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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저/ 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2012년 7월 16일
샋 어린 시절의 비밀스럽고 미스터리한 기억의 단편들
1. 들어가며
누구에게나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비밀일 수도 있다.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 나만의 소중한 추억일 수도 있고, 절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일 수도 있다. 아마도 에쿠니 가오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비밀과도 같은 기억들을 이 책 『수박 향기』를 통해 소환하고 싶었을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수박 향기』에서는 열 한명의 소녀들의 특별하고 그들만의 비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에쿠니 가오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그녀들만의 특별하면서도 풋풋하고 때론 미스터리한 그들의 추억 이야기들을 통해 당신 또한 당신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당신만의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 추억 속으로
에쿠니 가오리가 그리는 미스터리한 기억의 조각들
이 책 「수박 향기」에는 열한 개의 에피소드들이 들어 있다. 열한 명의 소녀들이 등장하고 그소녀들은 자신들이 기억하고 회상하는 차갑고, 미스터리하고 애처로운 비밀 이야기들을 은밀히 우리에게 들려준다. 때론 그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기도 하다. 마치 '너에게만 말해주는 거야,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은 거야.' 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만 같다. 열한 편의 에피소드들이 기묘하고 독특한 이야기라 읽는 내내 다양한 맛의 사탕을 골라먹는 느낌이기도 했다.
1. <수박 향기>
수박을 먹을 때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고 말하며 시작한다. 아홉 살 여름, 시골에 있는 숙모 집에서 방학을 보내게 된 한 소녀, 그 시절에 만났던 수박에 얽힌 추억 이야기이다. 갑자기 숙모 집에서 지내게 된 소녀는 외로움과 쓸쓸함에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가장 서글픈 것은 저녁때였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몸속에서 꾸물꾸물 기어올라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작은 몸집조차 길들지 않은 고양이마냥 어쩌지 못했다. 체념한 심정으로 이불 속에서 울 때가 오히려 더 편했다. -p.21 「수박 향기」 중에서
그러다 소녀는 외로움에 못 이겨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집을 나온 소녀는 어느 집 앞을 서성이게 된다. 그리고 그 집에서 샴 쌍둥이를 만나게 되고, 즐겁고 신나게 수박을 나누어 먹게 된다. 수박과 함께 수박에 붙어있던 시큼한 맛이 나는 개미들과 함께 말이다. 비록 허름하고 누추했지만, 그 친절함에 춥고 외로웠던 소녀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그 밤, 우리는 세 평짜리 방에 이부자리 두 채를 깔고 넷이서 잤다. 가족 같았다. 겁이 날 정도로 조용하고 후덥지근했지만, 신기하게도 푹 잤다. -p.21 「수박 향기」 중에서
비록 그들이 하룻밤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려서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지만, 그 때 느낀 따뜻함은 소녀의 기억 속에 계속 살아있을 것이다.
"어제는 어떤 여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자 경찰 아저씨는 노숙자였겠지,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비어 있는 집이라면서.
