음을 준 아버지의 모습.이제는 대부분 단편으로 밖에 남아 있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날 내가 느꼈던 자전거 타기의 희열과, 아버지의 사랑은 뇌리에 명확하게 남아 현재까지 이어진다.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즐거움과 따스함 때문이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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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절대로 놓으면 안돼~". "걱정하지 마. 아빠만 믿어~"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던 그날 내가 느꼈던 두려움. 그런 내게 용기를 주고 믿음을 준 아버지의 모습.

이제는 대부분 단편으로 밖에 남아 있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날 내가 느꼈던 자전거 타기의 

희열과, 아버지의 사랑은 뇌리에 명확하게 남아 현재까지 이어진다.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즐거움과 

따스함 때문이 아닐까....


또 하나의 기억이 있다. 단란했던 가정은 아버지 사업의 실패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시작된 불화는 관련된 온 가족의 가슴 속에 상처를 내고, 가족의 깨짐이라는 형태의 아픔으로 발전된다. 

우당탕거리는 소음들과 고성이 오고가는 날의 반복. 가족 내의 싸움이 일가족 간으로까지 커져버린 현실은

어린 내게는 이해 불가한 것들이었다. 이는 나의 사춘기와 맞물려 아버지와의 소통 부재를 만들게 되고, 

이 때 이후 아버지와의 행복한 기억도 끝이 난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봐도 몇 가지의 기억을 제외하고는 모자이크 처리 된 듯 뿌옇고 막연함 뿐이다. 

좋은 기억만 많이 남아있으면 좋으련만, 좋지 않는 기억이 더더욱 뚜렷하고 선명하게 남아 있다. 

습관적으로 반복되거나,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인상적인 사건일수록 기억에 깊히 박히는 법이니까...

잊고 싶지 않아 반복 회상하는 기억들과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가 않는 기억들.... 깊히 박힌 기억의 조각들은

'나'의 일부분으로 여전히 실재하며,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추억의 불변성. 이미 흘러가 버린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안타까움만 남긴다.


앨리스 오즈마. 나의 부러움의 대상. 

초등학교 사서 교사인 그녀의 아버지는 딸에게 100일 동안 매일 밤 최소 십 분 이상씩 책을 읽어주기로 

약속한다. 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한 그들의 약속은 별 탈 없이 무사히 지켜지게 되고, 100일째 되던 날, 

두 사람은 자그마한 단골 까페에서 여정의 완성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게 된다. 그 곳의 사장이자 지배인인 

플릭 아저씨가 그들에게 묻는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거지?"


우리는 원래 정해진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지만, 독서마라톤은 또 달랐다 날마다 읽는 이야기가 다르니 매일 밤이 달랐다. 후반부로 접어들면서는 이야기가 늘어지는 책이 있어도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두근거림 때문에 뭐든 재미있어졌다. 

(중략) 

새 책을 집어들고 낯선 인물들이 사는 새로운 풍경 속으로 풍덩 뛰어들면 그 즉시 모든 게 달라졌다. -P.46 -

앨리스에게 독서마라톤은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이자 일상의 공유이며 매일의 새로움이다.

당연히, 대답은 "천일 밤에 도전하는 것이 당연하다"로 귀결된다. 무모하게만 보였던 천일의 도전은 목표를

훌쩍넘어 자그만치 3218일동안 지속된다. <리딩 프라미스>라는 책은 저자인 오즈마가 아버지와 함께 

했던 9년 간의 기록, 독서 마라톤의 따스한 추억들을 담아낸 책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겪은 기쁨과 슬픔, 

좌절과 희망의 이야기들은 끊임없는 기록 그 자체만으로도 감탄을 이끌어 낸다. 여기에 오즈마의 해박한 

지식과 유머러스함이 어우러져 맛깔스러움을 더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정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진행했을까?


2006년의 어느 날, 책과 관련된 서평 블로그를 열었다. 읽던 책이 너무나 형편없어서 다른 이들은 그 책을 

구매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실행하게 된 일이다. 목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악평 투성이인 그 글을 

이후로 다음 글이 올라오기까지 무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또 한개의 글 짓기. 그리고 또 2년의

흐름. 뒤이은 세 개의 흔적들과 어김없이 뒤따르는 2년의 적막. 내 의지의 처참한 패배 기록들. 

나는 첫 글 작성 이후, 자그만치 5년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금 '스스로와의 약속'을 맺고, 지켜나가고 

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결심은 얼마 안가 느슨해지게 마련이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존재하듯, 우리는 쉽게 자신의 과거를 답습하게 된다. 


