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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교수 4명이 사법 개혁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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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0.917』의 부제는 '빙산을 부수다, 사법개혁'이다. 맞다. 이 책은 사법 개혁을 주제로 한다. 나는 이쪽 이해 당사자가 아니지만, 근처에 이쪽에 종사하는 친구가 몇 있다. 그들 중 한 명과 이야기하다 추천받은 책이다. 난해한 법률 용어가 아니라, 일반 독자도 능히 읽을 만한 내용이라고 했다. 덧붙여서 한쪽만이 아니라 사법 체계를 구축하는 여러 플레이어들, 즉 판사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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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0.917』의 부제는 '빙산을 부수다, 사법개혁'이다. 맞다. 이 책은 사법 개혁을 주제로 한다. 나는 이쪽 이해 당사자가 아니지만, 근처에 이쪽에 종사하는 친구가 몇 있다. 그들 중 한 명과 이야기하다 추천받은 책이다. 난해한 법률 용어가 아니라, 일반 독자도 능히 읽을 만한 내용이라고 했다. 덧붙여서 한쪽만이 아니라 사법 체계를 구축하는 여러 플레이어들, 즉 판사 검사 경찰을 두루 다뤘다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하더라. 다 읽고 나서 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정작 그 친구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하네. 허허.


여하튼.


저자는 총 4명으로, 다들 교수다. 교수가 쓴 책이라 딱딱할 것 같지만, 아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처럼 ~카더라 류의 내용도 꽤 많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음모론적 성격을 띄고 있진 않다. 현 사법 체계를 향한 쓴소리가 책 내내 가득하지만 결코 소문에만 의지한 분석은 없다. 오히려 저자들의 인적 자본 덕분에 이론만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도 충실히 담았다. 다만, 저자들이 모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만큼, 마지막 장에 기술된 경찰 부분은 분량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다소 조금은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이 책이 나온 게 2012년 7월이고 지금은 4년 지난 2016년이니, 책에서 지적한 내용 중 시의성이 지난 부분이 일부 있을 순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저자들이 지적한 사법 개혁의 필요성은 지금도 여전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정서와 유리된 판결, 전관 예우, 그들만의 리그 등등. 경제민주화를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탈 헬조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 쪽에서도 꽤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덧. 사실 이 책을 사고 읽은 배경 중 하나는 내 취향과 관련 있다. 형사물을 읽으며 실제 법 집행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가 궁금했는데, 검찰이 처리하는 업무 대부분이 '고소'이고 이놈의 고소 때문에 대한민국 검찰 모두가 야근한다는 부분을 읽었을 때 요코야마 히데오의 『64』가 떠올랐다. 그렇지... 현실은 영화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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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서초동을 멀리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서류 접수하기 쉬워서? 법원이 가까워서? 손님들이 이리로 오니까?

교통,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그건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 것이다.

변호사들이 서초동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사람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그가 아는 사람들,

그들이 사법제도를 빙산처럼 짓누르고 있다. (43쪽)


대한민국 법조계는 인사 방식이 특이하다. 인사할 떄 이상한 어법을 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연수원 20기 김아무개 변호사입니다." 이런다. 이게 대한민국 법조계다. (67쪽)


우리는 중세나 근대의 재판과는 차원이 다른 과학성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비웃어 마지않는 신판이나 고문재판에서도 충분한 사실인정 과정을 거쳤다. 다만, 그때는 공판 이전에 사실인정을 한 거니까, 앞으로는 공판에서 사실인정을 하자는 게 공판중심주의다. (87쪽)


삼성 이건희 회장 1128억 원 조세 포탈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SK 최태원 회장 1조 5000억 원 분식회계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두산 박용성 회장 289억 원 횡령에 분식회계 2000여억 원인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1000여억 원 횡령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중략) 집행유예가 뭔가? 어차피 풀어주는 거다. (133쪽)


법원에 대해서도 같은 걸 요구하고 있다. 재량권의 축소와 기준의 강화, 결국 그거다. (중략)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가야 한다는 걸 국민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38쪽)


검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 아니다. 똑똑한 건 맞지만 아주 똑똑하지는 않다. 최고 지도층도 아니다. 누구를 앞에 놓고 훈계할 정도로 우리는 검사를 존경하지 않는다. 어느새 세상은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수원에서 1등은 로펌 가고, 2등은 판사 가고, 3등이 검사 간다. 게다가 불법적인 돈을 받기도 한다는 것을 코흘리개까지 다 알아버렸다. 이것만 해도 검사에게 치명적이다. 그런데 이제는 경찰한테도 영이 잘 안 선다. 전체 검사는 1900여 명밖에 안 되지만, 경찰은 13만 명이나 된다. (149쪽)