그날 밤의 일은 숙모에게도, 우리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p.22 「수박 향기」 중에서
3. <물의 고리>
갑자기 머리 위에서 요란한 울음소리가 내려왔다. 주거주거주거주거주거주거주거주거, 요란할 뿐 아니라 분명한 의지가 담긴, 고약하고 도전적인 소리. -p.41 「물의 고리」 중에서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한 소녀가 걸어간다. 그리고 그 소녀를 뒤에서 따라다니는 한 남자 야마다 타로가 있다. 이야기 속에서 이 남자의 정체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존재이다. 그렇게 그림자처럼 그 소녀를 따라다니고, 이 남자는 아무도 모르는 그 소녀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것은 그 소녀의 유일한 악취미인 비오는 날 재미 삼아 달팽이를 밟아 죽이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담을 따라 걸으면서 손가락으로 하나씩 떼어내(담에서 떼어낼 때 느껴지는 아주 희미하지만 악착같은 저항감)땅에 내던지고는 밟고 지나갔다. 장화 밑바닥에 아작 뭉개지는 가볍고 상쾌한 감촉이 전해져 걸음걸음마다 즐거웠다. 아작, 하는 찰나의 그 허망함. 학교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그 살육에 열중했다. -p.45 「물의 고리」 중에서
그런 그 소녀의 악행을 막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소녀의 손에 무엇인가를 건네준다. 그것은 턱없이 큰 죽은 매미였다. 그것을 받아든 소녀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소리도 내지 못했고, 손이 굳어 그것을 버리지도 못했다. 벙어리인 줄 알았던 그가 외친 말 "주거주거주거주거" 그 말을 들은 소녀는 공포에 휩싸인다. 마치 계속 그러면 '너도 달팽이들에게 죽는다' 라는 의미처럼 들린다. 엄청난 공포와 죄책감을 느낀 소녀는 그 후로 달팽이를 죽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는 참 공포스럽고 두렵기도 했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이제 그녀는 그가 그저 그 울음 소리를 흉내낸 것임을 이제야 안다.
그때 야마다 타로가 준 매미가 말매미였고, 그는 그저 그 울음소리를 흉내 낸 것이리라. 아마 그분이었을 것이다.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슬며시 웃으며 언니에게 말했다. 바람이 살랑살랑 베란다를 질러가고, 매미들은 지금도 요란스레 울고 있다. -p.50 「물의 고리」 중에서
5. <남동생>
어렸을 때 기억 중에는 죽음과 관련된 기억도 있다. 한 소녀가 여름에 죽은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궁금해한다. 왜 장례식은 여름에만 치르게 되는 것일까. 소녀의 엄마도 삼촌도 할머니도 모두 여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네에 장례식이 있을 때도 늘 여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소녀는 죽음이라는 것, 장례식은 슬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장례식이 슬픈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p.68 「남동생」 중에서
어렸을 때 함께 놀았던 소녀의 남동생도 여름이 죽었다. 남동생은 그렇게 파란 하늘 속 연기가 되어 날아가버렸다. 그런 동생의 죽음에 대해 소녀는 울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도 여름에 죽을꺼라 생각한다.
눈을 감으니 한낮의 파란 하늘이 떠올랐다. 동생의 연기, 그런 연기라면 하느님 곁에 곧바로 올라갔을 것이다. 얼마나 요령이 좋은지 모르겠다. 이렇게 화창한 날에, 그렇게 기분 좋게 훨훨 날아 올라가다니. 나빴다. 머쓱해하며 웃는 동생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p.79 「남동생」 중에서
6. <호랑나비>
누구나 어렸을 때 집을 떠나 어디 먼 데로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낯선 여자가 나랑 함께 떠날래 라고 묻는다면 어떨까. 두렵기도 하면서도 설레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심리와 감정의 변화를 <호랑나비>에서 잘 다루었다. 신칸센 안에서 만난 낯선 여자, 그녀는 소녀에게 호랑나비 스티커를 볼에 붙여주면서 함께 떠나자고 한다.
"도망칠 건데." 차분한 목소리로 여자가 말했다. "같이 갈래?" 여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p.91 「호랑나비」 중에서
여기에서 소녀의 고민은 시작된다. 과연 그 여자를 따라서 도망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렇게 고민하던 중 도망치자는 결정을 내려 그녀를 따라 가려고 하지만, 결국 소녀는 가지 못한다.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가슴이 짓이겨지는 듯했다. 절망과 한심함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에. 문이 닫혔다. 신칸센은 소리 없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자리에 남겨졌다. 멍하니, 볼에 조그만 나비를 붙인 채로. -p.96-97 「호랑나비」 중에서
11. <그림자>
초등학교 때 친구였던 친구 M, 초등학교 졸업 후 가끔 만나는 사이인데도 어느 날 M에게 불쑥 전화가 걸려온다. "잘 지내니?" 그렇게 뜬금없이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 친구이다. 전화는 몇 번 연속으로 걸려 올 때도 있고, 몇 년이나 뚝 끊길 때도 있다.
