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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 푸드 러버의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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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에 관한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항상 뭔가 한 가지가 빠진 듯한 허전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그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뭐라 그럴까. 늘 애타게 찾던 그 무엇을 손에 넣은 듯 매우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800km나 되는 거리를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처음의 가볍고 힘찬 발걸음도 장거리를 걸음에 따라 조금씩 짓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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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에 관한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항상 뭔가 한 가지가 빠진 듯한 허전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그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뭐라 그럴까. 늘 애타게 찾던 그 무엇을 손에 넣은 듯 매우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800km나 되는 거리를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처음의 가볍고 힘찬 발걸음도 장거리를 걸음에 따라 조금씩 짓눌리는 피로의 무게에 차츰 지쳐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칫 카미노의 원래 의미를 망각하고 걷는 것에만 목적을 둘 수가 있다. 만약 아무 생각 없이 터벅터벅 걷기만 하는 여행이 되어 버린다면 조금은 아쉽지 않을까.

 

이 책은 순례길을 걸으면서 알아두면 좋은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어느 길도 어쩌면 그토록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지... 카미노 도중 책에서 읽었던 길을 만난다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다.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알고 나니 하루하루 걸어가는 그 여정이 더욱 특별한 의미로 내게 다가올 것 같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들도 카미노의 분위기를 너무나 잘 나타내 주고 있는데, 눈이 시원해지는 경치사진에서부터 순례자의 고독을 보여주는 듯한 사진까지 마치 지금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포도나무와 포도주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는데, 특히 라스 라마스 포도주는 어떤 맛일지 너무나 궁금하다. 지중해의 햇살을 머금은 적포도주의 붉은 빛깔이 나를 유혹하는 듯하다. 갈리시아의 맛조개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정도의 식욕이 일어난다. 통통하고 쫄깃한 조갯살에 포도주라니 이보다 더 환상적인 궁합이 있을까. 오직 갈리시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 행복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카미노라고 하면 걷는 것, 알베르게, 영혼의 치유 등 그런 이미지를 강하게 떠올리고는 했는데, 이제는 정말 중요한 또 한 가지의 목적이 생겨버렸다. 바로 음식의 행복.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가장 행복한 순간인 식사시간을 잊지 말라고 이 책은 나를 일깨워주었다. 무릇 여행은 즐거워야 하는 것인데 나는 왜 그 즐거움을 조금 더 찾아보려고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의아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다. 카미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을 더욱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이베리아 반도의 싱싱함을 먹고 자란 양고기 구이와 소금에 절인 햄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려 그 맛을 상상으로 음미해 본다.

 

자전거 순례자들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이야기도 나에게 뭔가 깨달음을 주었다. 어디를 가나 남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있는 모양이다. 그러한 내용을 읽고 나니 나 자신의 행동에도 더욱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평소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 자전거로 장기간 여행을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책의 이러한 내용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고, 혹시 지금까지 나의 행동에 그러한 실수는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목적을 가지고 순례를 하는 경우도, 자신을 시험하기 위하여 걷는 경우도, 새로움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경우도 산티아고는 여행자에게 안식을 줄 것이다. 마치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찾은 평화로움이랄까. 나는 그 편안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껴보았다. 때로는 한적한 길을 혼자 걷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의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그 감동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슴 설레는 이야기와 함께 한 이 시간이 카미노에 대한 열정을 더욱 뜨겁게 해주었다.

s*******r 2012.08.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