북한 핵을 머리 위에 두고 산 지도 어언 십수 년이다. 다리가 무너지는 것도 봤고, 백화점 무너지는 것도 봤고, 가진 돈이 반값 되는 위기, 쫓겨나는 위기, 강바닥을 파헤치는 사태, 이만큼 봤으면 국민 눈높이에서는 무슨 사건 하나가 솔직히 세상을 바꿀 것 같지가 않다. 그건 검사들 생각일 뿐이다. 청사 앞에 방송국 카메라 몇 십 대 들어서면 대검찰청이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 같은가.(중략) 요즘 같은 세상에 검사가 쥐고 있는 것도 역시 세상의 일부이고 허상일 뿐이다. 검사가 구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검사는 그저 법대로 가면 된다. 법대로 처리하지 않아서 문제다. (166쪽)


국민들이 정치검찰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검찰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것, 좋다고 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정치인들이 정치검찰이라고 비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정치인들은 아마 알 것이다. 정치검찰을 없애는 길? 정치인들이 잘 안다. 또 쉽다. 검찰을 정치에서 떼놓으면 된다. (173쪽)


위를 차지하는 것은 오랜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후라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중요한 자리가 다 그렇다. 때가 있고, 적임자가 있다. (189쪽)


검사의 전문성이라는 게 시대를 앞서갈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좌중의 기대를 뛰어넘을 수준은 아니다. 특별한 지혜가 묻어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의 경륜이 배어 있는 것도 아니다. 다 그저 그런 소리다. 하는 일이 범죄자와 씨름하는 일인데, 말만 거창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3쪽)


수사 경과는 경찰청 내에서 좋은 보직이 아니다. 역대 경찰청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수사 전문가가 거의 없다. (273쪽)


국민들은 경찰을 찾기는 하지만 마음속에는 경찰을 순사라고 생각한다. 순사란 뭔가. 일제강점기 일본군 앞잡이 노릇을 하던 경찰이다. 독립군 잡아들이고, 민초들 괴롭히던 경찰이다. 그것과 지금 경찰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아무 상관없다. 해방 직후라면 모르겠다. 자유당 정권이나 군사독재 시절이라면 모르겠다. 문민정부 들어선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지금은 구성 자체가 다르다. 좋은 대학 나와서 몇 년간 고시공부해서 어렵게 들어온 사람들이다. 순경이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해보면 안다. 그런데도 순사 취급한다. 명예훼손도 이런 명예훼손이 없고,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다. (287쪽)


경찰청장이 이 일 저 일 다 관여하듯이 경찰관들도 같이 움직여야 하는 현실이다. 어제는 수사하고, 오늘은 경비하고, 내일은 범죄 예방에 나서야 하는 것일까. 너무 분주한 것은 아닐까. (293쪽)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6.07.11.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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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0.917 :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에 대한 시스템적 비판
"서초동 0.917 :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에 대한 시스템적 비판" 내용보기
그간 사법개혁 관련 서적이 우후죽순처럼 출간되었다.특히, 법원의 판결이 문제되는 시점에는 법원 비판 서적이,검찰의 수사가 문제되는 시점에는 검찰 비판 서적이, 시류를 타고 등장하는 것을 보아왔다.적어도 이 책, 서초동 0.917은사법개혁의 초점을 어느 한 기관의 겉으로 보이는 잘못 보다는,우리 형사사법의 현실을움직이는 세가지 축, 법원, 검찰, 경찰의 시스템적 관점에서고찰
"서초동 0.917 :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에 대한 시스템적 비판" 내용보기

그간 사법개혁 관련 서적이 우후죽순처럼 출간되었다.

특히, 

법원의 판결이 문제되는 시점에는 법원 비판 서적이,

검찰의 수사가 문제되는 시점에는 검찰 비판 서적이, 

시류를 타고 등장하는 것을 보아왔다.


적어도 이 책, 서초동 0.917은

사법개혁의 초점을 어느 한 기관의 겉으로 보이는 잘못 보다는,

우리 형사사법의 현실을

움직이는 세가지 축, 법원, 검찰, 경찰의 시스템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어찌 보면 그러한 접근방식은 너무나 당연함에도

그간의 비판 서적들은

사법 현장에서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그렇지 않으면 사법의 축 중 어느 한 곳에서의 경험만 가진 분들에 의해 

출간되었다는 한계가 없지 않았다.


이 책은 아마도 각각의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네 분의 교수가

각자의 파트를 나누어 쓰신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심도깊고, 

그러면서도 지식을 체화한 '유머'가 돋보인다.


아니, 오히려 이런 얘기는 어디서 들었지? 할 정도의 뒷얘기와 법원, 검찰, 경찰의

숨은 애환을 엿볼 수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얻을 것이 있다.

사법시스템을 비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y******y 2012.07.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