"우리 오랜만에 만날까?" 그래서 만나기도 하고,
"그럼, 다음에 또 통화하자." 그러고는 끊기도 한다.
그렇게 친구 M은 아홉 살 때 처음 만난 후로 그동안 그림자같이 묵묵히 곁에 있어주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도 '잘 지냈냐'라며 안부를 나눌 수 있고, 다음에 또 보자 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친구가 그리운 요즘이다.
"다음에 또 보자. 내가 전화할게." 일어선 M은 나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또 보자. 들어줘서 고마워." 우리는 카페를 나와 전혀 모르는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각자의 장소로 돌아갔다. -p.181 「그림자」 중에서
3. 나가며
에쿠니의 작품은, 언제나 에쿠니의 비밀로 가득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와카미 히로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추억, 누구나 마음 속에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기억들의 단편들을 꺼내서 추억에 잠길 수 있을 시간이었다. <그림자>를 읽으며, 서로 바쁜 일상에 쫓겨 연락이 끊겨진 친구를 생각했다. <호랑나비>를 읽으며 사춘기적 감상에 젖어서 가출을 꿈꾸던 십대의 나를 만날 수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기억들이 나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었다. 정말 에쿠니 가오리의 비밀을 읽고 난 후 나도 '나의 비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비밀, 순진하고 어렸던 나의 어린 시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비밀을 조심스럽게 꺼내 본다.
기억은 회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 할 수 있다. -역자 김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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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는 청아하고 감성적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 3대 여류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 Rosso』로 유명해진 작가다. 『수박 향기』라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이 작품은 여름에 볼 수 있는 풍경들이 펼쳐지는 시원한 단편모음집이다. 열한 살 어린 소녀가 품은 사소한 일상 속에 유난히 선명하게 떠오르는 열한 편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여름날의 기억들이다. 미스터리는 될지 모르겠으나, 한여름 열대야를 식혀줄 스릴러로써는 다소 미흡한 단편들이다. 아름다움 속에 가시가 돋아있고, 순수함 속에 잔인함이 느껴지는 에쿠니 가오리만의 몽환적이고도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력이 돋보이는 과거 속 여행이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다.
샴 쌍둥이와 함께 나눴던 시큼한 개미와 수박의 추억 「수박 향기」, 스물여섯 살 하숙생 후키코 씨와의 인연을 그린 「후키코 씨」, 빗속의 달팽이 살육 현장을 야마다 타로에게 들키고 말매미 흉내에 공포를 느낀 「물의 고리」, 잠시 살았던 바닷가 마을의 빵 공장 아줌마와의 기이한 일상 「바닷가 마을」, 무더운 여름날에 남동생 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의 장례식까지 치렀던 「남동생」, 신칸센 안에서 만난 호랑나비 스티커를 지닌 낯선 여자와 도망을 꿈꿨던 「호랑나비」, 모든 것이 싫었던 주인공에게 친근한 장소 소각로와 온화한 대학생 오빠와의 추억 「소각로」, 이혼한 엄마와 신이치 삼촌과의 기묘한 관계 「재미빵」, 따돌림을 당하던 주인공이 바닷가 여행지에서 만난 소녀에게 거짓으로 꾸며낸 환상같은 이야기 「장미 아치」, 어린 나이에도 어른처럼 동생들을 돌보던 친구 하루카와의 추억 「하루카」, 9살 때부터 알던 미스터리한 친구 M 「그림자」.
