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립 볼이 10개의 ‘화학’ 실험을 고른 기준은 거의 한 가지라 할 수 있다. 그건 그 실험의 유용함이라든가, 화학자의 위대함이라든가 하는 게 아니다. ‘아름다움’! 바로 그것이다! 아름다운 실험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아름다운 실험의 품성으로 꼽은 것은 ‘창의, 기품, 끈기, 상상, 재간 같은’ 것들이다. 그것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일단 눈을 감고, 단지 과학을 위하여, 즉 ‘앎’을 위하여 시도하고 성공한 실험에 대해서 저자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그 개념은, 그리고 그렇게 뽑은 실험은 어렵다. 아마도 저자는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애를 썼겠지만, 그래도 화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세부 내용은 어렵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왜 이 시험들이 아름다운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가 있다. 마치 아름다움은 화학을 벗어나더라도 모든 분야에 일치된 어떤 느낌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이미 익숙한 것을 꼽으라면, 마리 퀴리의 ‘라듐 발견 실험과 인내의 아름다움’,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알파입자와 우아함의 아름다움’, 헤럴드 유리와 스탠리 밀러의 ‘생물출현 이전 화학과 상상력의 아름다움’ 정도이다. 루이 파스퇴르는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건 미생물학자, 면학자로서의 파스퇴르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얼마나 화학을 잘 모르고 있었는지가 드러나는데, 책을 읽는 것이 익숙한 것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욱 중요하게는 새로운 것을 새로 알아가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현대 삶은 숱한 과학적 성공의 꼭대기에 실려 있다. 그 가운데 화학은 가장 먼저 발달한 과학이다. 화학에서 물리학의 성공이 나왔고, 화학과 물리학의 성공을 바탕으로 현대 생물학(기술에 기초한 생물학이 아니라)이 나왔다. 그런 면에서 균형 있게 과학을 이해한다면 면에서 나는 거의 ‘빵점’이지만 이런 책으로 말미암아 조금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아름다운 생물학 실험이란 어떤 것일까? (2012.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