"습관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일이든지 하게 만든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은 의지를 꾸준하게 

유지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아마도 그들의 마라톤은 약속을 넘어 습관화 

되었기에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습관으로 굳어졌다고 해서 3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의 이어짐을 오롯이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우리는 그것을 독서마라톤이라고 불렀지만 실제로는 약속에 가까웠다. 서로에게 한 약속, 우리 자신에게 한 약속이었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킬 것이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희망이 없던 시절에 맺은 희망의 약속이었다. 모든 게 불안하던 시절에 맺은 안정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 P.322 -


완주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것이 독서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된 교감의 시간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독서마라톤이라는 과제가 아닌, 사랑을 바탕으로 한 소통의 시간들이었다는 그녀의 말은 심금을 

울린다. 내게는 다시금 올 수 없는 일상들에 대한 짙은 그리움과 함께, 젊은 날의 아버지를 이해하기까지 

너무나도 먼 길로 우회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아... 그때로 다시 한 번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의 리딩 프라미스는 무엇이었나?


현재 진행형인 두 가지 약속. 


  내가 읽은 모든 책의 서평을 쓸 것. 

  모두와 소통하는 블로그를 운영할 것. 


앞으로 진행 될 약속. 


  아이의 독서 기록들을 내 블로그에 같이 담고, 운영하며, 하나의 유산으로 물려줄 것. 


여기에 추가될 세가지..


  아이와 독서를 통해 대화할 수 있는 아빠가 될 것. 

  남은 시간 아버지와의 소통의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질 것.

  가족들을 후회없이 사랑하고 표현하며 살 것.



기적과 같은 독서마라톤의 기록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을 통해 전하듯, 과거의 타파와 의지의 실현은 깨뜨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가 부모님, 아이들 그리고 우리 자신과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약속이 무엇임을 알게 된 지금.

복잡다단했던 과거와 결별과 함께 새로이 다잡은 스스로와의 약속 지키기. 

우리 가족의 사랑과 소통의 기록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d******4 2012.08.10. 신고 공감 8 댓글 19
리뷰 총점 종이책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독서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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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호러스 맨이라는 사람은 “한 문장이라도 매일 조금씩 읽기로 결심하라. 하루 15분씩 시간을 내면 연말에 변화를 느낄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저자는 일 년이 아닌 무려 9년 동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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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가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호러스 맨이라는 사람은 “한 문장이라도 매일 조금씩 읽기로 결심하라. 하루 15분씩 시간을 내면 연말에 변화를 느낄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저자는 일 년이 아닌 무려 9년 동안이나 아버지와 함께 독서 마라톤을 이어갔고 그 경험한 일들을 이 책에 펼쳐놓고 있습니다. 9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10분 이상씩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불가능할 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해낸 것입니다.


  특별히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작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매일 갖는 독서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백 일을 기한으로 잡았고, 그 백 일이 이루어졌을 때 좀 더 길게 천 일이라는 날짜를 잡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긴 3,218일의 독서마라톤이 된 것입니다. 9년이라는 세월은 누구에게나 무슨 일이 한두 가지, 아니 여러 가지가 일어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독서마라톤을 처음 시작할 때에 저자는 9살에 불과한 어린이였고 9년 동안 저자를 둘러 싼 환경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부모님의 이혼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본 열 살짜리 여자아이가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이 독서마라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뿐인 언니마저 독일로 유학을 떠난 뒤 집에는 아버지와 딸, 부녀만이 남았습니다. 어린 여자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했을 것인데 그 예민함을 스스로 달래며 낙천적인 성격을 유지하게 된 것 역시 독서의 힘입니다.


  독서마라톤이 꾸준히 이어질수 있었던 것은 저자인 앨리스의 아버지, 짐 브로지나 씨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사서교사였던 브로지나 씨는 자신의 딸에게 동화 속 주인공 이름을 지어줄 만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아버지를 두었기에 앨리스의 독서 항해는 순조로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부녀의 독서마라톤에도 올림픽 금메달 선수의 사연만큼이나 가슴 뭉클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앨리스가 졸업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고를 때의 모습입니다. 엄마도 언니도 곁에 없었던 앨리스는 졸업 파티만은 남들처럼 예쁜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박봉을 쪼개 최소한의 생활을 하고 있던 아버지께 앨리스는 차마 드레스 가격을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결국 아버지와의 쇼핑을 포기하고 중고드레스마저 자신의 형편으로 살 수 없게 된 걸 안 앨리스는 실망합니다. 그때 앨리스가 사고 싶었던 드레스에서 흠이 발견되어 앨리스는 원하던 가격을 지불하고 그 드레스를 집에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레스를 입은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는 장면, 너무나 예쁜 앨리스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그 장면을 읽을 때는 참 마음이 아프고 앨리스가 안쓰러웠습니다.