비에 갇힌 느낌을 좋아해서 빗발이 거세면 거셀수록 신이 났다. 발치에 생기는 무수한 물의 고리, 우산을 때리는 빗방울의 감촉, 그리고 바깥 세계와 나를 완전히 가르는 듯한 경쾌하고 요란한 물소리. -P44
여름에 장례식이 있으면 정말 싫더라. 엄마가 벤젠으로 상복을 닦는다. 나와 동생은 방구석에 무릎을 껴안고 앉아, 엄마의 몸짓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휘발성 냄새, 달콤한 두통. 어두컴컴한 네 평짜리 방으로 바람이 질러간다. 나 역시 언젠가 여름에 죽으리라. -P80
어린 감정 속에 이성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 이젠 명료한 기억의 회상 속에서 건져낸 미스터리를, 뇌리에 각인된 집합체의 비밀을, 현재 가진 지혜와 경험으로 풀어낼 차례다. 추억한다는 것은, 내면의 깊이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미처 깨닫지 못한 이성이, 아련한 상실감을 주기보다는 지혜를 축적하는 양분으로 자리하게 한다. 지금은, 그때의 공포와 어둠 속에서 벗어나 견고한 단련으로 무장되어 있을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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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진득한 여름 날씨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여름엔 납량특집이라는 이름으로 등골이 오싹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내가 지금도 기억하게 무서운 이야기는 외갓집에 갔을 때 외할머니께서 해주신 얘기다. 당시 외할머니 집 앞에는 깊고 깊은 우물이 있었고, 그 우물에 얽힌 이야기가 많았다. 안개가 유독 짙은 날에 그 앞에는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애절한 곡소리를 내며 빨래를 한다는 소문이 있었고, 밤 12시에 그 우물의 물을 퍼 올리면 머리를 풀어헤친 처녀 귀신이 따라 올라 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낮에는 시원하게 우물물을 마셨지만 해가지고 나서는 우물 앞도 지나지 않았었다.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의 무서운 이야기들이 있고, 어린 시절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오싹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수박 향기’라는 예쁜 제목의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만났다. 수박 향기만큼 달콤하고 달달한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를 했지만 11개의 단편은 조금은 오싹하거나 서늘한 느낌의 이야기들이었다.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짧은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나만 아는 비밀 같은 수수께끼가 존재 한다. 나는 경험했지만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나만 아는 비밀. 무엇보다 가장 오싹한 이야기는 바로 ‘수박 향기’다. 엄마가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 하는 동안 숙모 집으로 온 나는 점점 부모님이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홉 살. 숙모의 집 서랍장에서 돈을 가지고 도망을 친다. 그러다가 만나 조그만 집. 그곳에는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아줌마와 몸이 붙어 있는 쌍둥이 남자 아이가 있다. 조금은 무섭고 또 조금은 기묘한 그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났는데 경찰 아저씨와 숙모 부부가 나를 찾아 왔다. 이 집은 오래전부터 비어 있는 집이라면서...
이렇게 짧지만 강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경험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기묘한 체험. 어쩜 그 기묘한 체험은 수박 향기처럼 강하진 않지만 은근히 끈적거리는 불쾌함을 선물하는 것은 아닐까? 과일의 즙들은 대부분 그렇다. 먹고 있을 때는 그 즙 때문에 달달하고 맛있지만 그것이 손가락이나 피부에 닿게 되면 기분 나쁘다. 그래서 서둘러 손을 씻어야 한다. 이렇듯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하나쯤 갖게 되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에는 무서운 경험도 있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악함도 존재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주머니나, 지갑에서 1,000원짜리 지폐를 슬쩍하거나, 친구의 비밀을 떠벌리고 다니거나, 뭔가를 망가뜨려 놓고 아닌 척 다른 얼굴을 했었을 수도 있다.
