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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서는 이게 왜 과학도서란에 꽂혀 있었을까 생각될 정도로 내가 생각해 왔던 '과학', '과학실험'과는 거리가 먼 듯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내가 얼마나 좁은 과학 안에 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학창시절 실험을 할 때 예측된 결과와 다른 실험값이 나오면 무시해버리기 일쑤였던 내가 떠올랐다. "진리란 변하는 것이다"는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도, 무시해버린 '예외'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진리를 밝히려고 하지도 않았다.
신기한 일에 접하면 "어, 신기하네, 저런 일도 다 있네."하며 무의식중에 그 일을 우연으로 치부해 버렸고…. 나에게서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런 풍조를 조목조목 이끌어내 비판하며 새로운 의식을 심어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직접 해 볼만한 실험들에 대해 유의사항을 일러주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책의 여러 부분에 걸쳐 저자는 환원주의 과학계를 잔뜩 비판했는데, 환원주의가 어떤 물체나 현상의 세부적인 면부터 자세히 살피고 연구하여 과학계나 우리 생활에 기여한 바가 큰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그런 연구도 누군가에 의해서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은 저자 역시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다만 저자는 편협한 사고 방식을 버리고 좀더 넓게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것만이 옳다고 다른 것을 배척하지 말고, 자기의 생각과는 다른 것도 수용하여 토론하고 연구하는 과학풍토가 조성되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그런 과학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사람들이 과학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 자체가 세상을 바꿀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오늘날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실험이 과학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호기심 천국'과 같은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물론 아직도 초심리학적, 영적인 것에는 접근이 꺼려지고 있지만….
저자의 바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책에 제시된 실험들을 따라 해 보고는 싶지만 좀 벅차지 않을까 싶다. 내게는 기르는 개도 없고, 모이만 보고 달려드는 비둘기와 친해지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환상지를 가진 이는 알지도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과학으로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것들에게 새로운 호기심을 갖게 하고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한 것만도 큰 성과가 아닐까? 교과서와 과학 전문 서적, 어려운 과학 개념들뿐만 아니라 '초심리학, 비과학'적인 것들도 어떻게 다가서느냐에 따라 과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한쪽에만 고정되어 있던 나의 과학의 눈을 다른 곳으로도 향하게 해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엄마가 기르시던 난초에서 어린 가지를 떼어내 나의 화분으로 옮겨 심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 난초에 내 이름자를 따서 '난숙'이라 이름까지 지어주고 정성껏 돌봐 주었었다. 매일매일 쳐다보며 햇빛에 내어놓고 물도 주고 했더니 며칠새 부쩍 큰 것 같아 대견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경험에 시들해지면서 눈길을 별로 주지 않았더니 난숙이는 기운이 없어 보였다. 물 주는 것이나, 햇빛에 내어놓는 것이나 예전과 같이 했는데도 말이다. 혹시 난숙이도 내 눈빛의 영향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올 봄, 따뜻해지면 '제 2의 난숙이'로 실험을 해 봐? 혹시 아는가, 난숙이와 내가 세상을 확 바꿔 놓을지!!! [인상깊은구절] 여기서 제안된 실험들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몇몇 실험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제안된 연구들이 그토록 무시되어 왔던 것은 바로 제도권 과학에서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또 그 때문에 이 연구들에서 그토록 놀라운 발견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신선한 발견이 가능하도록 북돋워주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된 새로운 과학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혹 10년이나 20년 후가 되면 또다른 새로운 권위가 확립되고, 배타적인 전문가주의가 다시 생겨나고 관료주의가 득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새로운 전망에 가슴이 설렌다. 이 실험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우선 이 실험들은 실제와 이론 모두에서 과학에 새로운 전망을 열어줄 것이다. |
| 몇 해전 상영된 영화 세븐(Seven)은 그 내용적인 면에서나 영화적 형식이 매우 훌륭했던 기억이 있다. 칠(7)이라는 숫자가 주는 묘한 행운의 느낌도 그 영화적 성공에 기여한 바가 컸으리라... 이 책 "세상을 바꿀 7가지 실험들" 역시 그 제목에 칠(7)자가 들어가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전체적으로 무척이나 재미있고 훌륭한 저작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흔적이 여기저기에 묻어 있다. 물론 그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최근 인구에 회자되는 신과학(New Age Science)은 사실 커다랗게 세 분야로 구분 지워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존의 과학 페러다임을 부정하지 않고 따라가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분야와, 둘째, 과학기술계의 여성의 위치와 역할 등에 대해 다시 자리 매김 하자는 페미니즘 과학 분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에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되어왔던 기(氣) 혹은 영(靈) 등에 관한 초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 루퍼트 쉘드레이크는 이중에서 마지막 세 번째 분야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신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주장하는 일곱 가지의 실험을 예를 들어보면 집을 찾아오는 비둘기는 어떻게 그럴 수 있으며 주인을 알아보는 애완동물은 과연 집주인과 정신적 교감을 할 수 있을까? 등의 조금은 황당한 내용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우리가 집에서 쉽게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다. 그가 바라는 것도 그러한 실험의 증명인 것이다. 또 그는 개미들의 군집생활을 지배하는 거대한 유기체적 힘이 존재할 것이라 예측한다. 이런 생각은 고대부터 내려오던 생각과 일치되는 면이 매우 많다. 그의 견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는 본질은 뇌(腦)속에 있지 아니하고 사물 그 자체에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결국 그는 우리의 인체가 하나의 유기체적인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각각 부분이 전체를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의 전형적인 기계론적 사고의 틀을 깨보자는 것이다. 그는 또 궁극적으로 현재 과학이라 불려지는 모든 것을 부정하기 위한 질문을 퍼붓기도 한다. 그 질문은 다름 아닌 '우리가 법칙이라고 믿어왔던 (예를 들어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 등) 모든 것이 시간에 따라서 변하는 일종의 평균값의 계산식일 것이다' 라고까지 그의 생각을 확장해 나간다. 실제로 법칙에서 사용되는 상수들의 변화추이를 그려 넣은 자료까지 제시하기도 한다. 예전에 플라톤이 그렸던 세상에 깃든 아름다운 법칙의 환상을 깨려고 부단히도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요약하면 그는 궤변가이고 혁명가이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매우 차갑고 꼼꼼해서 쉽게 논박할 수 없다. 만일 이 책에 언급된 일곱 가지의 실험을 마치고 나면 (나 혹은) 당신에게 다가올 진리는 무엇일까?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세븐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음울함이었다면 이 책의 분위기는 불안함이다. 만약 그의 주장대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결정론적 과학이 자리할 부분이 없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학문의 상아탑은 모래위에 쌓은 누각일 뿐이다. 그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가슴 한켠에 살며시 자리잡는다. 사족: 사실 쉘드레이크의 저작은 이 책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초기의 저작들의 번역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적 최근의 저작이 번역되어 국내독자들에게 소개된 것이 어쩌면 그의 과학관 및 철학관 나아가서 신과학 전반에 관한 이해를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하는게 낫다는게 내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