 

  저는 이 책을 덮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모든 부모들은 아이가 올곧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창의적이고 공부도 잘하며 제 앞가림을 훌륭히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여러 군데 학원에 보내고 그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 아이들과 도서관으로 갈 시간을 내는 일은 생각조차 못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제가 나가고 있는 문화센터의 수강생 아이들에게 권해보았습니다. “오늘부터 부모님께 독서마라톤을 해보자고 하면 어떻겠니?” 그랬더니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엄마 아빠가 바쁘세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마 아이들이 평소의 부모님 모습을 잘 알기 때문에 하는 대답인 듯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앨리스의 아버지라고 해서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짐 브로지나 씨가 남달랐던 점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었습니다. 자녀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자존감을 키우며 보다 더 긍정적인 세계관을 갖게 되는 게 아닐까요? 앨리스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으며 자신감 넘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음흉한 짓이라고는 애초에 할 줄 모르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아이. 앞표지날개에 나오는 앨리스의 밝은 모습이 바로 모든 부모들이 꿈꾸는 아이의 모습이 아닌지요.


 오늘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백 일 독서마라톤 해볼까? 어떤 아이는 자신이 동생에게 매일 5분씩 책을 읽어주겠다고 합니다. 또 다른 아이는 하루에 1분씩 자기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겠다고 합니다. 좋다고 했습니다. 이 약속이 지켜지는 날, 갖고 싶은 책 한 권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백 일 독서 마라톤이 성공으로 끝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실패하더라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아이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책과 가까워지기를 기대합니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로 독서습관만큼 근사한 것도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누구에게나 평생의 좋은 벗이 돼준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t******e 2012.08.09. 신고 공감 7 댓글 15
리뷰 총점 종이책
[12-46] 리딩 프라미스, 소통을 위한 노력
"[12-46] 리딩 프라미스, 소통을 위한 노력" 내용보기
아버지와 딸, 가깝고도 먼 사이   딸에게 있어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흔히 아들은 아버지의 영향을, 딸은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변화가 많은 청소년기를 지나는 딸이 아버지가 주는 견고한 사랑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1)”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에서 저자인 앨리스 오즈마(Alice Ozma)는 아버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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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 가깝고도 먼 사이

 

에게 있어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흔히 아들은 아버지의 영향을, 딸은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변화가 많은 청소년기를 지나는 딸이 아버지가 주는 견고한 사랑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1)

 

전적 에세이인 이 책에서 저자인 앨리스 오즈마(Alice Ozma)는 아버지인 짐 브로지나를 통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 즉 부모의 시간과 오롯한 관심2)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어머니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버지는 딸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딸은 이를 기억하며 산다. 이것이 혼자 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아버지의 사랑과 지원은 딸이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삶을 긍정적이고 진지하게 살아나갈 수 있게 해준다.3)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딸을 키우는 홀아버지가 직면하는 곤란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4)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자의 아버지는 재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스스로 해결하는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그는 내가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고 두 딸을 확실하게 안심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쪽 부모는 집을 떠나고 다른 쪽 부모는 밤마다 집 밖을 헤매면 아이들이 어떻게 되겠는가? ‘엄마한테 새 남자가 생겼고 아빠도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우리한테는 누가 있을까?’ 이런 생각5)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소통을 위한 수단, “독서 마라톤

 

밀히 말하면 독서 마라톤은 아내 혹은 엄마의 부재로 인해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훗날 3,218일간 이어진 이 대장정은 아주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저자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그저 딸아이가 더 자라면 책을 읽어주고 싶어도 읽어줄 수 없을 것 같아 그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서6) 시작했던 일이었다.

 

저자의 아버지는 그 당시를 회고하면서 자신의 제안에 대해 앨리스는 포부도 크게 천 일 밤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당황했다. 천 일이라니, 중간에 상황이 꼬일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부모인 동시에 교사로서 아이의 꿈을 짓밟지 않고 격려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천 일 밤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지만7)승낙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자와 그녀의 아버지는 매일 밤 예외 없이 자정 전에 최소 십 분씩(십 분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책을 읽을 것8)이라는 약속을 했다.