에쿠니 가오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짧지만 강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하나쯤 갖게 되는 말 못할 비밀들. 유난히 잘 잊어버리는 사람도 나의 잘못이나, 나를 향해 쏟아졌던 유난한 칭찬은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어떤 기묘한 여름날의 기억들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유난히 나를 보면 양녀로 들이고 싶었던 아들만 다섯인 아줌마. 그 아줌마를 보면 늘 피해 다녔던 기억이 나고, 여동생을 밀어서 다치게 했던 기억들 정도? 이젠 여름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여름 과일들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그때 여름을 기억하나요? 라고 물었을 때 기묘하지 않은 즐거운 기억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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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는 방법, 알려줄까? 어느 여름 날, 한가하게 거실에 누워 하얀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저에게 친구가 불쑥 이상한 소리를 꺼냈습니다. 평소에 이렇게 이상하고 잔인한 소리를 스스럼없이 하던 친구라 갑작스런 친구의 그 말에 처음에는 대꾸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 했던 제 표정을 읽은 겐지, 친구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지더니 다시 한번 같은 소리를 되풀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의 입을 통해 나올 다음 이야기를 조심스레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일이 생길지 모르니 방법 정도는 알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홉 살이었던 저는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크게 울어대고 있던 말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이어들릴 친구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박 향기』는 일정한 간격으로 이루어진 열한 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제목만 언뜻 봐선 달달한 여름날의 추억을 담고 있을 법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수박 향기』는 꽤 잔인한 짓을 하고서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스터리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 단편마다 여름이라는 배경과 여름과 관련된 소재들이 등장하고, 또 어린 소녀의 시점에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편들을 하나의 제목으로 묶어 두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단 생각을 합니다. 한결같이 꾸준한 느낌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내년 여름에 『수박 향기』가 생각나서 또 꺼내어 읽어본다 하더라도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강도로 미리 기대하고 예상하고 있던 이상야릇한 느낌이 제게 똑같이 다가올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불쑥 나타나서 천천히 제 쪽으로 오다가 돌연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깔끔한 꿈같은 느낌으로 말입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꽤 흥분할만한 극적인 이야기를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일정한 간격으로 뱉어내고 있습니다. 약간의 어두운 색을 보태어 놓고서 말입니다. 어쩌면 그녀는 크게 소리내어 말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녀의 입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지 모릅니다. 이야기가 어둡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어둡다고 말할 수 없고, 잔인해 보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잔인하다고 할만한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미스터리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그렇게 대단한 미스터리라고 할만한 것인가, 하는 등등의 의문으로 사람을 무척 헷갈리게 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아직 어려서 세상을 잘 모를 듯해 보이지만 이야기속의 소녀 자신은 무언가를 굉장히 많이 알고 있다고 여기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스터리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유치한 느낌의 것은 아닙니다. 어린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쉽게 느낄 수 없는 기괴한 현상에 잘 노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과 악의 구분없이 순수함에서 우러난 잔인함이 아이들에게선 잘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덮어두고 숨기려해도 자연스레 스며드는 향기, 혹은 소리처럼,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나타나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주거주거주거주거. 주거는 말매미 울음소리입니다. 아마도 죽어, 라는 소리를 표현하려 했던 것이겠죠. 『수박 향기』에서 잠시 나왔던 이 소리가 아직도 제 귓가에서 죽어라고 울어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가 하려던 소리에 귀기울이기 위해 옆에 쌓아두었던 책을 천천히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고 읽었습니다. 저는 책 안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이 굉장히 잔인한 모습으로 죽임을 당하더라도 저는 아무 말없이 조용히 눈으로 훑어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그들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그들이 무슨 말을 제게 건내려 했지만 저는 일부러 못본 채하며 무시했습니다. 