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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록사회와 데이터베이스로서의 일반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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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시대의 민주주의는 '정보사회의 민주주의'로 번역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정보기술이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오히려 아즈마 히로키는 이전의 민주주의와는 매우 다른 '새로운 민주주의'가 정보기술로 인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소통 없는 민주주의’라고 명명한다. 근대사회의 원리가 규율 훈련형 권력이라면 정보화사회의 원리는 환경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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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시대의 민주주의는 '정보사회의 민주주의'로 번역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정보기술이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오히려 아즈마 히로키는 이전의 민주주의와는 매우 다른 '새로운 민주주의'가 정보기술로 인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소통 없는 민주주의’라고 명명한다. 근대사회의 원리가 규율 훈련형 권력이라면 정보화사회의 원리는 환경 관리형 권력이다. 환경 관리형 권력이 확산될수록 개인의 자기 정체성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정보와 연동되고, 인간은 동물이나 물질로 취급된다. 정보화 사회는 익명성의 박탈이 사회구성의 원리로 자리매김한 사회, 불투명한 타자가 사라진 안락하고 편리한 환경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아즈마 히로키는 <일반의지 2.0>에서 장 자크 루소, 지그문트 프로이트, 리처드 로티의 담론을 빌어 21세기형 직접 민주주의를 구상한다. 루소가 꿈꾼 민주주의란 소통을 통해 다양성을 감소시킨 대의제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양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직접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아즈마는 루소가 말한 일반의지를 '데이터베이스'로 재해석한다. 루소의 일반의지 개념 자체를 일반의지 1.0으로 간주하고, 자신이 업그레이드한 총기록사회의 데이터베이스로서의 일반의지를 '일반의지 2.0'이라 부른다. 일반의지1.0이 추상적인 이념형이라면, 일반의지2.0은 구글이나 트위터에 기반한 정보환경에 새겨져 있기에 지각이 가능한 실체다. 따라서 초월자가 필요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은 적절한 접속 권한과 분석 알고리즘의 설정뿐이다. "일반의지2.0은 정보환경에 새겨진 행위와 욕망의 이력을 뜻한다."

 

루소의 일반의지는 토론을 통한 의식적인 합의가 아니라, 정념이 넘치는 집합적 무의식을 의미한다. 저자는 루소의 이상이 의식이 아닌 무의식이, 사람의 질서가 아닌 사물의 질서가 방향을 제시하는 사회였다고 해석한다. 현대사회는 거대 컴퓨터를 통한 감시사회가 아니라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네트워크에 자신의 행동과 사유의 기록을 자발적으로 자세히 남기는 '총기록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인터넷이 무의식을 가시화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정보기술은 집합적인 무의식을 가시화하는 기술이며, 이에 대한 분석을 통치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소는 야누스적인 사상가다. 극단적인 개인주의자의 면모와 극단적인 전체주의자의 면모를 동시에 읽어낼 수 있다. 루소의 일반의지론은 자칫하면 전체주의나 국족주의(nationalism)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나는 내셔널리즘을 '국가'와 '민족' 모두 지시할 수 있는 국족(國族)주의로 번역한다. 루소는 일반의지(일반화된 의지)와 전체의지(모두의 의지)를 구분한다. 일반의지는 결코 틀리는 경우가 없지만 전체의지는 때때로 틀리기도 한다. 저자는 여론을 전체의지로 본다. 전체의지는 특수의지의 총합, 즉 사적인 이해의 단순한 합계에 불과하다.

 

"일반의지는 수학적인 존재이다. 그것은 인간의 질서가 아닌 사물의 질서에 속한다. 그것은 수많은 자유로운 개인이 모여, 서로 감시하고 서로 폭력을 응수하는 불안정한 의사소통의 바깥에 존재한다. 따라서 그것은 민주주의라는 말에서 사람들이 떠올리는, '유권자가 꾸준한 논의를 통해 이루는 합의' 등과 같은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다."(82쪽)

 

만약 루소의 일반의지를 아즈마처럼 업그레이드한다면, 나는 콩트의 '실증사회'에 대한 해석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콩트는 인류의 역사적 진화를 크게 신학적 상태, 형이상학적 상태, 실증적 상태로 구분하는데, 콩트에게 실증 사회는 미래지향적인 이념형이었지 구체적인 실체 개념은 아니었다.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한 정보화 사회는 콩트의 눈으로 본다면 말그대로 '실증사회 2.0'이다. 아즈마의 어법을 빌려, '실증사회1.0'이 정부가 산업관리자와 과학적인 도덕적 지침을 통해 지배한다면, 실증사회2.0은 네트워크에 기반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집단 무의식에 근거하여 통치한다.


z***a 2013.06.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