다시 말하면, 어느 장소에 있든, 그리고 꼭 책이 아니더라도 읽을거리라면 그 무엇이든 하루에 십 분 이상씩은 아버지가 딸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고, 딸은 그것을 경청하기를 1,000(혹은 100)간 지속하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음에 1,000일을 약속했건, 100일을 약속했건 어쨌든 100일간 반복인 동시에 반복이 아니었던 독서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념파티에서 앨리스는 1,000일 도전을 제안했다. 100일과 달리 1,000일은 정말 아찔한 도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독서 마라톤을 계속 이어나가려다 보니 자정에 책을 읽기 시작한 날도 있었고, 꼭두새벽에 책을 읽기 시작한 날도 있었다. 곤히 잠들어 있는 딸아이를 깨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딸아이가 (조심스럽게) 나를 깨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불평하지 않았다.9)라는 저자의 아버지인 짐 브로지나의 고백처럼.

 

쨌든, “독서 마라톤을 통해 저자의 아버지인 짐 브로지나는 책 읽기가 끝나면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딸아이에게 물어보곤 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서로의 근황을 파악했다.10)그리고 딸아이와 진정한 소통을 계속할 수 있었다.

 

 

끝나지 않는 파티는 없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끝이 있을 수 밖에 없듯이 저자와 저자의 아버지가 이어온 독서 마라톤도 끝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고민 끝에 저자가 대학에 입학하면 거의 10년에 걸친 독서 마라톤을 종료하기로 합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가 아니면 언제 끝을 내겠는가. 시험과 동아리 모임 틈틈이 매일 밤마다 아버지에게 전화해, 아버지가 아직 잠들기 전 한가한 시간이길 바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화요금은 상상을 초월할 테고, 매일 밤마다 연결이 될까 안 될까 마음 졸이는 도박을 벌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독서 마라톤을 그런 식으로 계속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즐거운 일이 아니라 힘든 일이 되어버릴 테니까.

독서 마라톤의 취지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정신 없었던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는 것11)이지 스트레스를 받자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게도 독서 마라톤이 끝난 후, 저자의 아버지가 사서 교사로 일하는 학교들에서 책 읽는 시간을 수업에서 제외시키고, 오래된 책이라는 이유로 양서들을 폐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애서가(愛書家)답게 이러한 부당한 변화에 저항한 대가로 반항적이고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낙인이 찍힌 저자의 아버지는 결국 퇴직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무기력한 퇴직생활 대신에 저자의 아버지는 불사조처럼 다시 책을 읽어주는 일을 시작했다. 바로 양로원에서 자원봉사자로 노인들을 상대로 책을 읽어주었던 것이다.

점차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그는 이제는 책이 없는 도서관이라는 기묘한 교육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교육위원 선거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어떤 전직(前職) 교사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었던.

 

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와의 소통을 하려는 그의 자세는 자그마한 불씨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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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로렌스 포크(Florence Falk),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최정인 옮김, (푸른숲, 2009), p. 178

2) 앨리스 오즈마(Alice Ozma), <리딩 프라미스>, 이은선 옮김, (문학동네, 2012), p. 12

3) 플로렌스 포크, 위의 책.

4) 앨리스 오즈마, 앞의 책, p. 268

5) 앨리스 오즈마, 앞의 책, p. 12

6) 앨리스 오즈마, 앞의 책, pp. 9~10

7) 앨리스 오즈마, 앞의 책, p. 10

8) 앨리스 오즈마, 앞의 책, p. 24

9) 앨리스 오즈마, 앞의 책, p. 10

10) 앨리스 오즈마, 위의 책.

11)앨리스 오즈마, 앞의 책, pp. 279~280

w******f 2012.08.12. 신고 공감 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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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마라톤 나도 아이들과 ... 도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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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서라는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별난 엄마였다. 태교랍시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내가 가진 능력 중에서 제일 어설픈 바느질을 했고 (십자수가 한참 유행이었다. 손을 많이 사용하면 머리가 좋다고 해서 ^^) 누구보다도 많은 책을 읽었다.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그림책을 보며 좋아했고, 그림책에 이야기를 입히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라는 이름이 갖는 유난함은 이후로도 쭉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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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서라는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별난 엄마였다. 태교랍시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내가 가진 능력 중에서 제일 어설픈 바느질을 했고 (십자수가 한참 유행이었다. 손을 많이 사용하면 머리가 좋다고 해서 ^^) 누구보다도 많은 책을 읽었다.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그림책을 보며 좋아했고, 그림책에 이야기를 입히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라는 이름이 갖는 유난함은 이후로도 쭉 나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엄마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이건 나를 사랑하고 말고의 사랑이 아니다. 당시엔 형제자매가 많아서 나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많지 않았던 서운함이라 생각된다)의 다른 방법. 그 방법을 나는 우리 아이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다. 태어나 눈을 마주치기가 무섭게 나는 무척이나 수다스러운 엄마가 되었다. 수다 뿐 아니라 글도 모르는 아이에게 매일 매일 책을 읽어주었다. 나는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때만큼은 방바닥에 늘 책이 널려 있었다. 언제라도 장난감처럼 책과 친해지라고..