그러다 잠깐 책읽기를 멈추고 거실의 하얀 천장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생각이 없는 듯한 멍한 표정으로 누워서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바람소리를 들어 보았습니다. 그러다 눈을 감으면 또 다시 친구가 제 옆에서 속삭입니다. 있잖아, 사람 죽여봤어? 가장 서글픈 것은 저녁때였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몸속에서 꾸물꾸물 기어올라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작은 몸집조차 길들지 않은 고양이마냥 어쩌지 못했다. 체념한 심정으로 이불 속에서 울 때가 오히려 더 편했다. (11쪽) 머리를 올려놓으면 공기를 빵빵하게 불어넣은 비닐이 약간 아래로 휘었고, 그 때문에 자신의 무게를 인식하게 되어 슬펐다. 자신의 무게. 정말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나는 일곱살이고 언니는 아홉 살이었지만, 우리는 각자의 혼돈의 무게를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죽을 만큼 나른하고, 실제로도 아직은 모두가 죽음과 매우 가까운 장소에 있었다.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생리적으로 알고 있었다. (42쪽) 불가사의한 여름이었다. 사소한 일을 유독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64쪽) "매일 재미나게 지내고 있어?" 불쑥 그렇게 묻기도 했다.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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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듯이 당연하다는 듯이 제일 뒤를 살펴본다. 작가의 말이 있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이번에는 해설이 있다. 그 해설에 옴팡 마음을 빼았겨 버렸다. 이토록 한 작가의 글을 아름답게 칭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러면서도 드러내지 않음의 마력이랄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수공예품을 만드는 장인 같은 솜씨라고 표현한 가와카미 히로미 작가의 해설이 참 마음에 든다. 별 탈없이 지내면서 오래오래 살아서 소설을 많이 써달라고 부탁한, 그럼 나도 그렇게 부탁하고 싶다. 오래오래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나에게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란 불륜과 동음이의였다. 늘 그렇게 생각하고 느껴왔었는데 이 책은 좀 달랐다. [빨간 장화]에 이어서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 아니 이 책은 빨간 장화보다도 더 서정적이다. 분명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라는 등장에 혹시 이것이 작가의 에세이였나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본문 속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지만 말이다. 짧은 단편이 소복히 자리잡았다. 이 글의 주인공인 나는 엄마가 아이를 낳는다고 할머니 집에 보내져서 거기서 계속 울기도 하고 기차 안에서 자신을 데리고 가려는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친구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엄마와의 일을 그리기도 한다. 하나같이 무슨 큰 일이 벌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단순하게 일상생활을 그리고 있을 뿐인데도 그게 맛이 나는 것이다. 마치 꼭꼭 씹은 밥알들이 단맛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맛이 나는 것이 에쿠니 가오리다. 특히 그런 것은 단편일 때 더욱 극대화된다. 조금 짧은 듯 하여 이 이야기가 더 길었으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그 속에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가정방문이라던지 종이비누라던지 같은 소재를 사용해서 누군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시절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다 준다. 종이 비누란 말을 참 오랜만에 듣는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굉장한 물건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손소독제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날이 올지 누가 알았겠는가.여러가지 무늬가 찍혀 있는 향이 다른 종이 비누를 가지고 싶어졌다. 이 한권의 책이 불러온 그리움이다. 물건에 대한 그리움. 신기한 감성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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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무조건 읽게 되었다. 제일 처음 읽었던 냉정과 열정 사이, 나의 작은 새,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부드러운 양상추, 소란한 보통날 그리고 이번엔 수박향기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고 볼 수있는 일들,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에피소드,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고 있기 때문일거라고 혼자 결론을 내려버렸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내가 기억하기론 올여름이 최고로 더웠던것 같다. 중요한 일, 꼭 필요한 용무가 아니라면 집 밖으로 한 발짝 나서기도 쉽지 않은 요즘에 딱~ 어울리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수박 향기! 생각만해도 시원하고 달큰한 수박향이 나는 듯하지 않은가. 조용하고 낭만적인 시골과 시원한 원두막, 매콤한 모깃불, 쏟아지는 별빛, 옹기종기 모여앉은 가족들의 수다와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읽기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는 뜻밖에도 캄캄한 여름밤에 숨죽여가면서 읽으면 더 잘 어울리듯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이야기들 이었다. 밤이 깊어가도 쉽사리 식지않는 한 낮의 열기를 잠시나마 싹~ 잊게해줄, 마치 한여름밤의 꿈같은 이야기에 풍~덩~ 빠져 보시길...