 

그런 나의 극성이 조금씩 빛을 발하는 것일까?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늘 베드타임 스토리를 해 줬는데 올해부터는 큰 아이가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싶다는 이유로 베드타임 스토리는 장기 휴업이 되고 있다. 간혹 작은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는 언제든지 읽어주지만 지금은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자신들이 책을 골라 읽는다. 베드타임 스토리 시간이 없어지면서 생긴 우리끼리의 약속은 저녁 8시부터 9시까지는 책을 읽는 것이다. 그 시간만큼은 수학 문제를 풀다가도, 그림을 그리다가도 무조건 멈추고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어떤 날은 토론으로 발전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과 달라 비교 분석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보다 세부적인 역사적 사항이 필요하기에 어떤 책이 필요하다 요구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학교에서의 일과 책에서의 일이 실제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책은 우리 가족에서 수많은 이야기 꺼리들을 제공한다.

 

여기 초등학교 사서인 아버지와 딸이 함께한 독서 마라톤에 관한 책이 있다. 나 역시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독서 마라톤. 먼저 실행하고 기록한 사람들의 이야기. 우선 기간 면에서 놀랐다. 3200일이 넘도록 아이와의 약속을 지킨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이와 독서 마라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실행한 아버지’라는 타이틀만 보면 “이 아버지의 인생은 늘 평탄했겠구만.”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와 의견충돌이 많았고 목소리 높아지는 날이 많았지만 아이와의 약속은 항상 지켰다. 어머니가 두 딸을 놓고 집을 나갔을 때에도 아버지는 딸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들 부녀는 책에서 해답을 찾았고, 책에서 삶의 한 단면을 찾아 실천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죽음을 오롯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버지를 위로할 수 있었다. 일일이 슬픔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었지만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와드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엘리스 오즈마는 아버지처럼 혼자된 사람들의 패턴을 간파했다. 하나같이 방안에 틀어박혀 세상을 등지는 애처롭고 생기 없는 존재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유머와 활기가 넘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서 아버지에게 천생연분이 나타나리라 엘리스 오즈마는 믿는다.

 

사람들의 삶 안에는 늘 포물선이 존재한다. 플러스 곡선을 이룰 때가 있고 마이너스 곡선을 만들 때가 있다. 인생 전체가 플러스 곡선 안에서만 있는 사람도 없고, 인생 전체가 마이너스 곡선 안에서만 있는 사람도 없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사람들에 의해 상처 받았을 때 각기 다른 패턴을 가지고 그 일을 극복하려고 한다. 나는 사람을 만나 위로 받기도 하지만 책을 통해서 위로 받기도 한다. 책 안에 내 인생 전체가 펼쳐지지 않아도 그 순간의 고민을 해결해줄 귀중한 보물이 숨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책에서 귀중한 보물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요즈음 아이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공부하는지 모르게 그냥 공부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누군가의 지시가 없으면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저녁 7시, 8시에도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무엇 때문에 그 어린 아이들이 책 한줄 읽을 시간 없이 학원으로 돌아다녀야 하는 것일까? 아니 책마저도 논술 학원에서 입시에 도움 되는 책으로 계획을 짜주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시대가 되었다. 학원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수학 한 문제 더 푸는 게, 수학 몇 년씩 선행하는 게, 영어 단어 몇 개 더 외우는 게, 아이의 미래를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선 초장의 승부밖에는 되지 못한다. 인생이라는 장기 마라톤 안에서는 책을 읽고, 많이 생각하고, 사색한 사람만큼 빛나는 보석은 없을 것이다.

 

독서 마라톤은 끝났지만 우리는 새로운 책을 놓고 계속 씨름을 벌였다. 책을 좋아하는 가족은 책 읽기를 절대 멈추지 않는 법이다. (315)

맞다. 책을 좋아하는 가족은 책 읽기를 절대 그만두지 않는다. 책은 우리 가족에게 나침반과 같으니까..



YES마니아 : 로얄 k*****3 2012.08.08. 신고 공감 7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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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하는 책읽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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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진 약속은 아름답다. 우리는 일생 동안 얼마나 많은 약속을 하고, 그 중 얼마나 지킬까.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 그 약속 중 아빠와 딸의 약속이라면. 약속의 의미는 무얼까? 맹세이다. 아빠와 딸이 책을 읽어나가겠다는 사랑의 서약이다. 둘만의 약속이기에 더 중요한 것이기에 소중히 여기며 지켜나가야 하는 것. 하지만 인간사라는 거대한 연극 속, 곳곳에 암초가 도사린 긴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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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진 약속은 아름답다.

우리는 일생 동안 얼마나 많은 약속을 하고, 그 중 얼마나 지킬까.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 그 약속 중 아빠와 딸의 약속이라면. 약속의 의미는 무얼까? 맹세이다. 아빠와 딸이 책을 읽어나가겠다는 사랑의 서약이다. 둘만의 약속이기에 더 중요한 것이기에 소중히 여기며 지켜나가야 하는 것. 하지만 인간사라는 거대한 연극 속, 곳곳에 암초가 도사린 긴 항해이기에,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누가 우리 앞에 벌어질 운명의 여정을 알 수 있겠는가! 누구와의 약속,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 약속이 더 소중하기에 새끼손가락 꼭 걸고 지켜나가리. 현실의 우리들은 자녀들에게 약속을 하고, 지키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을 거다. 못 지키는 많은 이유를 늘어 놓으면서. 하지만, 약속보다는 자녀들이 더 소중하기에 그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읽는다는 것은 커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림책에서 시작하여 재미없는 교과서, 활자가 꽉 찬 이론의 글까지. 지금은 어른의 모습이지만, 우리들은 자랐고 우리의 아이들도 자란다. 아이들의 자람 속에 어떤 것을 채워줄 까는 오롯이 부모의 책임이 아닐까? 어른들이 하는 행동들을 그대로 배울 수 밖에 없는 아이들,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남겨주고, 보여주어야 할까. 그래서 이 소설은 성장이야기인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회고의 이야기이다. 책이란 것은 지식과 감성을 주는 매체, 종이 위에 춤추는 활자의 멋진 공연을 들여다 보고, 나도 그 춤추는 이이기를 바라며 꿈을 꿀 수 있다.

 

우리의 삶, 그 속에 가족이 우리의 인생이다. 가족이야기는 그래서 더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책을 통한 아이와 아버지의 소통이다. 일과를 끝내고 차분히 앉아 딸과 아빠는 책을 읽기 전에 무엇을 하고 하루를 보냈는지 대화를 나눈다. 각자의 길에서 책을 읽으며 함께하는 길로 걸어가며 보물 같은 책을 찾아내기 위한 탐구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과 관심이 아닐까? 무언가 나만의 특별한 것, 아마 그것이 사랑이고 책 읽기.

 

추억과 미래가 함께 하는 글 읽기.

문득 아버지와 함께한 모습을 떠올려본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간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본 그 많은 책들. .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다니 그리고 그 속에서 내 것이 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니. 내가 고른 SF세계명작과 위인전집,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진 멋진 책들 쓱 한 권을 꺼내 펼치면 로봇과 미래가 펼쳐졌다. 지금 그 책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언제 사라졌는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함께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SF라면 사족을 못쓰는 청소년이 되었고, 지금까지 미래를 그리는 글들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모님과 같이 책을 읽은 기억은 없다. 내 자식에게도 이런 기회를 주지 못했으니. 그래서 더 부러웠는지 모르겠다.

 

9년간에 걸친 독서마라톤, 긴 기간 그들의 과거를 돌아보면 참 대단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회의적이다. 이렇게 정해놓고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물론 약속이란 것이 다 그렇지만,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변명을 낳을 뿐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언제가 멈춤이 온다는 것, 아버지와 딸의 약속은 언제까지 지켜질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어렸을 때 다가온 책들은 꿈과 희망을, 지식과 삶의 경험을 우리에게 준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

내가 해보지 못한 일들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물론 허구의 이야기가 담긴 것도 있지만, 책에는 늘 아주 훌륭한 지식과 정보가 있다. 어렸을 때의 감성은 어쩌면 우리의 평생을 좌우한다. 오츠마도 키우던 물고기(프랭클린)의 죽음으로 생선이나 해산물을 안 먹기로 하고 커서도 그렇게 했다니, 어렸을 때 경험은 중요한 것 같다.