어느 날 갑자기 하숙집에서 사라져버린 후키코 씨와의 추억, 이상하게도 남동생과 가족들의 장례를 모두 한여름에 치르면서 겪었던 이야기, 호랑나비에서는 신칸센 안에서 만난 낯선 여자를 따라 도망을 치려했던 소녀 등 모두 11편의 이야기에는 소녀들의 어릴 적 비밀스런 기억들을 담고 있었다. 학교에는 잘 다니고 있었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하는 조용하고 평범한 소녀들이었다. 아마도 우리모두 이소녀들처럼 친구들은 물론 엄마도 모르는 자신들만 알고있는 비밀 한가지쯤은 있지않을까. 그 아이들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기억들을 풀어 놓은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어느날 갑자기 별일 아닌듯이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들이 있다. 딱히 비밀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가끔씩은 내 기억이 정말로 맞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게도 하는 일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친정엄마나 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어긋났던 조각이 신기하게도 딱~ 맞춰지기도 하는 그런 기억들을 저자처럼 이렇게 맛깔나게 풀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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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문체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중 한 명인 나는(그렇다고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추리 소설이라도 쓴게 아닐까?'하는 심정으로 책을 잡았다. 사실 추리물에는 영~~ 흥미를 못 느끼는 나이기에 간만에 그녀의 작품을 보고도 감흥이 없는 그런 기억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지 염려 되기도 했었다. 뭔, 걱정을 미리부터 한담. 늘 그랬듯이 그녀의 책은 표지부터가 남자른 느낌! 호기심과 감수성을 황창 자극하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제목은 '수박'으로 시작하는데 초록색도 아닌 시릴만큼 파란색이 어떻게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일까?
192쪽의 적은 분량이지만 무려 11개의 단편이 실려있었다. '미스터리'라는 문구만 보고 추리 소설 그 비슷한 무엇을 연상했었는데, 늘 그랬듯이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에피소드 11개가 담겨져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 된 점은 '어린 소녀의 미스테리한 여름 날의 추억'이라는 것. 모든 이야기가 각각의 단편에 등장하는 소녀의 기억이면서도 누군가의 기억이다. 미스터리라고 해서 끔찍하거나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은 아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에서 항상 볼 수 있듯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었을 법한 일들이면서 사소할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특별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평생을 머릿속에 맴도는 일들. 사실 나도 그 비슷한 어린 시절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기에, 그녀의 이야기들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비밀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남들이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추억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뒤 생각해보니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그저 내가 상상했던 이야기인지 헷갈려 구분이 되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유쾌한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이야기들에 나오는 소녀들은 친구가 없고, 누군가의 관심 밖에 있는 것 같으면서 상당히 외로워 보인다. 아마 그런 점들이 소녀들에게 누군가와의 일들을 '특별한 기억'으로 만들어줬던 것 같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 숙모의 집에서 가출을 해 남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소녀의 이야기 <수박 향기>와 비오는 날이면 장화를 신고 달팽이를 살육하는 남모를 취미를 가졌던 소녀의 이야기 <물의 고리>, 학창 시절부터 연락하고 지내는 M과의 기묘한 우정을 그린 <그림자>라는 이야기가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 특유의 문체가 너무너무 좋았다. 가벼운 단어들로 쉽게 써내려 가지만, 누구보다 더 가슴깊이 느끼게 해주는 그런 글들. 간이 딱 맞는 음식을 맛있게 싹싹 비운후 표현하기 어려운 만족감을 느끼는 듯한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자주 생각나고 자꾸 먹고 싶은 그런 중독성 있는 문체다. 책의 마지막 해설에서 씌여진 말처럼 11편의 이야기들을 읽기 시작한 순간에, 한참 읽는 도중에, 그리고 다 읽고 나서는 더더욱 이런 이야기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이야한다는 것을 나 또한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느낌이라고 하면 쉬워질까? 소설이지만 왠지 그녀의 어린시절 비밀들을 함께 공유한 그런 느낌도 들고, 다 읽고 나서는 나만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얘기는 시답잖다.(p184)
예전엔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도 느낌이 오지 않는 책들이 종종 있었는데, 최근에 만나는 그녀의 작품은 나와 너무나 코드가 잘 맞았다. 소설, 에세이 모두다. 그래서 또 그녀의 담백한 글 맛을 기다기리로 한다. 다시 한번.