 

삶이란 항상 행복하지도, 항상 불행하지도 않다. 이따금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으로 생활은 변하게 된다. 어쩌면 불행을 이기고, 감추는 것이 행복 아닌지. 집을 떠나는 엄마, 공부를 위해 떠난 언니 남겨진 나와 아빠, 우리 둘의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의 공통점은 무얼까. 책 읽기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아이가 바라보는 아버지는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진실의 범주 안에서 가장 그럴듯한 말을 고르느라 애쓰고 있었다. 아버지는 감정을 드러내는 걸 애정을 표현하는 것만큼 힘들어했다. 아버지의 과거. 아픈 기억들, “예전으로 돌아가서 열 살인 아빠한테 자전거를 선물할 방법은 없어요.” 알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달라고 하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도 비슷한 것 같다. 애정은 있으나 표현이 서툴고, 치열한 삶을 살았기에 어떤 바램조차 가져보지 못하고 생의 무게에 눌려 살았다. 하지만, 이것이 아버지 본연의 모습일까 

 

따로 또 같이.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같이 있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언젠가 서로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지만, 가족은 가족이기에 하나이다. 아픈 기억,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과 함께 한 시간들 우리는 모두 각자이지만, 하나다. 자식의 성장과 부모는 어떻게 변화할지, 우리에게 던져진 난관을 가볍게 이겨내야 한다. 자식을 대하는 것도 두려움이다. 미지의 경험들, 그러나 두려움을 정복하지 않는 한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는 것, 더 나은 부모가 되려면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자신의 희생 없이는 자식을 사랑하기란 쉽지가 않다. 

 

시대의 변화로 도서관은 제법 늘어났지만, 점점 경제적인 합리화만을 따지는 세상에서 책이나 책 읽기가 주는 가치는 점점 사라지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변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려던 당신의 노력이 한물간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보아야 할지도. 그래도 다행인 것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다 읽고서. 우리의 책 읽기를 위해서.

현대는 발전은 하지만, 점점 멀어지는 가족과 점점 책을 멀리하는 사회가 되어간다. 책은 공부하는 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회, 대학문을 나서면 책이 필요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 나름 먹고 살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일년에 읽는 책이 한 권이 안 되는 많은 사람들. 그것은 책 읽기에 대한 교육과 인식의 부족이다. 그래도 다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뉴스거리를 지식으로 착각하는 사람들,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은 지식을 머리에 넣지 않아도 금방 불러 써 먹을 수 있는 지니의 램프 같은 것이기에 애써 시간을 들여 정독하며 읽고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와 시간의 낭비라는 생각들이 지배하는 사회,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다.

 

가족과 책은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 우리는 점점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나 활동이 줄어들고 사라져간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앞장 서지 않는다. 자식들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손에는 책이 사라진 지 오래고,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같이 앉아서 책을 읽으며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매일 갖는다면 책 읽기는 행복이다. 그래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몸도 자라고 정신도 자라는 것. 책 읽기는 어린 묘목을 돌보아 멋진 나무로 자라게 해주는 것이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은 아이의 평생 잊혀지지 않는 추억과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스스로 읽게 가르쳐 주고 싶다. 그들이 커가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그때까지는 아이와 함께 동행하면서,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사랑으로 함께하고 싶다.

 



p*******t 2012.08.15. 신고 공감 6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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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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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끈이다. - 랠프 월도 에머슨   독서 마라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독서 마라톤이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했던 행사였는데 책 한 권의 페이지를 마라톤의 42,195km길이로 환산하는 것이다. 가령 책 한 권이 300p이면 300m가 되는 셈이다. 300p를 평균적으로 해서 독서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적어도 100권 이상은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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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끈이다.

- 랠프 월도 에머슨

 

독서 마라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독서 마라톤이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했던 행사였는데 책 한 권의 페이지를 마라톤의 42,195km길이로 환산하는 것이다. 가령 책 한 권이 300p이면 300m가 되는 셈이다. 300p를 평균적으로 해서 독서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적어도 100권 이상은 읽어야 한다. 그러나 독서 마라톤에서 입상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많이 읽어야 한다. 참가자는 42,195km를 경과해도 계속 달려야 한다. 그 순간 독서 마라톤의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겉만 보면 독서 마라톤은 장거리 경주인데 실제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단거리 경주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달릴 때 자신과의 고독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넘어서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을 만끽하지 못한다.

 

하지만『리딩 프라미스』에서 말하는 독서 마라톤은 품과 품 사이를 파고드는 아련한 체취라고 할 수 있다. 몇 권을 읽어야 하는 강박감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하루에 책을 10분 정도 읽으면 되는 것이다. 이 정도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간과하지만 100일 동안 혹은 1,000일 동안 날마다 읽어야 한다면 누구나 망설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방법론적인 책들은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독서 인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단순히 텔레비전이나 휴대폰을 탓하며 그것들이 고장 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럴 때 날마다 책을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

 

 

2.

최상의 친구는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선물해주는 사람이다

-링컨

 

통계에 따르면 성공적인 독서 생활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놀랍게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독서의 힘이 지식이 아닌 소통이라고 한다면 책을 읽어주는 것은 독서의 생동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독서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내보는 것만 흥미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독서야말로 독서 생활에 있어 최고의 교사다. 동시에 링컨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상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읽어주기 때문이다.

 

『리딩 프라미스』에서 초등학교 사서인 아버지와 그의 딸은 독서로 인해 인생이 바뀐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들은 3,218일간의 독서 마라톤을 함께 하면서 좋은 부모, 좋은 아이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부모라도 아이와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부모의 특권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따끔거렸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에게 반항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3.

학문을 하는 데 있어서 또 한 가지 대단히

중요한 것이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학문하는 즐거움』중에서

 

그런데 독서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리딩 프라미스’ 즉 ‘읽어주는 약속’을 해야 한다. 3,218일간 독서 마라톤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온갖 유혹을 견뎌야 한다. 한 번은 감기에 걸린 탓에 끙끙거려 제 목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최선을 책을 읽어주었다. 만약에 그의 딸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면 결국에는 아버지가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닌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이 독서 마라톤에서 최고로 슬픈 날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충분히 포기할 만한 상황에서 ‘좀 더 가까이’ 방식으로 장애물을 극복하며 잘해나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독서 마라톤을 하고 있다. 독서만 하면 공부를 잘 한다, 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독서도 공부가 되는 세상이다.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성적을 위해 책을 우려먹으며 써먹는 독서는 진짜 공부가 아니며 비효율적인 두뇌낭비에 불과하다. 이렇게 해서는 독서 마라톤을 도중에 그만두고 만다. 그러면 독서 마라톤의 진짜 출발점은 어딜까? 독서 마라톤은 출발 총소리와 함께 달릴 때부터 시작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의욕만으로 너무 달리다 보면 리딩 프라미스은 그만큼 뒤처지게 마련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리딩 프라미스가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4.

지금 이 삶에서 어떤 배움을 얻는가에 따라

우리는 우리의 다음 삶을 선택한다.

-『갈매기의 꿈』중에서

 

어쩌면 독서 마라톤은 남들 보기에 엉뚱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앨리스가 아홉 살 때부터 시작된 독서 마라톤이 그녀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9년간 3,218일간 이어졌다. 3,218일간은 42,195km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약속을 지켰다. 이것은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뭔가를 입증하겠다고 어떤 산을 오르는 남자와 같았다. 이를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큰 딸은 도전을 위해 목숨을 건 이기적이라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해야만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앨리스가 자신이 어린 나이에 손가락을 십자가 모양으로 걸고 산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할 거냐고 묻자, 그는 당연하다고 거듭 말했다.

 

정말로 그녀 말대로 인생의 우선순위가 삐딱한 것일까? 정말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는 딸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가끔 눈앞에 난관이 닥치고, 그 난관을 해결하지 않으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겠구나 싶을 때 나 자신에게 나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살다보면 가족보다 우선인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는 법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가족을 보살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더 나은 부모가 되려면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 하는 법인데, 그러자면 아주 위협적인 괴물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5.

홀로 꾸는 꿈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오노 요코

 

이 책을 읽고 부모 노릇을 생각해봤다. 약속을 지킨 아버지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감동적인만큼 그 이면에는 부모 노릇을 빼놓을 수 없다. 독서 마라톤을 했던 아버지는 부모 노릇이 아무 이유 없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거꾸로 말해서 이런저런 이유가 많다고 한다면 아마도 재미없을 것이다. 잔소리는 물론이고 화내는 것도 기본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에게 부모 노릇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덩달아 걱정도 늘어만 갔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만 앞서 말했듯이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아이와 함께 독서 마라톤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행히 책을 좋아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탓에 아이들도 책을 가까이 하고 있다. 책을 가까이 하면 앨리스 말대로 상상력은 넘쳐 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를 돌파하는 데 창의력도 풍부해질 것이다. 앨리스의 이름을 보더라도, ‘크리스틴 브로지나’이지만 그녀는 문학작품에서 ‘앨리스와 오즈마’를 선택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진짜 이름은 앨리스 오즈마가 되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어떤 이름을 찾아내는지 기대해보는 것도 부모만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p******0 2012.08.16. 신고 공감 4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