파르스름한 새벽 공기 속에 덩그러니 서 있다 보면 학교의 표정이 여느 때와는 전혀 다르게 보여 놀라웠다. 그것은 그저 밋밋한 건물이었다, 평화롭고 얼빠진. 작은 새들의 재재거림이 통통 튕기듯 귀를 적시고, 나는 아직 아무도 숨 쉬지 않은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뒷마당에 차 있던 급식 냄새가 그렇게도 싫었는데, 그 불 꺼진 급식소마저 청결하게 보였다. p34
나는 신칸센을 싫어한다. 질서 정연한 차량 안의 모습도, 어쩐지 현실감이 없는 안내 방송도, 수레를 밀며 군것질거리를 파는 여자의 유니폼도. 꺠끘하고 커다란 창문, 반질거리게 닦인 은색 창틀, 멋대가리 없는 옷걸이, 그 허술한 커튼 따위도.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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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향기!! 눈똑을 드려놓은 책이었다. 서점에서는 많이 팔리기도 하고 항상 도서관가도 ㅠ.ㅠ 많이 기다려야 읽을 수 있는 그런 ~~ 수박향기 책제목으로 봐서는 계속 먹는 수박이 떠올라서 살짝은 웃기기도 하였다. 수박냄새도 날거 같기도 해서 책 냄새도 맡아본 ............................ㅋ 에쿠니 가니오 작가님의 책은 항상 깔끔하면서도 여러가지 의미를 간략하게 잘 서술되어 있다 이핵도 쉽고 누구나 읽어도 이해가는 그런정도 ?! 내생각과는 달리 섬뜩하고 무섭기도하고 기묘햇다 이책에서는 열한명의 소녀가 겪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모두 예전에 한번씪을 다 들어봣을 정도로 정이 가따해야하나? 낯이 설지 않앗다 제일생각이 남는게 소녀가 친구들에게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서 복수를 하기 맘먹고 대학생 후키코씨는 소녀와 함꼐 땅을 깊숙히 판후 사라졋다는 이야기!! 먼가 섬뜩 하기도 하고 뭐지무ㅓ지 라는 생각도 자꾸 들었다 제목과 표지와 극 반전 의 책 내용들 그리고 또 한가지 100페이지에 소각로라는 이야기 ㅠ.ㅠ 내용이 자꾸자꾸 생각나는
나는 음산한 아이였다. 거짓말도 잘했다. 학교를 싫어했다. 다른 아이들이 싫었고, 철제 창틀과 천장의 형광등도 싫었다. 운동장도 발판도 가정 실습실도 교내 방송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들리는 지지직 소리도. 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얌전했고, 성적은 쫗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아이들 속에서 숨을 죽이고 가만있으면 그만이었다.
학교를 왜 싫어 햇는지도 이해가간다 요새는 왕따라는 것도 뉴스에도 많이 나오지 않는가 ? 세상 참 무섭다. 왕따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말이다
많은 여운이 남는 책이 랄까? 그래도 많은 걸 꺠달을 수 있엇던 책 이엇던 거 같다 내심 맘이 놓인다 항상 책을 읽으면 이야기가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앗는데 역시에쿠니 가오리작가님의 책이 구나 !! 세삼 느끼게 해준 팬이 라서가 아니라 정말 내용도 구성도 잘 되어 있고 의미들이 함축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으니 얼마나 좋치 않은가 ?? ? 그래서 나는 그래도 이책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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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에』,『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등 봄바람처럼 따스하고 몽환적인 단편집으로 사랑받았던 에쿠니 가오리가 한여름 열대야를 서늘하게 식혀줄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돌아왔다. 『수박 향기』는 소녀들이 품은 사소하지만 유독 선명하게 떠오르는 어느 기묘한 여름날의 기억을 열한 개 단편으로 담아낸 신선한 작품이다. 예쁘지만 애절하고 순수하지만 잔혹함이 느껴지는 에쿠니 가오리의 마법 같은 문장력이 돋보이는 이번 작품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과거 어느 일순간의 광경 속으로 독자들을 불러들인다. |